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83)
949화 re – Hab (19)
IFG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날, 말뫼 FF가 마요르카를 4:3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관중들로부터 커다란 박수갈채를 받았다.
첫 승에 감격한 아이들은 경기 종료 후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많은 이들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특히나 이런 아이들에게 있어.
난 그 대답을 이렇게 가져가기로 했다.
“Okay, Boys-!! Let`s have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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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7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아카데미 스타디움.
.경기 시작 10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SL 벤피카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벤피카)
&Tactics(맨시티/벤피카) : 3-5-2/4-3-3
GK ? 애드리언 브라운 / GK ? 티아고 페레이라
RCB ? 칼 해밀튼 / RB ? 디오구 스펜서
CB ? 카이 드레이퍼 / CB ? 우고 파리아
LCB ? 크리스토퍼 디넘 / CB ? 칼로얀 코스토프
RWB ? 피터 아서 / LB ? 엘데르 브란당
LWB ? 에드워드 스눅 / DM ? 라파엘 루이스
RCM ? 이프티카르 아프잘 / CM ? 디오구 프리오스치
CM ? 프랭크 오세이 / CM ? 주앙 네베스
LCM ? 앨런 드레이크 / RW ? 히카르두 마르케스
RST ? 조우진 / LW ? 우고 펠릭스
LST ? 숀 콜린스 / ST ? 유리 모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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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마지막 팀 토크를 끝내고, 아이들에 한발 앞서 먼저 그라운드로 나섰다.
복도를 통과하여 밖으로 빠져나오자, SL 벤피카 U-14를 이끌고 맨체스터로 온 시망 세라(Simao Serra)가 나를 반겼다. 이 남자는 과거엔 세이샬 유스 팀 코치였다.
당연히 나와도 안면이 있고, 몇 번 경기장에서 만났을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눴었다.
“결국 당신과 붙게 되는군요.”
“가까스로 체면치레는 했죠.”
“체면치레라뇨. 좋은 팀이던걸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같은 말을 해 드리고 싶네요.”
“하하. 처음엔 참가를 망설였던 것도 사실인데, 오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아이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고 싶을 정도입니다.”
시망 세라뿐만이 아니라, IFG에 참여한 유스팀의 전반적인 만족도가 상당한 편이다.
클럽은 아이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편, 클럽하우스 투어와 맨체스터 관광 프로그램을 끼워 넣으며 지루함 역시도 달래 주었다.
듣기론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직접 찾아가는 일이었다고 하던데, 가장 많이 사진이 찍힌 장소는 나의 라커였다고 한다.
SL 벤피카가 내년에도 IFG에 참가해 준다면 클럽은 당연히 반기겠으나, 난 그땐 이곳이 아닌 팀과 함께하길 바라고 있다.
외유(外遊)는 이번 한 번이면 족하다.
어디까지나 지금 당장은 말이다.
“그나저나, 좋은 세대네요.”
“당신도 잘 알겠지만, 벤피카는 유스가 중요하니까요. 우린 선수를 육성해 판매함으로써, 현재의 명성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죠. 미래를 담보 잡아 현재를 채우는 것을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하겠지만, 저희는 꽤 잘하는 중이라고 봐요.”
“겸손하시네요. 벤피카의 유스는 최고죠.”
내가 포르투갈을 떠난 이후에도, SL 벤피카는 직접 육성한 뛰어난 유망주들을 끊임없이 배출해 왔다.
특히 나와 함께 과자 가족의 일원이었던 세대는 대부분 빅리그로 진출했고, 그다음 세대인 에데르송은 현재 나의 팀 동료이며 넬송 세메두(Nelson Semedo)는 작년 3,570만 유로의 이적료에 FC 바르셀로나 이적에 성공했다.
외에도 주앙 펠릭스는 불과 18살의 나이에 1억 유로의 이적료가 책정되어 있으며, 조따(Jota)/제드송 페르난지스(Gedson Fernandes)/플로렌티누(Florentio)/페호(Ferro)와 같은 선수들 모두가 유명 클럽의 스카우트 목록에 올라 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SL 벤피카보다 유망주 육성을 잘하는 클럽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뭐, 솔직히 이 세대도 기대는 됩니다.”
“네. 몇 명이 진짜 잘하더라고요.”
“그래요? 하하. 아이들이 좋아하겠네요.”
“사실이니까요.”
“이런! 지금 그 이야기를 주앙과 펠릭스가 들었어야 합니다. 두 녀석 전부 당신의 열렬한 팬이니까요. 아니, 우리 벤피카의 어린 녀석 중에서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녀석은 없을 겁니다. 과자 가족의 전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요.”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시망 세라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제는 슬슬 벤치로 향해야 할 때였다.
“아이들이 오네요. 나중에 또 이야기하죠.”
“얼마든지요. 좋은 경기가 되길 바랍니다.”
“저도요. 그럼.”
시망 세라와 헤어져 자리로 돌아온 후, 나는 언제나처럼 뒤로 손을 뻗어 아마나와 하이 파이브를 나눴다.
IFG가 시작되면서부터 이것은 나의 루틴이 되어 버렸는데, 아마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면 어쩐지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이 루틴이 깨질지도 몰라.’
8명의 2005년생과 13명의 2004년생으로 구성된 SL 벤피카 U-14 팀은 본인의 연령대를 한 단계 이상 뛰어넘을 수 있는 선수들이 몇 존재했다.
중앙 미드필드인 주앙 네베스와 팀 사정상 왼쪽 윙어로 뛰고 있는 우고 펠릭스는 실제로 한두 살 어린 나이 때 포르투갈의 연령별 대표(U-15)에 발탁됐다.
반면에 우린 본인의 연령대를 확실히 뛰어넘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없다.
재능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SL 벤피카에 비해 다소 덜 다듬어진 것도 사실이다.
내년 이맘때나 내후년 정도쯤이라면 몰라도, 당장은 우리가 열세에 놓여 있다.
그 열세를 과연 어떻게 뒤집을 것인가?
나는 지금, SL 벤피카가 가진 모든 것을 끄집어내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있다.
‘후우~ 길게 보는 거야.’
아이들에겐 약간 잔인한 하루가 될 거다.
부디 그것을 견뎌 주길.
오늘은 흐리더라도, 내일은 틀림없이 맑은 날씨가 될 테니까 말이다. 난 아이들에게, 같은 팀과 연이어 경기를 펼치는 매치업의 묘미를 알려 주고자 한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2018 Intaernational Friendly Cup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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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U-14)
맨체스터 시티 2 : 5 SL 벤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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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18/19 UCL)
올랭피크 리옹 2 : 2 맨체스터 시티
***
【4시간 뒤】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벤피카의 전력은 정확히 생각했던 만큼 강했고, 그것은 우리에겐 무척 좋은 신호였다.
“그게 어떻게 좋은 신호라는 건데?”
“생각했던 만큼이라는 건, 그들이 이미 가진 전력을 전부 보여 줬다는 거니까요. 상대가 숨기고 있는 게 없다면, 대처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해요.”
“…….”
“…….”
함께 저녁을 먹던 이들의 눈이 한 남자에게로 향하고, 아영이가 만든 잡채에 푹 빠져 있던 그가 부지런히 움직이던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머쓱한 얼굴로 냅킨을 집어 들었다.
그러곤.
“크흠. 미안한데, 무슨 이야기 중이었지?”
“……못 들으셨군요.”
“하핫-! 미안하네. 이거야 원. 이 음식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 어쨌든, 이게 천상의 음식이 아니라면 자네의 아내가 천상의 요리 솜씨를 지녔나 보군. 어떠한 쪽이건, 자네가 복 받았다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말이야. 아내에게 가져다주고 싶을 정도야.”
“돌아가실 때 잔뜩 싸 드릴게요.”
“정말인가?”
대번에 눈빛을 번뜩이는 프렛웰을 보고 있노라니, 그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얼른 그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자, 잡채를 한가득 선물할 것을 약속하며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흐음- 올바른 의견이야.”
“역시 그렇죠?”
“만약 나보다 강한 상대가 힘을 더 감추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약한 쪽도 얼마든지 반격할 기회가 있지. 괜히 다윗이 골리앗을 꺾은 게 아니니까 말일세.”
“또 희망적인 부분도 있죠.”
“응? 그게 뭐지?”
“득실 차가 3개밖에 나지 않았다는 거요.”
“……그게 희망적인 거야?”
“네.”
프렛웰을 제외한 사람들은 설명이 필요하단 얼굴이었다.
“물론 벤피카가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긴 했죠.”
“세 번이야.”
“아. 고마워요, 머독.”
조금 전 헨쇼가 말한 것처럼, 만약 골대를 두드린 SL 벤피카의 슈팅이 전부 득점으로 연결되었다면 최종 결과는 2:8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 역시 한 차례 골대를 맞췄고, 숀이 P.K 하나를 놓치며 두 개의 득점 기회를 놓쳤다.
그랬다면 4:8.
여전히 희망적인 점수다.
“그래도 4:8보다는 2:5가 나아요. 단순히 골 차가 하나 적기 때문이 아니라, 8실점보다는 5실점이 상대적으로 상대의 전력이 약해 보이거든요.”
“약하다니…….”
“진심이에요, 첸. 경기 끝나고 아이들을 보셨어요?”
“…….”
세 골 차로 경기가 끝났을 때, 아이들은 분해하기는 했어도 눈물을 흘린다거나 패배에 충격을 받은 것처럼 구는 아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것은 나의 게임 플랜(Game Plan)이 정확히 먹혀들어 갔다는 의미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오늘 경기에서 상대의 방심을 유도해 내자고 했는데, 실력 차로 인한 패배가 마치 의도적으로 패배한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
그래서인지, 드레싱 룸으로 돌아와 가진 피드백 시간에서 굉장히 활발한 대화가 오갔다.
패배한 경기라면 침울해하고 있거나 목소리가 선뜻 나오지 않았을 법도 한데, 너 나 할 것 없이 의견을 내며 자신이 느낀 감상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그중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고, 새로운 시각에서 경기를 복기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었다.
“준비 기간은 4일.”
“…….”
“이만하면 충분해요.”
사실 나를 제외한 Team CFG의 코칭스태프 누구도, 승리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다. 이긴다면 당연히 좋기야 하겠지만, 승리보다는 배움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어린아이들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태도지만, 때때로 이들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다.
자신이 지도하는 아이들이 어떠한 의미에서는 성인보다 이기는 일에 더 집착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승리를 거뒀을 때,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도 붙게 된다.
물론 어린 나이 때는 패배 역시 승리 못지않게 중요하긴 하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우치게끔 만들어, 축구를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결국은 이 또한 균형의 문제다.
승리하는 경기와 패배하는 경기가 적절히 섞여 있어야, 아이들은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오직 유망주 레벨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프로가 되어 1부 리그에서 뛰게 되면, 무조건 승리하는 쪽이 더 좋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에 SL 벤피카를 만나서 한 번 패배한 후 결승전을 치르는 건 우리에게 좀 더 좋다. 아이들은 오늘의 패배로 많은 것을 배웠을 거다.
결승전이 펼쳐지게 될 5일 뒤에, 나는 이 친구들이 몰라보게 달라져 있을 것을 확신하고 있다.
나는.
‘나를 이긴다.’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도 패배는 똑같이 아프다는 것을 깨달은 오늘, 나는 오늘보다 더 나아진 나를 위해 열심히 정진(精進)해 나가려고 한다.
“아, 그렇지 참.”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볼파르트 박사님과 약속이 떠올랐던 나는 거울을 앞에 놓아두고 졸린 눈을 비벼 가며 열심히 오른쪽 발목을 움직였다.
거울 속의 나는 왼발을 움직이고 있다.
***
2018년 11월 28일. D-80331 뮌헨, 독일. 알터 호프. 디이너슈트라세 12. 뮐러-볼파르트 정형외과/스포츠의학 실습 클리닉.
오늘도 어김없이 볼파르트 클리닉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세계 최고의 테니스 스타인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이 관절 치료차 방문했고, 역대 최고의 크리켓 선수로 평가받는 케빈 피터슨(Kevin Peterson) 또한 팔꿈치를 치료받기 위해 한스-빌헬름과 상담을 진행했다.
점심시간이 한참을 지난 뒤에야 비로소 클리닉은 오전 일정을 마쳤고, 볼파르트 부자는 다 식어 버린 음식을 앞에 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재미있는 물건이 도착했던데요.”
“음.”
“그를 위한 겁니까?”
“그래.”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시는 거죠? 제 말은 그러니까, 그 때문에 아버지의 명성에도 흠집이 났다고요. 더 나아가 클리닉도 말이죠.”
“…….”
김다온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임대 이적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펩 과르디올라와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와 볼파르트 클리닉의 문제는 후자의 손이 들려지고 있었다.
한데 김다온이 지속적으로 바이에른 뮌헨과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임대 이적을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 버렸다.
미디어는 ‘클럽과 통행하지 않는 것이 오랜 전통이었던’ 볼파르트 클리닉을 문제 삼기 시작했고, 급기야 시즌 도중 한스-빌헬름이 뮌헨을 떠나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더구나 당시는 펩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 뮌헨이 유일하게 빅이어를 들어 올리지 못했던 시기였다.
또 부상자들로 넘쳐나는 때이기도 했고,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주치의가 클럽을 버리고 L.A 말리부 해변에서 코비 브라이언트를 치료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연히 볼파르트 클리닉을 향한 여론은 악화되었고, 이는 몇몇 후원 기업과의 이별로 이어졌다.
“그래서?”
“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밥을 굶고 있나?”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됐군.”
“아버지.”
탁.
“…….”
“…….”
킬리안의 재촉에 한스-빌헬름이 손에 쥐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는다.
그러자 테이블 위엔 긴장감이 찾아들었다.
‘늘 똑같군.’
매번 그러했다.
관계가 많이 개선된 부자(父子)지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킬리안 볼파르트는 김다온의 이야기만 나오면 날을 세운 태도를 보여 주고 있었다.
자신에게 한 번도 주지 않았던 애정이 낯선 이방인에게 향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이었다면 그런 킬리안을 한심하게 여기며 냉담하게 대했을 한스-빌헬름이지만, 근래에는 그러는 대신 최대한 부드러운 태도로 설명을 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한스-빌헬름 기준으로 최대한 부드러운 것이었지만 말이다.
“다온은 죄가 없어.”
“하지만…….”
“그래. 그의 이적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주었지.”
“…….”
“하지만, 그가 우리 볼파르트 클리닉에 직접적으로 날을 세운 적은 없지 않나? 모든 건 미디어가 조사하여 멋대로 발표한 것뿐이야. 그리고 다온은 본인의 삶을 위해 최선이라고 믿는 결정을 내린 것뿐이지. 모든 인간이 그렇게 해.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그를 미워하는 것은 너무 속 좁은 행동이 아닌가?”
“후우~ 모르겠어요, 아버지.”
“킬리안.”
“네?”
“너는 내 하나뿐인 아들이야.”
“……네.”
처음 한스-빌헬름으로부터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킬리안은 그 자리에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
태어난 이후 당시까지 아버지와 아들로서 유대 관계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은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후, 킬리안은 조금 얌전하고 많이 부지런해졌다.
전에는 절대 하지 않았을 잡무도 직접 수행했다.
“다온은 뮌헨을 떠난 뒤에도 몸이 불편할 때면 종종 나를 찾았지. 그건 그가 우리의 고객이라는 뜻이야. 물론 이번에는 내가 직접 나섰지만, 그건 내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지.”
“빚?”
“그래. 예를 들어, 바로 지금과 같은 이 식탁 말이야.”
“…….”
“그는 놀라운 사람이지. 축구로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고 있어. 누구보다 본인의 삶이 가장 많이 변했겠지만, 그는 끊임없이 주변에 영감을 뿌리고 다니지. 정작 본인이 그걸 모른다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지만 말이야. 언젠가는 너도, 다온과 친하게 지내는 날이 왔으면 하는구나.”
“당장은 무리예요.”
“그래. 언젠가.”
“…….”
희미한 미소와 함께 한스-빌헬름이 다시 식사를 이어 가고, 그런 아버지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킬리안의 시선이 사무실 한쪽 구석에 있는 커다란 상자로 향한다.
저것은 의료용 증강현실 기기(VR)로, 한스-빌헬름이 맨체스터에 머무는 동안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게 될 물건이었다.
1996년 빌라야누르 라마찬트란이 처음으로 거울 요법을 발표한 이후, 의학계는 그것을 첨단 과학과 섞어 더 나은 치료 방법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 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증강현실 기기를 이용해 환상통을 덜거나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이었다.
이를 위해 한스-빌헬름은 본인의 인맥을 총동원. 미국 뉴욕의 유명 병원으로부터 현(現)시점 가장 뛰어난 기기와 재활 과정이 적힌 매뉴얼을 전달받았다.
VR을 통한 치료에는 지식이 부족했던 한스-빌헬름인지라, 분데스리가 휴식기 전까지 공부를 한 이후에 맨체스터를 방문할 예정이다.
‘고객이라…… 질투할 이유는 없는 건가?’
시간은 때때로, 한 개인의 상처와 아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과의 일이 어느덧 2년도 훌쩍 넘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 지금, 아버지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 킬리안 볼파르트 또한 상처가 치료되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넌 틀림없이 나아져야 할 거야. 우리 아버지가 이 정도로 하는 경우는 잘 없거든.’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의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김다온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응? 먹지 않는 거냐?”
“네? 아, 아뇨. 잠깐 뭘 좀 생각한다고.”
“그래.”
볼파르트 클리닉의 휴식 시간.
부자(父子)는 조용히 식사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