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51)
916화 One Team (46)
2018년 7월 15일. 모스크바, 러시아 119048. 루즈니키 성, 24. 루즈니키 스타디움.
.경기 시작 4시간 전
프랑스 0 : 0 대한민국
모든 월드컵이 그랬지만,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역시 축구의 상징이 되는 장면들과 상징이 되는 경기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 왔다.
어떠한 장면들은 아주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며, TV에서 자주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말할 수 있는 한 달간 부지런히 달려온 지상 최대의 축구 축제의 마지막이, 잠시 뒤에 펼쳐지려 하고 있다.
“오후 2시. 모든 인원은 점검을 시작한다.”
치익-
결승전 진행의 총괄을 맡은 막스 유리에비치(Maks Yurievich)가 무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자, 그것은 곧 각 부처를 담당하는 이들을 거쳐 천여 명의 이들에게 전달된다.
러시아의 축구 클럽 CSKA 모스크바의 경기장 감독관이기도 한 그는, 하나의 축구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곤 했다.
모든 것들이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절대로 제시간 안에 일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자신은 지휘자와도 같은 존재였다.
“대(對) 테러 프로세스는 철저하게 해 두었겠지?”
“네. 탐지견과 함께 각 구역을 세 번씩 점검할 겁니다.”
“좋아. 그게 가장 기본이 되어야만 해.”
자신에게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모든 경기를 맡기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막스 유리에비치는 잔뜩 감격해서는 바로 제안을 수락했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게 꿈인 것처럼, 경기장 감독관에게도 월드컵 경기를 주관할 수 있다는 건 직업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월드컵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는 경기장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빌려 무대에 선 바이올리니스트의 심정으로, 막스 유리에비치는 최선을 다해 단 하나의 누수도 없는 경기들을 만들어 왔다.
“바깥쪽 관리는 어떻지?”
“안 그래도 빨리 인원을 배치했습니다.”
“아시아의 팀이 올라왔어. 그러니 아시아의 팬들도 많겠지. 난 그들이 편안히 경기를 보고 가길 원하네.”
“각별히 주의하고 있습니다.”
“오늘을 망치게 되면,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은 전부 쓸모없어. 특히나 그쪽이라면, 우린 망신을 당하는 거야. 게다가 오늘은 대통령도 오시지 않나?”
“……인력을 더 배치하겠습니다.”
“그래. 바로 그게 원하던 거야.”
비록 개최국인 러시아는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전통적으로 월드컵 개막전과 결승전은 개최국의 최고 수장이 늘 관람하고는 했다.
이미 한쪽에서는 VIP들을 위한 의전이 준비되는 중이다.
러시아 특수부대인 스페츠나츠가 별도로 경기장의 보안을 맡은 것도, 오늘 이 경기장에 수많은 중요 인사가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결승전을 치를 양 국가의 대통령들도 오늘 오후 차례대로 입국해, 현재는 크렘린에서 다과회를 즐기고 있었다.
‘나라면 절대 홍차를 마시지 않겠지만 말이야.’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상상을 한 막스 유리에비치가 주변 스태프들을 더욱 독려하는 사이, 루즈니키 스타디움의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둥-
둥-
아직은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불빛이 선명하진 않았지만, 선글라스를 뒤집어쓴 이들이 전구가 반짝이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여 그 위치를 인부들에게 전했다.
잠시 뒤 스타디움의 높은 곳에서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고, 그 과정을 몇 번 더 반복하고 나서야 조명은 완벽한 상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경기장 곳곳에서는 결승전을 중계할 각 국가의 리포터들이 사전 리포트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월드컵 결승전이다.
***
(스티브 크로스먼) – BBC 리포터
“아마도 올해 가장 주목받는 날일 겁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와 한국의 경기가 잠시 뒤에 펼쳐질 겁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진입니다. 조별 예선부터 시작해 무패. 그리고 단 1실점만을 기록한 한국이 아시아 첫 월드컵 결승 진출 팀 자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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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아 로시) – 이탈리 Mediaset 리포터
“놀랍게도, 한국이 기록한 1실점은 월드컵 최소 실점은 아닙니다. 2006년 스위스는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조별 예선을 통과했지만, 16강 경기에서 승부차기를 통해 크로아티아에 패배하며 대회를 마쳤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들의 실점은 0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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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요스트) – 독일 ZDF 리포터
“결승전까지 진출한 역대 팀 중엔, 한국이 여전히 최소실점을 기록한 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 한국의 수비를 프랑스의 감독 디디에 데샹도 신경 쓰는 모습을 어제 인터뷰 자리에서 보여 줬습니다. 디디에 데샹은 월드컵 결승전까지 1실점만을 기록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한국의 수비를 뚫어 내기 위해서는 박스에서 집중력을 보여 줘야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특별한 전략이 있느냐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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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 뒤샹) – 프랑스 BeIN Sports 리포터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프랑스 대표팀은 최상의 상태로 호텔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전력 면에서는 분명 프랑스가 더 우위에 있습니다만, 한국도 강한 팀인 만큼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프랑스는 아직 월드컵에서 한국에 승리가 없습니다. 대표팀 전적은 2승 1무 1패지만, 두 개의 승리는 2001년의 컨페더레이션스 컵과 2002 월드컵 직전에 가진 평가전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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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고 디아즈) – 스페인 BeIN Sports 리포터
“양 팀의 축구 역사를 생각해 본다면, 프랑스가 한국에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전적을 가졌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첫 번째 대결 5:0 승리 이후엔 완전히 팽팽합니다. 심지어 그것도 17년 전의 일이라, 지금과는 무관합니다. 오히려 월드컵에서는 두 차례나 한국에 덜미를 붙잡혔습니다. 하지만 디디에 데샹은 그런 두려움 따윈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늘 매우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예고했습니다. 또 한국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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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홀렌스워스) – U.S Fox Sports 리포터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밸런스가 좋은 팀입니다. 열한 개의 골을 기록하는 동안, 실점은 단 하나뿐이죠. 킬리안 음바페가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느냐가 중요합니다…….”
***
.경기 시작 2시간 전
프랑스 0 : 0 대한민국
호텔에서 경기장으로 오는 내내, 우리는 거리에서 응원을 보내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버스를 경호하는 차와 오토바이가 만들어 낸 경계 밖에서, 직접 만든 피켓을 들어 보이며 위대한 도전이 성공으로 끝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그리고 경기장 주변으로 버스가 들어섰을 땐, 주위는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했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소리가 닫혀 있는 차창을 뚫고 들어왔고, 어디를 보더라도 러시아 사람보다 한국인이 더 많은 진기한 풍경 역시 펼쳐졌다.
덕분에, 우리는 꽤 힘을 얻게 된 것 같다.
삐–
취이이익-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버스의 문이 열리고, 앞쪽에서부터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내려서기 시작했다.
탁-
“…….”
분명 나는 나흘 전에도, 같은 곳을 밟았다.
그런데 어째서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낯설어.’
준결승이 펼쳐지기 전날을 시작으로, 내가 루즈니키 스타디움을 찾은 횟수는 이걸로 네 번째다.
하지만 오늘이 꼭 처음인 것처럼 낯설다.
분명 보았던 건물이고 보았던 복도였지만, 꼭 데자뷔인 것만 같은 착각을 느꼈다. 심지어 경기장 밖과 건물 안에서 느껴지는 공기조차 다른 것 같다.
경기가 시작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 박동 역시 점점 더 빨라진다.
그래서 난, 홀로 격리되는 방법을 택했다.
“…….”
동료들과 되도록 대화를 주고받지 않았고, 계속해서 나 자신에게 침착하고 냉정해지라고 요구했다. 다행히도, 동료들 역시 이런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
{“–!!”}
지금 저 밖에서는 성대한 사전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월드컵 주제곡을 부른 윌 스미스(Will Smith)가 노래를 부르고, 호나우지뉴가 깜짝 게스트로 등장해 분위기를 북돋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또.
“다온아.”
“?”
“손님이 왔어.”
“…….”
손님이 찾아왔다는 말에, 나는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싱 룸 밖으로 나섰다.
의아해하지 않았던 건, 미리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하. 설마, 긴장하고 있는 거야?”
“필리프. 왜 아니겠어요.”
“그래- 그 자리는 정말 특별하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도 대단하지만, 월드컵 결승에는 비할 바가 아니야.”
나를 찾아왔다는 손님은 이제는 전(前)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이자 전(前) 독일 대표팀의 주장이 되어 버린 필리프 람이었다.
필리프는 전통에 따라, 이전 월드컵 우승 국가 주장의 자격으로 ‘The FIFA World Cup’을 경기장 안으로 운반하기 위해 이곳 모스크바를 찾았다.
러시아 출신의 유명 여자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Maria Sharapova)가 필리프와 함께할 예정이다.
단 샤라포바는 트로피를 만질 수는 없는데, 이는 FIFA가 정한 ‘월드컵 트로피는 오직 우승한 팀의 선수만이 만질 수 있다.’라는 규정 때문이었다.
물론 어긴다고 해서 트로피를 빼앗긴다거나 하는 건 아니어서, 완벽히 지켜지고 있는 규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월드컵 트로피를 만질 수 있는 귀빈이나 관계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일 뿐, 준우승을 한 선수들은 트로피를 만져 볼 수 없다.
“어때? 준비는 됐어?”
“잘 모르겠어요.”
“큭큭큭. 장담하는데,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거야. 나도 그랬거든. 정신을 차렸을 땐, 90분이 끝난 뒤였어. 그런데 또 연장전이 남았던 것 있지? 괴체가 아니었다면, 까딱하다간 토할 뻔했다니까?”
“설마요.”
“아니, 진짜.”
“……풉-”
“그래, 그래. 이제야 웃네. 그게 너다워. 그리고 네 동료들도 그런 너를 보길 원할 거야.”
“…….”
필리프는 어제 모스크바에 도착했는데, FIFA가 주최한 만찬에 초대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전화를 걸어와 오늘 만남을 약속했다.
오랜만에 보는 거라서 그냥 인사를 하러 온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Danke.”
“고맙긴. 어쨌든 우린 예전에 동료였잖아.”
“프랑스에도 옛 동료는 있다고요.”
“제발. 꼭 그렇게 흥을 깨야 했어?”
“그거 어째, 제가 자주 듣던 말인데요?”
단숨에 옛 추억이 되살아나며, 조금 전까지 느꼈던 부담감은 어느새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좋아, 그럼 마지막 한마디만 할게.”
“?”
“이기고 와.”
“……네.”
“그래. 그럼. 이따가 또 보자고.”
따뜻한 손길로 내 어깨를 두드려 준 필리프가 돌아서서 걸어가고, 난 선 자리에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다 양손을 들어 올려 두 뺨을 강하게 두들겼다.
찰싹-!
깜짝 놀란 사람들이 눈이 커다랗게 되어 나를 바라보았지만, 그거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조~아쓰.”
내가 필리프의 은퇴 소식을 들었던 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 코파 델 레이에서 우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하필이면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뮐러였던지라, 난 그것을 거짓말이라고만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잠시 뒤 사비가 메시지를 보내왔고, 비로소 그게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왜 이렇게 갑자기 결정한 거죠?”]은퇴 이유를 묻는 나의 말에, 필리프는 ‘최고일 때 떠나겠다.’라는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 사실,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부터 줄곧 생각했어.] [“진짜요?”] [- 응. 월드컵을 들어 올릴 때 느껴지더라고. 아, 이제 내 끝이 멀지 않았구나. 이제는 축구 선수로서, 내가 더 하고 싶은 일은 없다고 말이야.]그럼 두 번의 월드컵 우승을 꿈꾸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자, 보기 드문 폭소를 터뜨렸던 필리프는 그건 아무나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라고 했다.
난 그 의미를 물었지만, 필리프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었다.
‘그 꿈을 내가 꿔 주겠어.’
필리프 덕분에, 기합이 꽉 들어갔다.
난 몸을 돌려 자신 있는 걸음걸이로 드레싱 룸에 돌아왔고, 손뼉을 크게 두드리면서 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큰 소리를 내뱉었다.
“자, 오늘도 빠이팅 있게 갑시다!!!!”
깜짝 놀란 자철이 형이 뭐 잘못 먹은 것 아니냐며 진지하게 걱정된다는 투로 말을 걸어왔지만, 난 그것을 가볍게 무시하는 것으로서 내가 멀쩡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재밌는 건, 다른 이들도 바로 이해했다는 점이다.
“야!! 민재!! 희찬!! 너희는 뭐야?!”
“뭐긴 뭐야, 구자봉 패스~~”
“너한테 안 물었거든?!”
얼핏 보았을 땐 월드컵 결승전에 임할 준비가 안 된 것처럼도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월드컵 결승.
그게 어떠한 녀석이든.
‘뛰어넘어 주겠어.’
나는 반드시 그 위에 서고 말 생각이다.
***
.경기 시작 1시간 전
프랑스 0 : 0 대한민국
&Match-Up`s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itcs(한국/상대팀) : 4-2-3-1/4-2-3-1
GK ? 조현우 / GK ? 위고 요리스
RB ? 김다온 / RB ? 뱅자멩 파바르
CB ? 김민재 / CB ? 라파엘 바란
CB ? 김영권 / CB ? 사뮈엘 움티티
LB ? 정운 / LB ? 뤼카 에르난데스
RCM ? 정우영 / RCM ? 폴 포그바
LCM ? 기성용 / LCM ? 은골로 캉테
RAM ? 이재성 / RAM ? 킬리안 음바페
CAM ? 권창훈 / CAM ? 앙투안 그리즈만
LAM ? 손흥민 / LAM ? 블레즈 마튀디
ST ? 황의조 / ST ? 올리비에 지루
.
.
웜업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섰을 때, 경기장은 이미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꽉 채워진 상태였다.
가득 들어찬 관중석이야 셀 수도 없이 많이 경험했지만, 웜업 때 만석(滿席)이 된 경기장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았다.
사전 행사가 곧 폐회식이 되는 월드컵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매번 이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아~ 속 안좋아.”
“안 좋으면 그냥 토해.”
“그럴까?”
많은 이들이 준비를 끝내고 웜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진 식사 시간이 최악이라고 말했다.
평소라면 에너지를 보충해 두기 위해 각자의 식단에 맞춘 음식물을 몸 안에 밀어 넣었지만, 오늘은 그것이 도로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예민한 성격의 의조 형은 한 입 먹더니 바로 토를 하고 오기도 했고, 삼파올리 감독님과 다른 코치님들마저도, 가져간 접시를 그대로 들고나왔다.
이후엔 다들 주스와 물만 조금 마셨고, 나도 억지로 바나나 한 개를 먹곤 탄산수와 물을 조금씩 섞어 마신 게 다였다.
준비 시간이 이토록 끔찍하게 느껴질 줄이야.
난 오늘 또 축구의 새로운 면을 보았다.
‘그래도. 나오니까 좀 낫네.’
경기장으로 나와 잔디를 밟고 그 위에서 뛰어다니기 시작하자, 잡생각이 사라지고 나빴던 컨디션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축구 선수는 피치에 있어야 한달까.
난 이 직업이 천직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야. 챔스가 월드컵보다 대단하다고?’
상업적인 측면에서야, 챔피언스 리그가 월드컵보다 더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매년 열리는 대회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를 돈으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선수로서 말하는 건데, 월드컵 결승전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웃기시네. 난 그때 잘 먹고 똥도 잘 눴어.’
당연히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때에도 긴장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던 데다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여유도 가슴 한구석에 존재했다.
피치를 밟으면서 나아졌다곤 하나, 여전히 몸과 마음이 돌덩이 같은 오늘과는 비교할 수 없다.
“…….”
그렇게 잠깐 발을 멈추는 순간이 찾아오고, 평소라면 다시 발을 움직였을 테지만 난 지금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 내 눈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저건 가짜야.’
관중석 한쪽, 모조 ‘The FIFA World Cup’을 손에 들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것을 보았을 때부터, 나는 아주 어린 소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래. 원래는 저것부터였지.’
축구가 좋아 축구부에 들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최고가 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던 이유는, 2002 FIFA 한일 월드컵 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브라질 선수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난 9살의 어린 소년이었고 또 꾸었던 꿈은 따돌림과 가난이란 차가운 현실 앞에 사라져 버렸지만, 지금 나는 그때의 어린 소년으로 다시 돌아가 있다.
그리고 그 꿈속의 어린 소년은 언제나, 저 황금빛 트로피를 양손으로 들어 올리고 마음껏 환호를 내질렀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야.’
나조차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꿈.
가끔 막연해졌던 최고의 의미.
그 모든 것이 바로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난 저 트로피를 원해.’
꿈은 현실이 된다.
어린 소년이 아닌 당당한 24살의 축구 선수로서, 나는 오늘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