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84)
950화 re – Hab (20)
2018년 11월 29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주니어 아카데미 피치.
기대했던 대로, 지난 패배는 아이들에게는 큰 보약이 된 것 같았다. 수준 높은 팀과 겨뤄 보면서, 상대의 플레이에 영감을 얻은 모습도 보였다.
자연히, 훈련의 집중도도 높아졌다.
삑-!
“그만-!”
“…….”
“조금 전의 플레이를 말해 보자. 지금은 아까보다 전개가 좀 더 빡빡했어. 왜 그럴까?”
“앞쪽에서 벌려 주지 않았어요.”
“바로 맞췄어.”
아이들은 내가 추구하는 축구에 잘 따라와 주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지도 어렵지 않게 알아냈다.
한 번에 정답을 말한 드레이크에게 엄지를 치켜세운 후, 나는 다시 휘슬을 불어 훈련을 진행했다.
“오게를 안 쓸 생각인가?”
“네. 이미 결정한 부분이에요.”
“……그렇군.”
현재 오게는 팀의 로테이션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있다.
지금도 조끼를 착용하고 주전 팀의 공격 전개 훈련을 돕고 있었는데, 다가오는 결승전에서도 나는 오게를 출전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고개를 끄덕인 프렛웰은 계속해서 나의 곁에 머물렀고, 전개 끝에 득점이 만들어지자 손뼉을 두들겼다.
그리고 나 역시 칭찬을 보냈다.
“잘했어! 다음은 여기야!”
지난 경기를 통해 확인한 SL 벤피카의 약점은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 속도였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가 워낙 공격적인 성향을 지녔다가 보니, 볼란치(Volante)를 맡은 라파엘 루이스(Rafael Luis)가 짊어지는 부담감이 컸다.
첫 번째 경기에서는 그것을 몰랐지만, 알고 있는 지금은 그를 이용해 볼 수 있다.
삑-!
“그만!”
“?!”
“앨런! 측면으로 볼을 보냈을 때, 너무 그쪽으로 붙을 필요는 없어! 오히려 수비하기 쉬워지잖아! 좀 더! 조금 더 이쪽으로 당겨! 그렇지! 바로 거기야! Okay! Let`s Go!”
삑-!
난 현재, 완전히 훈련에 몰입했다.
***
【같은 시각】
@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김다온의 요청으로 Team CFG가 실내를 벗어나 실외에서 훈련하게 되면서, 펩 과르디올라의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는 일이 가능해졌다.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김다온의 커다란 목소리가 안쪽까지 생생히 들려오고 있었다.
“Okay! Let`s Go!”
“…….”
며칠 전, 과르디올라는 라몬 쿠가트 박사로부터 김다온이 환상통을 앓는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인터뷰 때 김다온의 언급을 회피한 이유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닐세.”] [“완치는 가능한 겁니까?”]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 [“환상통은 뇌 의학에 좀 더 밀접한 부분이야. 그리고 한스는 뉴욕에 있는 최고의 뇌 의학자를 알고 있지. 그래서 그 부분은 한스가 맡을 걸세. 긍정적으로 생각하게나.”]세상의 그 어떠한 운동선수도, 환상통을 앓는 상태로 정상적인 커리어를 보낼 수 없다.
야구처럼 운동 시간이 제한되어 있거나 농구처럼 교체가 자유로운 종목이라면 또 모를까, 축구의 경우 환상통은 사실상 선수 생명의 종말을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경이로움을 보여 준 김다온이라지만, 이번만큼은 절망적인 상황인 것처럼 느껴졌다.
“……빌어먹을.”
펩 과르디올라 역시, 김다온과 마찬가지로 악몽에 시달리는 중이다.
꿈속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낡은 갈색 소파에 앉아 눈앞에 놓인 아날로그 TV를 쳐다보고 있다. 그 외에는 온통 새까만 어둠뿐이고, 화면에서는 끊임없이 김다온의 부상 장면이 재생됐다.
입을 움직여 몇 번이나 멈추라고 말하는 과르디올라. 워낙 오래된 TV라 리모컨을 찾을 수 없다.
결국 견디다 못해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면, 어둠 속에서 기다란 손들이 촉수처럼 뻗쳐와 그를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심지어, 눈을 질끈 감을 수조차 없다.
쾅-!
“?!”
짜릿한 통증이 과르디올라의 오른손으로부터 번져 간다.
“…….”
무의식중에 창문 옆쪽 벽을 주먹으로 후려갈긴 과르디올라의 손이 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내 피가 송골송골 맺혀 갔다.
살짝 떨리기 시작한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쥐며, 고개를 돌린 과르디올라가 휴지를 찾는다.
그리고 그때.
“펩.”
“?!!”
문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 놀란 과르디올라가 슬픈 눈빛의 오랜 친구를 확인한다.
“……마넬. 언제부터 거기 있었나?”
“자네가 주먹을 휘두르기 조금 전부터.”
“…….”
“다온을 보고 있던 건가?”
“……그래.”
고개를 끄덕인 마넬 에스티아르테가 지나가던 직원에게 부탁해 의료용 키트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곤 안으로 들어가 피를 닦고 있는 과르디올라를 바라봤다.
“상담은 어떻게 되고 있나?”
“어제 통화를 했지.”
“그렇군.”
똑똑똑-
“?”
마넬의 부탁을 받은 직원이 의료용 키트를 건네오고, 과르디올라를 가까이 부른 맨체스터 시티의 특별 어드바이저는 능숙한 모습으로 상처 치료를 시작했다.
수구 선수였을 때, 수도 없이 상처를 스스로 치료했었다.
“분명 괜찮아 보였는데 말이야.”
“…….”
“뭔가 내가 모르는 문제라도 있나?”
“마넬.”
“뭐든 말하게.”
“자네 혹시, 환상통이라고 알고 있는가?”
“!”
마찬가지로 흠칫 놀란 마넬 에스티아르테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어 올린다.
바라본 펩 과르디올라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조금 침울해 보였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었던 마넬 에스티아르테의 표정도 덩달아 침울해졌다.
최근 며칠간 과르디올라의 감정과 행동이 크게 요동쳤던 이유. 그건 바로 김다온이 환상통을 앓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게 정말인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전문의 두 사람이 인정했네. 다온은 분명 환상통을 앓고 있어.”
“이런, 세상에나.”
유명 스포츠 스타 선수 중에 환상통을 겪은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환상통이라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인 데다가, 운동 경기에서 사지가 절단 혹은 절단 직전까지 가는 사례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김다온이 환상통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두렵게 다가왔다.
“박사들은 뭐라고 하나?”
“볼파르트 쪽에서 맡을 거라고 하더군. 뉴욕에 있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생각인 것 같아. 뇌 의학이라면 미국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이니까.”
“……펩.”
“?”
1992년 첫 만남을 가진 이후, 두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누이의 자살 순간을 직접 목격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마넬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과르디올라가 곁에서 진심 어린 말들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비록 서로가 종사한 분야는 전혀 달랐지만, 비슷한 삶의 가치관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과거 도움을 받았을 때처럼, 이번에는 자신이 과르디올라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넬이다.
“자네는 괜찮나?”
“…….”
과르디올라는 마넬의 질문이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를 묻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지금의 질문은 자신 역시 김다온처럼 환상통에 시달리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환상통을 PTSD와 비슷한 개념으로 본다면, 과르디올라는 괜찮지 않았다.
“그가 달리는 장면을 보고 싶네.”
“뭐라고?”
“다온이. 달리는 장면을 보고 싶어. 마넬. 그가 통증 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이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나는 절대 괜찮을 수 없을 거야.”
“펩…….”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인정하는 과르디올라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을 참으려고 시선을 돌린 그의 눈에서 물방울이 한두 개 흘러 내린다.
손을 들어 올려 그것을 닦아 내는 친구를 바라보면서, 마넬은 무기력한 자신을 책망했다.
‘바보 같은…….’
자연스럽게 찾아온 침묵.
그리고 그 침묵 사이로.
“우진-! 더 옆으로 벌려줘야지!!”
“…….”
“…….”
“숀! 우진이가 벌리는데 네가 자리를 이탈하면 어떻게 해! 잘 들어! 박스 안에 머무를 필요는 없지만, 동료가 있는 위치를 보고 피치를 빼곡하게 채워 줘야지! 좋아! 다시 해 보자!”
삑-!
펩 과르디올라의 피드백을 떠올리게 만드는 김다온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넬 에스티아르테는 그가 Team CFG에 맨체스터 시티의 DNA를 주입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과르디올라의 축구다.
‘이 두 사람은…….’
훨씬 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자신보다 축구로 묶인 김다온과의 유대감이 더 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마넬은 부디 모든 것들이 좋은 방향으로 풀리기를 기도했다.
누구도 도달해 본 적 없는 영역에 다다를 뻔하다가 추락해 버린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의 여정은 현재 잠시 멈춰 서 있다.
***
2018년 11월 30일. 맨체스터 M13 9WL, 잉글랜드. 옥스퍼드 로드, 맨체스터 로열 인퍼머리.
사랑하는 남편이 큰 사고를 겪은 지도 어느덧 4개월이 훌쩍 넘어섰다. 삶의 커다란 기로 앞에서, 권아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인한 모습으로 반려자의 곁을 지켰다.
그녀에겐 조금도 수고롭지 않은 나날이었다.
똑똑똑-
“Come In-!”
딸깍-
접수 데스크의 간호사가 말해 준 병실의 문을 노크한 권아영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햇볕이 잘 비치는 창가 바로 아래에 놓인 침대 위, 책을 읽고 있던 자애로운 표정을 한 노년의 여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 왔는지를 묻는다.
“안녕하세요. 저는 권아영이에요. 다온의 아내죠.”
“오-!”
“프렛웰 씨가 어제 이 음식이 입맛에 맞으셨다고 해서. 조금 더 드리려고 챙겨 왔는데, 가까이 가도 될까요?”
“오, 이런 세상에나. 물론이죠. 어서 와요.”
권아영이 찾은 병실의 손님은 세드릭 프렛웰의 아내인 안나 프렛웰이었다.
“굳이 이럴 것까지는 없는데, 고마워서 어쩌죠?”
“뭘요. 제 남편이 늘 신세를 지는걸요.”
가져온 음식 보따리를 푼 권아영이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안나에게 맛을 보여 준다.
입원 치료가 시작된 이후 몸무게가 8kg이나 떨어진 아내가 도통 먹지를 않는다며 불평하던 세드릭 프렛웰이 이를 본다면 기뻐할 정도로, 안나는 한식을 잘 받아들였다.
그렇게 한 차례 음식을 주제로 한 수다가 끝난 후, 가져온 것들을 정리해 냉장고에 가지런히 넣어 둔 권아영이 다시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세드릭 씨는 참 멋진 분이더라고요.”
“하하. 그 양반이 또 팔불출 짓을 했나요?”
“저는 보기만 좋던걸요.”
“호호호. 미안해요. 제발 밖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몇십 년 동안 말해 왔는데, 단 한 번도 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답니다. 제게는 과분한 남편이자, 과분한 사람이죠.”
“……저도요.”
“그런가요? 당신은 성공한 디자이너라고 들었는데.”
“전부 그이가 없었다면 못 했을 일들이에요.”
김다온이 권아영을 [“자신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었던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권아영은 [“남편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을 하고 다녔다.
아이돌 가수, 배우, 연극, 뮤지컬. 한때는 서양화까지 손을 댔었고, 주변으로부터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주변의 말과는 달리, 권아영은 자신이 어떠한 분야에서도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할 거로 생각해 왔다.
“제 친구는 자신감 부족이 아니냐 하더라고요.”
“아닌가요?”
“네.”
“이유가 뭐죠?”
“만약 남편이 없었다면, 저는 거기에서 만족했을 수도 있어요. 부끄러운 말이지만, 한국에서 가수로는 꽤 성공한 편에 속했거든요. 어떤 애들은 데뷔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해요.”
“경쟁이 심한가 보군요.”
“네. 상상치도 못할 만큼요.”
데뷔 후 인기를 약간 끌어모았을 때만 해도, 권아영은 아이돌로서 성공을 거둔 후에 배우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미래를 계획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체기가 시작됐고, 데뷔가 늦은 후배 그룹에 밀리거나 조연 이상의 배역을 따내지 못한다거나 하는 슬럼프에 빠졌다.
“실은, 슬럼프가 아니었어요.”
“?”
“결국 거기까지였던 거예요. 무대에서도 또 스크린에서도. 저는 딱 거기까지밖에 갈 수 없었던 거죠. 세월이 더 많이 흐른 뒤라면 또 모르지만, 제가 기대했던 현실과는 크게 달랐어요.”
권아영은 안나에게, 지금 하는 이야기는 남편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저는 늘 남편을 동경했어요.”
엘리트가 아닌 잡초처럼 자라 기어코 성공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심지어 그 기차는 본인이 직접 만든 거다.
반면 자신은 이름만 대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대형 기획사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데뷔한 뒤,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움직이던 사람이었다.
또래보다 늘 성숙했던 권아영이기에, 그녀는 갑자기 나타나 세상의 중심에 선 김다온이 너무 멋져 보였다.
“처음엔, 그냥 곁에 알고 싶었어요.”
“…….”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걸까 궁금했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제 남편은 놀랍도록 순수해요. 지금도 제가 조금만 아프다고 하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죠. 그래서 오히려 아프다고 하기 힘들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후후. 물론이에요.”
김다온의 곁에 머물면서, 권아영은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순수함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던 것이 의무가 되어 버리면 그 순간부터는 일이 되지만, 그것조차 기꺼이 감수할 만큼 사랑하는 것이 나타난다면, 대등한 위치에서 곁에 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후 권아영은 필사적으로 자신이 관심을 둔 분야라면 무엇이든 뛰어들었다.
독일에서 극단에 가입해 연극과 뮤지컬 연출을 배웠고, 우연히 알게 된 서양화가에게서 한동안 가르침을 받았다.
하지만 그 무엇에도 권아영은 흥미를 느낄 수 없었고, 우연한 계기로 크리스티나 과르디올라(前 크리스티나 세라)의 부티크 일을 돕게 되었을 때야 비로소 김다온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자신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제 남편은 무척 경쟁적인 사람이랍니다.”
“호호. 그런가요?”
“네. 한 날은 저랑 인근 마트에서 집까지 달리기 시합을 하자는 것 있죠? 남편이 물론 짐을 들긴 했지만, 그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축구 선수라고요.”
“하하하하.”
권아영은 남편의 경쟁심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삶의 낙이라는 것도 말이다.
때때로 달리기처럼 엉뚱한 곳에서 경쟁심을 발휘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근본적으로 김다온은 경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저는 성공하고 싶어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
권아영은 이를, 오늘 처음 만나는 낯선 상대에게 전부 털어놓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안나 프렛웰이라면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란 사실을 알았다.
여자의 날카로운 직감은, 도통 빗나가는 법이 없다.
“남편이 계속해서 제게 미안해할 정도로 말이죠. 만약 제가 그렇게 된다면. 제 남편은 저와 대등해지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요. 이미 저 같은 사람은 한참 아래에 두고 있다는 것도 모르면서요. 그건…….”
“당신을 깊이 사랑하기 때문이죠.”
“……네.”
안나 프렛웰의 대답을 들은 순간부터, 권아영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몇 달 동안 김다온의 곁에서 강인하게 버텨 왔지만, 그녀는 단지 약해질 수 없었던 것뿐이었다.
“그는…….”
“얼마든지 말해요.”
“네…… 잠깐만 기다려 주실래요?”
“…….”
김다온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악몽에 시달리던 기간 동안 권아영 역시 단 하루도 잠을 제대로 청한 적이 없었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를 들을 때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불을 얼굴 끝까지 뒤집어쓰고 눈물을 흘리면서 하늘에 기도하는 게 전부였다.
부디 남편이 괜찮을 수 있게 도와 달라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두 손을 모았다.
아마도 평생, 김다온은 이를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언젠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피치 위에서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 주기만 한다면, 권아영은 지금까지 해 왔고 앞으로도 할 모든 수고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때까지 응원해 주고 늘 변함없는 사랑을 주었던 김다온이었기에, 권아영은 자신의 수고가 인정받는 것까지는 감히 바라지 않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권아영이 오열하는 동안, 안나 프렛웰은 손을 뻗어 고생한 한 여성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권아영은.
“그는, 제 자랑스러운 남편(Hab)이랍니다.”
“네. 틀림없이 그렇겠죠.”
오로지 Team CFG에만 집중하고 있는 김다온.
걱정하는 펩 과르디올라와 마넬 에스티아르테.
현재 초미의 관심사가 된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당사자와 깊은 유대로 이어진 스승이 아닌 평생 동안 함께할 이 강인한 여성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권아영이 확신하는 것처럼, 김다온은 자랑스러운 남편의 모습으로 피치에 돌아와 예의 그 강인함을 뽐낼 것이 틀림없었다.
서서히 끝나가는 권아영의 상처와 재활.
그녀는 오늘.
“아무래도 우린.”
“?”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안나 프렛웰이라는 인자하고 성숙한 여성을 자신의 친구로 만들 수 있었다.
***
작가의 말 ? 금일은 병원 일정 문제로, 이번 한 편으로 끝을 맺겠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은 휴일이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며, 재활 두 번째 챕터인 re – Hab은 여기에서 끝납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월드컵 이후에 붙은 제목의 공통적인 주제인 re는 ‘다시’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그것에서 파생되는 단어를 통해 풀어나갈 이야기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쯤에서 다시 말하지만, 모든 것들은 결과적으로는 다 괜찮을 겁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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