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94)
961화 re – Born (3)
2019년 1월 1일. 75001 파리, 프랑스. 퐁뇌프(Pont Neuf. 75001 Paris, France).
파리 시내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새해 전야가 끝나고 난 뒤, 늦은 오전 도시는 비로소 평화를 되찾았다.
웅–
“Hauteur! plus haut(높이! 더 위로)!”
웅–
쿠쿵-
“좋았어! 완벽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 중 하나인 파리의 센 강변. 시내를 관통하는 물줄기를 따라, 프랑스의 걸작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잔뜩 산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중, 퐁뇌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로 알려져 있다.
“조심! 천천히!! 조금만 더 왼쪽으로!!”
1577년 앙리 3세(Henry Ⅲ)에 의해 만들어진 이 다리는, 파리를 휩쓸고 지나간 흑사병 이후 [“도시에 바람이 통하지 않아 전염병이 잦다.”]는 의사들의 조언으로 만들어졌다.
다리는 30년이 지난 1607년에야 완공되었고, 교각을 따라 둘린 385개의 얼굴 조각상은 같은 표정이 하나도 없다.
이런 퐁뇌프의 뜻은 ‘새로운 다리’.
말 그대로의 뜻이다.
“드디어 박차가 가해지는군.”
“네. 예정보다 약 한 달이나 늦었지만요.”
“어쩔 수 없지. 확신이 필요한 상황 아니었나.”
“……주인공이 불참하게 되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어 버리니까요.”
“그나저나, 참 재미있는 일이야.”
“그렇습니다.”
“이런 압도적인 차이라니.”
“…….”
공사가 한창인 퐁뇌프 다리의 한쪽, 안전모를 뒤집어쓴 두 남자가 현장에 시선을 고정해둔 채 대화를 이어 나간다.
“이것도 새로운 기록이군.”
“네. 큰 반향이 일 겁니다.”
“부정하는 사람도 있을 걸세.”
“언제는 안 그랬던 적이 있습니까?”
“그것도 그렇군.”
‘프랑스 풋볼’은 프랑스의 미디어 그룹 ‘Groupe EPA’의 소유다,
흔히 ‘Groupe Amaury’로 알려진 이곳은 고(故) 필립 아무리(Philippe Amaury)에 의해 설립되었고, 현재는 그의 아내인 마리-오질 아무리(Marie-Odile Amaury)가 대주주로 있다.
일주일 뒤 발롱도르 시상식이 치러질 이곳 퐁뇌프에, ‘Groupe EPA’의 관계자와 파스칼 페레가 함께 있는 이유다.
‘Groupe EPA’의 이사이기도 한 포르토스 두셰멍(Porthos Duchemin)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던 발롱도르가 마침내 열리게 되어 안도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야기를 들었네.”
“?”
“이곳을 시상식 장소로 정한 이유 말이야.”
“아-”
“참으로 재밌더군.”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단 세 명뿐인 3회 연속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되었으니까요. 서로 다른 세 개의 클럽에서 3년 연속은 처음이지만요.”
“정말 굉장하지 않나?”
“…….”
“응?”
“경이롭죠, 포르토스. 이건 경이로운 기록입니다. 축구가 지구에서 사라질 때까지,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경이로운 기록이요.”
투표가 마무리된 작년 10월, 파스칼 페레는 결과를 확인한 후 크게 놀라워했다.
결과 자체는 예상대로였지만, 투표의 내용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다온은 무려 970점을 얻어 냈고, 이는 2위 그룹인 앙투안 그리즈만/킬리안 음바페보다 600점 이상 많은 것이었다.
2018년 하반기를 통째로 날려 버렸음에도, 김다온이 이뤄낸 업적과 그로 인한 인상은 월드컵 우승 프리미엄을 통째로 날려 버릴 정도로 엄청났던 거다.
물론, 프랑스의 이번 월드컵 우승은 떳떳하지 못했다. 당연히 뒤따라야 했던 시내 행진도 취소되었고, 명예 훈장 역시도 수여되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 축구 협회와 정부가 나서 사과를 했는데, 이는 월드컵 우승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프랑스의 국민 중 절반 이상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우승이 수치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람들은 좀처럼 월드컵의 이야기를 꺼내려고 들지 않았고, 우승으로 인한 특수 역시도 없었다. 그저, 한국 관광객을 만나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보낼 뿐이었다.
파스칼 페레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역시 우승이 부끄러웠다.
숫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경기를 뒤집은 선수들의 노력 그 자체는 인정했지만, 그래도 그런 방법으론 아니었다.
그래서 파스칼 페레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발롱도르 수상자가 정해진 직후 바로 알고 지내던 파리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에게 전화를 걸어, 이전에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부부 동반 모임에서 알게 된 한국인 사업가는 과거, 한국어로 다리(橋/Neuf)와 다리(足/Jambe)가 동음이의어라는 사실을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여기가 가장 적당합니다.”
“Pont neuf. 새로운 다리지.”
“네. Nouvelle jambe지요.”
“Neuf와 Jambe가 한국에서는 동음이의어라니. 정말이지, 재미있어.”
파스칼 페레는 김다온을 포함한 상처받은 한국인들 모두에, 퐁뇌프에서의 시상식이 지니는 의미를 알려 주고 싶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자리가 그들을 위한 메시지를 품고 있으며, 특히 김다온 개인에겐 부상에서 회복한 뒤 마치 새 다리를 얻은 것처럼 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이다.
그리고 두문불출하고 있던 김다온이 참석할 수 없을지도 몰라, 12월 8일로 예정되어 있던 시상식도 한 달이나 미뤘다.
본인들의 발표를 위해 수상자를 미리 알려 달라던 FIFA가 집요하게 파스칼 페레를 괴롭혔지만, 그는 비밀을 지켰고 FIFA 또한 올해의 선수 발표를 연기했다.
무려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 발표가, 한 개인 때문에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웅–
“조심! 천천히! 천천히 내려!”
빠르게 그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특별 무대.
파스칼 페레가 집중력을 높인다.
쿵-
***
2019년 1월 2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미디어 존, 기자회견실.
2018년의 끝에서 치러진 사우샘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20번째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3:1의 승리를 거두면서 연패에서 탈출했다.
경기 직후 펩 과르디올라는 [“이전 두 경기에서 올루프 뫼르크를 기용하지 않았던 것은 명백한 나의 실수였다.”]말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시즌의 우승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리버풀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미디어는 그것에 대해서 먼저 말을 한다.
“내일도 뫼르크가 기용됩니까?”
“그는 현재 좋은 컨디션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출전 여부에 대해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내일 팀과 함께할 거란 사실 정도는 말할 수 있습니다. 리버풀은 대단히 공격적인 팀이고, 팀에는 좋은 수비 능력을 지닌 선수가 필요합니다. 뫼르크는 현재 팀에서 가장 수비력이 좋은 미드필드죠.”
진행되는 인터뷰를 보며, ‘텔레그래프’의 제임스 더커(James Ducker)가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분위기가 변했군.’
첼시 FC에 패해 연승이 끊기기 전에도, 펩 과르디올라는 어딘가 쫓기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두 시즌 만에 첫 프리미어리그 패배를 당한 이후론, 그런 느낌은 더 심해졌다.
특히 시즌 두 번째와 세 번째 패배를 연속으로 당했을 땐, 과르디올라는 꼭 편집증 환자 같았다.
불안해 보이고 또 신경질적이었으며, 인터뷰에서 나온 질문을 몇 번이나 다시 묻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지금 그의 모습은.
‘평소의 과르디올라로군.’
시즌이 개막된 이후 처음으로, 모두가 아는 펩 과르디올라가 드디어 본인의 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차례가 되어, 더커가 손을 들어 올린다.
“펩. 현재 리버풀과의 승점은 7점 차이가 납니다. 그들은 지난 경기에서 아스널을 5:1로 눌렀습니다. 기세가 굉장합니다. 최근 다섯 경기에서 18득점을 기록했고, 실점은 단 둘뿐입니다. 그들을 막을 계획은 있습니까?”
“물론이죠.”
“?!”
“우리는 적당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리버풀의 기세가 현재 훌륭한 것은 맞지만, 알다시피 완전무결한 팀은 없습니다. 우린 최상의 상태로 내일 경기에 나설 것이고,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줄 겁니다.”
상실되었다고 믿었던 자신감이 과르디올라에게서 나타나게 되자, 시티의 일방적 열세를 예상했던 기자들의 생각 역시 바뀌기 시작한다.
축구는 어떠한 종목보다도 감독의 역량이 중요한 스포츠고, 온전한 과르디올라라면 충분히 그 자체로 변수가 될 수 있다.
더구나 그 대상은 펩 과르디올라다.
[“과르디올라는 그저 위대한 선수와 함께한 운이 좋은 감독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 중 그렇게 믿는 이는 전혀 없다.팀 내 최고의 선수들이 모조리 빠져있는 맨체스터 시티. 주앙 칸셀루와 다비드 실바가 복귀했지만, 여전히 김다온과 케빈 더브라위너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과연 펩 과르디올라의 비책은 무엇일까?
아니, 그보다.
‘뭐가 저 남자를 바뀌게 한 거지?’
인터뷰되고 있는 내용을 빠르게 랩톱으로 옮기며, 제임스 더커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가 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내일, 프리미어리그 중반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
2018년 1월 3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주니어 아카데미 피치.
“앨런!”
“패스, 패스!!”
평소와 같은 하루가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프렛웰이 다가와 가장 눈에 띄는 소년에 대해 말했다.
“무승부인가?”
“넵. 일단은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저 아이는 꼭 승리한 것 같군.”
“훨씬 보기 좋죠. 안 그래요?”
“그렇군.”
오늘 오전, 오게의 부모님이 맨체스터를 떠났다.
하지만, 본인들의 아이는 이곳이 남겨 뒀다.
계약서에 사인한다거나 하는 일 역시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리케가 남겼다는 편지 하나를 전달받은 상태였다. 재활을 마치고 출근했을 때, 오게가 내게 그것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게는 감사의 말을 전했는데,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다는 내게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세상에는 자신의 편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무척 중요한 일이로군.”
“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저런 거로군.”
“말했지만, 훨씬 보기 좋아요.”
“정말 그래.”
오늘 훈련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은 오게의 달라진 태도를 보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앤디 사시모비치가 말했던 모습으로 돌아온 오게는 잘 웃는 아이였고, 피치 위에서 누구보다 말이 많은 사람이 됐다.
촤아아악-!
“?!”
“오-!”
완벽해 보였던 칼 해밀턴의 태클을 오게가 멋지게 점프하여 벗겨 낸다. 사각(死角)에 가까운 각도에서 들어온 것이었는데,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간단히 제압해 버렸다.
그리곤 지체 없이 박스 안쪽으로 향하는 패스를 밀어 보냈고, 이는 우진이에게 연결되어 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팀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나이-스!! 잘했어, 우진!!”
처음 보았을 때 생각했던 대로, 오게는 판타지스타로서의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간단한 동작들마저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고, 일단 저 친구에게 볼이 전달되면 기대감이 절로 생겨났다.
개인적으론 과거 한국에 있을 때, 수원 삼성 소속이었던 고종수 선수를 보는 것 같았다. 플레이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기대를 품게 한다는 면이 비슷했다.
“편지는 읽어 봤나?”
“아뇨. 나중에 집에서 읽어 보려고요.”
“나도 덴마크어를 할 줄 안다면 좋았겠어.”
“하하. 내일 꼭 내용을 알려 드리죠.”
“그렇게 해 준다면 고맙겠네.”
비록 여전히 오게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비로소 Team CFG는 완전체의 모습을 갖췄다.
오게가 다이아몬드 4-4-2 미드필드의 꼭대기가 되어 준다면, 앨런을 왼쪽 8번(CM)으로 보내어 메짤라(Mezz`ala)의 역할을 맡길 수 있다.
중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측면으로 움직일 수도 있기에, 자유로움을 원하는 앨런에게 더욱 잘 어울릴 것이다.
“그거 아세요?”
“?”
“지금 전 몹시 기대돼요.”
“훗. 나도 그러하네.”
“아이들은 축구가 몇 배는 더 쉬워진 것처럼 느낄 거예요. 그리고 그건, 상상력을 자극하게 되죠. 제가 바라던 거예요. 피치 위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요.”
누누이 강조해 왔던 것처럼, 아이들은 피치 위에서 자신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도전과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일의 두려움을 떨치게 되면, 자신이 어떠한 모양의 축구 선수인지를 알게 되는 시점이 앞당겨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나를 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오게는 틀림없이, 주변에 많은 영감을 흩뿌릴 것이다.
당장 오늘만 해도, 달라진 오게의 태도와 플레이에 앨런이 경계심을 드러냈다. 본인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건데, 그만큼 오게는 깊은 인상을 줬다.
훈련에서 늘 만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던 것에 불타오르던 우진이 역시, 오게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바로 내가 원하던 것들이다.
유소년 레벨에서는 아이들의 실력 격차가 더 도드라지는 법이고, 잘하는 한 명이 주변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 역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Team CFG는 분명 한 단계 이상 도약할 것이며, 난 그것이 다가올 대회에서 확인될 거라고 믿고 있다.
다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
“응? 무슨 일이시죠?”
“자네 정말 괜찮은 건가?”
“응? 아. 하하. 네.”
프렛웰은 지금, 나의 다리를 쳐다보고 있다.
오늘, 난 목발 없이 CFG 훈련에 참여했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직접 볼을 가지고 시범을 보이거나 할 수는 없었지만, 목발을 짚지 않고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됐다.
“거의 반년이 다 되어 가요.”
“벌써 그렇게 됐나?”
“네. 세월 참 빠르죠.”
“눈 깜짝할 새로군.”
“새해잖아요, 프렛웰. 2019년이라고요.”
수술 이후 5개월하고도 보름 정도 되는 시간이 흘렀다. 진즉에 목발 없이 활동하는 시간을 늘려야 했지만, 내가 겪는 환상통이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게 정말 효과가 있나 보군.”
“놀랍게도요.”
“허-! 세상 많이 좋아졌어.”
“Come on- 그건 너무 나이 든 이야기라고요.”
“내가 실제 늙은이지 않은가!”
“쿡쿡쿡. 그건 맞는 말이네요.”
“허허-!”
미국에서 온 엘리아스 웨어가 뉴욕으로 돌아간 이후, RMS를 통한 재활은 볼파르트 박사님과 나를 위해 고용된 오스틴 케네디가 번갈아 가며 맡고 있다.
볼파르트 박사님마저 독일로 돌아간 뒤엔, 클럽 닥터인 에두 마우리가 주기적으로 우리 집을 찾을 거라고 했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치료는 앞으로 약 한 달 정도 진행될 예정인데, 이후 상황을 보고 다음 단계의 가닥을 잡아 나갈 것이다.
이제야 조금, 앞으로 나아간 기분이 든다.
“무대에는 목발 없이 설 수 있겠군.”
“그랬으면 해요.”
“시끄러워질 게 훤히 눈에 보여.”
“하하. 네- 또 많은 말들이 오가겠죠.”
지금 프렛웰과 나누는 대화는 다가올 8일에 있을 발롱도르 시상식에 관한 것이었다.
퐁뇌프에서 진행될 2018 발롱도르 시상식의 초대장과 비행기표가 어제 집으로 배달됐고,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티켓이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전달됐다.
아영이는 시상식 때 입을 옷을 고르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절반을 날리고도 발롱도르라.”
“Stop.”
“봐주게나. 오늘 내내 농담을 참고 있었으니까.”
“앞으로 온종일 그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요.”
“그렇겠지. 그야, 전에 없던 일 아닌가?”
“네- 사람들은 거기에 집착하죠.”
조금 전 프렛웰이 말한 것처럼, 나는 월드컵 결승 이후 아무런 축구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발롱도르 위너가 되었다.
작년 5월 빅이어를 들어 올리고 난 뒤 누가 [“사실상 2018 발롱도르는 끝났다. 김다온이 앞으로 푹 쉬더라도, 누구도 그의 성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일이 진행되어 버린 것이다.
“어떻게?”
“네?”
“시상식에서 할 말은 정해 뒀나?”
“……생각 중이에요.”
요나스는 이번 발롱도르 수상소감에서 내가 하게 될 이야기가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기왕이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랬다.
복귀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란 뜻이었는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것엔 취미가 없는지라 어떠한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 중에 있었다.
‘희망이라.’
프렛웰이 한쪽으로 걸어가고, 혼자가 된 나는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움직여 바닥에 놓은 물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시선을 아이들에게로 가져갔다.
‘저 아이들이 내게 희망을 줬지.’
실의(失意)에 빠져있던 나날, 나를 동굴에서 끄집어내 준 것은 저기에 있는 소년들이었다. 축구를 향한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내가 다시 피치에 설 수 있게 도왔다.
그러니 나는 마땅히 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했다.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우선으로 해야 할 이야기다.
“후우~”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전형적인 맨체스터의 겨울.
흐리고 또 바람이 분다.
그렇지만, 나는 이 겨울이 절대 싫지 않다.
“응?”
“어-!”
“눈이다!!”
올려다보던 하늘에서 새하얗고 작은 알갱이들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몇몇 아이들이 훈련을 멈추면서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프렛웰이 곧바로 훈련을 재개했지만, 아이들은 볼이 발밑에 없을 때면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눈을 손바닥으로 받으려 했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
크게 벌리고 있던 입에 작은 얼음 알갱이 하나가 들어왔고, 난 이후 쩝쩝거리며 눈의 맛을 음미하려고 노력했다.
눈이 내리는 목요일.
오늘 클럽은 리버풀과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