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96)
963화 re – Born (5)
2019년 1월 8일. 75001 파리, 프랑스. 퐁뇌프. 발롱도르 특별 무대(Ballon d`Or Speciale Organiser. Pont Neuf. 75001 Paris, France).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가 김다온이란 존재에 의해 무너진 지도 벌써 2년, 파스칼 페레는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이를 지켜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
그것을 말했을 때, 누구도 이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실현되었고, 2018 발롱도르 투표 결과에서도 그 흐름은 선명히 보였다.
과거 유벤투스 FC 소속이었던 파비오 칸나바로가 발롱도르를 차지한 2006년 이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가 동시에 Top 3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호날두는 5위.
메시는 6위를 차지했다.
“후우~”
“초조해 보이는군요.”
“티가 납니까?”
“하하. 뭔가 걱정하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오늘은 축제의 날이지 않습니까. 그걸 즐기고 계시지 못하는 것 같군요.”
“미안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파스칼 페레가 사과를 보낸 사람은 프랑스 정부에서 온 티부 씨할로(Thibaut Pierlot)다.
지난 월드컵 결승전에서의 일에 충격을 받은 프랑스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이 부탁한 편지와 선물을 전하고자,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가 어떤 모습일지 걱정입니다.”
“그라면, 다온 말입니까?”
“네.”
“그게 뭐 어떻다는 거죠?”
“목발을 짚고 나타날까? 아니면 부인의 부축을 받을까? 그의 표정은? 분위기는? 그러한 것들이 계속해서 머리에서 지워지고 있지 않습니다. 분명 몇 번이나 확인했고 통화도 나눴습니다만······ 후우~ 그냥 조금 신경이 쓰이는군요.”
지난 IFG로 인해, 베일 속에 감춰져 있던 김다온의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목발을 짚고 다닌다는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건강해 보였고, 당시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은 피치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김다온의 목소리를 들었다고도 했다.
어느덧 시간도 반년 가까이 흘렀기에, 어찌 본다면 그러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파스칼 페레는 걱정 중이다.
이를 티부 씨할로는 간단히 정리한다.
“다온의 팬이시로군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단호한 파스칼 페레의 태도를 보며, 티부 씨할로가 미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책임감이로군.’
매년 발롱도르를 선정하고 수많은 스포츠 기사 발행을 최종결정하는 위치의 파스칼 페레였기에, 본인이 특정한 누군가의 팬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티부 씨할로는 이를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해석했고, 한편으론 이런 남자에게 혼란을 준 김다온에게 감탄했다.
누구보다 프랑스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티부 씨할로는 사실 김다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블레즈 마튀디의 태클과 상관없이, 결국에는 프랑스가 역전극을 써 내려갔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한데 ‘Le moment’로 불리는 장면 하나가 프랑스 역사에 자랑스럽게 새겨졌어야 했을 월드컵 우승을 수치스럽고 감춰야 하는 것으로 바꿔 놓고 말았다.
물론 김다온이 희생자였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지만, 다른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노력이 폄훼당하고 있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자연히, 김다온에게 서운한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늦는군요.”
“네. 차가 밀리고 있답니다. 작은 사고가 났다는군요. 아. 그 말고, 다른 차량이 말입니다.”
“그렇군요.”
새해 전야만큼이나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파리 시내는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다.
당연히, 발롱도르 때문이다.
본래 파리의 1월은 그리 춥지 않은 날씨지만, 장소가 장소인 만큼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김다온을 태운 차량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두 남자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게 얼마가 더 흘렀을 때.
치-익!
– 알파. 알파. 독수리가 곧 도착한다.
“드디어 왔군.”
차량을 수호한 경호원으로부터, 김다온을 태운 차량이 1분 이내에 도착할 거란 메시지가 전해졌다.
기대에 들뜨면서도 동시에 불안함을 지우지 못하는 파스칼 페레가 서둘러 계단을 내려서고, 천천히 그를 뒤따르는 티부 씨할로는 멀리서 전해지는 불빛을 확인했다.
두 개의 헤드라이트가 번쩍거리면서, 퐁뇌프에 마련된 특별 무대로 진입하고 있다.
끼-익.
선팅된 검은색 세단이 멈춰서고, 문이 열리기까지 3초가 채 걸리지 않았지만 파스칼 페레에겐 그것이 3분처럼 느껴졌다.
딸깍-
“······.”
마침내 차량의 문이 열렸고, 그와 동시에 우아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김다온의 부인인 권아영으로, 파스칼 페레는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하기로 하며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인 뒤에 앞쪽으로 가 프렌치 방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감사해요.”
“불편한 건 없으셨습니까?”
“네.”
서둘러 인사를 마친 파스칼 페레의 시선이 어두운 차량 내부로 향하고, 그의 마음을 이해한 권아영은 희미하게 웃어 보이며 살짝 옆쪽으로 비켜섰다.
“······.”
꿀꺽.
침을 삼키는 일이 무척 힘겨웠던 파스칼 페레.
그는 궁금했다.
과연 저 안에서는 무엇이 나올 것인가?
김다온의 손.
아니면 목발?
사정이나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목발을 짚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파스칼 페레는 부디 그가 멀쩡히 나타나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품었다.
그리고.
“?!!”
불쑥 나타난 다리 하나가 먼저 땅바닥을 짚었고, 이어 김다온이 미소를 지으면서 등장했다. 표정은 무척 좋아 보였지만, 아직 다친 왼쪽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순간, 파스칼 페레는 생각했다.
어쩌면 일부러 이러는 것 아닐까?
자신이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거라고 말이다.
물론 말도 되지 않은 생각이라 얼른 털어 버렸지만, 그만큼 파스칼 페레는 절박했다.
‘제발. 어서!’
비로소, 김다온의 몸이 움직인다.
땅에 디딘 오른발에 체중이 실렸고, 그의 몸이 뒷좌석을 빠져나오며 자연스럽게 남은 한쪽 다리가 나타났다. 바로 그 다리가 블레즈 마튀디의 태클에 찢겨 버린 쪽이다.
그런데.
“!!!!”
“안녕하세요, 파스칼. 1년 만인가요?”
“······.”
“응? 파스칼?”
마치 새로운 다리라도 장착한 듯한 모습이었다.
김다온은 본인의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있었다.
파스칼 페레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고, 밀려드는 그것을 막지 않으며 김다온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정말······.”
“?”
“정말 오랜만입니다.”
“······하하. 네. 오랜만이에요.”
이야기를 전하는 파스칼 페레의 목소리엔 분명한 떨림이 묻어 있었다.
***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오늘 이 자리엔 많은 사람이 있다.
말 그대로의 뜻이다.
“실례합니다.”
“······.”
“저는 레퀴프의······.”
대기 장소에서 나와 지정된 좌석에 앉은 순간부터, 처음 보는 사람들이 곁으로 다가와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아영이도 이제는 슬슬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건강해 보이셔서 무척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건, 저희 레퀴프에서 드리는 선물입니다. 부디, 프랑스 전체를 미워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렇지 않아요.”
“오-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멋진 시간을 보내시죠.”
근사한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경쾌한 발걸음과 함께 멀어진 뒤,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내가 질문 하나를 주변에 던졌다.
“다섯인가?”
“여섯이야.”
“진짜? 여섯이나 된다고?”
“응. 내가 세고 있었어.”
몸을 옆으로 돌리고 고개를 숙인 요나스가 고개를 잠시 까닥하더니, 여섯 개가 맞다면서 아영이가 정확했다고 말을 해 왔다.
“이래서야, 전용기가 못 날겠어.”
“과장은.”
“아니. 진짜 못날 수도 있겠는데?”
“······.”
“······.”
요나스에 말에 침묵한 나와 아영이가 고개를 돌린 곳엔, 이쪽으로 오고는 싶은데 망설여 하는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로 보아 일행은 분명 아닐 테고, 그렇다는 말은 앞으로 두 번은 더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불편한 상황을 겪어야 한다는 뜻이 됐다.
팬이라면 두 명이 아니라 200명도 만날 수 있는 나지만,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는 건 조금 사양하고 싶다.
“저, 실례합니다.”
“엥??”
“네? 왜 그러시죠?”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 한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금방 내가 당황한 이유는 지금 말을 걸어온 남자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저기의 둘과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을 ‘로레알(L’Oreal)’의 직원으로 소개했는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로레알이 소유한 ‘메이블린(Maybelline)’이 ‘프랑스 풋볼’을 후원하고 있을 것이다.
“저희 로레알은······.”
프랑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파리지앵(Parisien)에 대한 편견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흔한 편견 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인은 무례하고 예의가 없다.”]인데, 팀 동료 라포르트의 말에 따르면 그건 파리에 사는 사람들한테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도 파리지앵의 무신경함은 유명한 것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서울의 느낌과도 비슷한 것 같았다.
어쨌거나.
“꺄~ 좋아.”
“반응이 너무 다른 것 아니야?”
“당연하지! 이건 여자들 건데.”
“그럼 저 남자가 똑똑했던 거네.”
“히히. 나중에 언니랑 가야겠어.”
“언니? 우리 누나?”
“응!”
조금 전까지 옆에 있던 ‘로레알’의 직원은 영리하게도, 내가 아닌 아영이를 타깃으로 삼았다.
본인의 브랜드가 있는 어떠한 매장에서건 거의 무제한급으로 쓸 수 있는 쿠폰을 내밀면서, ‘로레알’이 프랑스를 대신해 사과를 보낸다고 이야기해 온 것이다.
집에 안 쓰는 화장품과 향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하자.
이건 여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세계였고, 지금까지의 내 경험은 거기에는 끼어들지 않는 게 현명한 거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이후로도 난 몇 명의 사람들로부터 인사(혹은 걱정)를 받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야 비로소 평화를 찾게 되었다.
“하하. 이거 멋지군요.”
“알고 계셨죠. 안 그래요?”
“다들 저를 너무 괴롭혀서 말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제가 몇 배는 더 괴로웠을 겁니다.”
“후우-”
곁에 놓인 선물들을 본 파스칼 페레가 사람을 보내 이를 호텔로 미리 실어다 주겠다고 했다. 우리에겐 무척 감사한 이야기였고, 난 그런 배려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젠 괴롭히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
“이제 고작 1부가 끝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다른 선수들이 들어올 시간이거든요.”
“아-”
이번 발롱도르의 입장은 스폰서를 포함한 다양한 관계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는 것으로 시작됐다. 선수들은 그다음인데, 이상하게도 난 관계자들과 함께 20분 먼저 자리를 잡았다.
아직 부모님이 곁에 있지 않은 것도, 시상식 관계자가 우리 부부와 요나스만을 먼저 안으로 들여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시상식에 참여한 이들이 나보다 조금 늦게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킬리안 음바페였고, 뒤이어 루카 모드리치도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이곳에 참석한 선수들은 총 네 명인데, Top 5에 든 선수들만 초대했는데 한 명이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이번에도 자신이 상을 받지 않는 시상식엔 참석하지 않았다.
듣기론 일정 핑계를 댔다던데, 작년에도 비슷한 말을 했고 유벤투스로 이적한 올해도 같은 핑계였다. 오히려 오늘 이탈리아의 한 향수 런칭 행사에 참여하면서, 그의 이중적인 태도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게다가 유벤트스로 이적한 후 심심치 않게 피치에서도 문제를 나타내고 있어서, 뒤늦게 악동이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P.K를 성공한 후 상대 골키퍼에게 다가가 이유 없이 어깨를 밀치며 신경전을 한다든가, 상대 수비수의 머리를 때려 퇴장당하는 일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피치 위에서 경쟁하는 상대 선수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는데, 마치 계급을 나눠 자신이 더 위에 있다는 것처럼 구는 행동이었다.
당연히 여론은 좋을 리 없었고, 최근에는 친(親) 레알 마드리드 미디어로부터 스페인에서 뛰던 시절 드레싱 룸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한때 메시와 함께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평가받았던 호날두지만, 태도 문제로 급격히 추락하는 모양새다.
“다온-!”
“킬리안. 오랜만이야, 친구.”
“정말이에요. 그게 그러니까······.”
“그래. 알고 있어.”
“······네. 미안해요.”
“응.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킬리안 음바페는 파리지앵이지만, 실은 무척 겸손하고 성실한 친구다.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살고 있고, 파티와 같은 것들을 멀리한 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중이다.
결혼했다면 또 모를까, 이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고도 성실한 생활을 해 나간다는 건 존중할 만한 요소다.
지난 월드컵에서 벌어들인 상금을 전액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가 하면, 엘클라시코를 본다고 팀 미팅에 지각해 버리는 소년과도 같은 모습도 간직하고 있었다.
지각이야 프로다움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음바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렇게 여기진 않을 거다.
누구보다 성실한 녀석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네?”
“신인상을 받게 됐다며? 축하해.”
“하하. 당신에 비하면 별것 아니죠.”
“그럴 리가! 조만간 네가 발롱도르를 타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할게. 넌 그럴 능력이 있는 녀석이니까.”
“그거 기쁜 말인데요?”
음바페는 오늘, 발롱도르 시상식의 신인왕이라고 말할 수 있는 트로페 코파(Trophee Kopa)를 수상하게 됐다.
이는 올해부터 신설된 상으로, ‘프랑스 풋볼’이 골든보이를 겨냥하여 만든 것이다. 유럽에서 뛰는 21세 이하의 선수가 대상이고, 음바페는 그 초대가 되었다.
“21살 이하일 때 받을 수 있는 거잖아. 나도 그건 없다고.”
“대신 당신에겐 골든보이가 있잖아요.”
“그건 너도 있잖아.”
“하하. 하지만 발롱도르는 없거든요.”
“뭐, 그거야 넌 아직 어리니까.”
음바페와 내가 정겹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니 이쪽을 보고 있는 흐뭇한 시선이 주변에 많았다.
이래서야, 대화를 더 이어 나가기 힘들다.
“앞으로 편하게 연락해. 내 번호 알지?”
“네. 그런데 진짜 그래도 돼요?”
“물론. 언제든지 괜찮아.”
과거 음바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팬이었지만, AS 모나코에서 뛰던 시절 나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난 이후론 나의 팬임을 자처하고 다니는 중이다.
본래는 월드컵 결승전을 계기로 좀 더 친해져 볼 생각이었지만, 알다시피 상황이 그렇게 되어 그럴 기회가 전혀 없었다.
전화번호를 확인한 음바페가 만족해하며 자리로 돌아가고, 장내를 둘러보던 나는 날카로운 시선을 내뿜던 앙투안 그리즈만과 눈이 마주쳤다.
“······.”
“······.”
획 하고 고개를 돌려 버리는 그리즈만.
녀석의 목이 좌우로 돌아갔다.
‘멍청한 녀석.’
앙투안 그리즈만은 월드컵 결승전 이후 가장 말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프랑스의 우승을 인정해 달라며 부르짖기도 했고, 퍼레이드가 취소되자 아예 휴가 장소에서 몇몇 프랑스 선수들과 함께 간이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심지어 발목이 돌아간 인형 하나를 발로 차 버리기도 했는데,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그리즈만의 가족들과 에이전트가 나서서 나를 비난하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에서 해 대면서, 한국에서는 아예 밉상으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
과거 동료였던 시절에도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거의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다.
왜 저 녀석은 나를 싫어할까?
뭐, 사람 싫은 데 이유가 있겠냐만.
사람들의 입장으로 어수선해진 장내가 조금 정돈되었을 무렵, 조명이 어두워지며 2018 발롱도르를 알리는 영상이 무대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발롱도르에서 표를 받은 선수들의 주요 장면이 편집된 것이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 짧게 번쩍이며 정신없이 스쳐 지났다.
당연히 나도 그중에 있다.
“······.”
화면 속에서 피치를 달리는 내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과연 내가 저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난 그러길 원해.’
프랑스 파리, 퐁뇌프.
난 지금 튼튼한 다리를 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