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69)
934화 re – Hab (4)
2018년 10월 28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전날, 팀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두 팀 모두 서로가 아닌 다른 공통의 적과 맞서 싸워야 했다.
바로 ‘잔디’인데, 웸블리 스타디움은 경기 이틀 전에 펼쳐졌었던 NFL 인터내셔널로 인해 경기를 치를 만한 경기장 사정이 되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지난 9월에는 개장되어야 했던 토트넘의 새로운 홈구장 완공이 늦어졌기 때문이었다.
TV로 보기에도 엉망인 피치 위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다름 아닌 제로니모 베가였다.
베가는 후반 11분과 34분 연속해서 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의 2:1 역전승을 이끌었고, 그렇게 우린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PL에서도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또 지키고 있던 리그 1위 자리도 리버풀에 내어 줬고, 3위 토트넘 홋스퍼와의 승점도 단 1점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역시, 무승부가 컸네.’
시티의 이번 2018/19 시즌을 보면 볼수록, 리그 3라운드 울버햄튼전 무승부가 결정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8라운드 리버풀 원정 무승부와 전날 토트넘 원정 패배는 그렇다 치더라도, 울버햄튼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전부 가져오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쉬웠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딸깍-
뉴스를 검색하던 것을 멈추고, 메일을 열어 헨쇼로부터 전달받은 훈련 계획표를 확인한다.
“…….”
다음 달 중순부터, Team CFG는 이곳 맨체스터에서 열리게 될 2018 IFP 컵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일종의 이벤트성 대회로 전 세계에서 초청된 7개의 U-14 팀이 리그 형식으로 경기를 펼친 후 최종 4개의 팀을 선별, 마지막으로 토너먼트를 거쳐 최종 우승팀을 가릴 예정이다.
실전 경험이 부족한 Team CFG에게는 경기를 통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딸깍-
딱히 손볼 곳이 보이지 않던 훈련 계획표를 확인한 뒤, 나는 헨리와 헨쇼가 함께하고 있는 그룹 채팅방에 그대로 진행해도 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후우~”
벌써 열흘.
이제는 재활을 끝내고 아이들을 보러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를 찾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뭔가 모자라.’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내가 잘하고 있느냐는 점은 조금 의심스러웠다. 물론 난 최선을 다하고는 있었지만, 그래 봤자 정식 라이선스조차 없는 가짜 감독에 불과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건, Team CFG를 위해 모인 친구들 모두가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나의 부족한 설명을 스스로 이해하여 실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 앞에서 난, 지금까지 겪어 온 모든 감독님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매일같이 느낀다.
‘뭐, 답은 하나이기는 해.’
사실 U-14 레벨에서 전술은 그렇게까지는 중요한 영역이 아니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개성을 이해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 형태로 축구를 배워 나가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무엇보다 현 단계가 아이들의 최종 목표가 아닌 만큼, 성인 무대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전술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보조장치일 뿐.
감독은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좋았어.’
앞으로 내가 어떠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해야 할지, 조금이지만 그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
2018년 10월 29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재활실.
축구 선수의 재활은 보통 다섯 개의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그 시작은 손상된 인대/근육 조직을 회복하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 물리 치료를 포함한 의료장치에 많은 의존을 하는데, 의사와 병원의 수준 혹은 부상자의 신체 회복력 정도에 따라 본격적인 재활 운동을 시작할 시기가 정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재활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다음으로는 정상인과 같은 가동범위를 확보하는 과정을 밟아 나가야 한다.
찢어지거나 끊긴 인대/근육은 경직된 상태기에, 시간과 공을 들여 유연한 상태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
특히 김다온처럼 손상이 심해 고정을 따로 해야 했을 경우, 모든 조직이 심각한 영향을 받은 상태로 볼 수 있다.
피부/피하구조/근막/인대/건/연조직/뼈가 모두 끊겨 버렸기에, 섬유망 자체가 재구축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근섬유와 근원 세사의 수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근조직이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연하게도 이 변화는 좋지 않은 형태로 갈 확률이 극도로 높은데, 이를 최소화하려면 정상 가동범위를 확보하려는 시기가 너무 빨라서도 또 늦어서도 안 된다.
“어때?”
“약간 아파요.”
“그래도 많이 나아지긴 했어.”
“진짜요?”
“응.”
고개를 끄덕인 도너 홀로한이 김다온의 재활 기록을 차트 위에 적어 넣는다.
부상 정도에 비해, 꽤 좋은 숫자들이 적혀 있다.
“붓는 정도는 좀 어때?”
“그것도 확실히 나아졌죠. 뭐, 어차피 보조장치를 단 상태인 건 마찬가지지만요.”
“불편한 곳은 없고?”
“잘 때 조금 신경 쓰인다는 정도요?”
“흠- 그 정도면 평범하네.”
“네.”
재활이 시작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을 찾는 백룸의 사람들도 거의 사라졌다.
덕분에 조용히 재활을 진행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던 도너 홀로한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냈고, 주변 스태프를 닦달하여 늘 이곳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유지토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정작 재활 당사자인 김다온에게는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은 듯했다.
‘역시 재활보다는 현장인가? 당연히 그렇겠지.’
본래 재활이라는 것 자체가 힘들고 고된 일이다. 부상 부위를 건드리다 보니 당연히 통증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지루한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이는 정상 가동범위를 확보한 후 부상 부위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 과정까지 이어지는데, 이번 케이스에는 최소 12주를 투자해야 겨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처음 재활 일정을 계획하며 도너 홀로한이 가장 걱정했던 점도, 이 긴 기간 동안 김다온이 정신적으로 무너지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떤 축구 선수들은 긴 재활 기간을 이겨 내지 못하고 클럽에 빠지는 등의 일탈을 보여 준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섭취하게 될 술은 부상의 회복 속도와 최대 회복률을 망가뜨리고, 다시 피치로 돌아왔을 때의 컨디션에 영향을 미친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재활을 소화했던 선수들도 속으로 썩는 경우 역시 허다해서, 긴 재활 이후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의지를 잃는 일도 있었다.
김다온의 재활 예상은 최대한 희망적으로 보아야 9개월. 최악의 경우 15개월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제아무리 성실하고 가정적인 김다온이라지만, 부상 정도와 부상당한 방식을 생각해 본다면 남들의 몇 배 이상으로 힘들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한스-빌헬름과 라몬 쿠가트가 재활 일정을 늦춰야 할 것 같다는 공문을 시티로 보냈을 때, 도너 홀로한은 너무 늦어지는 것이 아닌지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론 안도했다.
선수도 선수지만, 자신 역시 긴 재활을 책임지며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뜻밖의 지원군이 나타났지.’
오늘의 재활 일정을 모두 끝낸 김다온이 부리나케 아카데미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도너 홀로한은 이 길고 긴 인고(忍苦)의 시간이 순탄하게 흘러갈 거라고 확신했다.
커다란 부상을 입은 후 재활하는 과정은 언제나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의 전쟁이었지만, 지금 김다온은 그것을 신경 쓸 시간 따윈 없어 보였다.
정리를 시작한 도너 홀로한의 머릿속에, 오늘 김다온과 나눈 대화가 떠오르고 있다.
[“제일 답답한 게 뭔지 아세요?”] [“하하. 글쎄. 뭔데?”] [“제가 직접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일 수 없다는 거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고 싶은데, 그게 말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물론 헨리나 헨쇼가 도와주고는 있지만, 그걸로는 조금 부족해요. 얼른 다리가 정상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도너. 아. 물론 재촉하는 것은 아니에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아이들을 위해 얼른 다리가 나았으면 한다.
본인의 삶을 위해서라고 답을 했다면 가장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도너 홀로한이지만, 세상의 그 어떠한 운동선수도 그런 끔찍한 부상 후에는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김다온의 오늘 이야기는 100점짜리였다.
“부디 저 아이들이 계속 잘 해 줘야 할 건데.”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도너 홀로한은 Team CFG가 김다온에게 언제까지고 좋은 영향을 전해 주길 기도했다.
***
【20분 뒤】
@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오늘은 조금 재미있는 것을 해 볼 거야.”
“??”
“숀! 너는 오늘 풀백 위치에서 뛸 거야.”
“?!”
“그리고 우진! 너도 왼쪽 풀백에서 뛰어. 카이랑 파히드가 공격을 볼 거고, 외의 다른 애들도 전부 지금까지 뛰지 않았던 포지션에서 뛰게 될 거야. 오늘 하루만 그렇게 될지. 아니면 다음 경기에서도 그럴지는 전적으로 너희에게 달려 있어.”
“저…….”
“응?”
“왜 이렇게 하는 거죠?”
“좋은 질문이야.”
“…….”
오늘 우리는 맨체스터 시티의 U-13과 경기를 치른다. 지금까지 총 네 번을 맞붙어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실력과 격차가 조금 있는 편이다.
U-13은 맨체스터 시티 유스 내에서도 약한 세대로 평가를 받는데, 그래서 Team CFG의 등장에 가장 긴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난 오늘 팀의 패배를 바란다.
“하지만 그 질문에는 지금 당장은 대답하지 않을 거야. 경기가 끝난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 지금은 포지션을 확인하고, 이따가 시합을 해야 하니까 몸을 푸는 것에 집중해.”
“…….”
“…….”
“대답이 없네. 알겠어?!”
“네!”
“좋아-! Let`s Go! 시간이 없다고.”
어리둥절함 절반.
불만 절반.
얼굴에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아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U-13의 감독 대런 브래들리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난 목발을 움직여, 그와 함께 아이들이 없는 장소로 움직였다.
“흥미로운 일을 벌이시는군.”
“하하. 아이들이 꽤 오래 방치되어 있었으니까요.”
“이런!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말일세.”
“오해는 마세요. 그런 의미가 아니니까.”
“……확률인가?”
“네. 정답이에요.”
어린 시절을 되짚어 돌아가 보면, 당시 축구를 잘한다고 평가받았던 아이 중에 유럽 무대에 진출한 녀석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간신히 프로 수준에 진출한 녀석만 몇 있고, 그나마도 K리그가 아닌 그 아래 챌린지에서 뛴다.
‘그건 이유가 있었던 거야.’
어느 정도 프로에서 통할 만한 나이(17~19세)가 되었을 때, 기본적으로 기술은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술이란 단순한 개인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패스. 시야. 위치선정. 협력플레이 등.
프로 레벨의 축구 선수가 되는 데에 필요한 모든 기본적인 역량을 의미한다.
“저땐, 축구가 쉬운 애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어린 시절 남들보다 특출 난다는 소리를 들었던 아이들은 축구를 쉽게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밴다. 특히 체격적으로 큰 아이들일수록 이러한 성향이 더하다.
소위 말하는 ‘만세 골’도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고, 이렇다 할 기술 없이도 쉽게 득점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그 아이는 기술을 연마할 필요성을 아예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다 남들과 힘과 속도가 비슷해지는 시기가 오게 되면, 따라잡힌 격차에 당황하여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래서 난 오늘.
“앞으론 전술을 버리려고요.”
“……후후.”
현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승리가 아닌, 차후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깨우쳐 주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난 오늘의 일을 계획했다.
힘과 체격으로 또래들을 압도해 온 숀과 우진이는, 풀백에서 뜀으로서 공격포지션에서 뛸 때는 몰랐던 것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이 공격수였다면 쉽게 골을 넣었을 거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카이 역시, 친구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될 거다.
외에도 나는 오늘 프랭크 오세이와 앨런 드레이크를 센터백으로 투입했는데, 주의할 인물 두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도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었다.
전임 맥 뭐시기가 나란히 중앙에 기용한 오세이와 드레이크는 경기장 안팎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답게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의 발음을 두고 유치하게 다투는 정도기는 했지만, 나는 나의 팀 선수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명.
‘오게.’
난 오게 매틴손이 중앙 미드필드가 아닌 왼쪽 인버티드 플레이메이커로서, 중앙에서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 동시에 확인해 보려고 했다.
“자- 자유롭게! 알겠지?!”
삐?익!
심판을 맡은 U-9팀 코치의 휘슬.
낯선 포지션에서 뛰는 아이들의 몸짓에는 어색함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
.3쿼터 04분
Team CFG 3 : 5 맨시티 U-13
일정을 서둘러 마무리한 제임스 윌콕스가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아카데미 스타디움을 찾았다. 그는 곧바로 전광판을 확인했고, 스코어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린 그가 익숙한 얼굴을 찾는다.
바로, U-17팀의 감독 벤 카터(Ben Carter)다.
“이보게나, 벤.”
“아, 오셨습니까?”
“어째서 CFG가 지고 있는 거지?”
“하하.”
“??”
제임스 윌콕스 역시 U-13 세대가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재능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나, 장차 1군 스쿼드에 포함될 수준인지는 의심이 됐다.
그래서 현재 시티의 아마추어 스카우트들은 10~13세 선수를 찾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고, Team CFG의 상당수도 내년 U-13에 배치될 예정이었다.
한데, 가장 기대를 받는 U-15를 꺾은 Team CFG가 가장 전력이 떨어진다는 U-13에 뒤지고 있다.
“확률입니다, 제임스.”
“확률?”
“네. 솔직히, 무척 놀랐습니다. 대런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면서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는 믿지 않았는데, 잠깐 시간을 때운다는 게 아예 경기를 지켜보게 됐지 뭡니까?”
“잠깐, 잠깐. 확률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해하는 제임스 윌콕스에게, 벤 카터는 현재 김다온이 하고 있는 일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아이들을 본래의 포지션이 아닌 다른 곳에서 뛰게 만들고, 멋대로 위치를 바꾸지 못하도록 중간중간 소리치는 이유 모두가 확률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입니다.”
“그렇……지?”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의 아이들은 실수하게 되죠.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본래의 위치에서 뛸 때, 그 포지션에 있던 아이들이 범하던 실수와 같은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서 실수를 저지른 아이들은 본인의 위치에서 요구되지 않았던 능력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얻게 된다. 또 친구들이 힘든 일을 해 왔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실수를 지켜보게 될 본래 포지션의 아이들 역시, 객관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단일 플레이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피치 위에서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1쿼터가 끝났을 때, 경기는 이미 0:4였습니다.”
“1쿼터에 말인가?”
“네. 하지만 2쿼터부터는 Team CFG의 아이들이 달라졌고, 이후는 보다시피죠.”
“…….”
“과연 저 친구가 알고 저런 짓을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부해서 알게 된 거라면 정말이지 박수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네요. 아무리 연습 경기라지만, 저런 과감한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1쿼터가 끝났을 때 아이들은 좌절한 것처럼 보였는데, 2쿼터가 시작되니까 완전히 눈빛이 바뀌었습니다. 인정해야겠어요, 제임스. 당신이 옳아요.”
“…….”
“다온은, 감독에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습니다.”
남을 좀처럼 칭찬하지 않기로 소문난 벤 카터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자체가, 이 남자가 지금 김다온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지를 의미했다.
작년 틈틈이 유소년들을 찾아 놀이 형식으로 함께했을 때만 해도, 벤 카터는 소꿉놀이라며 김다온을 칭찬하는 모든 목소리를 묵살했었다.
“……이보게 벤.”
“?”
“다온은 감독에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네.”
“그럼??”
“그는 그냥, 축구를 잘할 뿐이야.”
“……뭐, 그럴 수도 있겠군요. 어디나 무언가를 위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있는 법이니까요.”
“그렇지.”
돌아가는 상황을 전부 이해한 현재, 제임스 윌콕스는 다시 한번 김다온에게 Team CFG를 맡긴 자신의 판단을 칭찬한다.
‘저 남자는 이대로 주저앉을 인물이 아니야.’
축구를 위해 태어났다는 것.
김다온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적합한 문장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삑-! 삐?익!!
“그렇지, 오게!! 바로 그거야!!”
오게 매틴손의 해트트릭 득점으로 Team CFG가 한 골 차로 따라붙은 지금, 낯선 포지션에 당황하던 아이들의 표정에는 불타는 승부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경기 결과
Team CFG 5 : 5 맨시티 U-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