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72)
937화 re – Hab (7)
2018년 11월 5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재활실.
소란이 벌어진 지도 어느덧 나흘이 흘렀다. 시간은 언제나 그래 왔듯 모든 이들에게 망각(忘却)이란 공평한 선물을 내렸고, 미디어의 전면에서 나의 이름은 천천히 사라져 갔다.
그렇게 다시 회복한 일상.
다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코치가 추가됐다며?”
“네. 다들 본래 시티의 사람들이었지만요.”
“총 몇 명이지?”
“기존에 있던 사람을 포함해서 네 사람이요.”
“하하. 그들이 전부 너를 위해 일한다고?”
“아뇨.”
“?”
“저와 함께 일을 하는 거죠.”
“이런! 내가 실수를 했네. 여긴 어때?”
“좋아요. 특별히 아프지도 않고요.”
현재 나는 클럽의 소프트 티슈 테라피인 마크 세르토리로부터 마사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조금 전 말했던 것처럼, Team CFG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우선, 기존 나를 돕던 머독 헨쇼와 헨리 애로스미스가 온전히 Team CFG만을 담당하게 됐다.
그리고 본래 U-19쪽의 골키퍼 코치로 부임 예정이던 지아코모 첸(Giacomo Chen)과 노팅엄/M.K 던스/브렌트포드 유소년팀의 수석 코치였던 세드릭 프렛웰(Cedric Fretwell)이 합류했다.
2018 IFC를 앞두고, 본격적인 채비가 완료된 것이다.
“프렛웰이라…….”
“알고 계세요?”
“뭐, 그 양반이야 워낙에 유명하니까.”
“그래요?”
“응. 사실, 조금 괴짜기도 해. 더 큰 클럽에서 제의를 받았는데, 본인이 그걸 전부 거절했다더라고.”
“시티는 빅클럽이잖아요?”
“그래서 다들 놀라고 있어.”
세드릭 프렛웰의 합류는 오는 11월 12일이다. 시티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조건으로, 자신을 대신할 사람에게 인수인계할 시간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의 보직은 Team CFG의 수석 코치로, 나를 제외한 남은 세 명의 코치는 프렛웰과 함께 일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
“다들 들떠서는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하하. 설마 질투하는 거야?”
“설마요.”
“그렇지?”
“…….”
약간의 질투를 느끼는 건 사실이다.
어지간히 좋아해야 말이지.
주객(主客)이 바뀌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유럽에서 명성이 자자한 유소년 코치의 눈에, 과연 나의 모습은 어떻게 비칠까? 라이선스조차 없는 애송이 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다행인데 말이다.
갑자기, 너무 큰 거물이 끼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 옆으로 돌아누워.”
“네.”
세르토리에게 몸을 맡겨 둔 채, 나는 잠시 뒤에 있을 훈련에만 온전히 신경을 쏟았다.
***
【1시간 뒤】
@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Team CFG를 맡은 이후, 내가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했던 부분은 훈련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이었다.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훈련이 재미있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무척 솔직하고, 그 반응은 곧바로 이뤄지고 있었다.
“집중해 아미르. 6! 좋았어! 속지 마!”
현재 진행 중인 훈련은 인지(認知)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콘을 동그랗게 두른 후 그 가운데에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정면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총 8개의 콘에 1~8까지 숫자가 붙어 있는데, 아이들은 내 목소리를 정확히 캐치해서 해당하는 번호의 콘에 최대한 빨리 도달해야 한다.
코치들이 나와 다른 숫자를 외치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게 되면 엉뚱한 곳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7!!”
“?!”
“속았잖아, 아미르. 내 목소리라고.”
“목소리가 다 비슷하다고요.”
“그럴 리가. 내 목소리는 쟁반 위를 구르는 옥구슬보다도 맑아.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지 말라고.”
“…….”
하나의 세트에서 총 20개의 숫자에 반응해야 하는데, 나는 3등 안에 들어간 아이에게는 청소에서 열외를 시켜 주겠다고 공략을 걸었다.
지난번과는 달리, 오늘은 진짜 3등 안에 들어간 아이만 특혜를 받게 될 것이다.
“13개. 나쁘지 않은데?”
“거의 꼴찌잖아요.”
“긍정적인 면을 봐야지. 넌 처음엔 일곱 개밖에 못 했잖아. 그런데 마지막은 13개였다고. 이건 엄청난 발전이야.”
“영락없이 청소나 해야죠.”
“청소는 중요한 거야.”
“그럼 왜 3등까지는 빠지는 건데요?”
“좋은 지적이네. 다음엔 한번 직접 알아 가 봐.”
“쯧-”
혀를 차는 아미르의 등을 두드려 준 이후, 나는 잠깐 쉬어 가기 위해 휘슬을 헨리에게 넘겼다. 그리곤 그늘로 이동해 물병을 집어 들었는데, 현준이가 가까이 다가왔다.
[몇 개나 했어?] [16개요.] [오~ 잘했는데?] [근데, 우진이가 1등이에요.]얼마 전에 알게 된 것이지만, Team CFG 내에는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존재했다.
여기에 있는 현준이는 뭐든 다 잘 해내는 우진이를 의식했고, 반면 우진이는 한국에서 자신이 뛰던 포지션을 가져간 숀 콜린스를 경쟁자로 여기고 있었다.
외에도, 몇 개의 라이벌 관계가 있다.
[그런데 질문 하나만 해도 돼요?] [당연하지. 해.] [이건 왜 하는 거예요?] [너 아까 안 들었구나.] [살짝 잠이 와 가지구…….]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우진이의 어깨를 가까이 끌어당기며, 나는 다시 한번 이번 훈련의 의도를 설명했다.
축구는 역동적이고 가변(可變)적인 스포츠다.
매 순간, 모두의 위치가 달라진다.
볼이 없는 상태라면 그러한 변화를 관찰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겠지만, 온(On) 볼 상황이라면 그렇지 않다. 시선은 아래쪽으로 움직이고, 수비수가 곧바로 달려든다.
[1초 안에, 넌 모든 판단을 내려야 해.] […….]오래전에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을 건데, 축구 선수에게 있어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주어지는 정보들을 빠르게 취사선택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네 종류의 주의 집중력을 올바르게 발휘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지금 진행하는 훈련은 혼란을 주는 이들의 목소리 속에서, 나의 외침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걸 행동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목소리를 선별해 내는 것은 선택적 주의력. 콘의 위치를 암기하고 몸을 거기로 가져가는 것은 주의력 방향 설정이다.
이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분산적 주의력으로 훈련의 영역을 확장해 나갈 생각인데, 그럼 피치 위에서 판단을 내리는 일이 몰라 보게 쉬워졌음을 확인할 수 있을 거다.
특히나 이런 훈련은 10대 때 진행하는 것이 효과가 높은데, 수용 기간을 생각하면 지금 시기가 딱 적절했다.
‘아이들에게 차이를 느끼게 해 줘야 해.’
미리 짜둔 훈련 일정과 아이들의 수준 및 습득 속도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서너 차례의 훈련이 더 이어지게 되면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18 IFC 개막 이틀 전이 세 번째 집중력 훈련이 될 건데, 15일 말뫼 FF U-14와 치르는 개막전의 경기력을 확인한 후 추가 훈련 일정을 조절할 생각이다.
집중력 세션이 끝나면, 간단히 P.K를 차는 훈련을 하고 일정을 마치려고 한다.
[넌 몇 개 했어?] [두 개 틀렸어요.] [오~ 그럼 58점이야? 그럼 네가 1등…….]“만점!!”
“응?”
“잘했어, 오게! 멋진데? 전부 만점이야.”
[…]“…….”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머독 헨쇼의 외침에, 나는 시선을 우진이가 있는 방향으로 슬쩍 내렸다.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우진이의 고개가 움직이는 오게를 따라 함께 돌아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꼬맹이는 오게에게 질투를 느끼는 것 같다.
경쟁심과는 종이 한 장 차이의 감정.
난 그것을 올바로 다뤄야 한다.
[우진아.] [? 네?] [다음에는 1등 해 보자.] [……네.]조용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난 입술을 살짝 내민 채로 우진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
2018년 11월 7일. 헌슬로 TW5 0TP, 잉글랜드. 100 저지 로드, 오스털리. 브렌트포드 F.C 트레이닝 그라운드&아카데미(Brentford Training Ground&Academy. 100 Jersey Rd, Osterley, Hounslow TW5 0TP, England).
똑똑똑-
“?”
“잠시 들어가도 됩니까?”
“얼마든지.”
“…….”
1889년 창단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브렌트포드 FC는 딱히 영광의 시절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클럽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1부리그에 올라 리그 5위를 기록했던 적은 있지만, 1947년 2부리그로 강등된 이후 단 한 번도 최상위 무대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잉글랜드 출신의 사업가이자 겜블러이기도 한 매튜 배넘(Mattew Banham)이 브렌트포드를 인수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베팅/예측/분석 등을 하는 ‘Smarttodds’의 회장이기도 한 배넘은 축구를 넘어 NFL/NBA/크리켓/F-1/테니스 등의 모든 스포츠 영역에 도박을 끌어들여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브렌트포드 FC와 FC 미트윌란의 구단주로서, 클럽을 EPL로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티로 떠나신다고요?”
“뭐, 나도 노후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하하.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주급 6만 파운드는 어떤가? 그 금액이라면 자네의 발바닥이라도 핥아 줄 생각이 있네.”
“이런-! 아무래도 그런 행운까지는 무리일 것 같은데요?”
“훗. 농담일세. 시티가 제안한 금액도 그리 크진 않아.”
“하지만, 여기보다는 낫겠죠?”
“그러하네.”
“…….”
다소 짓궂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남자를 보며, 매튜 배넘이 쓴웃음을 지어 보인다.
자신이 처음 브렌트포드 FC의 구단주가 되었을 때, 클럽에 꼭 필요한 여섯 명의 인물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바로 여기에 있는 세드릭 프렛웰이었다.
“큰 손실이로군요.”
“늙은이 하나가 없어지는 게 대수인가?”
“당신은 이 클럽의 기둥이니까요.”
“이번 기회에 낡아 빠진 것을 새 기둥으로 바꿔서 끼우면 될 것 같군. 여긴 새로운 물결이 필요하네.”
재정적으로 전에 없이 풍족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브렌트포드는 중소(中小) 클럽이다.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클럽의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여러 가지 부문에 사용해야 하고, 외부의 영입보다 유소년을 육성하는 일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그랬기에 과거 라이언 예이츠(Ryan Yates)나 델레 알리 등을 발굴해 내고 외의 수많은 좋은 재능을 탄생시킨 매튜 배넘은 반드시 클럽에 머물러 주어야만 했다.
매튜 배넘이 미국에서의 사업 일정을 다급히 마무리하고 잉글랜드로 날아온 것 역시, 세드릭 프렛웰을 한 번 더 설득해 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미 끝난 문제인 것 같았다.
“마크가 잘해 줄 걸세. 그는 재능이 있어.”
“당신만큼은 아니겠죠.”
“하하. 하지만 그는 젊지 않나. 겨우 32살이야. 난 32살 때 마크만큼 선수들을 잘 보지는 못했어. 스카우트로 몇 번이나 실패하고 나서야, 약간은 요령이 생기더군. 나는 이렇다 할 능력 없이 요행으로 여기까지 온 걸세.”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정말이야.”
“…….”
“아이들을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내가 얼마나 보는 눈이 없는지를 이해하게 되네. 딜런, 에반스, 베이츠, 나이트, 크로울리. 이중 누구 하나 아는 이름이 있나?”
어떠한 유망주들은 10대 시절이 가장 빛나는 전성기가 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유소년 지도자들은 아이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축구 선수로 태어났다면, 그들의 가장 빛나는 시기는 10대를 지나 20대. 그리고 30대까지 이어져야 한다.
“난 살짝 지쳤네.”
“…….”
“아이들에게 나는 매일같이 거짓을 말해야 하지. 너희는 최고가 될 수 있어. 너희는 틀림없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뛰게 될 거야. 그럼 아이들은 희망을 품지. 그러다 결국엔 주저앉아. 그럼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고야 마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얼굴.
매튜 배넘은 할 말을 찾지 못한다.
왜냐하면 지금 세드릭 프렛웰이 한 이야기는, 오직 그와 같은 유소년 지도자나 오랜 기간 축구를 해 온 사람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렌트포드 FC의 구단주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축구인이 아닌 사업가다.
“뭐.”
“?”
“아내의 치료를 맡아 주겠다고 한 것도 있어서 말이야.”
“응? 미셸이 아픈 겁니까?”
“그녀도 벌써 60일세. 몸 여기저기가 아파.”
“세드릭.”
재촉하는 말에, 세드릭 프렛웰이 안경을 벗는다.
“암일세.”
“?!”
“다행히, 증세가 깊지는 않아.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그녀에게는 기저질환이 있지. 치료하는 과정이 무척 길고 어려울 거라더군.”
“언제 그걸 아셨죠?”
“열흘 전에.”
“왜 말을 안 한 겁니까?!”
“…….”
침묵하는 세드릭 프렛웰의 표정을 본 매튜 배넘이 숨겨진 감정을 깨닫는다.
“난 두렵다네.”
벌써 35년째 결혼생활 중인 세드릿 프렛웰과 미셸 프렛웰은 여전히 한 쌍의 다정한 커플이었다. 둘은 사랑으로 세 명의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워 냈고, 현재는 노후를 즐기고 있었다.
한데, 그런 두 사람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자네에게 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
“반드시 그러셨어야죠!!”
“…….”
약간의 배신감을 느낀 배넘이 프렛웰의 앞에서 서운함을 표현한다. 만약 자신에게 이야기했다면, 얼마든지 치료 일체를 도왔을 것이다.
당연히 프렛웰 역시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만큼, 지금 배넘의 감정은 배신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다음으로 나온 프렛웰의 말 때문이다.
“맨체스터는 아내의 고향일세.”
“??”
“그녀가 내게, 앞으로 남은 시간은 맨체스터에서 보내겠다고 말을 하더군. 어떻게 하겠나? 나는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네. 그리고 때마침, 시티가 구인에 나섰다는 말을 들었고.”
“…….”
“미안하네. 진심으로 말이야.”
그 누구보다 빅클럽의 방식을 싫어했던 프렛웰이었기에, 지금의 사과는 배넘에겐 남다르게 다가왔다.
분노는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의 대부분은 슬픔이라는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축구 그 자체만을 보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평범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평범한 이들에게 있어, 가족보다 중요한 것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매튜 배넘은 세드릭 프렛웰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클럽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한 노장(老將)에게, 구단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였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배려가 아니기를 원했다.
“물론일세. 자넨 나와 우리 가족에게 잘해 줬어.”
“좋은 분들이니까요.”
“하하하.”
프렛웰이 웃으면서 책상 위로 손을 뻗고, 그것을 움켜쥔 배넘은 마냥 환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잘 있게나.”
“네. 종종 연락하시고요.”
“그렇게 하지.”
그래도 마음은 충분히 전달됐다.
***
2018년 11월 8일. 08023 바르셀로나, 스페인. 알폰소 코민 프라자, 5. 퀴론살루드 바르셀로나 병원.
난 오늘 검진을 위해 퀴론살루드를 찾았다.
“흐음- 아주 좋군.”
“그거 잘됐네요.”
“슬슬 고정물을 제거하는 일정을 잡아도 되겠어.”
“또 수술이로군요.”
“…….”
별 의미 없이 한 이야기였는데, 쿠가트 박사님의 진지한 시선을 마주하자 신경이 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곧바로 말을 이었다.
“부담은 전혀 없어요.”
“그런가?”
“네. 전에는 재활 일정을 늦추기만 했는데, 요즘은 조금 더 빨리 시작할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여 주고 싶은데, 거기까지는 코치들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해 주지는 못하거든요.”
“훗. 코치들이라.”
“응?”
“감독직에는 적응이 된 건가?”
“뭐, 대충 그렇긴 하죠. 물론 가짜지만요.”
“하하하하. 전에도 그렇게 말을 했지.”
내가 스스로 가짜 감독이라고 칭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끄러워서다. 만약 Team CFG가 잉글랜드 FA에 정식으로 등록된 유소년팀이었다면, 난 지도를 할 수 없었을 거다.
감독 라이선스 없이도 일정 기간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는 성인팀의 규칙과는 달리, 유소년 감독의 경우에는 라이선스가 없으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잉글랜드 FA가 유소년 육성이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실은 여러 유럽 국가가 똑같이 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운전면허보다도 훨씬 힘들다는 과정을 끝내고서야 간신히 감독이 될 수 있다. UEFA 기준은 훨씬 더 쉽지만, 분데스리가 클럽의 유소년 팀을 지도하려면 별도의 시험을 또 통과해야 한다.
“흐음- 많이 알아보고 있는 것 같군.”
“뭐, 자연스레 듣게 되더라고요.”
“하하. 은퇴 후 지도자를 할 생각인가?”
“……거기까진 잘 모르겠어요.”
“그렇군.”
여전히 내 속마음은 선수 생활 후 영원히 그라운드를 떠나겠다는 생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 예전보다는 지도자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 역시 사실이다.
특히 최근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전에는 몰랐던 재미를 깨달아 가고 있다.
피치 위에서 성장하는 모습이 눈으로 보일 때가 바로 그랬는데, 최근 내 이목을 가장 많이 빼앗아가는 녀석은 아미르 후세인과 트리스탄 화이트(Tristan White)다.
본래 이번 Team CFG 중 실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말을 듣는 아이들이었는데, 지금은 동 포지션의 아프잘과 피터 아서가 신경 쓸 만큼 성장했다.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아프잘과 묵묵히 성실한 트리스탄이었기에, 어찌 보면 그런 성장이 당연한 것도 같다.
“아무래도.”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밖의 간호사를 따라가게. 장치를 점검하고 필요한 것들을 내어줄 거야.”
“네. 그럼, 별일 없는 거죠?”
“그래. 다음 일정에 맞춰서 오면 되네.”
보름 후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곤, 난 쿠가트 박사님의 진료실을 떠나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하시려는 말씀은 뭐였을까?
뭐, 많이 궁금하지는 않긴 하다.
‘좋아쓰. 얼른 돌아가자.’
현재, 난 내일 훈련을 이미지 트레이닝 하고 있다.
물론, 이는 재활 훈련은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할 훈련이다.
‘그럼 20분은 그렇게 하고. 애들이 잘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으면 또 따로…….’
요즘, 내 머리는 축구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