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85)
951화 re – Action
2018년 12월 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맨체스터 시티 클럽 닥터 오피스.
맨체스터 시티의 클럽 닥터 에두아르드 마우리 몬테로(Eduard Mauri Montero)는 조금 특별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1961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마우리는 또래의 아이들이 모두 그랬던 것처럼 축구 선수가 되고자 했고, 카탈루냐 지역의 축구팀 CE 사바델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러다 21살이 되던 해 에스파뇰의 눈에 띄어, 라 리가 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당시 에스파뇰은 리그 중위권의 팀으로, 안도니 무루아(Andoni Murua)/올란도 히메네스(Orlando Gimenez)/마누엘 수니가(Mnauel Zuniga)/프란시스코 에스칼자(Francisco Escalaz)와 같은 선수들이 뛰고 있었다.
에두 마우리는 한때, 에스파뇰의 주전이 되는 자신을 꿈꿨다.
똑똑똑-
“Come In-!”
딸깍-
문이 열리고, 클럽의 스포츠 사이언스인 도너 홀로한이 얼굴을 비췄다.
스포츠 사이언스가 클럽의 헤드 닥터를 방문하는 건 흔한 일이라, 에두 마우리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권하며 마실 것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얼마든지.”
“환상통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
에스파뇰로 이적한 이후 첫 두 번의 시즌 동안, 에두 마우리는 로테이션 멤버로서 시즌마다 800분에 가까운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욘 미켈센 라우리드센(John Mikkelsen Lauridsen)과 디에고 오레후엘라(Diego Orejuela)에 밀려 주전이 되진 못했지만, 로테이션 멤버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많이 뛰었다.
게다가 나이도 당시 나이도 22살로 젊었던 편이라, 경력만 쌓게 되면 20대 중반부터는 라 리가의 주전으로 뛰게 될 거란 평을 얻기도 했었다.
하지만 1984년 6월.
문제가 발생한다.
31살의 젊은 나이로 에스파뇰의 감독이 된 하비에르 아즈카르고르타(Javier Azkargorta)로부터 다음 시즌 주전이 될 수도 있음을 통보받았던 에두 마우리.
그는 휴가를 몽땅 반납한 채 바르셀로나의 집과 클럽 훈련장을 오가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런데.
“단순한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다온이 조금 심상치 않아서요. 분명 보고서나 진료기록에 따르면 통증이 거의 없어야 정상인데, 가끔 이상한 반응을 보이거든요.”
“이상한 반응?”
“네. 꼭 여전히 아픈 사람처럼요.”
“흠.”
굳은 표정으로 홀로한의 앞에 앉았던 에두 마우리가 몸을 일으켜 진료기록을 모아 둔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곤 가장 위쪽의 서랍을 열어, 차트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는 약 20일 전 라몬 쿠가트에게서 전달받은 것으로, 거기엔 김다온의 진료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환상통과 관련한 이야기는 없네.”
“역시 그렇죠? 그냥 제 착각이었나 봐요.”
“자네 정도 되는 사람이 말인가?”
“뭐,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죠.”
“실수라.”
“?”
“우리와 같은 사람은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판단도 내려서는 안 되네.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선수들이니까 말이야. 만약 실수였다면,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 되는 걸세.”
“당신 말이 옳긴 하지만…….”
“도너.”
“네?”
“자세히 한번 이야기해 보게나.”
한날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에두 마우리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자전거를 탄 꼬마 아이를 피하려고 핸들을 돌리다가, 그대로 가로수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이후 정신을 차렸을 땐, 그는 병실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나타난 의사는 마우리의 왼발 새끼발가락 약간을 절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살아가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거라고도 말이다.
그러나, 당시 에두 마우리를 진료한 사울 피에드라부에나(Saul Piedrabuena)의 이야기는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골반 인대 손상과 복합적인 타박상으로 한 달 정도의 재활이 필요할 거라던 에두 마우리가 다시 피치로 돌아오기까진 7개월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해당 시즌 에두 마우리가 피치 위에 서 있었던 시간은 단 130분.
그의 자리는 페드로 파톤(Pedro Paton)/바톨로메 마르케스(Batolome Marquez)/알베르트 포카델(Albert Forcadell)이라는 더 젊은 미드필드로 대체되어 있었다.
“목발을 찾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요.”
“조심하는 것일 수도 있지.”
“그럴 수도요. 하지만 이쯤 되면 스스로 직접 걸으려는 의지가 있어야 정상이죠. 그런데 다온은 목발을 찾기 전까지는 절대 두 발로 일어서려고 하지 않아요.”
“……왼발을 딛는 모습을 본 건?”
“전혀요.”
“한 번도?”
“네. 물론 재활할 때는 목발이 필요하지 않죠. 그리고 그 재활도 말인데…….”
인상을 살짝 찡그린 도너 홀로한이 머리를 긁적거린다. 그러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자신이 보아왔던 것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땀을…….”
“?”
“땀을 너무 많이 흘려요.”
“…….”
운동선수가 땀을 흘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시합할 때나 훈련할 때 흘리는 땀은 그만큼 열심히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체질적으로 본래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지나치게 많은 이상 신호로 여겨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상해요.”
재활 훈련은 부상 부위의 통증과 지루함을 동시에 유발하지만, 운동량이나 강도 그 자체로는 평상시 진행하는 훈련의 20% 수준도 되지 않았다.
때때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땀을 많이 배출하도록 유도하는 때도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쉬운 운동에 속했다.
그런데, 김다온은 언제나 재활이 끝났을 때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마치.
“통증을 참고 있는 것처럼.”
“네. 체질이 변한 걸까요?”
“흐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야. 그 정도의 부상이라면, 모든 신경망이 재조립되기도 하니까.”
“…….”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직 보고된 바 없지.”
“네. 그리고 또.”
“응? 또 있나?”
“네. 정기적으로 크로요 머신이 들어갈 때도, 그는 늘 목발을 짚으려고 해요. 밖에 두어도 된다고 말해도, 그냥 웃으면서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한다면서요. 요법이 진행되는 내내, 그는 그냥 목발을 짚고 가만히 서 있죠.”
가벼운 부상으로 여겨졌음에도 에두 마우리가 복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절단된 새끼발가락 마디 끝에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 당시 환상통은 일종의 정신병으로 여겨졌고, 그래서 에두 마우리는 이를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골반 회복이 늦다는 핑계를 대며 사람들의 의심으로부터 도망쳤다.
최초 예상보다 반년.
이 늦어진 반년의 시간이 에스파뇰의 주전이 될 수도 있었던 에두 마우리의 프로 커리어를 완전히 앗아가 버렸다. 결국 에두 마우리는 1987/88 시즌을 끝으로 27살의 젊은 나이에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환상통에 관한 지식도 또 이를 올바로 다룰 방법조차 알지 못했던 의학의 한계가 빼앗아 가 버린 자신의 꿈에, 분노한 에두 마우리는 의사가 되길 선택한다.
은퇴 후 에두 마우리는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마침내 자격을 획득하여 9년 만에 에스파뇰의 ‘Head of Medical’로 복귀하게 된다.
이후 약 10년 동안 에두 마우리는 에스파뇰의 선수들을 도왔고, 이후 카타르와 벨기에를 거쳐 2016년부터 맨체스터 시티의 클럽 닥터가 되었다.
환상통이라면, 누구보다 이를 가는 이유다.
똑똑똑-
“?”
“펩. 잠깐 이야기를 좀 하겠나?”
“물론이지. 어서 들어오게.”
도너 홀로한과 헤어진 후, 에두 마우리는 펩 과르디올라의 사무실을 찾았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 에두 마우리는 김다온과 관련해 보고되지 않은 사항이 있는지를 물었고, 그에 과르디올라는 고개를 저으며 그러한 부분은 없다고 말을 했다.
“그런가? 잘 알겠네.”
“할 이야기는 그것뿐인가?”
“그래. 조금 이상한 게 있어서 말이지.”
“이상한 것?”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에두 마우리는 펩 과르디올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은 바르셀로나 태생에 같은 카탈루냐의 열렬한 지지자란 사실 만으로, 두 사람은 1년 조금 남짓한 시간 만에 서로를 신뢰하는 끈끈한 사이로 발전했다.
그랬기 때문에 과르디올라의 거짓말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할 때, 이마가 아닌 눈썹과 귓가를 긁적이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 과르디올라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눈썹 부근을 긁적였다.
톡-
뚜우-
뚜우-
과르디올라의 사무실을 빠져나온 에두 마우리가 이번엔 라몬 쿠가트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통화는 연결되지 않는다.
“…….”
펩 과르디올라가 숨기고 있는 사실은 도너 홀로한의 의심과 같은 내용일 것이다. 그리고 그걸 클럽 닥터인 자신에게도 밝히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일 게 틀림없다.
많은 사람이 알게 될수록 비밀은 쉽게 유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클럽은 이를 숨기려고 한다.
만에 하나라도 김다온이 환상통을 앓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거다. 선수 생명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용이니 말이다.
충격과 배신감에 사실을 확인하려고 했던 에두 마우리가 심호흡을 하며 냉정을 되찾는다.
“후우~”
현재 가장 중요한 부분은 김다온이 환상통을 앓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것을 숨기는 이들을 책망하는 게 아닌,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러려면, 비밀은 보존되어야 한다.
하지만 에두 마우리는 궁금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전문의 두 사람이 김다온을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과연 둘에게만 맡겨도 충분한 걸까?
‘일단, 거기에서부터 시작해 보면 되겠어.’
비운(悲運)의 선수 시절을 보낸 맨체스터 시티의 클럽 닥터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실천으로 옮기기로 한다.
조금 늦춰지고 있는 김다온의 환상통 치료는 지금, 에두 마우리의 결정과 행동으로 조금씩 속도를 더하려고 하고 있었다.
***
【3시간 뒤】
@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Team CFG를 맡은 다음 날, 클럽은 내가 머물 공간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본래 감독 사무실이었던 장소를 개조해, 몇몇 집기들을 더한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1군 팀이 쓰는 것과 같은 영상 분석 시스템이었다.
딸깍-
“…….”
말했다시피, IFG는 어떠한 미디어 관계자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개인 자격으로 찾는 것까지는 막고 있진 않았지만, 만약 영상이나 기사가 유출된다면 해당 미디어는 평생 에티하드 캠퍼스와 경기장에 출입할 수 없다.
영상은 오직 클럽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편집된 영상이라 주요 유망주들의 실력은 미디어로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딸깍-
“흐음-”
나는 경기 영상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여기에서 반대편으로…… 아니. 그러지 말까?’
화면에서 눈을 떼어 전술 노트를 내려다본 나는 종이 위에 펜을 몇몇 쓱쓱 그어 보이다가 투명 종이를 떼어 내어 구겨 버린 후 대충 바닥에 던져 버렸다.
전술 노트 위에 투명 종이를 대어 전략을 구상한 후 최종 완성을 시키는 건 펩의 방식이다.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전술 노트를 한참 들여다본 나는, 다시 힌트를 얻기 위해 고개를 들어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 속엔.
‘……아프잘을 빼야 할 수도 있겠어.’
IFG의 경기가 아닌, 우리의 훈련 모습을 기록한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헨리나 헨쇼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이점은 뭐든 다 이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을 했지만, 난 그게 싫어서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경기 영상도 보고 있지 않았다.
공정하지 않은 경쟁으로 승리를 거둬 봤자, 하나도 기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소년 레벨을 이끄는 지도자가 특권에 좋다고 달려드는 것도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대회 내내 어떠한 영상도 시청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제임스 윌콕스에게 부탁해 해당 내용이 적힌 메시지를 IFG에 참가한 감독 전체에 보내 달라고 했었다.
당연히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룹 스테이지가 끝났을 땐 모두가 내가 진심이란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확실히 센스가 조금 부족해.’
내일 있을 결승전에서 나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4-4-2를 쓰기로 했다.
SL 벤피카 경기를 제외한 모든 시합에서 우리가 잠깐이라도 사용한 전술이기도 하거니와 아이들 역시 거기에 가장 익숙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4-1-4-1이나 4-3-3등으로 바꿀 생각도 하곤 있지만, 그야 경기 진행에 맞춰 바뀔 것이다.
똑똑똑-
“응?”
“아직도 고민 중인가?”
“네. 손에 들린 건 뭐죠?”
“간식일세. 함께 들까 해서 말이야.”
“거절할 이유가 없죠. 들어오세요.”
“하하. 그러지.”
프렛웰이 포장해 온 음식은 잉글랜드인의 소울 푸드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들이었다.
피쉬 앤 칩스, 담요 속 돼지, 소시지 롤, 그리고 스티피 토키 푸딩으로 불리는 달콤한 디저트 말이다. 테이블 위에 포장해 온 음식을 놓아두는 프렛웰을 보며, 난 음료를 가지러 움직였다.
탁-
탁-
“고민하는 얼굴이던데.”
“네. 두 자리가 고민이에요.”
“흐음- 시간은 아직 많이 있네.”
“하하. 이거 가져가도 되죠?”
“물론이지. 케첩도 줄까?”
“아뇨. 전 이게 더 좋아요. 소금과 식초. 이 둘뿐인 게 더 입맛에 맞더라고요.”
“큭큭큭. 어지간한 잉글랜드인보다 더 잉글랜드답군.”
프렛웰과 함께한 이후, 이런 식의 전통 잉글랜드 식탁을 마주하는 경우가 늘었다.
잉글랜드 남쪽 포츠머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프렛웰은 대단히 서민적인 입맛을 지녔고, 맨체스터에 온 지 단 며칠 만에 최고의 전통 음식을 파는 식당을 찾아냈다.
최근 자주 방문하는 곳은 ‘세컨드 시티’라 불리는 시내의 펍인데, 주방장의 음식 솜씨가 아주 훌륭하다고 했다.
“음- 맛있는데요?”
“신선한 생선. 적당한 튀김옷. 그리고 깨끗한 기름. 간도 적당하지. 사실, 이걸 망치는 녀석들이 멍청한 거야.”
“그거 멍청한 사람이 많다는 말 아닌가요?”
“하하하! 그래- 멍청이가 잔뜩 있지.”
짭짤한 감자 하나를 입 안으로 밀어 넣으며, 나는 고민하고 있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아프잘을 뺄까 봐요.”
“음-”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감이 문제에요. 마지막 경기에서도 벤피카의 압박에 너무 쉽게 위축됐죠. 훈련 때도 걱정하는 게 눈에 보여요. 실수가 너무 잦아졌죠.”
“흐음- 대안은 아미르인가? 하지만…….”
“네. 아미르도 충분하지 않죠.”
“그렇다면 우리는 세 명의 중앙 미드필드를 쓸 수 없는 셈이야. 아프잘, 오게, 그리고 아미르까지. 외에도 중앙에서 뛸 만한 녀석이 있던가?”
바로 그 부분이 내가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다.
위의 셋을 제외하면 남은 미드필드는 셋.
이중 앨런과 프랭크는 각각 10번(AM)과 6번(DM) 자리에 고정이고, 현준이가 아프잘이 했던 박스-투-박스 역할을 소화하며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줘야 한다.
비어 있는 포지션은 왼쪽 미드필드.
메짤라(Mezz`ala)가 되어 때때로 측면으로 넓게 빠져 주는 한편, 4-2-2-2의 왼쪽 10번으로 공격을 풀어 주거나 수비 상황에서는 플랫(Flat) 4-4-2의 왼쪽 미드필드로도 뛰어 줘야 하는 위치다.
“그래서? 후보는?”
“네. 그게.”
현재 내가 고려하는 후보는 둘.
로버트 킨과 선우다.
두 사람 모두 윙(Wing)이 본래 포지션이고, 수비 가담 역시 나쁘지 않은 만큼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자원이었다. 경기 중간 변화를 가져가긴 힘들어지겠지만, PLAN A가 가장 우선이다.
“흐음- 무하마드는?”
“살림이요? 걔는…….”
“나는 녀석이 더 적합하다고 보는데.”
무하마드 살림도 로비나 선우처럼 윙에서 뛴다. 다만 기술이나 속도가 앞의 두 사람보다 조금 부족해서 주로 경기 중간 교체자원으로 출전해 20분 정도만 뛰곤 했다.
하지만 녀석의 가장 큰 장점은…….
“오-”
“부지런하고 성실한 녀석이지. 체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거야. 어쩌면 이 팀에서 60분 내내 뛰어도 유일하게 지치지 않을 녀석이기도 하지. 생각해보게. 지난 경기에서 우리가 기술이나 속도가 부족해서 패배했던가?”
“…….”
지난 경기에서 우리가 패배한 이유.
그건.
“자네는 승리를 원하지.”
“네.”
“그게 아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자네는 그것을 듣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자네는 그런 사람이니까. 오해하지 말게. 나무라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승리를 추구하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피식 하고 웃어 보인 세드릭 프렛웰이 베이컨으로 돌돌 말아져 있는 소시지 하나를 입으로 가져간다.
저게 바로 담요 속 돼지라는 요리다.
Pig in Blanket.
돼지 속 돼지가 더 적합한 것 같은데 말이다.
잠깐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음식을 모두 씹어 삼킨 프렛웰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악은 어정쩡하게 구는 거야.”
“제가 그런가요?”
“뭐, 가끔 혼란스러워하는 정도지.”
“…….”
“부끄러워할 것 없네. 자네는 6주 만에 6년 동안 이 짓을 해 온 남자들을 부끄러워하게 만들었으니 말이야. 그저 경험이 필요한 것뿐이야. 그리고 다행히도, 내가 그걸 더해 줄 수 있군.”
축구 경기에서 승리할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확실한 것은 개개인의 실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거지만, 그렇지 않다면 철저한 준비만이 그 가능성을 하염없이 끌어올려 줄 수 있다.
우리가 지난 경기에서 패배한 이유는 모두가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패스의 정확도라든가 달리기 같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서 SL 벤피카보다 많이 뒤처졌다.
그런 의미에서 로비나 선우를 기용하는 건, 근본적인 문제를 손대지 않은 채 껍데기만 새롭게 만드는 것에 불과했다. 승리를 추구한다면, 난 좀 더 확실하고 과감해져야 한다.
“무하마드는 팀에 부지런함을 채워 줄 수 있지.”
“네. 그러면 앨런이 더 편해질 거예요.”
“그 녀석은 자유로울 때 더욱 잘하니까 말이야. 앨런이 살아가게 되면.”
“전방에서 패스가 더 정확해지겠죠.”
“그렇지. 그리고 그걸 자네는 이용할 수 있겠지.”
“그러면 오른쪽 풀백은…….”
“내게는 답이 보이는 것 같군.”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인 프렛웰이 편안한 자세를 취해 보이고, 고민하던 문제가 너무 쉽게 해결되어 버린 것에 나는 허탈함을 느껴야 했다.
어째서 이런 꽉 막힌 생각을 하게 된 걸까?
답은 늘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말이다.
그에 대해 앞에 있는 현명한 남성은 내게, 내가 깊이 생각하고 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끔은, 쉬어 갈 때도 있는 법이야.”
“지금처럼 말인가요?”
“뭐, 이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
“고민했던 게 바보 같아요.”
“그렇지 않네. 계속 고민하게나. 실수하고 또 실수해도, 결국 그게 자네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거야. 삶도. 또 축구도 말일세. 실수했을 때, 제대로 반응한 뒤에 깊이 생각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면 그만일세.”
“그게 또 실수가 되어도요?”
“물론.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실수할 걸세. 축구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네. 그게 바로 자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아닌가?”
“…….”
고맙다는 말을 목구멍 밖으로 내뱉기까지.
내겐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감사해요.”
“별말을.”
지금 막, 나는 내일 경기에서 뛸 선발 11명을 마음속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