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73)
938화 re – Hab (8)
2018년 11월 1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시티 HQ.
최근 맨체스터 시티의 보드진은 몇 가지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었다.
가장 먼저, 시티가 공들여 육성해 온 브라힘 디아즈가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다. 단순히 높은 주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대리인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향한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스페인 말라가 태생의 브라힘 디아즈는 스페인으로 돌아가길 희망했고, 내년 6월 계약이 만료되는 즉시 FA 신분이 되어 시티를 떠날 거라고 했다.
13살이던 브라힘 디아즈에게 무려 450만 유로(약 60억 원)를 투자했던 시티인 만큼, 이적료 한 푼 없이 내보낸다는 것은 여러모로 손해가 큰일이었다.
그래서 최근, 맨체스터 시티의 보드진은 한 가지의 루머를 흘리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ITK로 다시 돌아온 샘 리를 통해, FC 바르셀로나가 브라힘 디아즈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할 거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FC 바르셀로나는 브라힘 디아즈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는 것에 관심이 컸다.
“그런가? 잘 알겠네. 고맙네. 그럼. 또 연락하지.”
-딸깍-
전화를 끊은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오마르 베라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레알이 미끼를 물었네.”
“그렇습니까?”
“그래. 페레에게 연락을 해서 이번 겨울 디아즈를 데려오는 데 얼마나 필요한지를 물었다는군.”
“협상 시작이로군요.”
“그렇지.”
계약 기간이 단 7개월밖에 남지 않은 브라힘 디아즈지만, 시티가 이적료를 챙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했다.
우선 첫 번째, 선수 그 자체의 값어치다.
브라힘 디아즈는 오래전부터 제이든 산초, 필 포든과 함께 시티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선수로 꼽혔다. 양발 모두를 자유롭게 쓰는 10번(AM)은 언제나 귀한 자원이다.
그리고 두 번째, 브라힘 디아즈의 에이전트 때문이다.
펩 과르디올라의 동생 페레 과르디올라가 오래전부터 브라힘 디아즈의 에이전트로 일해 왔는데, 말라가에서 시티로 이적할 때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다.
지금도 페레 과르디올라는 FC 바르셀로나가 브라힘 디아즈를 영입할 거란 ‘거짓 정보’를 레알 마드리드에게 전달했고, 이로써 칼자루는 시티의 손에 쥐어졌다.
“그래도, 전부 떠나는군요.”
“어쩔 수 없지. 그들도 기회를 원할 테니까.”
“임대라는 방법도 있는데 말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는군.”
“뭐, 산초의 케이스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재미있는 게 뭔지 아나?”
“?”
“브라힘은 향수병 핑계를 대지 않았다는 거야.”
“하하. 클럽에 애정이 있는 친구니까요.”
과거 시티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제이든 산초는 향수병을 핑계로 시티와의 프로 계약을 거부했었다.
그렇게 팀과의 동행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펩 과르디올라는 제이든 산초를 프리시즌 명단에서 제외했고, 거기에 더욱 좌절한 그는 클럽에 이적을 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이때도 산초는 향수병에 걸렸다며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그가 이적한 팀은 고향 런던의 클럽이 아닌 도르트문트였다.
희대의 이적 방식에, 시티의 팬과 보드진이 제이든 산초에게 분노한 것은 물론이다.
“가끔, 제임스를 동정하게 됩니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네.”
“네. 우리와 같은 빅 클럽들에게, 유망주를 육성한다는 것은 언제나 비효율적인 투자와도 같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해외의 유망한 선수를 영입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음-”
맨체스터 시티가 매년 아카데미의 유지와 유망주 육성에 투자하는 비용은 2천~4천만 유로를 오갔다. 이마저도 FA의 지원을 빼고 계산한 금액이다.
하지만 그 투자에 비해, 현재까지 시티가 거둬들이고 있는 부분은 매우 미미했다.
2018/19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스쿼드 중, 아카데미에서 3년 이상을 뛴 선수는 단 세 명뿐이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본보기용이 아닐세.”
“네. 그건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만지는 오마르 베라다를 보며, 치키 베히리스타인은 그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의 아카데미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건 구단주인 만수르의 뜻이었다.
만수르는 맨체스터 시티의 아카데미를 이웃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슷한 위상으로 끌어올리려고 했다. 그리고 시티에 ‘라 마시아’와 같은 전통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다.
유망주들이 줄지어 이적을 시도하는 시티와는 달리, 맨체스터 유나이드와 FC 바르셀로나는 상대적으로 집 내부를 단속하는 일에 재주가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유망주를 1군 무대에 데뷔시킨다.
“그나저나, 클럽이 시끌벅적하군요.”
“음, 많은 사람이 출입해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내일이었죠?”
“그러하네.”
맨체스터 시티가 골머리를 앓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내일부터 진행될 2018 IFC 때문이었다.
조금 전 유망주 정책과 맞물려, 처음으로 소집된 Team CFG가 소화하게 될 첫 IFC의 성공 여부는 오랜 기간 공들여 온 정책들이 복합적으로 평가를 받게 될 무대였다.
글로벌 풋볼 네트워크 사업으로 발전한 ‘City Football Group’을 시작으로, 막대한 돈을 투자해 온 아카데미 시설과 시티가 발굴한 유망주의 수준 등이 나타나게 될 예정이다.
당연히 클럽은 대회를 주최하는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고, 11월 A매치 주간을 개막 시점으로 잡았다.
올해 IFC에 참가를 결정하게 된 클럽은 총 다섯. 비록 최초의 계획과는 많이 달라진 명단이었으나, 그래도 훌륭한 수준을 지닌 팀을 초대할 수 있었다.
“기묘하게도.”
“응?”
“거기에도 다온이 있군요.”
“아.”
“시티에게 있어 중요한 무대나 사업에는 늘, 그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사람들은 월드컵 결승전에서 일어난 비극이 김다온에게 집중되던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가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빛이 될 수도 있다고도 말이다.
그러나.
“웃기는 소리.”
혼자가 된 자리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사무실 바깥의 풍경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어 보인다.
한때는 본인 역시 의심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갈 수 없다고 믿고 있다.
비극마저도 자신의 무대로 가져와 그 중심에 서려고 하는 김다온이다.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지지가 예상되는 2018 발롱도르도 그를 증명할 것이다.
EPL 역사상 두 번째 20-20.
EPL 역사상 수비수 최다 공격포인트.
EPL 역대 최고 평점.
3년 연속 트레블.
한국을 이끌며 월드컵 준우승.
역대 최초 월드컵 베스트 골 2연패.
비록 월드컵 이후 남은 2018년을 날려 버렸지만, 이젠 그마저도 핸디캡처럼 느껴질 수준이다.
‘그는 돌아와. 반드시.’
“호로록-”
미지근한 커피를 입 안에 머금으며,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확신이 눈빛을 저 멀리 쏘아 보낸다.
***
2018년 11월 12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IFG를 이틀 앞두고, TEAM CFG의 수석 코치가 새롭게 부임했다.
“생각보다 온화한 분이던데요?”
“그러게. 듣던 것과는 달라.”
“…….”
소문은 언제나 과장되기 마련이긴 했지만, 세드릭 프렛웰을 둘러싼 이야기는 한편의 도시괴담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수준이었다.
멋대로 선수를 U-13에서 선수를 빼간 U-15팀 감독이 울면서 잘못했다 빌 정도로 괴롭혔다거나,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어서까지 훈련을 시킨 끝에 선수를 다치게 하자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다리를 부러뜨렸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응? 하하핫-! 그건 틀린 이야기일세.”
“그렇죠? 역시, 소문이란…….”
“크리켓 방망이였지. 야구 방망이는 훌리건들처럼 저급한 녀석들이나 사용하는 게 아니겠나?”
“…….”
“하지만 그 머저리 녀석은 맞아도 쌌어. 다리를 부러뜨리지는 않았지만, 엉덩이에 멍이 며칠은 갔지. 이튿날은 식당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더군. 그 표정을 자네가 봤어야 하는데.”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프렛웰을 보고 있으려니, 순간적으로 머리가 마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들었어? 크리켓 방망이를 휘둘렀데요!”
“뭐, 넌 이미 다쳤는데 설마 그러겠어?”
“하나도 위로가 안 되거든요? 그리고 제 다리는 아직 농담을 받아들일 만큼 멀쩡해지지 않았다고요.”
“그 점은 사과할게.”
“후우~”
머독 헨쇼와 조용히 귓속말을 나누고 난 뒤, 나는 훈련을 유심히 관찰하는 세드릭 프렛웰을 돌아보았다.
올해로 76세가 된 볼파르트 박사님이 어마어마한 동안(童?)이라면, 다가오는 21일 64세가 되는 세드릭 프렛웰은 어마어마하게 젊은 신체를 유지하고 계셨다.
안식년을 보내고 계신 삼파올리 감독님이 절로 떠오르는 팔뚝이라든가 한눈에 보기에도 두터워 보이는 몸통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보디빌딩을 준비해도 될 것 같았다.
“…….”
“응?”
“!!”
바보같이.
시선을 회피해 버렸다.
이러면 더 이상하게 보이잖아.
“…….”
딴청을 피우는 척 다시 프렛웰이 있는 쪽을 바라봤는데, 지금은 헨리로부터 뭔가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었다.
괜히,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이봐!! 다온!!”
“네, 네?! 넵?!”
뭐야, 이 이상한 답변은.
몸을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나를 잠깐 이상하게 쳐다본 헨리 애로스미스가 방금 전 세드릭 프렛웰로부터 전달받은 이야기를 내게 전달했다.
“훈련이 인상적이래!!”
도대체 이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아마추어 같다는 걸까?
‘후우~ 침착하자, 다온아. 침착해.’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드릭 프렛웰의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된 기분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계속해서 들어온 도시괴담(?)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잉글랜드 최고의 유소년 전문가 앞에서 라이선스 하나 없이 감독하는 게 부끄러워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구더라?’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세드릭 프렛웰이 누군가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TV에서 본 사람인지, 아니면 과거 알던 누군가인지까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눈치 아닌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훈련은 계속 진행되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나도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다 함께 그라운드에 둘러앉아 이틀 전에 내가 던진 주제에 대한 글쓰기를 발표하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던진 질문은, 그날 오전에 수행했던 5:5 미니 게임 때 저지른 실수는 무엇이었는지다. 물론 단순히 적어 오기만 해서는 안 되고, 실수했을 때와 같은 상황이 오게 되면 어떠한 식으로 플레이해야 하는지까지도 적어 와야 했다.
“글쓰기라고?”
“네. 다온이 시켰어요.”
“…….”
뒤쪽에서 걸어오는 헨리와 프렛웰이 나누는 대화가 무척 신경 쓰였지만, 나는 둘을 애써 무시하며 아이들의 앞에 서는 위치로 목발을 옮겼다.
친한 사이끼리 자연스럽게 섞여 앉은 아이들의 뒤로, 세드릭 프렛웰이 팔짱을 끼고 선다.
꼭 학부모 참관일의 선생님이 된 기분이다.
늘 후줄근한 차림으로 다니던 남자 선생님이 양복을 입고 담배가 아닌 스킨로션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뭐, 내가 그럴 건 없지.’
시선을 다시 아이들에게 가져가며, 나는 가장 앞에 앉은 아마나에게 발표를 해 보라고 했다.
“음, 저는 높은 공이 오면 늘 움츠러듭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가장 어리다 보니, 아마나는 Team CFG의 선수들 사이에서 왜소한 편에 속했다. 자연히 몸싸움이나 헤더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그걸 의식한 순간 실수를 하게 된다.
사실 나도 공중볼에 그리 강한 편은 아닌데, 헤더 다툼을 하는 걸 두려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앞으로는 헤더를 해야 할 상황에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따로 헤더를 연습하겠다는 아마나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실수와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좋은 훈련이로군.”
“으왓-!”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나.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그러실 수 있어요?”
“응?”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었는지 눈이 동그랗게 된 프렛웰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러곤.
“하핫-!!”
세상 유쾌한 웃음과 함께 그 두꺼운 손바닥으로 내 등을 열심히 때리기 시작했다.
팡-!!
팡-!!
농담이 아니라, 빨랫줄에 널린 이불이 된 느낌이다.
“하하하. 재미있어. 정말 재미있어.”
“두 번만 재미있으면, 다치겠는데요?”
“큭큭큭. 제임스가 자네를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군.”
“제가 없는 곳에서 그런 말을 했나요?”
“아, 걱정하지 말게. 욕은 얼마 안 했으니까.”
“……그거 참 고맙네요.”
“하하하. 어쨌든, 진심일세.”
“?”
“좋은 훈련이었네.”
“어…… 감사합니다?”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인 프렛웰이 오늘 진행한 모든 훈련의 의도를 꿰뚫어 본 이야기를 했다.
초과 회복에 중점을 두고 운동의 강도를 높인 것이라든가, 조금 전의 발표가 아이들이 자신의 상태를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라든가를 바로 알아본 것이다.
“아, 또 하나 더 있겠군.”
“말씀하세요.”
“아이들이 서로를 더욱 잘 알아 갈 수 있었겠지. 누가 어떠한 플레이를 불편해한다는 것을 하나만 기억해도, 피치 위에서의 모습이 바뀔 테니까. 예전에 포지션을 바꿔서 뛰게 했다는데, 그것과 비슷한 원리인가? 말했지만, 무척 인상적이었네.”
“그, 그라시아스.”
“응? 어째서 스페인어로 고맙다고 하는 건가?”
“저도 모르겠네요.”
정말로 회로 하나가 고장 난 것 같다.
어째서 그라시아스라고 한 걸까?
그나저나, 명성이 허투루 전해진 건 아닌가 보다.
오늘이 합류 첫날이라 견학하는 느낌으로만 훈련에 함께했는데, 내가 짠 프로그램의 의도는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의 장단점과 버릇까지도 파악을 해 버렸다.
인상적이라는 말 이후에 프렛웰은 몇 개의 조언을 보태 왔고, 괜찮다면 자신이 훈련 일정을 약간 손보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다.
엄청나게 정중한 태도여서, 나는 차마 그것을 거절할 수 없었다.
“고맙네. 오늘은 참 인상적이었어.”
“벌써 가시나요?”
“오늘은 훈련을 참관하는 게 전부니까. 내일부터는 쭉 함께할 걸세. 그럼 먼저 실례하도록 하지.”
“……안녕히 가세요.”
“자네도 조심히 퇴근하게나.”
“네.”
확실히, 세드릭 프렛웰은 ‘생각보다는’ 온화한 성격을 지니신 분이었다. 크리켓 방망이를 엉덩이에 휘두른 분을 두고 온화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배움을 얻느냐는 거다.
잉글랜드가 아니라 전 세계 최고의 유소년 전문가가 온다고 해도, Team CFG의 아이들이 그에게서 배울 것이 없다면 난 언제든 팀에 해고를 요청할 생각이다.
현재 이 아이들은 축구 선수로서 이미지를 잡아 나갈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 놓여 있다
기술적인 기본기라든가 축구에 필요한 정신적인 능력도 15세가 되었을 때 얼추 완성된다. 그 이후는 경험을 쌓아 기초를 성장시키는 단계로 접어든다.
따라서, 지금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다.
승리를 거두는 방법을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축구가 팀 스포츠이며 동시에 실수의 스포츠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오늘 발표의 경우만 해도, 이것을 발전시키면 스스로 경기를 복기(復棋)하고 분석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오직 지금만이 가능한 것.
나는 아이들이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축구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하루를 채워 나가길 희망한다.
그리고.
‘또 나도.’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난 잠시 목발을 옆에 놓아두고 비틀거리며 몇 걸음을 옮겼다.
왼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고통이 느껴져, 나는 몇 번이나 몸을 움찔하고 왼발을 거두기를 반복했다. 겨우 3m 정도를 걸었을 뿐인데, 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아직은 그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으쌰. 집에 가자.”
다시 목발을 겨드랑이 사이에다 끼며, 나는 집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비록 오른발 하나로 걸어가고 있었지만, 왼발을 대신해 주는 두 개의 목발이 속도를 만들어 줬다.
인간은 이렇게, 무엇에든 기대는 법인 것 같다.
탁-
차에 올라타자마자, 난 휴대전화를 매만져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자기? 퇴근했어?
“응~ 이제 집에 가.”
– 운전 조심하구. 알지? 나 걱정한다?
“알았어. 조심히 할게.”
– 응. 목욕물 받아놓을까?
“그래 주면 고맙지. 가서 바로 씻을래.”
– 알았어요~ 조심해서 와~~
“네~”
– 사랑해. 쪽쪽쪽.
수화기 너머로 키스를 퍼붓는 아영이를 간신히 진정시킨 후, 나는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오른다.
‘푹 쉬자. 그리고 다시 내일 재활하는 거야.’
푹 쉬는 것.
또 재활을 열심히 하는 것.
아이들에게 당당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나 역시 지금 꼭 해야만 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쌀쌀한 가을 오후.
하늘은 높고 청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