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80)
946화 re – Hab (16)
2018년 11월 24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아카데미 스타디움.
.경기 시작 30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로열 앤트워프
&Match-Up`s Best Eleven
&Tactics : 4-4-2(D)
GK ? 벤자민 잭슨
RB ? 피터 아서
CB ? 카이 드레이퍼
CB ? 파히드 카드리
LB ? 에드워드 스눅
DM ? 프랭크 오세이
RCM ? 이프티카르 아프잘
LCM ? 김현준
AM ? 앨런 드레이크
RST ? 조우진
LST ? 숀 콜린스
.
.
IFG의 네 번째 라운드.
오늘의 상대는 벨기에의 로열 앤트워프다.
한국엔 과거 설기현 선수가 뛰었던 클럽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1950년대까지는 벨기에의 명문 중 하나였으나 근래에는 평범한 중위권 팀이 되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좋은 유망주를 배출해 온 클럽이고, 실제로도 육성에 커다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2승 1패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좋아. 여기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
“우린 지난 두 경기에서 7개의 실점을 했어. 물론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집어넣었지만, 분명히 많은 실점이야. 난 그걸 줄이고 싶고, 오늘은 실점을 두 개 이하로 틀어막았으면 해.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실수하면 안 돼요.”
“맞아, 아프잘. 그리고 또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
“집중해야 해요.”
“그것도 올바른 지적이야. 하지만 결국은 이어지는 것이기도 해. 집중력이 무너지면 실수가 나오지. 또 다른 의견은?”
최근 나는 주변의 코치들로부터 유소년 육성에 관한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
어제저녁 코치들과 함께 따로 식사 자리를 가지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하나같이 입을 모아 조금 아쉽다고 말한 부분이 바로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부분은 분명 올바르고 그것을 훈련할 때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것도 맞지만, 경기 당일의 피드백은 다소 일방적이라고 했다.
난 코치들의 의견이 옳다고 여겼고. 오늘부터 접근 방법을 약간 달리 가져가고 있다.
“카이.”
“?”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 않니?”
“……대화요?”
“정답이야.”
의도적이었던 말뫼 FF전의 실점을 제외하면, 지난 두 경기에서 우리의 수비는 썩 좋지 못했다.
좁은 규격의 경기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득점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실점 그 자체보다 과정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중 내가 판단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소통의 부재인데, 나는 그래서 리더를 정하고자 한다.
“모두 잘 들어. 앞으로 수비 때는 카이의 말을 따라 줘.”
본래 밀월의 유스에서 뛰었던 카이 드레이퍼는 이변이 없는 한 시티의 U-15팀과 계약하게 될 거다.
나이답지 않은 빼어난 신체 조건(182cm/66kg)을 지녔고, 센터백 포지션에서 경기를 읽는 눈 역시도 갖추고 있다.
함께 뛰어 본 선수와 굳이 비교하자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뤼카와 흡사했는데, 파이터형 센터백인 그와는 다르게 카이는 커맨더 유형의 중앙 수비수였다.
필요할 때면 전방으로 나가지만 기본적으론 골키퍼와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물길 즐겼고, 후방 빌드업의 구심점이 되어 안정적으로 볼을 지키는 능력 역시도 갖췄다.
하지만 다소 수동적인 태도 탓에, 성격이 활달하고 목소리가 큰 크리스토퍼 디넘에 기가 눌리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옳다고 판단한 부분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곤 했는데, 다른 아이들에게 카이가 얼마나 좋은 리더 재목인지를 알려 주기 위해 파히드 카드리를 곁에다 두었다.
카드리는 디넘보다는 순한 편에 속한다.
“카이의 지시가 내 지시라고 생각해 줬으면 해. 카이.”
“Ne.”
“할 수 있겠지?”
“……Yes.”
여전히 자신감이 조금 없어 보였지만, 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오늘 하루 만에 큰 진전을 보리란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시티는 내년 3월 IFG의 판을 키워 전 세계의 U-14/15 국가대표팀을 데려올 계획을 꾸리는 중이고, 나 역시 그 대회를 목표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려고 한다.
오늘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충분한 셈이 된다.
“좋아. 그리고 다음. 우린 크로스 허용이 너무 잦아. 실제 9개의 실점 중에서 6개가 크로스에 의한 실점이었어. 우린 측면을 너무 쉽게 뚫려. 왜 그럴까?”
“어, 전술 문제요?”
“?!”
“파핫-!”
“하하하하!”
숀 콜린스의 당돌한 대답에, 아이들은 깜짝 놀랐고 어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난 콜린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손을 까닥거렸고, 재미있는 농담이었다고 말한 뒤에 다시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추론해 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말했다.
이러한 방법이 유소년 교육에 효과가 있는 이유는 성인과 아이들 사이의 집중력 차이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린다면 그건 선생님의 수업처럼 느껴져 지루하고 재미가 없게 느껴지지만, 질문을 하게 되면 아이들은 그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내 문제가 됐으니, 재미가 없을 수 없다.
감독의 철학과 생각을 관철한다는 면에서는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나, 어떠한 과정을 밟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었다.
콜린스의 농담이 한 차례 분위기를 환기한 뒤부터, 아이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했다.
“커버가 잘 안 돼요.”
“그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모르겠니? 그럼 잠깐 여기를 봐주겠어?”
탁.
“…….”
화이트보드의 앞에 서서 펜을 집어 들고 아이들을 바라본 순간, 몸에 살짝 닭살이 돋았다.
‘와- 이거, 대단한데?’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말하면서, 나는 아이들이 충분할 만큼 집중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고 질문을 통해 직접 문제에 뛰어들도록 만들어 버리자,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눈빛이 반짝거렸다.
‘응?’
아주 잠깐 머뭇거리고 있을 무렵, 프렛웰과 눈이 마주쳤고 그는 다 안다는 듯 씨익 미소를 보내오고 있었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약간 부끄럽다.
“크흠. 자, 알다시피……가 아니라. 프랭크?”
“Yes, Coach.”
“이 전술에서 공격할 때 우린 어떻게 변하지?”
“4-2-2-2입니다.”
“정답이야.”
뽀독뽀독-
탁탁탁탁-
지우개로 몇몇 아이들의 이름을 지우고 다시 적어, 나는 4-4-2 다이아몬드 전형을 정사각형 형태의 4-4-2로 바꾸었다.
“내가 이렇게 전술을 바꾼 이유는 뭐였을까?”
“…….”
“누구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어…….”
“그래, 우진아.”
[한국어로 말해도 돼요?] [당연하지.]고개를 끄덕인 우진이가 일어서서 손을 앞으로 뻗어 움직이며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아예 우진이를 앞으로 나오게 했고, 직접 펜을 쥐게 했다. 그리곤 한 발 옆으로 물러서서, 이 친구가 생각하는 전술 변화의 이유를 열심히 들었다.
통역을 해 주는 분이 가까이 오려고 했지만, 난 손을 뻗어 그것을 말렸다.
[이렇게 해서 하면, 이렇게…….] […….]놀랍게도, 우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축구 지능이 높은 것 같다. 또래의 공격수들과 비교해 좋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었다.
당연히 많은 부분이 부족하긴 했지만, 우진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몇 가지 짚었다.
[맞췄어요?] [90점.] [진짜요? 아싸~]펜을 내게 넘겨준 우진이가 환한 미소와 함께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호기심이 한층 더해진 아이들을 돌아보며 동시통역을 이어 가지 않았던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나와 우진이 둘이서만 대화를 나누자, 얼른 함께 공유하고 싶어 마음이 동한 것 같았다.
이대로 약간 뜸을 들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너무 짓궂고 무의미한 행동인 것 같아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본격적인 설명 전에.”
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에드워드를 찾았다.
녀석은 군침을 꼴깍 삼키고 있다.
“에드워드?”
“Y, Yes, Coach?”
“나는 네게 늘 공격적으로 나가라고 해. 너는 그것을 다른 동료들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 아마도요?”
“좋아. 에드워드는 지금 아마도라고 했어. 이젠 에드워드를 뺀 나머지 애들에게 물을게. 너희는 에드워드가 높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니?”
“Ne-!”
“Good. 그럼 이야기가 더 쉬울 거야.”
미드필드의 배치를 사각형으로 가져간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좋은 장점은, 뒤쪽에 머무는 두 명의 미드필드가 풀백의 전진으로 인한 수비 공백을 커버하기 쉽다는 것이다.
4-2-2-2는 중앙 집중 형태로 풀백을 제외하면 사이드라인 부근에 머무는 선수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로거 슈미트는 ‘볼이 머무는 측면은 반드시 둘 중 하나가 된다’는 불변의 법칙을 이용, 볼이 있는 곳에 맞춰 2-2-2 라인 전체를 이동시킴으로써 측면 숫자의 부족을 만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못해도 1년 이상의 조직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갖은 풍파 끝에 첫 3개월을 허무하게 낭비한 끝에 감독이 교체되고 내부의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던 Team CFG에게, 그런 수준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스쿼드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4-4-2를 주력 전술로 채택하면서, 동시에 개개인의 단점을 보완코자 4-2-2-2 형태로 전형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에드워드 스눅은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풀백이다.
윙 포지션을 맡기엔 너무 직선적이라 현대 축구와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풀백 포지션에서 직선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능력이 있다는 건 큰 장점이 된다.
이를 잘 알았기에 시티도 에드워드를 풀백으로 뽑았고, 나 역시 풀백 포지션을 맡기고 있다.
“에드워드는 늘 너희의 곁에 있어.”
“…….”
“오늘 라인업에 대입을 해 볼까? 4-2-2-2 라인에서 왼쪽을 맡는 것은 누굴까? 프랭크, 현준, 그리고 숀이야. 너희 셋에게 물을게. 에드워드가 곁에 있어서 편했니?”
말로 대답하진 않았지만, 세 명의 아이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좋아. 너희도 잘 알 거야. 에드워드가 얼마나 열심히 달리는지. 쟤가 진짜 빠른 건 알고 있지? 완전 퀵 실버라니까.”
“하하.”
“헤헤. 헤헤헤.”
“히히히히.”
퀵 실버라는 말에, 몇몇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에드워드를 돌아본다.
“어쨌든 에드워드는 그렇게 너희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어. 그런데 너희는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했을 때, 에드워드를 도울 생각은 해 본 적 없어?”
“??”
“????”
“…….”
“아니면 수비는 하기 싫고 재미없으니까, 그것도 에드워드보고 전부 하라는 거야?”
“…….”
“…….”
이젠 아이들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조금 이해한 것 같다.
“지금 너희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우린 지금 하나씩 배워 가는 단계이고, 어떠한 것은 조금 늦게 배울 수도 있어. 책임이 있다면 그것을 진작 말하지 못한 내 탓이겠지. 하지만 괜찮아. 너희는 오늘 배우게 될 거니까.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우울할 필요는 없어.”
이번 대회에서 허용했다는 크로스에 의한 실점 6개 중에서, 4개가 역습 상황에서 빚어졌다. 그리고 남은 3개의 실점 중 2개도 역습으로 허용했다.
우린, 공->수 전환이 대단히 부족한 팀이다.
“프랭크. 우리가 볼을 왼쪽에서 돌리다 볼을 넘겨줬을 때 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려고 달려드는 게 아니야. 아래로 내려서면서 왼쪽으로 벌려 줘야지. 그럼 상대는 널 볼 거고, 중앙으로 뛰어들거나 아니면 템포를 조절하기 위해 패스를 돌릴 거야. 만약 무모하게 뛰어든다면, 네가 에드워드가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 줘야만 해.”
“…….”
“그리고 현준. 상대의 역습을 1차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네 몫이야. 네가 실수를 했다고 해도 바로 따라붙어서 파울로라도 끊어 줘야 해. 이건, 현준이의 포지션에서 뛰는 다른 애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야.”
만약 팀의 왼쪽 풀백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선 상태에서 역습을 허용하게 된다면, 볼이 머무는 위치에 있는 공격수나 미드필드가 먼저 템포를 끊어 줘야 한다.
전술에 따라서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지겠지만, 4-2-2-2에서는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그럼 저는요?”
“숀. 난 네가 손을 들 줄 알았지.”
“헤헤.”
“너는 이 상황에서는 유동적으로 뛸 줄 알아야 해. 만약 현준이가 리커버리하는 속도가 늦다면, 네가 바로 뛰어가서 파울로 끊거나 앞에서 저지해 줘야겠지. 그런데 만약 동료들이 제대로 하고 있다면, 넌 중앙으로 향하는 패스를 막아 줘야 해. 볼을 몰고 역습을 하려는 선수가 골키퍼에게 패스를 돌리거나, 아니면 사이드라인으로 움직이게끔. 무슨 말인지 알겠니?”
“Ne!”
“좋아. 그리고 이건 반대편에도 똑같이 해당하는 거야. 만약 오른쪽 풀백이 오버랩한다면, 오른쪽에서 뛰는 너희들도 지금 말한 것과 똑같은 플레이를 해 줘야 해. 어려워 보이겠지만, 실제론 전혀 어려울 게 없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오늘 경기에서의 실점을 2점 이하로 억누르고 싶다. 그리고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마지막 SL 벤피카 경기를 계산해 볼 수 있다.
4점.
만약 우리가 앤트워프의 득점을 2점 이하로 억제하며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다음 SL 벤피카전에서 허용할 실점을 4점 이하로 묶을 수 있다.
4점이면 많은 실점이긴 했지만, 오늘 말뫼 FF를 상대로 13:3 대승을 거둔 팀임을 생각하면 적은 편이다.
SL 벤피카는 지금까지 치른 4경기에서 총 38점을 기록하는 괴물 같은 공격력을 뽐냈는데, 상대가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여지없이 파고드는 악독한(?) 모습도 보여줬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의 왼쪽 수비는 좋은 먹잇감처럼 느껴졌을 수 있다.
한데 오늘 갑자기 왼쪽 수비가 좋아진 모습을 SL 벤피카가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그들이 하나쯤은 더 생각하게 만들 수는 있을 거다.
뻔히 왼쪽 수비에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리 수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는, 다른 것들을 먼저 챙겨야 해서이기도 했으나 벤피카를 당황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가장 효율이 좋을 때 하는 게 나으니까 말이다.
“오늘 중요한 건 지금까지 말한 내용이 전부야. 나머지는 평소대로 하면 돼. 그러면 다들 준비하고, 나중에 다시 피치에서 보자. 자, 전부 여기로 와. 손을 모으고. 오늘은 음…… 좋아. 카이가 외쳐 보자. 카이가 CFG라고 말하면, 모두가 One Team이라고 대답하는 거야. 카이. 준비됐니?”
“Yes.”
“Okay, Let`s Go.”
“후우~”
심호흡한 후에 숨을 다시 깊게 들이켜는 카이.
그리고 녀석은 곧.
“CFG!!!”
“ONE TEAM!!!”
함께해온 시간 중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를 내뱉으며 주변의 반응을 끌어내고 있었다.
손뼉을 강하게 두드리며 다시 한번 아이들을 독려한 후, 난 목발을 짚어 드레싱 룸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곧바로 세드릭이 곁에 달라붙었다.
“아무래도 자넨.”
“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것 같군. 감독으로서의 자질도, 그리고 재미도 말이야. 그렇지 않은가?”
“하하.”
확실히, 나는 오늘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재미가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했다.
아까 마주친 시선 때문이겠지만, 세드릭 프렛웰은 이번에도 내 속마음을 정확히 간파해 냈다.
“독심술사 양반 같으니…….”
“큭큭큭큭. 뭐, 그런 거지.”
“가죠. 즐거운 축구 시간이에요.”
“그래. 즐거운 축구 시간일세.”
딱-
딱-
언제나처럼 들려오는 목발을 짚는 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경쾌하게 느껴지고 있다.
잠시 뒤 나와 프렛웰은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여 밖으로 나섰고, 관중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어김없이 내 이름을 소리 높여 불러오기 시작했다.
{“다온!!! 사인 좀 해 줘요!!”}
{“다온!! 언제쯤 낫는 거예요?!”}
{“다온! …….”}
{“다온!! …….”}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토록 잘 귀에 들어온 것은, IFG가 개막한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아니.
‘그날 이후 처음인가?’
뭔가 그리운 느낌이 밀려 들어와, 나는 한참을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은 경기하기 참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