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75)
940화 re – Hab (10)
.경기 시작 10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말뫼 FF
&Match-Up`s Best Eleven
GK ? 애드리언 브라운
RCB ? 파히드 카드리
CB ? 카이 드레이퍼
LCB ? 크리스토퍼 디넘
RWB ? 트리스탄 화이트
LWB ? 에드워드 스눅
RCM ? 이프티카르 아프잘
LCM ? 김현준
CAM ? 오게 매틴손
SS ? 조우진
ST ? 숀 콜린스
.
.
앞선 두 경기, SL 벤피카와 로열 앤트워프가 월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애초부터 두 팀 아이들이 축구를 잘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격차가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에 조금 영향을 받을 법도 하건만,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별다른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아카데미 건물에서 준비를 마치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내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은 장난을 치거나 웃고 떠들기에 바빴다. 오히려 긴장한 쪽은 나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관중석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한다.
{“다온이야-!”}
{“목발을 짚고 있어.”}
{“아직 많이 안 좋은 건가?”}
{“다온-!!”}
{“다온!!!”}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던 일이지만, 나는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빼앗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체하며, 얼른 목발을 짚어 벤치로 향했다.
“엄청난 인기로군.”
“……오랫동안 저를 못 봤으니까요.”
“하하. 이곳에 온 사람 중 절반은 경기가 아닌 자네를 보러 온 것 같은데?”
“…….”
경기장을 둘러보는 프렛웰의 말에, 난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자리에 앉았다.
선발로 뛰는 아이들과는 아까 복도에서 하이 파이브를 나눴고, 교체 명단에 포함된 남은 9명은 지금 뒤쪽 좌석에 일렬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잠시 뒤, 스타디움 내 작은 전광판에 아이들의 사진이 나타나며 장내 아나운서가 한 명 한 명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말뫼 FF의 베스트 일레븐입니다…….”】
이런 유소년 대회를 유치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어린 선수들에게 축구와 더욱 가까워질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관중석을 채운 팬들도 그렇고 저런 선수 소개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큰 무대에서 뛰는 자신을 상상하게 된다.
난 아직도 FC 노르셸란에서의 성인 리그 데뷔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고, 첫 유럽 대항전이나 첫 국가 대표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날의 날씨, 온도, 분위기 등등.
일단 한 번 그것을 경험하고 나면, 동기부여의 수준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마나.”
“?”
“하이 파이브 한 번 하자.”
“…….”
짝-!
몸을 돌려 아마나와 하이 파이브를 교환한 뒤, 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경기장을 둘러보는 일을 마친 프렛웰은 어느새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제.”
“응?”
“재미있는 일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하하. 뭐.”
너털웃음을 터뜨린 프렛웰이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곤 고개를 왼쪽으로 휙 돌려 날 똑바로 바라봤는데, 도발하는 눈빛이었다.
그 시선을 마주한 순간, 난 어째서 어제 프렛웰이 오세이와 드레이크와 따로 대화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직접 질문하시지 그러셨어요.”
“무슨 말인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는 프렛웰의 눈빛에 이채가 돌기 시작한다.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것도 살짝 보였는데, 나는 이 남자가 조금 짓궂은 성격이라는 걸 파악하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지금 당장은 말이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짓궂을 거다.
“제가 진심인지 보려고 하셨나요?”
“왜 이 팀을 맡겠다고 했지?”
“제 질문에는 아직 답하지 않으셨는데요.”
“…….”
서로 미소를 짓고는 있지만, 실제 우리의 사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적의(敵意)를 드러내서가 아니라, 서로의 의중(意中)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심리전이랄까?
그 이유도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시기일세.”
“알고 있어요.”
“피치에서 뛸 수 없는 한 사내가 그동안 보고 배운 것만으로 지도자 흉내를 내기엔, 저 20개의 삶은 엄청난 가치가 있네. 제대로 된 것들을 알려 줘야만 하지.”
“그것 역시 알고 있죠.”
내가 Team CFG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 팀에서 소외당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10대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축구는 즐거워야 하는데, 몇몇은 이곳 에티하드 캠퍼스에서 머무는 일이 불편해 보였다.
같은 축구 선수이자 고작해야 10년 정도지만 더 많은 삶을 살아온 어른으로서, 나는 아이들에게 누군가를 배척하는 일은 나쁜 행동이며 팀은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다.
게다가, 아이들은 본인들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른들 사이의 문제로 자신을 지도해 줄 감독과 헤어졌다.
어쩌면.
“계기는 동정심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최악이로군.”
“네. 동시에 위선일 수도 있죠.”
“그런데도 그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군.”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내 말에, 프렛웰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그는 지금 조금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다.
화를 나게 만든 걸까?
뭐, 아무래도 좋다.
“전 그 외에도 많은 것을 인정하고 있어요.”
“?”
“제가 심리 상담을 받는다는 걸 알고 있죠?”
“물론일세.”
“볼파르트 박사님 앞에서 이렇게 말을 했었어요. 아이들의 1년은 어른의 1년보다 소중하다고요. 그런데 그때, 박사님은 누구나 똑같다고 했어요. 같은 1년이니, 같은 무게가 있다는 식으로 말이죠.”
프렛웰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난 오래전에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와 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
어째서 난 Team CFG를 맡은 걸까?
아이들을 보았던 날 꿈을 꾸지 않아서?
클럽이 부탁해서?
“지금 당장 그 이유에는 답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저도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어요. 저는 진심이에요. 아이들의 시간을 무척 소중하게 여기고, 앞으로 이곳에서 함께할 시간이 저 아이들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저는 그저…….”
“충분했네.”
“네?”
“좀 더 시간을 두도록 하지. 자네가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네. 다만, 만약 조금이라도 그 진심이 흐려진다면? 난 있는 힘껏 자네의 부러진 다리를 걷어찰 걸세. 그걸로 평생 감독에 갇힌다고 해도 말이야.”
보통이라면 마지막 두 문장을 농담이라고 치부했겠지만, 지금까지 들어온 이야기들이 있어 진짜로 내 다리를 걷어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섭게 쏘아보던 눈빛과 약간이나마 드러났던 분노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더 진심인 것 같았지만 말이다.
“저기, 코치.”
“프렛웰이라 부르게.”
“앞으론 그렇게 하죠. 어쨌든, 계속 저를 도와주셨으면 해요. 축구는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까요.”
“하하. 그건 약간 마음에 드는군.”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인 프렛웰이 꼬았던 다리를 풀며 몸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경기를 치를 Team CFG와 말뫼 FF의 선수들이 피치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는데, 그 때문인지 아이들은 약간 긴장한 것 같았다.
“Boys!! 고개를 똑바로 들어!!”
손뼉을 두들기며 아이들을 독려하는 프렛웰의 큰 목소리가 경기장 가득 울려 퍼지고. 나 역시 뒤로 고개를 돌리며 벤치에 있는 아이들에게 친구들을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LET`S GO-!!!”
“힘내, 카이!!”
“스누우우욱-!!!”
사실, 처음으로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면 관중석에서 무슨 이야기가 들려오는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동료의 목소리는 또렷이 들려온다.
그를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뒤에 앉은 아이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던 거다.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 보이기도 했다.
‘이 팀을 맡은 이유라…….’
볼파르트 박사님이라면 분명, 그 이유를 심리적인 관점에서 정확히 이해하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묻는다면 난 그걸 들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그건 내가 찾아가야 해.’
다만 재활을 열심히 한다거나 아이들을 위한 최선을 고민하고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처럼,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틀림없이, 그 끝에서 답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
저 멀리에 보이는 자그마한 구체.
그것은 꿈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색을 지니고 있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마침내 경기는 시작된다.
***
.1쿼터 종료
맨체스터 시티 2 : 0 말뫼 FF
순조로웠던 1쿼터가 끝난 뒤, 벤치 앞에 모여 휴식 시간을 갖는 아이들의 앞에 김다온이 섰다.
“진짜 잘했어.”
“!”
“!”
Team CFG의 아이들에게 있어, 김다온이 자신들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은 엄청난 뉴스였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과 훈육(訓育)을 위한 몇몇 행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들은 김다온을 동경하고 있다.
그러한 그의 칭찬 한마디에, 20분 동안 부지런히 뛰며 생겨난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을 느낀 이유다. 또 훈련하며 배웠던 것들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 역시 신기했다.
최고의 선수이기에 동경했고.
동경했기에 신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뢰했기에.
“특히 아프잘. 거봐. 내가 할 수 있댔지?”
“헤헤.”
실력이 성장했다.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프랭크 오세이와 앨런 드레이크가 보기에 이프티카르 아프잘의 성장세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쟤가 저렇게 잘했다고?’
‘말도 안 돼.’
외향적이고 직설적인 성격을 지닌 숀 콜린스가 대놓고 자신의 실력을 과시해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프랭크 오세이와 앨런 드레이크 또한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특별히 성격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같은 레벨에서는 자신들이 최고일 거라고 믿어 왔다.
두 아이는 단 한 번도, 괜찮은 실력을 지닌 몇몇 이외를 ‘맨체스터 시티의 스카우트가 Team CFG로 데려온 선수’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다.
특히 인도인 피가 섞인 데다가 누가 봐도 실수가 잦았던 이프티카르 아프잘은 팀에 방해만 되는 존재라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다소 답답했던 Team CFG의 1쿼터를 풀어낸 건 저 인도계 잉글랜드 소년의 활약이었다.
물론 여전히 투박한 플레이였고 실수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미드필드에서 반대로 전환하는 패스를 쭉쭉 뽑아내고 적재적소의 위치에서 상대의 역습을 차단했다.
특히, 후방 빌드업의 기점이 된 부분이 놀라웠다.
“자, 2쿼터는 4-3-3이야. 미리 말했던 것 기억하지?”
“Ne!!”
“좋아. 숀이랑 현준이가 잠깐 쉬고 선우, 그리고 살림이 들어갈 거야. 현준이는 1쿼터처럼 뛰고, 오게가 메짤라. 그리고 트리스탄 대신에 피터가 들어가. 그리고 카이가 6번이야. 기억하지? 라볼피아나로 뛰어 줘야 한다고. 또 파히드. 크리스. 여전히 말하는 게 부족해. 커뮤니케이션은 축구에서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었지? 그 점만 신경 쓰고 조금 더 해 보자. 나머지는 아주 좋았어. 애드리언!!”
“Ne!”
“아까 그 태클은 완벽했어!! 진짜 죽이는 타이밍에 밖으로 나와 줬다고! 이제 한 쿼터 남았으니까 계속 집중해 줘. 알겠지?”
“Ne!”
Team CFG의 재미있는 대답 방식(네)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김다온의 피드백은 빠르게 이뤄졌다.
비공식으로나마 가지는 감독으로서의 첫 번째 경기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피치 위에서의 상황과 아이들의 플레이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 남자. 훈련 때도 종종 느꼈지만…….’
머독 헨쇼는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
확실히 김다온은 자질을 갖췄다.
“자, 아까도 말했는데 다른 경기에서 많은 득점이 나온 것들은 잊어버려. 우린 우리만의 방식으로 경기를 펼칠 거고, 내가 원하는 건 8:1이나 7:3으로 승리하는 게 아니라 1:0으로 승리하는 거야. 그런데 우린 이미 2:0이잖아? 실점하지 않으면 결국엔 이겨. 그게 제일 중요해. 득점은 우리가 실수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야. 공격수들은 문전 앞에서 집중력을 가지자. 여기에 손 모으고. CFG!!”
“ONE TEAM!!!”
많은 변화를 가져가면서 흔하게 나올 수 있는 경기 목표의 상실이라는 부분마저도 정확히 단속해 내는 모습에, 내심 감탄하는 건 세드릭 프렛웰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프랭크 오세이와 앨런 드레이크의 눈빛을 보며, 김다온의 방법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지니게 되었다.
풀어 가는 방식은 50점 수준이었지만, 결과적으론 그가 옳았음이 나타날 것 같았다.
‘중요한 걸 간과했군, 그래.’
노련한 유소년 디렉터가 간과했었던 것.
그건 바로.
‘어쨌거나 이 아이들은 다온을 존경하고 있어. 이 아이들이 축구를 보기도 전에 은퇴한 선수가 아니라,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상으로 삼던 선수니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군.’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하던 프랭크 오세이. 세드릭 프렛웰은 이를 배려 부족으로 여겼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러했다.
보통이었다면 선수는 감독에게 신뢰를 받지 못했음을 느끼게 되면 의욕이 크게 떨어지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보단 오기(傲氣)가 발현된 경우로 봐야 할 것 같았다.
전날 겁먹은 듯했던 표정도 실제론 분한 나머지 울음이 터질 것 같아 그를 참으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동경하던 존재를 실제로 보게 되어 어떻게든 그의 눈에 띄고 싶어 하는 건, 누구나가 다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나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 정말로 이런 것이라면, 아프잘의 플레이가 가져온 충격은 오세이를 순한 양으로 만들 것이다.
어떻게든 눈에 띄고 싶어 이기적인 플레이를 펼쳐 왔는데, 이젠 실력에서 월등하다고 자신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저 아이가 원했던 건…….’
김다온의 신뢰를 얻는 것.
그를 위해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면, 프랭크 오세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주변의 동료를 활용하고 묵묵히 궂은 일을 수행할 확률이 높다.
자아(Ego)가 강한 선수가 진정한 스승을 만나 부지런한 살림꾼으로 변한 경우는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그들이 원했던 것은 누군가로부터 특정한 방식으로 애정을 받는 일인데, 때로는 존경심이나 동경과 같은 권위(權威)에 기반한 감정이 정답이 된다.
모든 인간은 주변의 환경을 통제하길 원함과 동시에, 누군가 자신을 제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설마 거기까지 내다본 건가?’
이프티카르 아프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를 한 달 이내에 성장시킴으로써 프랭크 오세이가 위기를 느끼도록 만들어 이를 팀을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활용한다는 것.
이는 어지간히 유능한 유소년 지도자라고 해도 거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재능을 꿰뚫어 보는 우수한 안목도 안목일뿐더러, 한 달 이내에 특정 선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과 심리적인 부분을 교묘히 이용하려면 오랜 경험이 필요했다.
최소 10~15년.
유소년 지도에 재능이 없는 경우라면, 20년 이상을 쏟아부어도 평생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리가.”
“응?”
“응?”
벤치로 돌아온 다음에도 무의식중에 김다온을 쳐다보고 있던 세드릭 프렛웰이 목발을 짚으며 걸어오고 있던 사내와 눈이 마주치곤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는 곧 자신이 혼잣말을 중얼거렸음을 깨달았고,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을 했다.
피식거린 김다온이 옆자리에 앉는다.
“지금 조금 안심했어요.”
“안심? 뭐가 말인가?”
“당신도 평범한 사람이구나 싶어서요.”
“……난 괴물이 아닌데 말일세.”
“뭐, 워낙 소문이 흉흉한 탓이라고 해 두죠.”
“…….”
자신을 둘러싸고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나돈다는 것을 깨달은 지도 어느덧 십수 년.
오늘날까지 세드릭 프렛웰은 단 한 차례도 그것을 신경 쓴다거나 해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마저도 유소년 육성을 위해 이용했다.
그런데 지금, 프렛웰은 처음으로 변명이라는 것을 시도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보게나.”
“네?”
“……나도 평범한 가정이 있는 몸일세. 그리고 아내를 매우 사랑하지.”
“…….”
“크흠, 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한심한 변명에, 머쓱해진 프렛웰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한데 그 순간, 김다온에 프렛웰의 앞으로 손을 뻗는다.
“응? 이건 뭔가?”
“악수를 요청하는 거죠.”
“악수? 어째서지?”
“우리에게도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안녕하세요, 세드릭. 제 이름은 김다온이고, 저 역시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 하지만 어째서인지 몹시 유쾌한 기분이 들었던 세드릭 프렛웰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김다온의 손을 맞잡았다.
아내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두 팔불출의 은밀한 악수가 이뤄지고, 다시 일상을 회복한 두 남자는 나란히 시선을 피치 위로 가져간다.
Team CFG의 벤치는, 경기 전보다 몇 배는 더 부드럽게 바뀌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