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79)
945화 re – Hab (15)
2018년 11월 2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아카데미 스타디움.
.1쿼터 종료
맨체스터 시티 1 : 2 마요르카
&Match-Up`s Best Eleven
&Tactics : 4-3-3
GK ? 애드리언 브라운
RB ? 트리스탄 화이트
CB ? 파히드 카드리
CB ? 칼 해밀튼
LB ? 에드워드 스눅
DM ? 이프티카르 아프잘
RCM ? 김현준
LCM ? 앨런 드레이크
RW ? 로버트 킨
LW ? 김선우
ST ? 숀 콜린스
.
.
이른 시각에 터진 선우의 득점으로 앞서 나갔던 우리지만, 수비 라인에서 실수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마요르카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지금까지 잘해 주었던 아프잘이 상대에게 두 번이나 패스를 넘겨주고 만 것인데, 1쿼터가 끝나고 돌아오는 녀석은 손으로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8번(CM)과 6번(DM)을 동시에 소화할 만큼 게임에 대한 이해도는 있으나, 압박을 이겨내는 부분은 아직 조금 부족했다.
“팀을 부탁드려요.”
“……그러지. 지시 사항은?”
“분위기만 수습해 주시면 돼요. 금세 갈게요.”
“알겠네.”
고개를 끄덕인 프렛웰이 아이들을 한쪽으로 이끌고, 난 헨리에게 손짓해 아프잘을 내게로 이끌었다.
“잘 들어.”
“훌쩍.”
“축구를 하다 보면 실수는 무척 당연한 거야. 그리고 실수는 나쁜 것도 아니야. 정말로 중요한 건, 실수하더라도 네 플레이를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멘탈을 가지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2쿼터는 조금 쉬자. 3쿼터에 다시 뛸 거니까, 그때까지 진정하고 다시 뛰어 보자. 알겠지?”
“…….”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프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난 헨리에게 아이를 맡기곤 팀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잘 풀릴 것 같았던 경기가 뒤집힌 탓인지, 아이들은 약간 시무룩해져 있다.
“BOYS-! Listen Up!!”
“…….”
“2쿼터는 라인업을 바꿀 거야! 우린 다시 4-4-2를 쓸 거야! 다이아몬드! 어떻게 하는지는 알지?”
친선 대회고 아이들에게 경험을 준다는 것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승리를 거두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본래는 3쿼터에 베스트 멤버를 기용하려고 했지만, 예정을 바꿔 2쿼터에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포백은 오른쪽부터 피터, 카이, 크리스, 스눅이야. 스눅! 과감하게 올라가. 실수가 나온다고 해서 굳이 눌러앉을 필요는 없어. 네 장점이 뭔지 기억해. 알겠지?”
“Ne!”
“카이! 크리스! 계속 말했지만, 대화해. 그것만 해결하면 같은 레벨에서 누구도 쉽게 너희를 뚫을 수 없을 테니까. 피터? 반대쪽을 잘 봐. 스눅이 위로 올라가면 넌 아래에 머물면서 가운데로 좁혀 줘야 해. 상대가 역습할 때, 쓰리백 형태로 맞춰 주고 있어야 한다고. 이해했지?”
“Ne!”
미드필드 역시도 강한 라인을 구성했다.
“오세이! 네가 포백을 지켜 줘. 18번이 뛰는 걸 봤지? 굉장히 집요한 녀석이야. 네 실수를 유도하려 들 거니까,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해.”
“Ne!”
“현준이는 계속해서 가고 왼쪽에는, 오게.”
“…….”
“할 수 있지?”
“…….”
올해를 끝으로 축구를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 뒤로, 오게는 한층 더 말이 없는 소년이 됐다.
처음 클럽이 고용한 덴마크 출신의 통역사를 보았을 때 묘한 거리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 역시 어쩌면 오게 스스로 타인과의 사이에 벽을 세워 두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실제로 대화를 나눠 본 빅토르 라스무센(Viktor Rasmmusen)은 쾌활한 성격을 지닌 수다쟁이였다.
볼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당장은 경기에 집중할 때다.
“드레이크!”
“NE!!!”
“대답 좋은데?”
말뫼 FF와의 경기 이후, 드레이크의 곁으로 다가서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다른 국가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함께 미국에서 온 친구들조차도 말을 걸기 쉽지 않은 유형이었는데, 이젠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다.
어제 잠깐 이야기를 나눠 보니, 자신 말고도 축구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한다.
“네가 풀어 줘야 해.”
믿는다는 말을 건넨 후, 잠깐 마요르카 쪽을 바라봤다.
특별한 선수 변화가 보이지 않았는데, 수비라인에 서 있던 아이들 모두가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그래서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마요르카의 약점은 6번(DM)과 포백의 간격이 종종 넓어진다는 거야. 그 점을 명심해야 해.”
“NE-!!”
“좋아. 투톱은 숀은 잠깐 쉬고 우진이랑 선우가 나설 거야. 선우는 좀 더 흔들어 줘. 우진이는 평소보다 우직하게 나가고. 드레이크가 흔들어 줄 거니까, 센터백이 거기에 딸려 나가면 그 공간으로 뛰어드는 거야.”
“네!”
1쿼터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려는 나의 노력은 여기에서 끝났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는 것 정도가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거다.
나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당장 알 수 없다.
그건 아이들이 내게 말해 줄 것이다.
“CFG!!”
“ONE TEAM!!”
“Let`s Go-!! 좀 더 재미있게 해 보자!!”
아이들을 피치 위로 올려 보내고 벤치로 돌아와 아래에다 놓아두었던 물병 하나를 집어 든다.
드르륵-
“언제나 그렇지만.”
“?”
“훌륭한 피드백이로군. 어지간한 베테랑 감독도 그렇게 직관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해.”
“너무 과찬인데요?”
“진심일세.”
프렛웰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건네왔고, 그에 약간 머쓱한 기분이 들었던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피치로 시선을 회피했다.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프렛웰은 계속해서 할 말을 전달해 왔다.
“아무래도, 자네에겐 축구가 보이는 것 같군.”
“……이게 제 직업인걸요.”
“감독 말인가? 아니면?”
“축구요.”
“하하. 훌륭한 대답이야. 그래. 선수인지 감독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축구 그 자체에 있는 거니까. 하지만 그거 아나? 그마저도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 말일세. 다들 자신의 처지에서 축구를 말하기에 바쁘거든.”
축구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된다는 뜻일까?
아마 그런 것 같다.
만약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바보 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이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닌, 축구 그 자체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피치 위에서 우리는 언제나 목표(Goal)를 위해서 나아간다. 그리고 그 목표에 상대보다 더 많이 도달하는 일이야말로, 승리에 가장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지금의 이런 어린 나이 때야 승리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나, 정식으로 계약서에 서명하여 프로가 되면 오직 승리만으로 본인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축구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개인이 그 가능성을 얼마나 높여 주느냐를 평가받는다.
“저는 늘 이기길 원해요.”
“헤이!! 라인을 좁혀!!”
지금의 작은 이 중얼거림을 곁의 프렛웰은 듣지 못했던 것 같다.
***
.2쿼터 종료
맨체스터 시티 4 : 4 마요르카
IFG는 성인처럼 11:11로 축구를 하지만, 사용하는 피치는 정식 규격의 약 8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자연히 신체 접촉은 더 늘어나고, 거기에서 벗어나려면 개인 기술과 패스를 가져가는 데에 더 많은 정교함이 필요하다. 애초에 이런 방식을 기획한 것도, 아이들의 개인적인 기량을 좀 더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18번이 진짜 잘해요.”
“음- 로메로였나?”
“네.”
개막 첫 경기에서 마요르카는 로열 앤트워프에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당시만 해도 이 스페인 팀의 전력은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고, 나 또한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말뫼 FF 전부터 세 명의 선수가 새롭게 가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몇몇 이유로 합류가 늦어진 아이들인데, 이들이 가세하면서 경기력이 큰 반전이 일어났다.
중앙 미드필드인 루이스 몬티엘(Luis Montiel)과 오른쪽 풀백 파블로 모야(Pablo Moya). 그리고 메시가 빙의한 것만 같은 플레이를 보여 준 루카 모레노(Luka Moreno)다.
특히 루카 모레노는 우리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었는데, 1쿼터에서 아프잘의 실책을 유도한 것도 저 꼬마였다.
하지만 규정상 모레노는 더 뛸 수 없었는데, IFG는 아이들을 위해 40분을 연이어 출전할 경우 다음 쿼터에서 뛸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마요르카의 핵심 3인방이 3쿼터에는 뛸 수 없다는 의미다.
“아까부터, 관중석이 분주해졌어요.”
“음- 스카우트들도 보았겠지.”
“네.”
“아이들에게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군.”
“그럴걸요? 보셨잖아요. 완전히 불타고 있다고요.”
“큭큭큭. 그래. 몇몇 녀석들은 확실히 그랬지.”
이번 대회에서 만난 선수 중 가장 인상적인 적(敵)을 상대로, 투쟁심과 승부욕이 강한 친구들은 눈빛을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몇몇 아이의 시선이 마요르카의 벤치로 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아이들에게, 3쿼터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뛰어 보라고 이야기했다. 내용은 다소 투박하게 바뀔지라도, 강하고 거친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3쿼터가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내 기대대로 강하게 마요르카를 압박했다.
주축이 빠진 마요르카는 전방에서부터 힘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는데, 미드필드 지역에서 나온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은 오세이가 단번에 전방으로 볼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건 우진이의 절묘한 원터치 패스를 거쳐, 수비 라인 사이로 뛰어든 콜린스에 의해 마무리됐다.
보통은 콜린스가 헤더나 포스트(Post)플레이로 우진이에게 볼을 연결하곤 했는데, 지금은 역습 상황이라 반대로 공격이 풀어진 것이다.
“우진! 잘했어!”
한국에서 온 아이 중에서는 우진이의 성장이 쑥쑥 느껴지고 있었다.
피지컬만으로도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것이 가능했던 한국과는 다르다는 것을 일찍이 파악하고, 다양한 기술과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가끔 훈련할 때면 우진이가 한 곳을 넋 놓고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도 하는데, 얼마 뒤에는 한쪽에서 축구공을 놓아두고 혼자서 열심히 본 것을 따라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어떠한 꼬마들은 프로 선수가 아닌 친구의 플레이를 따라 한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도 하는데, 우진이는 그게 없다.
“Boys!! 집중해!!”
앞서나가기 시작한 3쿼터.
마요르카는 힘이 빠졌다.
2쿼터까지의 경쟁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상대는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고, 이후 앨런과 우진이가 연이어 골을 추가하면서 경기는 8:4로 마무리되었다.
종료 직후, 난 목발을 짚어 마요르카의 감독과 만나 악수를 나눴다.
“루카가 3쿼터 내내 뛰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걸세.”
“하하. 그랬을 수도 있죠.”
“응? 순순히 인정하는 건가?”
“뭐, 가능성이야 다양하니까요. 하지만 저희도 좋은 팀입니다. 아프잘이 1쿼터에 당한 복수를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거든요. 루카도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재미있군. 좋은 경기였네.”
“네.”
마요르카의 감독 빅토르 발데스는 2쿼터까지의 경기력이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루카 모레노라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자부심을 증명했기 때문인 것 같았는데, 표현하진 않았지만 난 그래서야 남은 선수들이 조금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들러리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젊음을 기꺼이 쏟아붓는 게 아닌데 라는 마음이 들었다.
‘저런 건 마음에 안 들어.’
빅토르 발데스가 얼마나 훌륭한 유소년 지도자인지는 몰라도, 난 저런 식으론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뛰어난 재능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재능은 부족하더라도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살림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리고 만약 그 가능성을 보았다면, 유소년 지도자는 절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게 옳다.
모두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 모두 소중하기 때문이다.
흘러간 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또 그 시기가 지나면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을 맡은 어른은 그걸 존중해야 한다.
“아프잘!”
“?”
“오늘 잘했어! 아까 그 플레이를 기억하자. 알겠지?”
자신감을 되찾은 아프잘의 환한 미소를 보며, 난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려 힘껏 끌어당겼다.
승리에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이야말로, 요즘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계속 보기 위해서라도, 난 이들을 올바르게 이끌고 싶다.
“자, 오늘도 회식이야! 씻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Ne!!”
겨울을 앞둔 맨체스터 날씨는 쌀쌀했지만, 한낮의 햇살을 받는 내 기분은 5월의 봄날처럼 포근했다.
***
2018년 11월 22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HQ.
“오게가 축구를 관둬요?”
“네. 듣지 못하셨나요?”
“…….”
며칠 전에 약속한 대로, 조 쉴즈는 앤디 사시모비치(Andy Sasimowicz)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었다.
다만 장소를 아카데미가 아닌 HQ의 사무실로 잡은 이유는, 본인도 그 이유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딱히 만남의 장소가 중요했던 건 아니라, 난 훈련 후 직접 HQ를 찾았다.
“뭐랄까, 오게는…….”
“판타지스타죠.”
“네. 바로 그거예요. 요즘 축구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유형인데, 그래도 잘 다듬으면 훌륭한 10번이 될 거라고 판단했어요. 아니면 윙에서 뛰어도 잘할 거라고요.”
앤디 사시모비치가 오게를 만나러 브뢴뷔를 찾게 된 건, 작년 9월 친구의 추천을 통해서였다.
“제 친구 중에 테런스 길크리스트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길크리스트? 예전 리버풀의?”
“네. 리버풀의 스카우트였죠. 어느 한 날 로터리에 당첨이 되더니, 전부 집어치우고 아내랑 아이들을 데리고 한가롭게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어느 한 날, 테런스 길크리스트(Terrence Gilchrist)는 가족들을 데리고 덴마크 쾨벤하운으로 여행을 떠났다.
미술사에 관심이 있는 딸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 주기 위함이었는데, 그림에는 영 취미가 없던 길크리스트는 아내와 아이들을 따로 보내곤 습관처럼 축구 경기장을 찾았다.
처음엔 쾨벤하운의 유스 경기를 보려고 했지만 원정을 펼친다는 말을 들었고, 낙담하고 있을 무렵 한 관계자가 인근 브뢴뷔라면 경기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참고로, 브뢴뷔는 쾨벤하운에서 차로 15분이면 너끈이 달려갈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거기에서 먼저 테런스가 오게를 보았죠.”
“그런데 왜 그가 당신에게 전화했죠?”
“제게 빚이 있거든요. 무엇인지는 말할 수 없어요. 남자들 사이의 약속이니까.”
“존중할게요.”
“네. 어쨌든, 테런스가 제게 덴마크로 날아오는 게 어떻겠냐고 했어요. 빚을 갚을 때라면서, 분명 대박을 칠 거라고 했죠. 처음에 저는 믿지 않았지만, 오게의 플레이를 보고 나니까 무슨 의미인지 알겠더라고요.”
사시모비치가 설명하는 오게의 플레이는 현재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약간 달랐다. 하지만 난 차이를 묻는 대신 일단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브뢴뷔 유스의 경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린 뒤, 사시모비치는 곧바로 클럽에 전화를 걸어 오게를 추천했다.
하지만 규정상 지금 당장 오게를 영입할 방법은 없었고, 지속적인 관찰을 가져가기로 약속하던 무렵 제임스 윌콕스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2018년으로 예정된 Team CFG에 오게를 참가시킬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말이다.
이후 클럽은 브뢴뷔에게 아카데미끼리의 정보 교환을 제의했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덴마크의 클럽으로부터 조건을 말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15살이 되면 틀림없이 주목을 받을 것 같았죠. 보통 그 나이 때부터 본격적인 영입 작업이 시작되니까요. 우리는 그 전에 선수를 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떤 과정인지는 이해했어요.”
“네. 그런데 대체 어째서…….”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조금 전 사시모비치의 이야기에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오게가 웃으면서 축구를 했다고요?”
“네. 명랑한 아이였거든요.”
“그렇군요.”
“??”
아예 웃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게는 기본적으로 표정이 어두운 아이였다. 처음 소극적인 성격일 거로 생각했던 이유도, 늘 무표정한 얼굴로 멍하니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무표정의 이유와 축구를 관두게 된 것 사이에 접점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피치 위에서 행복했던 아이가 회색빛의 모습이 되어 버린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난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정면 돌파라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저, 한 가지 더 부탁이 있어요.”
“?”
“오게의 부모님을 만날 방법이 있을까요?”
“???”
놀란 표정이 되어 버린 두 사람을 앞에 두고, 나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를 차분히 설명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