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53)
918화 One Team (48)
수비하라.
이는 블레즈 마튀디가 디디에 데샹으로부터 전달받은 오늘 경기에서의 역할이다.
“후우~”
숨을 고른 마튀디가 슬쩍 고개를 돌려, 부심에게 어필하는 김다온을 바라본다. 대한민국의 오른쪽 풀백은 평소보다 예민하게 판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김다온을 수비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마튀디는, 다소 거칠게 나가기로 한 게 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프랑스의 미드필드가 입을 움직여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는다.
“먹혀들고 있는 건가?”
.
.
.전반 11분
프랑스 0 : 0 대한민국
14살의 나이에 클레르퐁텐에 입소한 블레즈 마튀디는 어렸을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왔다.
클로드 마켈렐레 타입의 수비형 미드필드로 성장할 거란 평을 받았지만, 2011/12 시즌 PSG에 부임한 카를로 안첼로티에 의해 중앙 미드필드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렇게 홀딩/앵커에서 박스-투-박스로 뛰기 시작한 후, 블레즈 마튀디는 자신의 재능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다소 떨어지던 대인(對人) 수비 능력이 크게 문제 되지 않게 되면서, 장점이던 기동력과 활동량에 날개가 달린 것이다. 또한 좋은 상황 판단 능력 역시도, 6번(DM)보다는 8번(CM)에서 뛸 때 더욱 눈에 띄는 장점이 됐다.
그리고 오늘 역시, 블레즈 마튀디는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를 집중적으로 수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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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 KBS 해설위원
“아무래도 결승전이라서 그런지, 김다온 선수가 평소답지 않게 조금 흥분해 있는 것 같습니다. 팀 내 비중이 큰 선수인 만큼, 저런 모습이 주변에도 분명 영향을 미치거든요? 좀 더 침착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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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전반적으로 경기를 주도하고 있긴 했지만, 한국 역시 점유율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축구를 펼쳐 나가고 있었다.
전반 9분엔, 정운과 손흥민이 멋진 연계로 프랑스의 뒷공간을 날카롭게 위협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의 유효슈팅이 없는 반면, 프랑스는 폴 포그바와 올리비에 지루가 각각 한 차례씩 골대 쪽으로 향하는 슈팅을 기록했다.
지금도 골킥 이후, 공을 소유하는 것에 성공한 프랑스가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하지만.
탁-
“?!”
뤼카 에르난데스의 오버랩이 이재성의 좋은 스탠딩 태클에 막힌다. 프랑스는 스로인을 가져갔고, 마튀디를 거친 축구공은 뒤쪽 멀리 움직여 수비수들에게 전달된다.
수비 진영 깊숙한 위치부터 시작되는 빌드업.
월드컵 내내, 프랑스가 해 오던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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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해설위원
“지금 보시게 되면 프랑스가 라인을 상당히 끌어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좌우 풀백들을 거의 윙어처럼 배치했습니다. 만약 프랑스의 빌드업을 한 번 정도 끊을 수만 있다면, 손흥민 선수 쪽에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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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현) – SBS 해설위원
“빌드업 상황 때 프랑스의 배치를 보면 거의 2-3-5. 혹은 3-3-4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양쪽 풀백을 윙어 포지션으로 놓아두거나, 지금처럼 한국의 전방 압박이 강하면 한쪽 풀백을 아래로 끌어 내려서 후방에 숫자를 더해 줍니다. 손흥민처럼 빠른 선수가 있는 한국으로선, 이러한 점을 역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드필드에서 볼을 빼앗는 것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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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카 에르난데스의 오버랩 상황에서 왼쪽 하프스페이스로 이동한 뒤에도, 블레즈 마튀디는 여전히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욱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만약 공격 전개가 끊긴다거나 패스 실수가 나온다면, 최대한 빠르게 김다온에게 달라붙을 생각이었다.
프랑스 오른쪽 진영에서 이뤄지는 공격. 침투 타이밍을 잘 잡은 음바페가 날카롭게 파고들었으나, 파바르에게서 나온 패스가 부정확했다.
축구공이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나고, 수비 위치로 돌아가기 시작한 프랑스 선수들 사이에서 피드백이 시작된다.
그리고 벤치의 디디에 데샹 역시, 왼쪽 풀백인 뤼카 에르난데스에게 조금 더 적극적인 전진을 주문하기로 한다.
김다온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뤼카 에르난데스를 공격수처럼 쓰게 되면 한국의 오른쪽 측면 전체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블레즈 마튀디의 투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했다.
‘오늘 좀 괜찮은데?’
자신의 퍼포먼스가 팀에 긍정적인 연쇄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에, 마튀디는 한껏 어깨가 으쓱해져 더욱 적극적인 모습으로 김다온을 수비하는 일에 나선다.
한국의 수비진영에서 빌드업이 이뤄질 때, 김다온에게 그대로 달려간 마튀디가 굳이 상대를 밀쳐 피치에 넘어뜨린다.
쿵-
“에?이!!!”
다분히 의도가 느껴지는 마튀디의 파울에 대한민국의 벤치가 격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그것을 즐기고 있는 마튀디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주심에게 고의가 아니었음을 능청스럽게 어필하며 파울 지점에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이런 마튀디를 본 그리즈만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워 온다.
그렇지만 마튀디는 아직, 김다온을 더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부족해. 조금 더.’
세계 최고의 선수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믿음은, 전반 초반 블레즈 마튀디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
“괜찮냐?”
“저 개새끼, 진짜.”
“미친놈이네, 저거.”
“아우, 아파. 이 씨. 형, 나 좀 일으켜 줘.”
“어.”
재성이 형의 내민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 낸다.
전반 초반 태클 후속 동작에서 옐로카드를 받지 않은 뒤부터, 마튀디는 노골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감이 붙었다는 건데, 오히려 원하는 바다.
머잖아, 그 자신감이 오만으로 바뀌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은 즐기게 둬도 된다.
하지만,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였다.
게다가 지금은 파울 할 필요도 없었다.
‘일단 갚아 줘야겠어.’
계속해서 적립되고 있는 마튀디의 빚을 중간에 한 번 털어 버리기로 하며, 나는 이어진 인(In)플레이 때 프랑스 진영에서 마튀디의 발목을 그대로 후려 찼다.
팍-!!
“악-!”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마튀디가 피치 위에 뒹굴고, 난 주심을 돌아보며 손을 바로 들어 올렸다.
보복성 플레이로 느껴질 수 있고 실제로도 그게 맞았지만, 평소보다 관대한 판정을 내리는 중인 피타나는 주의를 주는 선에서 상황을 정리했다.
발목을 부여잡으며 아파하고 또 경고를 주지 않은 것에 억울해하는 마튀디를 보니, 조금 속이 후련해진다.
‘후우~ 이러다 인내심을 잃겠어.’
확실히, 난 피치 위에서 괴롭히는 쪽이다.
마튀디가 뒹구는 순간을 봤을 때부터, 계속해서 이렇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났다. 그렇지만 아직은 본색을 드러내기에는 너무 일렀다.
프랑스는 공격하는 와중에도 뤼카의 뒤쪽 공간을 신경 썼는데, 그것마저 없애려면 좀 더 수작에 어울려 줘야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고.
“뤼카!!”
“?”
디디에 데샹이 뤼카 에르난데스를 따로 부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았고, 난 데샹의 손짓과 뤼카의 시선에 주목했다.
지금, 디디에 데샹이 뤼카에게 따로 내린 지시 내용은 십중팔구 풀백의 위치를 조정하는 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흐름으로 보나 또 전술적인 면으로 보나, 뤼카의 위치를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리는 게 맞다. 우리의 오른쪽 공격력을 억누를 수 있고, 마투디에게도 여유가 주어진다.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자유롭게 볼을 다룰 때의 마튀디는 위협적인 킬패스를 보낼 수 있고, 그러면 그리즈만의 오프-더-볼을 더 위협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풀백의 위치 조절 하나로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두려워서 그걸 택하지 않는다면 감독이 멍청한 거다.
공이 다시 프랑스에게 넘어가고, 상대는 후방에서 차분히 볼을 돌리면서 포지셔닝 작업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뤼카는 높은 곳까지 올라섰고, 숫자를 맞추기 위해 재성이 형이 내려왔다.
하지만, 프랑스가 공격을 전개할 위치는 반대편이다. 포지셔닝으로 이쪽의 역습 가능성을 봉쇄해 두기만 하고, 진짜 공격은 반대편에서 이뤄질 게 틀림없다.
포그바의 위치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메짤라(Mezz`ala)인 저 녀석이 서 있는 위치가, 프랑스가 볼을 가져갈 확률이 높은 구역이다.
팡-!
움티티의 긴 패스가 파바르의 가슴팍에 안착하고, 반대 방향에서 이뤄지는 움직임을 살피던 나는 민재에게 소리쳐 그리즈만을 놓치지 말라고 했다.
쥐새끼처럼 뛰어다니는 녀석이니만큼, 잠시라도 방심했다가는 공간을 허락하고 만다.
하지만 그리즈만을 신경 쓸 것도 없이, 형들이 왼쪽 측면에서 프랑스를 몰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좋아, 좋아. 우리도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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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 BBC 코멘테이터
“지루가 측면으로 넓게 빠집니다. 하지만, 쏜. 좋은 태클입니다. 그리고 황이 깊숙한 곳으로 내려와 수비를 돕습니다. 지루가 다시 볼을 가져갑니다만, 수비로 패스를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투지를 보여 주는 한국입니다.”
(마크 로렌슨) – BBC 공동-코멘테이터
“지금은 좋은 수비였습니다. 공격수인 쏜과 황이 동시에 수비로 내려와 순간적으로 숫자를 보탰습니다.”
(스티브 바워)
“바랑. 에르난데스에게. 그리즈만. 지로. 음바페. 그리고 음바페가 드리블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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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
삐?익!!
정운 형의 발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곧이어 음바페가 그대로 피치 위에 엎어졌다. 그리고 그에 맞춰 휘슬이 울렸고, 순간 내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
강력하게 부정하는 정운 형의 손짓을 보면 파울이 아닌 것도 같아 보이지만, 판정은 주심이 내리는 거다.
그런데 천만다행히도, 네스토르 피타나는 페널티 스폿을 가리키는 대신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음바페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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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캐스터
“경고! 음바페에게 경고가 주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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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 MBC 해설위원
“아~ 지금은 주심이 정확하게 봤어요. 음바페가 PSG에서 네이마르에게 나쁜 것만 배운 것 같죠? 저런 할리우드 액션은 바로 경고를 꺼내야 합니다. 그래야 두 번 다시는 저런 액션을 하지 않거든요. 아주 좋은 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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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 첫 옐로카드가 음바페에게 주어진다. 허탈해하는 프랑스 공격수의 얼굴에선 짙은 아쉬움이 묻어나고 있다.
하지만 저건, 속아 넘길 수 있었는데 하는 표정이었다.
‘후우~ 쫄았잖아.’
현재, 저 반대편은 격전지다.
프랑스는 어떻게서든 나를 한쪽에 가둬 두려 노력하는 한편, 내가 없는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우리의 수비를 무너뜨리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 그걸 잘 받아넘기는 중이다.
흔들림 없이 단단히 버텨 내고 있다.
‘계속해서 해 왔던 거니까.’
월드컵 내내, 우리를 상대하는 팀의 기조는 매번 똑같았다. 나를 억누르고, 내가 없는 쪽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그런데, 우린 지금까지 단 1실점만을 했다.
‘그렇게 쉽게 뚫릴 거면, 여기까지 왔겠어?’
수비는 절대 혼자서 무실점을 만들 수 없다. 라인에 선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여 줘야 하고, 서로의 실수를 커버해 주며 끊임없이 격려를 주고받아야 한다.
결승전까지 1실점만을 한 스포트라이트마저 내게 쏟아질 때면, 마음이 아픈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모두가 있었기에, 우린 해낼 수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진정으로 형들을 믿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발휘되고 있는 실력이 진짜 정신력에 의한 일시적인 거품이라 하더라도 전혀 상관없었다.
팀으로서, 무얼 성취할 수 있는지만이 중요하다.
“나이스! 잘 막았어!!”
“침착하게 하자! 아직 괜찮아!”
“현우! 짧게 보내!”
한 차례 프랑스의 공세를 막아선 이후, 우리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가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붙잡는다. 그리고 난 고개를 돌려 뤼카 에르난데스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지금 저긴.
‘……아직 아니야.’
약간의 공간이 만들어져 있긴 했지만,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은 못됐다.
말했듯, 손에 쥔 패를 쓸 기회는 단 한 번뿐.
난 그것이 완벽하길 원하고 있다.
팡-
“…….”
현우 형이 보내온 축구공을 발아래에다 놓아두며, 압박을 시작하는 프랑스의 진영 변화에 주목한다.
약간이지만, 움직임에서 조급함이 느껴진다.
***
{“우오-!!”}
.
(스티브 바워)
“거의 득점이었습니다! 앙투안 그리즈만! 날카로운 프리킥이 한국의 골대로 향했습니다만, 아주 살짝 옆으로 빗나갑니다!”
.
.
.전반 20분
프랑스 0 : 0 대한민국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긴 대한민국 벤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이, 펄쩍 뛰었다가 몸을 뒤튼 프랑스의 감독 디디에 데샹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의도대로 풀려 나가는 중이기는 했지만, 득점 하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벤치 앞쪽으로 걸어간 데샹이 코치들의 앞에서도 그 아쉬움을 표현한다.
“제기랄. 지금은 들어갔어야 해.”
“정말 살짝 빗나갔죠.
“저런 게 벌써 세 개나 나왔다고.”
“운이 없었던 것뿐이에요.”
“후우~ 좋지 않아. 그 운마저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경기라고 말한다면 자네는 어쩔 텐가?”
“…….”
대한민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 준 모습을 생각해 보면, 분명 한두 번 흐름이 넘어갈 순간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때까지도 점수가 0:0이라면, 경기가 묘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생각은 디디에 데샹이 느끼는 불안함의 원천(源泉)이자, 그 어느 때보다 선제 득점을 갈망하는 이유였다.
차라리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됐더라면 이토록 골을 바라지는 않았겠으나, 프랑스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조용하군.’
오늘 경기에서는 거의 활약이 없는 김다온이 신경 쓰여 참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자신이 택한 전술이 맞아떨어졌다고만 생각했는데, 순조로워도 너무 순조로웠다.
마치, 일부러 당해 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설마, 그러려고.’
쓸데없는 기우라고 믿으며 생각을 털어 내기로 한 데샹이 손을 뻗어, 다시 한번 선수들의 위치를 조절한다.
“뤼카!!”
디디에 데샹은 ‘최고의 수비는 곧 공격’이라는 격언을 누구보다 믿는 사람이다. 볼을 점유하고 경기를 주도하게 되면, 상대는 공격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블레즈 마튀디가 거친 수비로 김다온을 잘 견제하고 있는 지금, 뤼카 에르난데스를 공격적으로 쓰게 되면 대한민국 오른쪽 측면을 낮은 위치에 묶어 둘 수 있다.
습관적으로 아래로 내려서는 뤼카 에르난데스의 위치를 수시로 조절해 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뤼카! 뒤는 신경 쓰지 마!!”
포그바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자유도를 주는 대신 은골로 캉테의 위치를 왼쪽에 치우치도록 고정해 둔 것도, 마튀디가 김다온을 효율적으로 봉쇄했을 때를 위한 수였다.
에르난데스의 전진으로 인해 생겨난 뒷공간을 캉테라는 뛰어난 홀딩으로 채울 수 있다고 확신하는 데샹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벤치의 지시에 맞춰 뤼카가 공격수들과 라인을 맞추게 되면서, 프랑스는 대한민국의 백포 바로 앞에 다섯 명으로 구성된 플랫(Flat)을 완성했다.
자연히 후방 빌드업에 제동이 걸린 한국. 그들은 숫자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많은 선수를 수비진영으로 내려보낼 수밖에 없다.
미드필드를 거친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고, 위험을 감수한 채 언제까지 수비진영에서 패스만 돌릴 수 없던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그저.
파앙-!
‘그렇지.’
공격 진영에 머물러 있는 황의조나 손흥민을 겨냥해 롱패스를 보내는 것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프랑스의 센터백이 충분히 준비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한국의 롱패스 전술은,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고 허무히 볼을 넘기길 반복하고 있다.
준비한 대로 척척 맞아떨어지고 있는 경기.
그러나.
“…….”
현역 시절 ‘바욘의 기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센추리클럽까지 가입한 디디에 데샹은 아직도, 가슴 한구석에 굴러다니는 불안이란 돌멩이를 치워 내지 못하고 있다.
전반전 22분.
다시 한번, 폴 포그바의 날카로운 슈팅이 대한민국의 골대로 향한다.
그리고.
{“아아…….”}
“…….”
그 슈팅은 그대로 빗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