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9)
98화
2012년 7월 9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 풋볼 팬타지움.
올림픽 대표팀에 소집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여기, 여기!! 여기야!!”
“아-!! 왜-!! 쟤한테 주지 말랬잖아!!”
그리고 난 그동안, 완전히 이곳에 적응해 버렸다.
뻥-!!
“아- 진짜!!”
멀리 날아가는 축구공을 보며 좌절하는 흥민이 형과 그 곁에 있는 자철이 형 또한 허탈하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이 둘의 사이에 있던 태희 형.
태희 형은 우리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아- 한 번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엔, 오래전부터 ‘슈퍼 털기’라는 문화가 존재했다.
지금은 ‘마트 털기’나 ‘편의점 털기’ 정도로 바꿔 부르고 있는데, 흔히 우리가 5 : 2 라고 부르는 훈련에서 패배하는 쪽이 사비를 들여 그날 산 물건값의 전부를 지불 해야 한다.
그래서 이기는 쪽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도 신나서 사들이곤 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왁스나 스프레이와 같은 헤어 제품이었고, 먹거리야 뭐 말할 것도 없다.
“아, 진짜! 한 번만! 얘 X나게 많이 먹잖아~”
“그러게 누가 지래?”
“아아아-!! 너 왜 거기서 쟤한테 줬는데?”
패배한 쪽의 형들은 유독 크게 좌절하는 모습이다.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르는 척하고 있다.
“야, 오늘은 조금만 먹어라?”
“싫은데요?”
우리 파주 NFC 앞에는 작은 편의점이 있는데, 난 지금부터 그곳을 마음껏 털어(?)버릴 생각이었다.
패배에 가장 큰 지분이 있는 현준이 형이 카드를 지참했고, 나는 제대로 챙겨오라는 형들의 임무를 받으며 비장한 얼굴로 따라나섰다.
“야, 너 진짜 조금만 사~”
“아, 보고요.”
“아- 씨.”
처음엔 조금씩 어색했던 얼굴들도,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졌다.
올림픽 대표팀의 막내인지라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해야 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형들이 또 잘 챙겨줘서 좋았다.
여기에 있는 현준이 형도 날 무척이나 잘 챙겨주는 편이다.
“야! 핫바 그거 다 들고 가려고?”
“네. 형들이 이거 전부 긁어 오랬어요.”
“하아~ 미치겠다, 진짜.”
현준이 형은 신갈 고등학교 시절부터, 주위에서 약간 ‘특이한 녀석’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백암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신갈 고등학교가 AFC 아약스와 자매결연을 하였다는 것을 알자마자 곧장 진로를 결정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현준이 형은 큰 키와 득점력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졸업하기 한참 전부터 신갈 고등학교와 AFC 아약스가 자매결연 중이니 무조건 네덜란드로 갈 거라 말하고 다녔단다.
그리고 실제로 형은 그렇게 했다.
자매결연의 경우 클럽이 선수를 먼저 문의하고 학교에서 수락해 일을 진행하는 게 보통이지만, 현준이 형은 대뜸 아약스 사무실로 찾아가 ‘내가 너네 자매결연한 학교의 선수다.’라고 말했다.
더 중요한 건, 당시 형은 네덜란드어를 하나도 몰랐다는 거다.
당연히 아약스의 관계자들은 에이전트도 없이 온 현준이 형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 일단 테스트라도 보자고 한 것이 계약으로 이어지게 됐다.
아무튼, 그렇게 AFC 아약스에 입단하게 된 현준이 형은 2010년 후반기에만 2군 소속으로 8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일약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AFC 아약스에 체질개선이 이뤄지고, 포지션에 경쟁자가 많았던 형은 가장 먼저 방출 통보를 받았다.
에이전트 없이 혼자서 일을 진행하려고 하다 보니, 구단과의 오해가 쌓여 계약이 해지당했다는 거다.
그래서 형은 다음 날, 곧장 에이전트를 선임했다고 한다.
삑-.
“398,720원입니다.”
“네? 얼마요?”
“어. 398,720원이요.”
“하아~ 여기요.”
형은 지금 나를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본디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야. 올림픽은 아마추어 아니냐?”
“형 직장이 프로잖아요.”
“아이씨. 이거, 말이나 못 하면. 야! 들어!”
기꺼운 마음으로 봉투 다섯 개를 한꺼번에 들어 올린 나.
어째, 하나도 무겁지가 않다.
“아- X나게 얄미워.”
“제가요?”
“그럼 너 아니면 누구냐?”
편을 가르려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유럽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생활한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게 훨씬 더 쉬웠다.
서로가 가진 애환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비슷했고, 또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감정을 알기 때문이다.
현준이 형이랑 친해지게 된 계기도 인종차별 경험을 말하면서부터였고, 지금도 마음씨 착한 이 형은 중간에 내게 봉투를 가로채어 더 많은 세 개를 들었다.
“아, 맞다. 형.”
“왜?”
“아까 훈련할 때 말이에요.”
“······.”
오해할까 싶어 말하는데, 우린 마냥 이렇게 장난만 치는 게 아니라 때론 진지한 이야기도 나눈다.
우리는 5일 뒤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뉴질랜드와 평가진을 치르고, 하루 뒤에 런던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훈련 진행 상황을 보면, 현준이 형이 그 날 선발로 뛰게 될 것 같다.
내가 뛰게 될 왼쪽 풀백을 포함한 몇몇 자리는 거의 확정이지만, 어떤 자리는 아직 경쟁이 한창이다.
현준이 형과 동원이 형이 경합 중인 스트라이커 포지션 역시, 평가전을 전부 치르고서야 올림픽 예선 첫 번째 경기의 주전 포워드가 결정될 거다.
그래서 지금의 이건, 형한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제가 크로스를 할 때는 보통 오른발로 올리니까······.”
파주에서의 7일.
나는 무척이나 평화롭고 또 행복하다.
***
【포르투갈 시각】 2012년 7월 10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SL 벤피카의 풋볼 매니저 에두 크루즈는 무척 빼어난 역량의 소유자이다.
그는 SL 벤피카에 부임한 첫날, 이 팀이 어떻게 미래를 그려야 하는지를 단번에 꿰뚫었다.
현재 벤피카의 자랑이 된 훈련시설도 에두 크루즈의 강력한 의지로 설립하게 된 것이었고, 지금은 그곳에서 성장하게 된 유망주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런 에두 크루즈에게 ‘백업과 로테이션’ 멤버만 보충하면 되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은, 휴가라고 표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편안한 나날이었다.
그래서 그는 모처럼, 기왕이면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말하지 않나. 만약 그들의 계약서에 아직 사인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도 늦지 않다고.”
경쟁 관계에 있는 클럽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하게도 이적시장에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풋볼 매니저로서 가장 기분이 좋은 방법을 말하자면, 그건 경쟁 관계의 클럽에서 선수를 빼내오는 일이었다.
특히나 그것이, 주목하는 유망주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차피 그쪽은 자네 선수를 B팀에서 뛰게 할 것이지 않나. 응? 아냐. 우리도 그렇기는 해. 다만, 최소 다섯 경기 정도는 A팀에서 뛸 기회가 있을 걸세. 응? 그걸 어떻게 보장하냐고? 이런! 아예 계약서에라도 써줄까?”
당연하게도, 축구에는 의무출전과 같은 조항은 없다.
하지만 에두 크루즈는 자신이 이렇게 말함으로써, 이 마음 약한 에이전트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동요가 느껴졌다.
다가오는 새로운 시즌, SL 벤피카의 중원은 네마냐 마티치와 엔초 페레즈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직전 시즌 주전으로 활약해줬던 하비 가르시아는 현재, 맨체스터 시티를 포함한 다수의 클럽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제안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에두 크루즈와 조르제 제수스는 하비 가르시아가 올여름 팀을 떠나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본인도 빅리그로 진출하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음 시즌은 마티치와 페레즈로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수스는 만에 하나 있을 상황을 대비코자 했고, 수비형 미드필드에 설 수 있는 자원의 영입을 원했다.
굳이 제수스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에두 크루즈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비형 미드필드를 보강하려고 했었다.
제수스의 축구 성향상, 수비형 미드필드는 항상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적시장 때마다, SL 벤피카 출신의 수비형 미드필드는 매번 큰 주목을 받아왔다.
에두 크루즈는 마티치나 페레즈 또한 오랫동안 팀에 머물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미래를 내다본 영입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먼 미래가 아닌, 2013/14 시즌 혹은 2014/15 시즌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그런가? 그거 좋군. 그렇게 하게. 자네의 선수와 이야기를 해보고, 내게 전화를 줬으면 좋겠어. 그래, 그럼. 식사나 챙기게. ”
딸깍-.
지금까지 에두 크루즈가 통화한 상대는, 현재 스포르팅 CP B팀 소속으로 있는 에릭 다이어(Eric Dier)의 에이전트였다.
에릭 다이어는 잉글랜드 국적이지만, 모친의 직업 때문에 10살이 되던 해에 포르투갈로 이주했다.
2011년 1월에는 EPL의 에버튼 FC로 임대되어 U-18 소속으로 뛰었고, 에두 크루즈는 이때부터 다이어의 잠재력을 눈여겨 봐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입이 성사된다면, 지난번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복수를 하는 것도 가능했다.
비록 무관중 시합으로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치렀다지만, SL 벤피카의 생각에 스포르팅 CP가 받은 처벌은 터무니 없을 만큼 가벼웠다.
“휴우- 재미있군. 재미있어.”
며칠 전, 구단주와 보드진은 긴 회의 끝에 다가올 시즌 팀의 이적 예산을 4천만 유로로 설정해 두었다.
하지만, 에두 크루즈는 그 1/4도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여름, SL 벤피카에 큰 영입은 없을 것이다.
몇몇 보드진들은 이런 소극적인 영입을 우려하겠지만, 그래도 결국 그들 주머니 속의 돈이 아껴졌다는 점 때문에 크게 말은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매년 많은 돈을 쓸 때마다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에두 크루즈로서는, 그런 상황을 피해갔다는 것 자체가 천국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물론 선수단 일부에서도 소극적인 이적시장에 대한 말이 있겠지만, 그것은 제수스가 감당해야 할 영역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 어디?”
에두 크루즈의 다음 통화 대상은, 먼 콜롬비아에 있는 한 에이전시 사무실이다.
***
2012년 7월 14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 2동. 월드컵로 240. 서울 월드컵 경기장.
·경기 시작 30분 전
대한민국 0 : 0 뉴질랜드
&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 Match-Up`s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4-3-3/4-4-2
GK ? 정성룡 / GK ? 제이크 글리슨
RB ? 김창수 / RB ? 팀 페인
CB ? 김영권 / CB ? 팀 마이어스
CB ? 곽태휘 / CB ? 라이언 넬슨
LB ? 김다온 / LB ? 이안 호그
DM ? 기성용 / CM ? 마르코 로하스
CM ? 박종우 / CM ? 마이클 맥글린셰이
CM ? 구자철 / RW ? 다코타 루카스
RW ? 김보경 / LW ? 코스타스 바바루시스
LW ? 손흥민 / ST ? 쉐인 스멜츠
ST ? 석현준 / ST ? 크리스 우드
.
.
지금까지 꽤 큰 무대를 자주 경험해 보았다고 생각했었지만, 오늘은 조금 유별난 편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고, 아까 팬분들이 입장하는 걸 본 이후로는 약간 혼란스러워졌다.
‘진정하자, 다온아. 진정해.’
오늘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 중 하나다.
고작해야 평가전인데,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린다.
“야!!”
“아우씨, 깜짝이야!!”
“뭐? 씨이~?”
“아니. 그게, 형이 놀라게 했잖아요.”
“이 자식이, 어디서 말대꾸를······.”
“아-! 아파요! 아파!”
헤드락을 걸어온 자철이 형은 기껏 정돈해둔 머리를 마음껏 헤집어 놓고 나서야 나를 풀어줬다.
“아- 진짜! 머리 한참을 만졌는데!”
“야! 뭘 그렇게 멋을 내고 그러냐?”
“내버려 둬. 쟤 걔 좋아하잖아. 누구더라?”
“형!! 쉬잇!!”
뒤늦게 성용이 형은 아차 했지만, 이미 늦었다.
“오오오오오오~~~”
“아~ 아니라고요오오~~”
아니라고 말했지만, 실은 맞다.
오늘 평가전을 후원하는 건 ‘LS 전자’고, 그래서 전속모델 겸 발레리나인 윤서희 씨가 경기장을 찾는다고 들었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지난번 광고 현장에서 본 이후로 가끔 그분이 생각났다.
“뭐냐? 첫눈에 반한 거야?”
“그런데 걔, 유명하지 않아?”
“응? 유명해? 뭐가요?”
유럽이 많이 더 심하기는 하지만, 한국도 소셜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여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문화가 꽤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페이스북이 유용하게 쓰였는데, 쪽지를 따로 보내어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했다.
안드레나 다른 친구들도 여자애들을 만날 때 주로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했고, 그건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 포기해라. 걔 완전 얼음공주잖아.”
“??”
“야! 국영이! 너도 까이지 않았냐?”
“아~ 시끄러워!”
“봤지? 그런 애래도.”
윤서희 선수는 꽤 오래전부터 미모의 발레리나로 주목을 받아왔고, 평소 이미지도 조용하고 단아한지라 인기가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숱한 스포츠 선수들로부터 구애를 받았던 것 같다.
유럽에선 축구선수와 모델이 만나는 게 흔한 공식이지만, 한국은 같은 운동선수끼리 만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축구야 그나마 따로 파주에서 훈련해 덜한 편이지만, 지금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태릉에서는 꽤 많은 로맨스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운동부는 운동만 해야 한다는 한국만의 폐쇄적인 문화가 만들어 낸 현상으로, 이것이 딱히 좋다 나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야, 남녀의 감정에 대한 문제였으니까.
“전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그냥 저는 순수한 팬으로 좋아하는 거거든요?”
“웃기시네. 킁킁.”
“아- 왜 냄새 맡아요?”
“야! 이 새끼 향수도 뿌렸어.”
“뭐? 진짜?”
“······.”
난 아주 완벽히 어쩌다 우연히, 자철이 형이 방안에다 놓아두고 간 향수를 뿌렸던 것뿐이다.
“응? 킁킁. 이거 근데, 냄새가 X나 노땅 취향인데? 야, 이거 니꺼 아니지? 구자철 어디 갔어?”
“아- 왜 난데?”
“야. 너 아니면 누가 이딴 거 뿌리냐?”
“킁킁.”
이제야 나도 냄새를 한 번 더 맡아 보는데, 솔직히 처음 뿌릴 때부터 왠지 모르게 아빠가 떠오르긴 했다.
“야, 빨리 씻고 와. 이거 뿌렸다간 좋다가도 싫어지겠다.”
“아, 진짜!! 형!!”
재빨리 옷을 벗으며 샤워실로 뛰어들어가는 나.
급하게 몸을 씻는 내 뒤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응? 다온이 어디 있어?”
그런데 몸에 비누칠했을 때, 밖에서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차 싶었던 난, 중요 부위만 손을 가린 채 급하게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그런 나를, 감독님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보고 계셨다.
“이거, 전부 자철이 형 때문이에요!”
“뭐? 야!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순간 자철이 형을 가리키고도 아차 싶었던 나였는데, 지금 잘못한 건 나이니 조용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강찬일 감독님은 쿨하게 웃으셨다.
“얼른 씻고 와라. 특별한 지시사항은 없으니까.”
“어, 그냥 이러고 있어도 되는 데요.”
“야! 어디서 그 더러운 X추를 보여주려고. 빨랑 씻고 와!”
“네, 넵!!”
부리나케 돌아 들어가는 내 등 뒤로 다시 웃음소리들이 들려왔고, 얼른 몸을 헹구고 수건으로 몸을 둘둘 말아 나오고 나서야 감독님은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시합에 나가면 진지하게 하자~! 다치지 말고!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 알겠지? 오늘 다치는 애는 한국에 두고 간다? 그럼, 가자. 다온이는 거기에서 목소리만 내고. 자, 한국!!”
“어이!!!”
나의 첫 올림픽 대표팀 경기는 이렇게, 수치와 굴욕으로 수놓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