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89)
955화 re – Action (5)
흔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난 그 말에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인간은 고칠 수는 없다.
다만, 변할 수는 있다.
이 말은 즉, 만약 한 인간이 변했다면 그건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거다. 우린 우리의 의지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아무리 힘겹다고 해도.
우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매일이라고요?”
“네.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았죠.”
“…….”
삶의 놀라움을 경험하곤 한다.
.
.
2018년 12월 8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재활을 끝마치고 로비로 나왔을 때, 나는 EDS 매니저인 폴 하슬리(Paul Harsley)를 만나게 되었다.
EDS란 ‘Elite Development Squad’의 약자로, 흔히 리저브 팀으로도 알려진 U-23을 포함하여 U-21과 U-19팀을 종합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오직 이곳 맨체스터 시티에만 존재하며, Team CFG와 마찬가지로 클럽이 육성(育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중 폴 하슬리는 U-23 팀 감독이자, U-21과 U-19를 총괄하는 디렉터 역할도 하고 있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죠?”
“EMA의 실내 피치요. 1/10 사이즈.”
“감사해요. 제가 바로 가 보도록 하죠.”
“네. 다리는 괜찮아요?”
“매일매일 더 나아지고 있죠”
폴 하슬리에게 얼른 인사를 건넨 뒤, 나는 얼른 목발을 짚고 EMA(East Manchester Academy)의 1/10 피치로 향했다.
‘매일이라고?’
IFG 결승전이 끝났던 날 밤, 난 아이들에게 보름 동안의 휴가를 주며 축구공은 당분간 쳐다보지도 말라고 말을 했었다.
대회를 치른 것도 있고 한동안 방치되었던 탓에 떨어진 감각과 컨디션을 끌어올리느라 약간 오버페이스를 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아무도 이곳에 없을 거라고만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Team CFG의 아이들 말이다.
다른 친구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진짜네. 진짜 있어.’
말뫼 FF와의 경기 후 모든 IFG 경기에서 벤치를 지킨 아마나 오케케는 아니었다. 아이는 홀로 콘과 핀을 바닥에 놓아둔 채, 혼자서 열심히 내가 알려 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손을 뻗어, 닫혀 있던 문을 연다.
딸깍-
“아마나-!”
“?!”
“이런, 세상에나!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거야?!”
“…….”
아마나의 표정이 대번에 의기소침해진다.
혼이 날 것으로 생각하나 보다.
하지만 난 혼낼 생각이 없다.
“화를 내는 게 아니야. 그냥 조금 놀란 거지.”
“……진짜요?”
“응. 잠깐 이야기 좀 할까?”
“네.”
고개를 끄덕이는 아마나를 한쪽으로 이끌며, 나는 아이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목발을 짚고 있는지라, 누가 보면 꼭 내가 부축을 받는 줄 알 것이다.
“왜 쉬지 않는 거니?”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요. 저만 뛰지 못했으니까.”
“……그래. 역시 그랬구나.”
“분했어요.”
“그것도 그럴 줄 알았지.”
세상의 그 어떠한 축구선수도 벤치만 지키는 것에 만족할 수 없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마나는 이제 겨우 10살이었고,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서너 살 많은 형들을 상대로는 경쟁력을 펼치기 어려웠다. 이때는 나이가 곧 실력이 되곤 한다.
그래서 난 아마나를 배려해 연습 경기에서 최대한의 출전 시간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전과 비교할 수는 없다.
특히나 지난 IFG는 정말로 열기가 뜨거웠는데, U-14 레벨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분위기였다.
분하지 않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을 거다.
“읏차- 옆에 앉아.”
“…….”
사실 아마나가 Team CFG에 뽑힌 것을 두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았다.
재능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지극히 상업적인 이유에서 월반(越班)을 하여 뽑힌 것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작년 크리스마스의 일로, 오케케 부자(父子)는 유명인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아마나의 Team CFG 선발은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단이었다.
가슴 아프지만, 이 세계가 그렇다.
“지금 방학이던가?”
“네.”
“흐음- 그렇구나.”
잉글랜드의 학제(學制)는 6-5-2-3이다.
아이들은 만 5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6학년을 보낸 후 중학교에 진학해 다시 5년을 보내는데, 대학 진학을 선택하면 따로 예비과정 2년을 밟아야 한다.
남은 마지막이 대학 학사 과정 3년인데, 일부 4년제 대학을 제외하면 잉글랜드의 대학 대부분은 3년제다.
여기에 있는 아마나는 당연하게도 초등학교 과정이고, 그중 Key Stage 2로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했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초등학교는 3학기로 구성, 총 세 번의 방학이 있다.
그중 12월부터 2월까지가 겨울 방학에 해당한다.
“친구들과는 놀지 않는 거니?”
“친구가 없어요.”
“…….”
“아무도 저랑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걸요.”
“그래?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말이야.”
“?”
“넌 이곳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야. 그것도 선별받은 21명 중에 하나. 틀림없이 아이들은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할걸? 그저, 조금 부끄러운 것뿐이야.”
“진짜요?”
“물론.”
아마나가 병원에 입원했던 건, 동네 아이들로부터 나쁜 짓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정치적으로 잉글랜드는 난민에게 열려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받아들이는 평범한 사람들은 난민을 골칫거리 정도로만 여겼다.
잉글랜드인이 가져야 할 직업을 빼앗거나, 도시의 치안을 위협한다고 말이다.
어른들이 그 모양이니 그것을 보고 배웠을 아이들이 아마나와 같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지는 뻔한 일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순수해서 더 잔인해지기도 한다.
내전(內戰)에 휘말려 어머니를 잃은 것도 모자라, 기댈 곳 하나 없는 잉글랜드로 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며 괴롭힘을 받았다.
그런 이 아이에게 축구는, 유일한 친구였을 거다.
“그래도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은 있을 거잖아.”
“……몇 명 있기는 해요.”
“거봐. 내 말 맞지? 그 아이들은 분명히 너와 친구가 되고 싶었을 거야. 소셜네트워크는 해? 북이나 그램. 뭐든 좋으니까, 한 번 켜 봐.”
“…….”
자리에서 일어선 아마나가 가방을 놓아둔 곳으로 걸어가 휴대전화를 가져왔다.
전에 내가 선물한 아이폰이다.
“오, 인스타그램을 하는 거야?”
“그냥 보는 것만요.”
“보는 것만? 업로드는?”
“안 해요.”
“그래? 그럼, 잠깐 폰을 줘 봐.”
“?”
어리둥절하면서도 전화기를 건넨 아마나로부터 아이폰을 받아 든 후, 나는 셀피(Selfie)를 켜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그러곤 놀란 눈이 된 아마나에게, 카메라를 보며 웃으라고 했다.
“Smile-”
찰칵-
웃고 있는 나와 살짝 경직된 모습의 아마나는 제법 그림이 되었다. 만약 아이가 이상했다면 새롭게 찍었을 건데, 그렇지 않아도 될 만큼 보기 괜찮았다.
그래서 난 바로 다시 화면을 만져, 아마나의 역사적인 첫 인스타그램을 업로드했다.
“해쉬태그, 맨시티. 그리고 Team CFG.”
톡-
“좋아. 완벽해.”
그렇게 업로드를 마친 후, 나는 아마나에게 도로 전화기를 돌려주었다.
여전히 넋이 조금 나간 표정의 아이는 한참 화면을 쳐다보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비로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난 그것을 보며 아마나의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머리를 짧게 민 헤어스타일이다 보니, 손바닥에서 까슬까슬한 감촉이 느껴졌다.
“축구는 참 좋아. 그렇지?”
“네. 진짜 그래요.”
“힘이 들 때면, 친구가 되어 주거든. 공만 있으면 어디에서든지 외롭지 않아. 그런데 있잖아.”
“?”
“가끔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거든.”
“볼이 당신을 배신하나요?”
“하하. 그게 아니야. 볼은 절대 누구를 배신하지 않지. 애초부터, 걔는 무척 다루기 어려운 녀석이니까. 너도 잘 알지? 그래서 이렇게 훈련도 하는 거잖아.”
Ball Don`t Lie.
성질 더럽기로 유명했다던 전(前) NBA 선수 라쉬드 월러스는 과거, 만족스럽지 못한 심판 판정이 있고 난 뒤 업보를 돌려받는 듯한 상황이 오면 저렇게 외쳤다고 한다.
볼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잘못된 것을 올바로 바로잡는다고 말이다.
배신하는 건 언제나, 스포츠 그 자체였다.
종목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축구는 대화할 수 없어.”
“입이 없잖아요.”
“하핫-! 그래- 그게 정답이겠다. 축구는 입이 없지. 하지만, 너도 분명히 축구랑 대화하려고 해 봤을 거잖아? 혼자 공터에서 볼을 찬다든가, 아니면 지금처럼 혼자 훈련하면서 말이야.”
“……그런 것도 같아요.”
“바로 그거야.”
나는 아이들에게 축구가 삶의 전부가 아님을 알려 주고 싶다.
축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세상엔 축구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는 걸 말이다. 남들과 친하게 지내는 법을 아는 것도 그중에 하나다.
굳이 친구를 만들지 않더라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져가는 방법 정도는 알았으면 한다.
결국.
“피치에서도 우린 친구를 만들잖아.”
“당신이랑 베르나르두 실바처럼요?”
“쿡쿡쿡. 응. 베르나르두는 내 가장 친한 친구지.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도 있어. 올루프, 주앙, 케빈, 지뉴, 뱅상, 에므리크, 카일. 그리고 에데르송. 외에도 시티에 있는 모든 선수가 나의 친구야. 하지만 피치 밖에도 친구들이 있어. 그들이 있기에, 가끔 축구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
“……잘 모르겠어요.”
“그래. 너무 빨랐을 수도 있겠다.”
아마나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나는 어쩌면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이 아이에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부상 이후, 난 피치를 줄곧 떠나 있었지만 정작 축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이 와 있었던 것 같다.
녀석은 내게 자신과 이별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했고, 나는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 친구들과의 만남을 회피해 왔다. 팀의 모습을 본 게 언제인지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띠링-
“?”
“응?”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아마나의 아이폰 알람이 정적을 깨트리고, 그것을 넘어 시끄러울 만큼 정신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아이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고, 전화기를 건네받은 나는 위쪽에 뜬 푸시 알림을 눌러 아마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접속했다.
“오-!”
조금 전 업로드한 게시물의 좋아요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접속했을 때만 해도 2천 정도였던 것은 푸시 알림을 끄고 돌아오자 7천까지 올라갔다. 댓글도 벌써 10개 넘게 달렸고, 열 명 남짓이던 팔로워의 숫자도 천이 넘어 버렸다.
“……아마나?”
“네?”
“이건 꼭 명심하렴.”
“??”
“소셜네트워크는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만난 사람은 절대 믿어서는 안 돼. 그리고 되도록 이를 멀리하고. 가끔 업로드를 하는 건 좋지만, 네 삶은 휴대폰 바깥에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
멋대로 사진을 찍고 그걸 업로드해 버린 주제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올바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아마나가 내 조언을 명심하길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아마나가 이번 소셜네트워크 업로드를 계기로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오늘은 이만하자. 같이 우리 집에 갈까?”
“그래도 되나요?”
“물론. 같이 점심이나 먹자. 끝나고 나서 집에 바래다줄 테니까.”
“네!!”
환한 표정이 되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소년이 가장 먼저 달려간 장소가 가방이 있는 곳이 아닌 디스크와 콘이 놓인 곳이라는 게, 날 무척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마나의 휴대전화는 조금 전까지 아이가 앉아 있었던 바로 옆에 놓여 있다.
‘쟨 잘할 거야.’
다행히도 아마나의 삶은 사이버(Cyber) 세계가 아닌 현실 속에 있는 것 같다.
***
[부상 이후 첫 번째 인스타그램 업로드. 김다온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 더 가디언(U.K)].
.
[순식간에 인기인이 된 모가디슈 소년. Team CFG의 아마나 오케케는 누구? – 데일리 미러(U.K)]***
2018년 12월 10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HQ.
전날,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 원정을 떠난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은 시즌 첫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점유율에서 67:33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도, 역습과 탈압박을 키워드로 삼은 마우리치오 사리의 축구에 맥없이 무너져 버리고 만 것이다.
이 패배로 2016/17 시즌 31라운드 경기부터 이어 오던 프리미어리그 무패 기록도 끊기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직전 패배도 첼시 FC와의 스탬퍼드 브리지 원정이었다.
“완전히 살인적인 일정이야.”
“…….”
“완전히 미쳤어. 이런 상태로는 선수들이 가엾을 정도야. 12월 첫 16일 동안 5경기를 치르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아. FA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 칼둔 알 무바라크가 사람들의 앞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 일정에 관한 문제는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클럽은 모두 같았지만, 그가 유독 흥분하는 이유는 전날의 패배로 리버풀에 1위 자리를 내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올 시즌 유독 부상자가 많다는 점도 시티의 회장이 불쾌해하는 이유였다.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하기도 전에 시즌 아웃이 되어 버린 김다온을 포함하여, 러시아 월드컵을 뛰고 온 선수 중 상당수가 현재 전력에서 제외되어 있다.
“망할 월드컵.”
김다온 외에도,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드의 핵심인 케빈 더브라위너 역시 전반기를 거의 뛰지 못했다.
월드컵이 끝나고 맨체스터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는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고, 최대한 조심하여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했음에도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노쇠화의 증거가 잦은 부상으로 나타나는 아궤로 역시 일정의 절반 정도를 결장 중이고, 곧 복귀할 예정이긴 하지만 주앙 칸셀루도 당분간은 뛸 수가 없다.
클럽의 컨디셔닝 그룹이 얼마나 열심이고 그래서 더 속상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칼둔 알 무바라크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 수조차 없다.
그래서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이다.
“후우~ 꽉 막힌 기분이야.”
“이해합니다.”
“상식대로라면, 우린 다가오는 겨울 세 개의 포지션에 필요한 선수를 최소 넷은 영입해야 하지. 특히 풀백.”
“…….”
“매일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야. 아래에서 부상 보고가 올라올 때면, 부디 그게 풀백이 아니기를 바라게 되지. 슬픈 건 여전히 누군가 다쳤다는 거야. 클럽의 회장이라면, 모든 선수의 부상을 안타까워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
김다온과 주앙 칸셀루. 거기에 올렉산드르 진첸코까지 뛸 수 없는 지금, 맨체스터 시티의 풀백은 카일 워커와 페이비언 델프 단 두 명뿐이 되었다.
주앙 칸셀루는 12월 복귀하겠지만, 진첸코는 일러도 3월이나 되어야 돌아올 수 있다.
외에도 케빈 더브라위너처럼 전방에서 경기를 풀어 줄 플레이메이커와 골 가뭄에 시달리는 공격진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공격수 역시도 필요했다.
리야드 마레즈는 현재까진 실패에 더 가깝다.
6천만 유로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것을 생각했을 때, 리야드 마레즈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활약을 보여 줬어야만 한다.
하지만 어제도 리야드 마레즈는 무기력한 모습이었고,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기회에서도 골을 집어넣지 못했다.
여전히 PL 2위에 리버풀과의 격차는 승점 단 1점에 불과한 데다가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아직 탈락하지 않은 맨체스터 시티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다온은 대체 뭘 하는 건가?”
“어제의 일 말이로군요.”
“재활 후에 바로 집으로 돌아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네. 하지만 그 모가디슈 아이가 훈련 중이었다고 하더군요. 아시겠지만 Team CFG는 현재 휴가 중입니다. 다온은 그를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허-!”
김다온에게도 날을 세우는 칼둔을 보며, 치키 베히리스타인은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이 단지 짜증이 조금 난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은 누구보다 김다온을 아끼고, 그의 복귀를 강하게 열망하고 있는 게 칼둔이다.
“제기랄. 환상통이라니.”
“곧 치료가 시작될 겁니다.”
“……우린 그를 잃을 수도 있어.”
“그렇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확신하지?”
“그야.”
“?”
“He is Wonder.”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Wonder’라는 단어는 축구에서 좀 더 듣기 어려운 것이었다.
잉글랜드의 축구 역사 속에서 ‘Wonder’라는 수식어를 단 선수는 다섯이 채 되지 않았고, 그것이 상징처럼 쓰인 선수도 마이클 오언 단 한 명뿐이었다.
궁금함이 느껴질 만큼 경이롭다는 뜻의 단어를 달 수 있는 건, 단순히 축구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메시나 호날두도 그러지는 못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던 모가디슈 아이도 단숨에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보고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다온은 차도가 보이고 있습니다.”
“정말인가?”
“네. 통증이나 그런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본인 스스로 변하려고 하더군요. 혹시 오늘 제주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셨습니까?”
“??”
“한번 보시죠.”
“…….”
치키의 말에 휴대전화를 꺼내든 칼둔이 화면을 만져 가브리에우 제주스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접속한다.
“?!”
“보셨습니까?”
“이건…….”
“네. 다온입니다. 오늘 아까 팀의 회복 훈련 장소에 깜짝 등장했죠. 패배를 위로한다며, 시내에서 산 컵케이크 상자를 팀 전체에 돌렸습니다. 물론, 글루텐 프리로요”
“…….”
부상 이후, 김다온이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혼자만의 세계에 틀어박혔고, 소수의 사람하고만 소통을 이어 나가려는 모습을 보여 줬다. 애초에 Team CFG를 맡긴 것도, 그를 동굴에서 끄집어내기 위함이었다.
한데.
“다행히도.”
“응?”
“저희가 먹을 것은 글루텐 프리가 아닙니다. 맛있지만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듬뿍 썼다고 하더군요.”
칼둔은 그제야 생뚱맞게 느껴졌던 핑크빛 상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김다온이 맨체스터 시내의 유명 베이커리에 부탁해 구매한 컵케이크가 담긴 것이었다.
소파 테이블의 앞으로 온 칼둔이 손을 뻗어 상자를 열었고, 알록달록한 아이싱 위에 쓰인 글자를 보게 되었다.
ONE TEAM.
“하하하.”
오늘 처음으로, 칼둔의 얼굴에 미소가 스며든다.
“다온은 여전히 시티의 일원입니다.”
“……정말 그렇군.”
“그는 나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조금씩이지만, 그가 겪은 부상을 생각했을 땐 그게 적당한 속도일 수도 있습니다. 인내심을 가진다면, 다온은 분명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그것도, 우리가 아는 예전의 그 강인한 모습으로요.”
“He is Wonder, Txiki.”
“하하하. 네. 그는 언제나 경이로운 사람이었죠.”
클럽의 가장 중요한 선수가 돌아오는 날까지,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은 김다온이 선물로 보낸 컵 케이크에 적힌 글자처럼 클럽을 단단하게 지키겠다고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