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70)
935화 re – Hab (5)
2018년 10월 3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풀럼 FC와의 카라바오컵 16강 전을 앞두고, 펩 과르디올라는 팀의 로테이션을 선택했다. 출전이 잦았던 이들에게 모처럼 휴식이 주어진 것이다.
클럽을 위해 헌신 중인 베테랑 미드필드 다비드 실바 역시, 내일은 집에서 편안히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다.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다비드 실바가 훈련에 한창인 Team CFG를 방문했다.
삑-!
“잠깐 멈춰!”
“…….”
“멈췄으면 너희들이 지금 선 위치를 좀 봐! 어때? 아미르! 아미르!! 난 지금 네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알아! 그러니까 거짓말은 마! 넌 금방 오른쪽을 쳐다봤어! 그렇지?! 하지만 그게 아니야! 수비 위치를 좀 봐!”
김다온은 지금 한 소년에게, 피치를 넓게 바라보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틀에 박힌 뻔한 전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더 높은 레벨에서는 나쁜 선택을 하게 될 거라고 했다.
그 말에, 다비드 실바가 김다온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해석한다.
‘U-15를 말하는 건가?’
이후로도 김다온은 수시로 훈련을 멈춰 가며, 개개인의 위치를 조절하고 다음 선택지를 강제했다. 그는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생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펩의 훈련이라고 해도 믿겠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김다온의 훈련 방식은 맨시티 1군 스쿼드를 상대로 한 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과르디올라의 방식과 비슷했다.
다만 차이라면, ‘펩 모드(Pep Mode)’는 없다는 거다.
훈련을 참관한 지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디브 실바는 강한 흥미를 느꼈다.
“밥! 거기선 더 벌려 줘야지!”
‘미끼로군.’
[현준!]‘윙어 벌려 주면, 하프 스페이스에 공간이 생겨.’
[봐! 편안해졌지?]‘자, 판단해 보는 거야.’
목발을 짚고 김현준의 곁으로 다가간 김다온이 패스가 뻗어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손으로 가리킨다.
[봐. 밥이 벌려 주니까, 스눅이 너한테 쉽게 못 붙지?] [네.] [실전에서도 이런 상황이 자주 올 거야. 그래서 더 여기에 익숙해져야 돼. 이런 포지셔닝이 잡히면, 가장 좋은 선택지는 세 개야. 만약 풀백이 네게 붙으려고 하면, 그냥 간단하게 왼쪽으로 보내면 돼.] [네.] [그런데 풀백이 만약 윙에 딸려 들어가면, 앞쪽이 넓어지잖아. 잠깐만 있어 봐.]대화를 멈춘 김다온이 조우진을 불러, 델란테로(Delantero)로 움직이도록 지시했다. 만약 실전이었다면, 포워드가 횡으로 이동해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였을 거다.
패스가 저곳으로 향하건 그렇지 않건, 저 움직임 하나로 센터백의 위치 역시 강제된다.
만약 훈련이 잘 되어 있다면, 미드필드는 그것마저 미끼로 이용해 반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다.
[자, 이 시선 방향이 진짜 중요해.] […….] [다 보이지? 우진이가 저리로 움직이면 센터백 하나가 달라붙어야 하잖아. 그럼 그 사이가 넓어지고, 10번에서 뛰는 애가 기회를 잡을 수 있어. 그런데 만약 10번도 막고 있다? 그럼, 더 멀리 보면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좋아. 그럼 어디 한번 해 보자.]다시 목발을 짚어 멀리 움직인 김다온이 휘슬을 불어 훈련을 재개하고, 하프스페이스에서 볼을 잡은 김현준이 중앙에 있던 오게 매틴손에게로 패스를 보냈다.
볼은 이내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했고, 마지막으로 볼을 터치한 조우진이 허리를 숙여 축구공을 멈춰 놓았다.
이제, 수비를 했던 쪽이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이어 가 반대편 페널티박스 안으로 볼을 밀어 넣는 작업을 이어 간다.
훈련한 한쪽에 놓인 작은 칠판의 숫자가 바뀌었고, 처음 수비했던 쪽이 간단하게 공을 박스 안으로 밀어 보내자 칠판에 적힌 숫자는 다시 균형이 맞춰졌다.
아무래도 김다온은 이번 훈련 세션에 약간의 재미를 추가하기로 한 것 같다.
집중력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일이 어려운 나이인 만큼, 훈련을 놀이처럼 만들어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내려는 생각인 것이 틀림없다.
‘뭐야? 제법 그럴싸하잖아?’
두 명의 우수한 코치들이 곁에서 보좌를 해 주고는 있다지만, 현재의 훈련 모습은 지도자 라이선스가 없는 감독이 주도하고 있다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가 있었다.
그라운드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역시, 높은 집중력으로 훈련 세션을 성실히 잘 수행해 냈다.
특히 그중에서도 다비드 실바의 눈을 사로잡은 건, 시시각각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김다온의 모습이었다.
‘……케빈, 네 말이 옳아.’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김다온이 이대로 은퇴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Team CFG를 훈련하는 김다온의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되면, 그런 이야기는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다비드 실바다.
“He is Good.”
저 열정이 있는 이상, 김다온은 틀림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로 돌아올 것이다.
“응?”
“다비드!!”
“하하. 들켜 버렸는데?”
뒤늦게 다비드 실바를 알아본 김다온이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올렸고, 시티의 전설이 몸을 일으킨 순간 Team CFG 아이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
【몇 시간 뒤】 맨체스터 WA16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10월의 마지막 날을 맞아, 나는 Team CFG를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도착했을 때 마당엔 BBQ 준비가 갖춰져 있었는데, 시내 한인 마트에서 장을 봐 온 벨리아드 쇼가 한쪽 테이블에 재료들을 산더미처럼 쌓아 두고 있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아했던 건, 한국 음식이 그리웠던 한국의 아이들이다.
“한국식 BBQ는 처음이세요?”
“네. 이런 건 본 적도 없어요. 이건 꼭 베이컨 같네요.”
“삼겹살이라는 거예요. 돼지 뱃살이죠.”
“흐음-”
고기 자체에 관심을 나타내는 헨쇼와는 달리, 헨리는 이외 다른 것들에 흥미가 있는 것 같았다.
깻잎이나 김치를 두고 신중하게 냄새를 맡는다거나, 살짝 맛을 본 뒤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하며 곁에 있는 벨리아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을 반복했다.
치이이이익-
탁-
잘 구워진 돼지고기 한 판이 테이블 위에 놓이고, 집게와 가위를 든 요나스가 능숙하게 고기들을 잘라 낸다.
생각해 보면, 예전엔 요나스도 구워진 고기를 나이프가 아닌 가위로 자르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유럽에서의 가위 사용법엔 음식물을 자른다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한국인이 됐다.
“많이 먹어, 프랭크.”
“…….”
현재, 프랭크 오세이는 나와 기싸움을 하고 있다. 어린 꼬맹이와 기싸움을 해서 무얼 하냐 싶긴 하겠지만, 이건 나이가 아닌 선수와 감독으로서의 문제였다.
오세이는 가르치기 쉬운 유형이 아니다.
본인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한다.
14살의 나이임에도 잉글랜드와 가나의 U-17세 대표팀 합류 이야기가 나올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보니, 또래보다 늘 월등하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 자신감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배움을 거절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됐다.
“그러고 보니, 많은 대화를 못 해 봤네.”
“…….”
“롤 모델이 누구야?”
케빈과 다비드가 한 차례씩 훈련을 도왔음에도, 오세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리액션이 적었다.
그래서 나는 달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뉴.”
“페르난지뉴?”
“…….”
오세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곤 전화번호부에서 페르난지뉴를 찾아 영상 통화를 시도했다.
페르난지뉴 역시 시즌 초반 휴식 없이 경기를 계속해 나갔다고 들었다.
아까 본 다비드가 다음 경기에서는 로테이션 휴식을 취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페르난지뉴도 내일은 경기에 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호가 몇 번 울리고, 화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페르난지뉴는 딸과 함께 있었다.
– 다온? 진짜 너야?
“헤이, 지뉴. 뭐 해요?”
– 나, 나? 뭐, 그냥 집에 있지.
“지금 여기 프랭크 오세이라고, 당신의 팬이 있어요. 혹시 괜찮으면 한 번 인사라도 해 줄 수 있어요?”
– 뭐, 뭐?
“Come on, 프랭크. 여기 지뉴야.”
휴대전화의 화면을 돌려서 페르난지뉴의 모습을 보여 주자, 처음으로 오세이의 얼굴에서 감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나타났다.
부끄러워하는 오세이의 손에 휴대전화를 쥐여 준 후, 나는 곁의 다른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첫 전화였나?’
맨체스터로 돌아온 이후, 내가 먼저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아니 아예, 통화 자체가 처음이다.
베르나르두를 빼면 말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모처럼 왁자지껄한 마당.
나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
“응?”
“끊었어요.”
“그래? 통화는 어땠어? 괜찮았어?”
“……네.”
“좋네. 어서 많이 먹어.”
“…….”
오세이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약간의 패배감을 모르는 척하며, 난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는 법이다.
어른이 되는 건.
‘더 시간이 지난 뒤에 해도 되는 거야.’
나중에는 싫어도, 어른이 되어야 하는 순간이 어김없이 찾아올 테니 말이다.
시간은 자고로, 만인에게 공평한 존재다.
***
※ 2018 International Friendly Cup
-> 2018.11.15.~2018.12.02.
2018.11.15. VS 말뫼 FF U-14
2018.11.18. VS 함부르크 SV U-14
2018.11.21. VS 마요르카 U-14
2018.11.24. VS 로열 앤트워프 U-14
2018.11.27. VS SL 벤피카 U-14
2018.12.02. 1위 팀 VS 2위 팀
***
2018년 11월 1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펩 과르디올라가 자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지도 열흘하고 하루가 더 흘렀다. 그리고 그사이, 시티의 감독은 한 차례 한스-빌헬름을 만났다.
특징이라면 이전까지 있었던 김다온의 상태에 관한 보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스-빌헬름과 과르디올라가 만난 이유가 ‘상담 치료’라는 것을 의미했다.
[“자넨 팀을 더욱 믿어야 하네.”] [“그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경기 선발 명단을 짜 보겠나?”]상담이 있었던 28일, 한스-빌헬름은 과르디올라에게 카라바오 컵 경기를 위한 선발 명단을 짜도록 요구했다.
잠깐 고민하던 과르디올라는 이내 펜을 집어 들었고, 가장 먼조 왼쪽 풀백 포지션에 주앙 칸셀루의 이름을 채워 넣었다. 그 역시 올 시즌 거의 전 경기를 뛰었다.
[“어째서?”] [“?”] [“어째서 칸셀루의 이름이 거기에 들어가는 겐가? 오해는 말게나. 자네의 고유한 권한을 침범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게. 만약 이전이었다면, 자넨 이 단계에서 다온을 경기에 출전시켰겠나?”]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넨 팀을 믿어야만 하네.”]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스-빌헬름의 말이 백번 옳았다. 예전이었다면 절대로 카라바오 컵 16강 단계에서 클럽의 핵심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무리해서 부상당할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거니와 경기에 뛰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만 한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보게.”] [“…….”]감독이 된 이후 가장 힘겨웠던 선발 명단 작성이었다. 과르디올라는 몇 번이나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을 거듭했다. 보통이라면 몇 분 만에 끝났을 일이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도록, 과르디올라는 겨우 다섯 명의 이름을 용지에 적어 두었을 뿐이었다.
“후우우우-”
명단을 완성하기까지, 거의 30분이 걸렸다.
마치,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
길게 숨을 내뱉은 과르디올라가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리며, 불안한 눈빛으로 피치를 바라봤다.
오늘, 과르디올라는 브라힘 디아즈/필 포든/올렉산드르 진첸코/올루프 뫼르크/아라녜트 무리치(Arijanet Muric)라는 다섯 명의 유망주를 대(對) 풀럼전 선발로 투입했다.
물론 제주스/자네/더브라위너/콩파니/스톤스와 같은 베테랑들이 함께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페이비언 델프 역시 본래의 왼쪽 풀백 포지션이 아닌, 커리어 처음으로 오른쪽 풀백 포지션에 투입됐다.
주앙 칸셀루와 카일 워커가 모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오늘. 시티의 스쿼드에서 풀백 포지션을 소화해 줄 수 있는 선수는 페이비언 델프가 유일했다.
그래서 다가오는 겨울, 맨체스터 시티는 주전 자리에서 밀려난 토트넘의 키어런 트리피어의 영입을 준비 중에 있다.
토트넘이 3,500만 유로(약 466억 원)라는 높은 금액을 요구하곤 있었으나, 전형적인 다니엘 레비 방식의 협상으로 실제 이적료는 그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키어런 트리피어의 영입은 홈그로운의 숫자를 늘린다는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그때가 올 때까진, 펩 과르디올라는 사이드백의 부족이라는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다.
분명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맨체스터 시티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풀백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데 불과 반년 만에, 로테이션을 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구멍이 숭숭 뚫려 버렸다.
“…….”
불안함이라는 적과 남모르는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던 펩 과르디올라가 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 피치 위에서는 올루프 뫼르크가 풀럼 FC의 중원을 유린하고 있다.
한 수 아래인 풀럼 FC를 상대로 덴마크의 미드필드는 한 마리의 들소처럼 뛰어다녔고, 몸으로 밀어붙여 간단히 볼을 빼앗은 후 경기장 구석구석으로 볼을 뿌렸다.
페르난지뉴와 같은 섬세함은 다소 부족했지만, 포백을 든든히 보호하며 전방으로 볼을 보내는 올루프의 모습은 시티에도 새로운 옵션이 있음을 나타내 주었다.
특히 오늘처럼 좌우 풀백의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아쉬운 상황에선, 올루프 뫼르크의 롱패스는 위협적인 무기였다.
팡-!!
{“오오오오-!!”}
“응?”
잠깐 경기에 집중하고 있지 못했던 과르디올라.
고개를 들어 올린 그가 피치를 보았을 땐, 시티 진영에서 날아간 것으로 보이는 롱패스가 오른쪽 측면에 넓게 자리를 잡고 있던 리로이 자네에게 정확히 안착했다.
빠르게 움직인 풀럼 FC의 수비가 자네의 1:1 돌파를 경계하고, 실제 드리블을 고려하던 자네는 조금 여유를 갖기로 하며 패스를 뒤쪽 필 포든에게 돌렸다.
그러자 순간, 풀럼 FC의 수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풀럼 FC의 왼쪽 풀백 라이언 세세뇽(Ryan Sessegnon)은 강제로 자네에게 묶였고, 슬금슬금 움직인 가브리에우 제주스가 오른쪽 델란테로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팀 리암(Tim Ream)의 위치 역시 강제됐고, 열린 공간을 커버코자 안드레-잠보 앙귀사(Andre-Zambo Anguissa)가 센터백 사이로 뛰어들어 공간을 커버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포백 앞쪽에 공간이 생겼고,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린 필 포든이 패스를 보낸 순간 케빈 더브라위너에겐 완전한 자유가 주어졌다.
곧바로 골대를 바라보는 더브라위너.
슈팅을 날릴 수 있는 상황이다.
“막아-!!”
풀럼 FC의 벤치에서 다급한 외침이 튀어나오고, 포백이 크게 흔들리는 순간 더브라위너는 슈팅이 아닌 수비수 사이로의 패스를 시도했다.
팡-
“??”
얼어 버린 풀럼 FC의 선수들.
그들은 완전히 허를 찔렸다.
***
【같은 시각】
@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중계 카메라석
{“이야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케빈 더브라위너의 절묘한 패스가 브라힘 디아즈의 득점으로 연결이 되면서, 맨체스터 시티가 전반 03분만에 1:0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치-익.
“What? 찍고 있다고.”
– 칼. 한번 동쪽 구역을 잡아 보겠어?
“동쪽? 그건 또 왜?”
– 뭔가,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야.
“무슨 이야기?”
– …….
카라바오컵을 중계하는 ‘Sky Sports’의 베테랑 카메라맨 칼 노튼(Karl Naughton)은,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온 이야기를 전해 듣곤 깜짝 놀라 렌즈의 방향을 돌렸다.
“동쪽 어디?”
– 가장 위쪽. 301번.
“…….”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좌석은 동서(東西)의 롱 사이드와 양쪽 골대 뒤 남북(南北)의 숏 사이드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서쪽과 북쪽은 각각 ‘콜린 벨 스탠드(Collin Bell Stand)’와 ‘패밀리 스탠드(Family Stand)’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동쪽과 남쪽은 그냥 평범한 호칭을 지녔다.
그리고 백 단위의 숫자로 각 좌석의 영역을 구분했는데, 101~142까지는 1층. 201~242까지는 2층. 301~330까지는 가장 위쪽의 3층이었다.
당연히 숫자가 높을수록 거리가 멀고 금액은 저렴했다.
‘301번이라고? 그런 싸구려 좌석에 설마…….’
중계를 담당하는 디렉터로부터 301번 구역을 잡아 보란 지시를 전해 들은 후, 칼 노튼이 줌을 풀어 한눈에 구역이 다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그러곤 눈에 띄는 것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단 3초 만에 칼 노튼은 디렉터가 말한 것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딸깍-
위잉-
다시 줌이 당겨지고, 칼 노튼은 단체로 온 것 같은 아이들 사이에서 매우 놀라운 얼굴을 발견한다.
“Oh, God. Oh- God.”
바로 김다온이 Team CFG의 아이들 등과 함께 맨체스터 시티의 카라바오 컵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봐, 에릭.”
– ?
“지금 내가 찍고 있는 화면을 TV로 내보내. 이건 진짜 대박이라고.”
부상 이후 김다온이 미디어의 카메라에 잡힌 적은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파파라치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었지만, 매번 그때마다 시티가 파견한 경호인력에 의해 차단되었다.
그런데 오늘, 많은 사람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이의 모습이 칼 노튼의 카메라에 담기고 있다.
그것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그나저나, 대체 저 남자는 저기서 뭘 하는 거야?’
공식적으로, Team CFG의 감독은 공석(空席)으로 되어 있었다. 그저 임시로 대런 브래들리가 U-13과 함께 맡고 있다는 짧은 문장 하나가 보태어져 있을 뿐이다.
그래서 누구도 김다온의 현재 행보를 알지 못했고, 그의 몸 상태라든가 재활이 시작된 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게 현재의 상황이었다.
‘멀쩡해 보이는데?’
피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의 김다온. 그런 그의 겨드랑이에 끼워져 있는 것은 노트이거나 아니면 무언가를 적을 수 있는 보드처럼 보였다.
잠시 뒤, 시청률이 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칼 노튼은 그것이 전술 보드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술판이라고? 대체 저건 또 뭐야?’
깊어지는 의문과 함께, 칼 노튼은 카메라를 김다온이 있는 곳에 고정해 둘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