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67)
932화 re – Hab (2)
2018년 10월 19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김다온이 Team CFG를 맡게 된 지도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그리고 그 소식은 A매치 주간을 끝낸 후 EPL 경기를 준비 중인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에 전달된다.
“감독이 됐다고?”
“그런가 봐. Team CFG라고 알아?”
“그거라면, 그거 아니야?”
“감독이 갑자기 관뒀는데, 클럽에서 다온에게 공석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나 봐.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설마.”
“?”
“이대로 영영 못 돌아온다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아니, 진짜 생각해 봐.”
“…….”
선수 생명이 끝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부상이었다. 그리고 이후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이야기 외엔, 김다온의 몸 상태에 관한 어떠한 소식도 듣지 못했다.
17일부터 재활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이튿날에야 알게 되었고, 그 일정은 시티 선수단의 일정과 겹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다온의 재활을 담당하는 세 남자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보다 몸이 괜찮은지 아니면 평범한지 정도는 말할 법도 한데, 질문을 던질 때면 세 남자는 대충 얼버무리면서 자리를 떠나기에 바빴다.
이는 어디까지나 관심을 덜 받고 싶다는 당사자의 의견과 이를 따르는 편이 좋겠다던 두 우수한 박사(볼파르트/쿠가트)의 동의로 인한 것이었지만, 오해를 사기에는 충분했다.
“사실상 그날 끝나 버린 것일 수도 있어.”
“Come on. 거기까진 너무 나갔다니까.”
“그럼 왜 도너가 우리를 피하는 건데? 응? 그는 모든 재활 선수들의 상태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우리를 피한 적 있어? 이런 일은 처음이라니까.”
“…….”
“뭔가 좋지 않아, 카일. 진짜 좋지 않다고.”
“…….”
페이비언 델프의 오해는 카일 워커에게로 전염되어, 몇 시간 뒤에는 어쩌면 김다온이 이대로 은퇴하여 맨체스터 시티의 유스 코치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로 와전이 되었다.
그리고 그사이.
“에취!! 훌쩍.”
“재채기가 잦은데요? 감기라도 걸린 거예요?”
“아뇨. 그렇진 않은데, 오늘 이상하네요. 츄!!”
“Bless you.”
김다온은 꽃가루 알레르기보다도 지독한 재채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
“그렇지!”
.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완벽합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다섯 번째 골을 기록하는 리로이 자네! 맨체스터 시티가 번리를 상대로 이번 시즌 가장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주앙 칸셀루의 훌륭한 패스! 리로이 자네가 좋은 위치에 있었고, 그대로 공을 밀어 넣어서 득점을 만들어 냅니다!”
(짐 베글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이대로 끝나게 된다면 시티의 올 시즌 두 번째 5:0 승리가 됩니다. 현재 리그 1위에 올라선 상태인데, 케빈 더브라위너의 복귀가 이뤄진 만큼 경기력이 더욱 좋아질 것 같습니다.”
.
2018년 10월 20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나는 시티의 경기를 챙겨 보고 있었다. 상대는 번리 FC로, 이번 시즌 좋은 수비 실력을 자랑하는 중이다. 그래서 사실, 쉽지 않은 경기를 예상했다.
실제로 번리는 전반 17분에 나온 단 한 번의 실수를 제외하면 뒷공간을 잘 틀어막으며 시티의 공격을 봉쇄했다.
하지만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팀의 전술이 변화했고, 후반 9분부터 3분간 휘몰아쳐 두 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3:0이 되자 펩은 베르나르두를 빼고 케빈을 투입하며, 체력 안배와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의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두 마리 토끼를 챙기려고 했다.
뒤이어 이뤄진 교체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쿤과 다비드 모두 올 시즌 많이 뛴 선수들이다.
교체로 투입된 케빈/가비/포든 모두 팀에 잘 녹아들었고, 시티는 후반 막바지 다시 무너진 번리의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두 골을 더 추가해서 5:0 승리를 확정 지었다.
.
삑! 삐?익! 삐—익!!
(이안 다크)
“경기가 끝납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홈그라운드에서 승점 3점을 챙겨 갑니다. 지난 시즌부터 A매치 주간 뒤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시티입니다.”
.
‘흐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닌데?’
주변에서 전해 듣기론, 이번 시즌 시티의 전력이 기대의 절반 수준밖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겨우 한 경기를 본 거라서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오늘의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만 있다면 어지간한 팀을 상대로는 전부 승점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쟤가 저렇게 뛰었었나?’
TV 화면에 비치고 있는 칸셀루다.
녀석은 오늘 도움 2개를 추가했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어.’
본래 칸셀루는 크랙(Crack) 형태의 사이드백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는 없지만, 워낙 전진 능력이 좋고 볼을 빼앗기지 않아서 어지간한 윙어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 줬다.
하지만 이런 칸셀루의 발목을 붙잡았던 것은 언제나 수비력이었고, 이는 저 친구가 가진 모든 장점을 상쇄해 버렸다.
하지만 오늘 주앙은 거의 미드필드처럼 뛰었다.
왼쪽 측면에 나선 인버티드 풀백으로서, 왼쪽 하프 스페이스를 오가며 메짤라(Mezz`ala)의 역할을 소화했다. 몇몇 수비 실수가 있었지만, 번리의 공격력이 워낙 약해 문제가 되진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후방에서 앞으로 찔러 주는 패스였는데, 빗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마치.
‘날 보는 것 같았어.’
언젠가 베르나르두가 내게 펩이 주앙을 혹독하게 조련 중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저런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친구의 진일보한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 기분이 좋았으나, 한편으론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저긴…….’
최근에 비로소 난 피치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그런데, 만약 돌아갈 자리가 없으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여기에 나는 아직 대답할 수 없다.
***
2018년 10월 2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가 펩 과르디올라의 사무실로 들어간 지 10분. 이곳에는 지금 작은 충격이 내려앉아 있다.
그리고 그 침묵은.
달그락-
“?”
“차라도 한 잔 하겠나?”
“……아, 네.”
처지가 바뀐 것처럼 보이는 장면에서 깨어졌다.
커피를 따른 한스-빌헬름이 과르디올라에게 컵을 건넨다.
“솔직히 말하겠네, 펩.”
“…….”
“이건 보고가 아니야.”
“?”
“보고라면 굳이 이렇게 할 이유가 없지. 그냥 메일로 정리한 내용을 보내면 그만이니까. 자네는 내 소견서를 본 것만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영리한 남자이지. 그런데도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자네도 온전치 못하기 때문일세.”
“…….”
김다온이 Team CFG를 가르치는 것으로 본격적인 재활을 시작한 지금, 한스-빌헬름은 펩 과르디올라를 포함한 맨체스터 시티 역시 재활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려면 가장 먼저, 펩 과르디올라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난 이곳에서 다온의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네.”
“…….”
“이래도 정말 이것을 단순 보고라고 할 텐가?”
“…….”
침묵하는 과르디올라를 보며, 한스-빌헬름은 인내심을 발휘하기로 했다. 보통 자신이 온전하다고 믿는 환자의 99%는 그것이 착각임을 깨달았을 때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은 몇 분 정도가 걸리는 일이었지만, 어떠한 경우에는 상담 전체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절망적인 부상으로 은퇴할 수밖에 없는 운동선수와 상담을 할 땐,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다시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삶 속에서, 실제 대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그저, 서로의 의견만을 말할 뿐이다.
만약 대화(對話)라는 것이 그토록 흔한 것이었다면, 삶이 이토록 어렵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한스-빌헬름의 생각이었다.
째깍-
째깍-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복도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묻혔다 사라지기를 몇 번. 그것이 반복된 후에야, 마침내 과르디올라가 꾹 다물었던 입을 연다.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
“그날 저는 TV를 보고 있었죠. 다온이 달리기 시작했을 때, 저는 확신했습니다. 그가 저의 유일한 뮤즈라고 말입니다.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의 생각이 휘몰아쳤습니다. 모두 전술적인 것들이죠. 그와 함께라면, 저는 꿈으로만 간직했던 축구를 모조리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강력하게 이어진 정서적 유대감은 어느 한쪽의 붕괴에 비슷한 수준의 타격을 받는다. 뮌헨에서 지켜봐 온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의 관계라면, 이런 충격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다온이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쓰러진 순간, 과르디올라 역시 그의 서재에서 무너졌다.
축구 감독 펩 과르디올라가 꾸어 왔던 꿈 그 자체였을 김다온이기에, 그의 부상은 자신의 축구 자체가 다치는 것 같은 고통이었을 게 분명했다.
과르디올라는 그것을 견디지 못했고,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회피(回避)라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을 택해 버렸다.
7월 김다온의 집을 방문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역시, 펩 과르디올라가 부러진 김다온의 발을 보는 괴로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기에 발생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젠 그도 나아가야 한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끔찍한 비극이 찾아왔음을 인정하고, 그가 재활을 거쳐 다시 성공적으로 피치에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사실을 보게끔 만들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넨 계속해서 피해자를 만들 걸세.”
“…….”
“베르나르두 실바. 그가 올 시즌 뛴 포지션이 벌써 몇 개지? 그리고 그가 자네의 팀에서 짊어지고 있는 부분을 생각해 보게. 그리고 칸셀루는 또 어떻고? 자네는 지금 다온을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어. 실바와 칸셀루를 실험체로 쓰면서 말일세.”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부정하려는 건가? 이걸 보게.”
탁-
한스-빌헬름이 가리킨 것은, 오늘 김다온과 상담한 내용이 적힌 파일이었다.
“다온이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
“어제 경기를 지켜본 뒤에 과연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자리가 있을지 걱정된다고 하더군. 왜냐하면 자네가 이미 시티 내에서 그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야. 설마 다온의 착각이라고 하지는 않겠지! 그가 자네의 축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말이야!”
“그렇지…….”
“이보게, 펩.”
“…….”
“받아들이게나. 다온은 다쳤어. 그것도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말일세. 누가 가장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자네의 몫은 아파하는 게 아니야. 듣자 하니, 그날 ONE TEAM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분명히 그랬다.
김다온의 부상이 있었던 날, 맨체스터의 하늘은 기분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천둥 번개가 내려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가장 오래된 친구 두 사람의 앞에서 단결된 시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때 꺼내 들었던 단어가 바로 ONE TEAM이다.
하지만 지금,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은 자신이 버티기 위해 단결을 더욱 강조했다고 생각했다.
서로 똘똘 뭉쳐 그 비극을 감당하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잘 듣게나. 다온은 회피하기 위해 그 아이들을 맡은 게 아닐세. 그는 현명한 친구야. 힘든 상황에서도 빠르게 답을 찾아가고 있지. 그가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는 있나?”
“?”
“ONE TEAM, ONE MIND.”
“…….”
“이건 월드컵에서, 한국 팀이 사용했던 슬로건일세. 한데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은 무슨 의미겠나?”
자각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김다온은 자신의 축구 여정이 끝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었다. 만약 이대로 무너질 거였다면, 월드컵에서의 기억을 영원히 지워 버렸을 것이다.
비록 꾸었던 꿈은 악몽으로 끝을 맺었지만, 그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있다.
그렇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다온은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을 다시 시작했네. 그러니, 이제는 그만 자네도 가장 잘하는 일을 하는 건 어떻겠나? 당분간 계속해서 내가 도와주겠네. 자네가 허락한다면, 분데스리가 휴식기에는 아예 맨체스터에 머물겠어.”
맨체스터에 한동안 머물겠다는 말에, 과르디올라가 놀란 눈이 되어서 한스-빌헬름을 바라본다.
불과 얼마 전까진, 영원히 봉합될 수 없는 인연이라고 여겼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해고가 된 한스-빌헬름은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과르디올라의 행보를 비판했고, 과르디올라 역시 독일 미디어에 볼파르트 클리닉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추후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해임되는 과정에서 결국 과르디올라 쪽으로 여론이 기울기는 했지만, 깊어진 감정의 골을 채우기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또 한 사람이 일방적인 호의를 베풀고 있다.
“제가 말했던가요?”
“무슨 말이지?”
“그는 정말이지 경이로운 사람입니다.”
“…….”
눈을 동그랗게 떴던 한스-빌헬름이 과르디올라의 말을 이해하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이렇게 대답했다.
“Er ist ein Wunderknabe, Pep.”
(그는 원더보이 아니겠나, 펩)
“Ja.”
(네)
“좋아.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부터는 제대로 된 상담을 시작하도록 하지.”
“네.”
김다온이 시작점을 찾고 난 후 9일.
과르디올라 역시, 그 시작점을 찾았다.
***
2018년 10월 22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재활실.
재활 일정 5일 차.
난 뜻밖의 방문객을 맞게 되었다.
“너무 이르잖아, 케빈.”
“하하.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널 만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도대체 언제까지 회피할 셈인데?”
“하하. 설마, 들킨 거야?”
“들켰다니. 하-! 화날 기분조차 사라졌어.”
“…….”
재활 일정이 거의 끝나 가려고 할 때, 케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나는 얼어붙었고, 눈치를 보던 스태프들이 조용히 자리를 피함으로써 둘만이 있게 됐다.
아마,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거다.
“모두가 널 걱정하고 있어.”
“나도 알아.”
“그리고 또 궁금해 해.”
“그것도 알고 있어.”
“그런데? 어째서 우리를 피하는 건데?”
사실 처음에는 그냥 만나거나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그러다 중간에는 괜찮냐는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베르나르두와 두 박사님은 내게 그것을 물어보지 않는 사람들이고, 아내 역시 내게 괜찮냐고 묻지 않는다.
괜찮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그렇다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괜찮지 않다고 말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거나 오해를 할 것이다.
“나도 아직 잘 모르겠거든.”
“…….”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어. 재활이 어느 정도 끝나기 전까진, 난 절대 그것을 알 수 없을 거야. 그래서 난 괜찮냐는 말에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모두가 걱정하겠지. 차라리 서운해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야.”
“그것참 바보 같은 생각이네.”
“그렇지, 나도 알고 있어.”
너무나 당연하게 대답했던 탓일까.
케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정말 제멋대로라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게 그 이야긴 듣기 싫은데?”
“나는 그렇게까지 행동하진 않아.”
“그야, 넌 발목이 너덜너덜해진 적이 없잖아.”
“지금 대결하자는 거야? 나도 무릎을 몇 번이나 다쳤거든.”
“그래 봤자 3개월이잖아. 나는 거의 1년이라니까?”
“무릎도 진짜 아파!”
“나도 무릎 다쳐봤는데, 지금 이 정도는 아니거든?”
“하-! 멍청이!”
“병신!”
“고집불통!”
“누가 할 소릴!”
남이 보면 싸우는 거라고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사이에서는 꽤 흔한 일이었다.
실제로 케빈과 나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고, 표정이 풀어진 녀석은 손을 뻗어 오면서 이것이 몹시도 그리웠다고 내게 이야기했다.
“네 이야기는 잘 알겠어.”
“그래. 고마워.”
탁-
케빈은 내게, 다른 동료들에겐 이야기를 잘 전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너도 더 고집은 피우지 마.”
“노력할게.”
“그거면 됐어.”
“넌 무릎은 완전히 괜찮은 거야?”
“응. 멀쩡해. 그나저나, 꼬맹이들을 감독하기로 했다고? 사람들은 네가 은퇴하고 시티의 유스 감독으로 취업을 준비한다 생각하고 있어.”
“그럴 줄 알았지.”
“그건 아니지?”
“임시야, 케빈. 새 감독이 구해질 때까지만 맡기로 했다고.”
“그럼 다행이고.”
문득, 뭔가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이봐, 케빈.”
“왜?”
“다음 일정은 뭔데?”
“글쎄. 본래 출근 시간까진 아직 3시간이나 남았어. 그냥 조용한 곳에서 낮잠이나 잘까 하는데.”
“애들을 좀 볼래?”
“애들?”
“응. 아이들도 분명히 네가 오면 좋아할 거야. 길게는 붙잡아 두지 않을 테니까. 한 시간 정도 함께 놀아 보는 건 어때?”
“뭐, 어려운 부탁은 아니기는 해.”
“그럼?”
“넌 나한테 빚지는 거다?”
“하-!”
“요즘 구하고 싶은 베이킹 오븐이 생겼거든. 그거 하나면 충분할 거야.”
꼬장꼬장하게 구는 케빈에게, 내가 전해 주고 싶은 말은 이것 하나였다.
“쫌생이.”
“자주 듣던 말이라 괜찮아.”
“하아~ 그거 얼만데?”
“한 800유로?”
“뭐?! 고작 한 시간치곤 너무 비싸잖아?”
“그럼 오늘 내내 있을게. 그럼 됐지?”
“……진짜?”
“응. 그리고 좋잖아. 어차피 내가 굽는 쿠키나 케이크는 전부 백룸 아니면 너희들 입으로 들어간다고?”
“그건 그런데.”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이 녀석은 조용한 성격인지 아니면 활달한 성격인지가 헷갈릴 때가 있다. 다만 고집불통에 다가가기 어려운 성격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막상 친해지면.
“목발을 집어 줄까?”
“시꺼-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큭큭큭큭.”
누구보다 짜증 나게 장난을 걸어온다는 것도 말이다.
그렇지만.
“이봐, 케빈.”
“응?”
“고마워.”
“……응.”
현재 케빈은 나의 좋은 친구 중 하나였다.
덕분에,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나저나, 다리 깁스에 낙서 좀 해도 돼?”
“…….”
따뜻해졌다는 말은, 지금 취소하겠다.
***
작가의 말 ? 스불재이긴 합니다만, 월드컵 결승 전개를 적기 전부터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이 심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전후 상황을 다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치가 떨어져서 약도 먹기 시작했고,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건강이 많이 나쁜 상태입니다.
하지만 핑계를 대긴 싫습니다. 어쨌든 제가 자초한 결과이고, 제가 의도한 과정이기도 하니 잘 짊어지고 나아가겠습니다. 연재가 하루 딜레이된 것에 대한 변명입니다.
월요일 오전에 병원에 가서 주사 몇 대 맞고 끝날 줄 알았는데, 병원 끝내고 오니 직장인분들 퇴근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금일 오전 2편, 오후 1편 업로드됩니다.
건강 회복시점까진 월화목금토 주 10회 연재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