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64)
929화 re – Start (9)
알렉스 퍼거슨, 아르센 벵거, 펩 과르디올라.
이들 셋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일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가장 먼저 ‘식단의 중요성 강조한 감독’을 들고 싶다.
우선 아르센 벵거의 경우, 일본 J-리그에서 감독을 맡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분별했던 아스널 선수단의 식문화 전반에 손을 대었다.
당시 아스널의 선수들은 알코올 중독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는데, 클럽하우스에는 선수들의 전용 바(Bar)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벵거는 부임과 동시에 선수단 전체에 시즌 중 금주령을 내리는 한편, 육식을 최대한 피하고 생선과 채식 위주의 식단을 만들었다.
처음 이는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3개월이 지났을 때 누구도 벵거의 방식에 불만을 가질 수 없었다.
경기에 뛰는 선수 본인이 이전과 확 달라진 몸 상태를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렉스 퍼거슨 역시, 벵거 수준은 아니어도 선수들의 식단을 적절히 통제했다. 이는 주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이뤄졌는데, 케첩과 마요네즈 같은 소스류와 탄산 및 주류와 같은 부분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했다.
체중 관리에 실패한 모습으로 자주 나타났던 웨인 루니에겐 ‘피자를 포함한 패스트푸드 일체’를 금지키도 했고, 선수들에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식단을 배우도록 권하는 일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펩은.
“그가 알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니까.”
“하하하하.”
“농담 같아? 진짜야.”
“…….”
마른침을 꼴깍 삼키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몇 시간 뒤】 맨체스터 M4 5BF, 잉글랜드. 9 코튼 스트리트, 안코츠. 루디의 나폴리탄 피자 ? 안코츠(Rudy’s Neapolitan Pizza ? Ancoats. 9 Cotton St, Ancoats, Manchester M4 5BF, England).
조금 전, 나는 시티의 아카데미 디렉터인 제임스 윌콕스에게 부탁해 Team CFG에 속한 아이들을 맨체스터 시내로 데리고 나왔다.
성치 않은 몸으로 2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책임질 수는 없었기에, 요나스와 레이몬드 드보로가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다.
우선 가장 먼저 시내의 ‘아디다스’ 매장으로 데려간 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상품을 마음껏 구매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처음엔 내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미국에서 온 애들이 거리낌 없이 물건을 고르기 시작하자 천진난만한 얼굴이 되어 축구화를 비롯한 장비들을 쓸어 담았다.
순식간에 금액은 수천 유로를 넘어섰고, 요나스의 말에 따르면 결제한 금액이 정확히 1만 599유로(약 1,400만 원)라고 했다.
행복함에 물든 아이들의 표정을 산 것에 비하면, 1만 유로는 값싼 지출이다.
그리고 그런 뒤, 난 맨체스터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피자 가게인 루디의 나폴리탄 피자로 아이들을 데려왔다.
“하지만 너희에겐 해당하지 않아.”
“?!”
“나중에 만약 펩과 함께 축구를 하게 되면 그럴 거라는 거지. 지금 너희 나이 때는 가끔씩 이런 것을 먹어도 상관없어. 매일매일 먹는 것만 아니면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 아이들이 그제야 음식을 입으로 가져간다. 세 개의 큰 테이블 위엔 각각 피자가 세 판씩 놓여 있었고, 지금도 주방에서는 새로운 피자가 구워지는 중이다.
차라리 남을지언정, 아이들에게 모자라게 대접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네?”
“펩은 어떤 사람이죠?”
“하하.”
멈춘 이야기에 호기심을 보인 레이몬드 드보로에게, 나는 대충 얼버무리면서 대답을 회피하려고 했다.
살짝 귀찮기도 했기 때문인데,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어서 이야기를 조금 더 해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펩은 거의 집착해요.”
“…….”
펩이 바이에른 뮌헨에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는 뮌헨의 영양사였던 모나 넴머(Mona Nemmer)의 보고서를 읽고 충격을 받았었다.
그것은 리그 3라운드 뉘른베르크 경기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전날 경기를 소화한 14명의 선수 중, 회복 훈련을 끝내고 클럽하우스에 남아 구단이 제공한 식단에 맞춰 밥을 먹은 선수가 단 다섯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 다섯은 바로 티아고/단테/제롬/필리프.
그리고 나였다.
이외 9명의 선수는 집이나 뮌헨 시내의 식당에서 본인의 취향에 맞춘 식사를 했고, 이튿날 펩은 선수단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본인의 불만을 명확히 밝혔다.
엘리트 수준에서 뛰는 선수들이 자신의 몸에 밀어 넣는 음식이 본인의 직업에 도움이 되는지조차 모르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뮌헨의 클럽하우스 내의 모든 탄산음료가 사라졌고, 홈 경기가 끝난 뒤에 피자를 시켜 먹던 문화 역시도 영영 볼 수 없게 됐다.
이는, 맨체스터에 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여름, 펩은 클럽하우스로 피자나 너겟을 반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리고 첫 1년 동안은 시티의 선수들이 당을 과다 섭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과일 주스마저 없앴다.
2017/18 시즌부터는 과일 주스를 먹는 것까지는 허용했으나, 탄산이라든가 하루 섭취하는 당의 양까지도 일일이 관리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마지막이 제일 중요하죠.”
“?”
펩은 팀 케미스트리의 향상을 위해 실내 훈련이 이뤄지는 모든 장소와 식당 내부에 무선랜과 Wifi를 차단해 버렸다.
선수들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대신 휴대전화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고, 또 반드시 훈련 전후의 식사를 선수단이 함께하도록 지시했다.
이렇게 다 함께 모여 밥을 먹는 것만으로, 선수 개개인의 우애가 깊어지고 팀의 결속력이 높아진다.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지.’
아카데미 건물에 있는 식당은 최대 2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Team CFG의 아이들은 각자의 출신별로 갈라져 밥을 먹었다고 한다.
덴마크 브뢴뷔 IF에서 온 오게 매틴손(Aage Matinson)은 아예 혼자서 밥을 먹었다.
“다온?”
“응? 아, 네. 아무튼, 대충 그래요.”
“휘이~ 역시 철두철미하군요.”
“네. 그게 펩이니까요.”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도중, 나는 한국인 아이들을 따로 불러서 다음부터는 오게와 함께 밥을 먹도록 권유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클럽 내에서 유일한 한국인 유망주들로서 같은 아카데미 출신의 선수들에게 은근한 견제를 받고 있었기에, 따돌림을 받는다는 기분을 알 것 같다고 대답을 했다.
사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론 무척 아쉬웠다.
말한 것처럼, 시티의 유소년 시스템은 정원 제한방식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한 세대의 정원이 차면, 실력이 가장 부족한 선수는 방출이란 딱지를 받는다.
최소 U-19 팀까지의 진급이 보장된 최고 수준의 유망주들에겐 아무 문제도 없지만, 매 순간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에게 Team CFG는 눈엣가시와도 같다.
자연스럽게 견제가 이뤄질 수밖에 없고, 진정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했다면 좀 더 신중하게 프로젝트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아무리 처음이라 실수를 할 수도 있다지만, 이 나이 때의 아이들을 이 정도로 방치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펩이야 가끔 훈련 세션을 맡는 수준이니 아이들의 생활은 몰랐을 것이고, 나름 유명했다던 맥 뭐시기는 아무래도 명성만 뻥튀기된 가짜 전문가인 듯하다.
그가 떠난 게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이 아이들에게 말이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응. 부족하진 않았고?”
“네. 완전 배불러요.”
“배 터질 것 같아요.”
“하하하. 다행이네.”
음식값을 계산하고 밖으로 나섰을 때, 가장 먼저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다가와 잘 먹었다고 인사를 했다.
이제는 완전히 얼굴과 이름을 외웠는데,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곱슬머리가 현준(MF)이었고, 바가지 머리의 곱상한 아이가 선우(W), 그리고 가장 체격이 좋은 쪽이 우진(FW)이다.
특히 우진이는 유럽이나 미국 쪽의 큰 아이들과 비교해도 체격적인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았다.
체격이라는 게 타고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만큼, 난 우진에게 영양 보충과 수면 시간 유지에 특히 더 신경을 쓰라고 이야기를 해 둔 상태였다.
잘하면 먼 미래에 한국이 190cm가 넘는 키로 유럽에서 뛰는 스트라이커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현준이는 탈압박과 드리블에 재주가 있었고, 선우는 좋은 스피드와 많이 뛰는 부지런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맨체스터 시티의 선택을 받았다.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야?”
“…….”
“에이~ 나 아니어도 돼. 누군데?”
“저는 형이요!!”
“오~ 역시, 우진. 뭘 좀 알아.”
성격도 꽤 활발한 우진이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쑥스러워하던 선우는 내가 뮌헨에서 뛸 때부터 토마스 뮐러를 좋아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현준이는 루카 모드리치가 우상이라고 했는데, 각자의 플레이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화장실을 간 요나스가 나올 때까지 아이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시티에서 보낸 버스가 피자 가게 앞에 도착했다.
내가 윌콕스에게 부탁해 아이들을 데리고 있기로 한 시간은 오후 8시까지.
지금이 정확히 오후 7시 55분이었으니, 칼같이 맞춰 버스를 보낸 셈이었다.
삐이-
버스의 문이 열리고, 문 앞에 선 내가 계단을 오르는 아이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면서 푹 자라고 한마디씩 건넸다. 전부 처음보다는 표정이 밝았다.
그리고.
“아마나.”
“헤헤.”
사실 아카데미에서 나의 시선을 붙들었던 것은 한국인 아이들이 아닌 바로 이 녀석이었다.
아마나 오케케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병원이 들러 만난 친구다. 이후 가정사를 알게 되어 치료비를 지원해 주었는데, 여기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본래라면 아마나는 올해 10살로 Team CFG의 일원이 될 수 없었지만, 다큐멘터리로 유명세를 탄 것도 있고 축구 실력이 월등해서 특별히 선발된 케이스였다.
전에 다리를 다친 것도, 혼자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던 아마나에게 시비를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내가 한 말 기억해?”
“네.”
“그래. 나이가 어린 것은 중요하지 않아. 물론 네 나이 때는 형들이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늘 곁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전화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테니까.”
“네!”
“좋아. 그럼 아마나, 형이 아까 뭐라고 했지?”
“ONE TEAM, ONE MIND.”
“맞았어. ONE TEAM, ONE MIND.”
고개를 끄덕인 아마나와 마지막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나는 피자 가게 앞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귀엽게도 아이들은 모두 내가 보이는 쪽의 창가에 달라붙어 있었고,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유달리 아쉬웠던 헤어짐의 순간이 지나가고, 다시 혼자가 된 나는 어쩐지 쓸쓸함을 느꼈다.
“…….”
그리고 그때, 곁으로 요나스가 다가왔다.
“쓸쓸한 얼굴인데?”
“하하. 그렇게 티가 났어요?”
“응. 최근 도통 보지 못했던 표정이니까.”
“……최근의 제가 어땠길래요?”
“뭐, 그냥.”
“…….”
“슬퍼 보였지. 심지어 웃고 있는 그 순간에도 말이야. 내가 너를 얼마나 오랫동안 보았다고 생각해?”
순간, 몹시 부끄러워졌다.
속마음을 들켰기 때문이다.
“아마, 다들 알고 있겠죠?”
“몇몇은. 나랑 아영. 그리고 베르나르두까지는 확실해. 볼파르트 박사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외에는 거기까지는 모를 거야. 왜냐하면 너는 아주 훌륭한 연기자거든.”
“젠장. 그거 칭찬처럼 들리지 않는데요.”
“넌 축구 선수야. 어떻게 생각해?”
요나스의 말이 공허한 내 마음속에 푹푹 들어와 박히고 있다. 축구 선수인 내가 연기를 잘해 봤자 무얼 하겠는가?
하지만 확실히 최근 얼마 간은 내가 ‘다시’ 축구 선수일 수 있을까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의심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다.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때면 난 아무렇지 않지만, 불쑥 가운데로 나타나 버리면 가면을 쓰지 않곤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가끔은 아내에게 한 번 더 뺨을 맞아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기분도 들곤 했다.
“그런데 말이야.”
“?”
“차라리 네가 저 아이들을 감독하는 건 어때?”
“하하. 그것참 재미있는 생각이네요.”
“아니, 진심이야. 어차피 재활의 시작은 아직이기도 하고, 재활을 시작한다고 쳐도 아이들의 훈련 시간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 어쩌면 시티도 아무한테나 맡기는 것보다 그편을 더 선호할 수도 있어.”
“……불가능한 일이에요. 돌아가죠.”
내가 저 아이들을 지도하다니.
그건 정말 말도 되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1년을 허투루 낭비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나는 요나스가 말한 것을 머릿속에서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뭐, 최근은 쭉 쉬고 있지만.
집으로 향하는 길에 바라본 달빛은 아름다운 맨체스터 시티의 밤을 더욱더 분위기 있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
2018년 10월 10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맨체스터 시티의 아카데미 디렉터 제임스 윌콕스에게, 오늘은 다소 피곤한 하루였다.
높은 보수가 보장된 직책임에도 불구하고, Team CFG를 맡으려고 면접을 온 이들의 상태가 영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지원자는 심각한 문제로 이전 클럽에서 잘린 남자였다.
마냥 아이들을 방치할 수도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섯 명의 지원자를 모두 사무실로 불러들였지만, 아니나 다를까 기준에 조금이라도 차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빈손이 되어 버린 제임스 윌콕스가 잠깐 기분전환을 하고자 한창 훈련 중인 실내 연습장을 찾는다.
그를 반긴 것은 U-13과 Team CFG를 동시에 맡아 고생 중인 대런 브래들리(Darren Bradley)였다.
“하하. 전부 엉망이었다고요?”
“말도 말게. 지원자 중에는 렌 호아르도 있었어.”
“렌 호아르? 그 자식이라면, 아카데미 선수의 엄마하고 놀아난 녀석이잖아요?”
“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러들였는데, 역시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
“휘이~ 상태가 심각한가 보군요.”
“뭐, 어차피 내가 통과시켜도 상부에서 거절했을 거지만 말이야. 그다음엔 나의 자질을 심각하게 걱정했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렌 호아르를 통과시켰으니까.”
“큭큭큭. 그건 그렇겠네요.”
“하아~”
깊어지는 한숨과 하루가 멀다고 아래로 내려오는 다크서클을 통해, 최근 윌콕스의 마음고생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너무 성급했어.”
“사업과 현장은 늘 충돌하니까요.”
“아니야. 이번은 완벽히 우리 아카데미 쪽의 실수일세. 밀포드가 그렇게 고집쟁이인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결국 모든 건 나의 책임이야. 밀포드를 임명한 것도. 펩과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한 것도 나란 말이지. 솔직히 요즘은 회장이 나를 해고하지 않는 게 다행이란 생각마저 들더군.”
“그런 생각 마세요, 제임스. 당신은 최고니까.”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만수르가 클럽을 인수한 후 초창기의 행보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유스 시스템은 상당히 훌륭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CFG’ 사업이 클럽 운영의 중심에 들어선 이후엔, 전 세계에서 훌륭한 유망주를 공급받고 있다.
파블로 마페오(Pablo Maffeo), 호니 로페스(Rony Lopes), 데드리크 보야타(Dedryck Boyata), 켈레치 이헤아나초와 같은 선수들은 시티의 유스를 거쳐 빅리그 1부 리그의 클럽 소속으로 성장해 나간 케이스다.
필 포든 역시도 유스 산업에 투자를 시작한 첫 번째 해에 스카우트한 선수였고, 작년 파업을 벌이는 등 좋지 않은 형태로 이별한 제이든 산초(Jaydon Sancho)도 맨체스터 시티가 오랜 공을 들여 왓포드로부터 영입한 유망주였다.
물론 여전히 1군 팀의 선수 중 대부분이 육성이 아닌 영입을 통해 시티가 된 케이스지만, 아카데미마저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클럽의 목표는 명확했다.
특히 이번 Team CFG는 무척 중요한 사업이었고, 제임스 윌콕스는 그를 망친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응?”
“왜 그러시죠?”
“아니, 뭐랄까. 분위기가 조금 달라 보이는군.”
“…….”
수시로 아카데미 훈련을 견학했던 제임스 윌콕스기에, 그는 분위기의 변화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명확하게 콕 집어서 설명은 어려우나, Team CFG 선수들의 표정이 유례없이 밝아 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전엔 거의 말도 섞지 않던 그룹끼리 어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 저도 많이 놀랐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
“특별히는 없었죠. 아. 며칠 전에 다온이 저 꼬맹이들을 데리고 나갔다가 온 적이 없죠? 분명한 건 그다음 날부터 계속 저랬다는 거예요.”
“……실례하겠네.”
“응? 제임스?”
황급히 몸을 돌려 실내를 빠져나가는 제임스 윌콕스.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인 건 알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아카데미 디렉터는 클럽 회장에게 부탁해, 김다온을 임시 감독으로 만드는 것을 생각했다.
김다온은 작년에 이미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많은 아카데미 관계자들의 앞에서 증명했고, 제임스 윌콕스가 보기에도 그는 오늘 면접에 지원한 멍청한 6인보다 훨씬 더 나았다.
발목이 완전히 찢어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선수에게 재활에 집중하는 것도 모자라 감독까지 맡아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었지만, 윌콕스는 희망을 품었다.
‘어쩐지 될 것도 같아.’
본능이란, 가장 허무맹랑한 동시에 가장 날카로운 육감에 의존하면서 말이다.
빠르게 옮겨지는 그의 발걸음은, 나중엔 거의 달리기 형태가 되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
작가의 말 : 전개 흐름을 살리고자 다음 편은 일요일 오후 6시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