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99)
966화 re – Pair (2)
2008년에 개봉했던 영화 ‘비스티 보이즈’엔 잉글랜드인이라면 어이가 절로 나가 버릴 대사가 있다.
[“내가 못 이긴다고 했지. 지옥의 볼턴 원정인데. 야, 걔네들 맨체스터에서 볼턴 가는 비행기 좌석이 얼마나 불편한 줄 알아? 걔네들 거 허리뼈 맛탱이 가 가지고 공도 못 차~”]배우 하정우분이 한 대사인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맨체스터 중심에서 볼턴 시내까지는 차로 단 2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도로 사정이 좋다면 20분 이내에도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 바로 볼턴이다.
그런데 비행기 좌석이 불편하니 어쩌니 라는 말을 했으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었을까?
비행기로는 하늘에 뜨자마자 내려오는 느낌일 건데, 그 정도에 허리뼈가 맛이 가려면 대체 얼마나 약한 사람이어야 하는가도 싶었다.
어째서 이것이 생각났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문득 떠오른 것뿐이다.
삑-! 삐?익!!
“잘했어!! 진짜 멋진 플레이였다고!!”
.
.
.1쿼터 종료
맨체스터 시티 2 : 0 볼턴 원더러스
사실 볼턴이 이번 대회에 참석하리라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다. 2년 전 극적으로 리그 원에서 승격하며 챔피언십에 올라섰지만, 클럽 사정은 현재 말이 아니다.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마케팅 속에 쌓여 버린 부채가 볼턴을 어두운 터널로 이끌고 있다.
2016년 ‘스포츠 쉴드 그룹(Sports Shield Group)’이 볼턴을 단돈 750만 유로에 매입하며 부채 청산에 나섰지만, 상상 이상으로 형편없었던 수입구조로 부채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재, 볼턴 원더러스는 임금체불로 인한 선수들의 파업과 경기에 나설 선수들이 없어 챔피언십에서 몰수패를 당하는 등 프로팀이라곤 보기 힘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그랬기에 볼턴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거란 예상이 주를 이뤘는데, 당당히 참여해 토너먼트 단계까지 올라섰다.
하나, 여기까지다.
“2쿼터엔 선수를 바꿀 거야.”
“…….”
“미리 이야기해 둔 부분이니까. 너희도 알고 있지? 3쿼터는 내가 따로 결정할 거야.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3쿼터에서는 뛸 수 없어. 물론 숀이나 크리스는 먼저 40분을 뛰니까 3쿼터에는 쉬게 될 거야. 좋아. 이제 여기를 보자.”
“…….”
이번 ‘The Manchester Youth Cup’은 지난번 IFG와 같은 규칙으로 진행된다.
13세까지는 주로 9:9 경기를 갖지만, 이번 대회는 11:11 경기다. 대신 성인 경기장 규격의 80% 규격이며, 20분씩 3쿼터. 총 60분 동안 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쿼터와 쿼터 사이에는 5분의 휴식 시간이 있는데, 감독들은 이때 선수를 바꾸거나 전술을 손볼 수 있다.
드레싱 룸으로 들어갈 정도의 시간은 아니기에, 벤치 근처에 화이트보드를 가져다 두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
“우리가 경기를 대부분 지배했어. 그런데 최종 마무리는 매끄럽지 못했지. 그 이유가 뭘까?”
“패스를 안 했어요.”
“하하. 앨런. 그건 이따가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자.”
“쯧.”
“다 들었어.”
“…….”
불만이 잔뜩인 앨런을 외면하며, 나는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앨런을 뺀 아이들이 답할 때다.
“아무도 없어?”
“저…….”
“아미르. 네가 말해 봐.”
“우리가 조금…….”
“조금?”
“위치가 안 좋았나요?”
“바로 맞췄어. 우리는 그걸 포지셔닝이라고 해.”
탁-
펩이 만든 맨체스터 시티의 축구는 ‘포지션(Position) 플레이’에 기반한 ‘포지셔닝(Positioning) 플레이’다. 같은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포지션이 1차원적이라면, 포지셔닝은 2,3차원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과거 포지션 플레이가 피치를 구분하고 그 지역에서 뛰는 선수가 해야 할 일을 지정해 주었다면, 포지셔닝 플레이는 그것에 더해 주변 동료의 역할 역시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 대답한 아미르의 위치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저 아이는 자신의 영역인 인떼리오(Interior/하프 스페이스)와 이 구역과 맞물리는 여섯 개 포지션을 함께 상상할 수 있어야 했다.
외에도 다른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적게는 세 개에서, 많게는 대여섯의 포지션 개념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게 될 수도 있는데, 포지션 이해가 세 개뿐인 선수들을 다른 위치로 보내어 더 많은 포지션과 맞물리도록 만들어 버린다.
펩이 스트라이커들을 아래로 내리거나, 풀백을 중앙으로 침투시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아이들에겐, 거기까진 무리다.
심화 과정은 U-19부터 배우면 된다.
“오늘은 중앙 미드필드의 위치가 나빴어. 몇 번이나 말했지만, 측면으로 볼이 전개되었을 때, 중앙 미드필드들은 굳이 측면으로 도우러 갈 필요가 없어. 그럼 하프 스페이스가 비게 되고, 하나의 포지션에 여러 명의 선수를 집어넣게 되어 버리는 셈이 되니까. 그건 비효율적이야.”
내가 한국인 지도자들에게 가장 큰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축구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지만, 한국인 지도자는 거기에 관심이 없다.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가 많다.
특히 작년 1월에 펼쳐졌던 AFC U-23 대회의 경우, 한국은 좋은 세대를 데리고 나섰으나 감독이 경기를 망쳐 버렸다.
대체 어떻게 훈련한 건지, 대회 때 가장 컨디션이 좋았어야 할 선수들은 90분을 소화할 체력이 되지 않았다. 전술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우린 대회를 4위로 마무리했고, 김봉길 감독님은 엄청난 비난 속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많은 부분에서 발전 중인 한국 축구긴 하지만, 지도자의 수준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그래서 최근 협회는 젊은 지도자들을 독일로 보내어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성인 대표팀을 포함한 전 세대를 포르투갈 감독으로 채워 넣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당연히 이는 좋은 반응을 끌어냈는데, 사람들이 좋아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인 지도자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마냥 기뻐하기는 어려웠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공격수나 풀백들은 측면에서 1:1이나 1:2를 소화할 수 있어야만 해. 그게 엑스뜨레모(Extremo/W)에 설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니까. 그러니, 미드필드들은 윙을 믿어 줘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Ne.”
윙이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후방에서 버텨 주는 미드필드가 하프 스페이스에 서는 건 무척 중요하다.
함께 측면에서 서게 되면, 다음 패스는 99% 후방으로 향한다. 버텨야 하는 경기에서는 그렇게 플레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득점이 필요할 때는 경기력이 답답해지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윙에게 볼이 전달되었을 때, 미드필드는 반드시 하프 스페이스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
그래야 다음 패스가 앞쪽으로 이어질 수 있고, 혹은 반대 방향으로 길게 전환하여 수비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2쿼터에 출전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신경 써 보자. 다른 건 일단 훈련했던 대로 할 거야. 자신감 있게 플레이해. 실수를 두려워 말고.”
“NE-!”
“좋아, Let`s Go!”
수정할 사항의 피드백을 간단히 끝마친 뒤, 나는 아이들을 다시 피치로 내보냈다. 그러곤 1쿼터 팀의 플레이에 불만이 많던 앨런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아직 화가 났니?”
“볼을 거의 못 잡았다고요.”
“하하. 그런 날도 있는 법이야.”
“…….”
“그런데 그거 알아?”
“?”
“나는 네가 1쿼터의 멤버들과 함께라면, 볼을 거의 잡지 못할 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절 뛰게 했나요?”
“응. 왜 그랬을까?”
“…….”
예전의 앨런이었다면,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서라든가 하는 따위의 농담을 해 왔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진심이 담긴 농담을 말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지금 침묵한다.
생각을 시작했다는 거다.
“생각해 보고 대답해 주렴. 알겠지?”
“네.”
불만을 싹 털어 낸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앨런의 등을 토닥여 주며,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고개를 뒤로 돌려 아마나를 찾았다.
“아마나!”
“?! N, Ne-!”
“3쿼터에 뛸 거야. 준비하렴.”
“?!”
“Hurry Up.”
환한 표정이 된 아마나가 간단한 회복 운동 중인 아이들 사이로 합류하고, 만족스러운 얼굴이 된 나는 몸을 돌려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모자와 목도리를 해야 할 정도로 쌀쌀한 날씨였지만, 아이들은 추위도 모르고 열심히 피치를 달리고 있다.
아마.
‘전혀 춥지 않겠지.’
내려 두었던 재킷의 지퍼를 다시 목 끝까지 끌어 올리면서, 나는 자유롭게 축구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참 부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얼른…… 나도.’
살짝 움찔한 다리에 힘이 들어가자, 왼쪽 발목에서 통증이 느껴져 왔다.
하지만 난 이것이 가짜임을 안다.
어디까지나 상상이 만든 고통.
그러니.
“……괜찮아.”
최근 입버릇처럼 내뱉는 단어를 중얼거리며, 나는 계속해서 경기를 지켜봤다.
.
.
.경기 결과(The MYC)
맨체스터 시티 11 : 0 볼턴 원더러스
***
2019년 1월 13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HQ.
전날 Team CFG가 보여 준 경기력은 시티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볼턴 원더러스가 상대적으로 약팀이긴 했지만, 그것을 떠나 보여 준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두 명의 소년.
오게 매틴손과 조우진은 16세가 되는 날에 받게 될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당초 20명의 아이 중 여섯에서 여덟 정도를 계약할 생각이었지만, 현재는 계획을 바꿔 많게는 열두 명 정도의 어린 선수들을 클럽으로 합류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의 미팅도, 복잡한 유소년 영입 절차와 규정 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열렸다.
“잠깐, 쉬어 가지.”
맨체스터 시티의 단장 페란 소리아노가 휴식을 제안하고, 간단한 차와 다과가 테이블 위에 차려진다.
리버풀전 승리로 클럽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데다가 여러모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김다온 덕에, 미팅에 참석한 사람들의 얼굴은 굉장히 밝았다.
“감독으로서의 자질도 상당하군.”
“펩과 똑같다고 하더군요.”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페어야.”
“정말 그렇죠.”
상부에 보고된 김다온식(式) 훈련의 특징은 머리를 굉장히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 스스로 답을 하도록 만들다 보니 어떨 때는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은 펩 과르디올라와 추구하는 축구와 완벽히 들어맞았다.
콤팩트한 라인, 특정한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는 포지션 이동, 박스 안에서 머물지 않고 박스 안으로 쇄도해 들어가는 공격의 흐름 등.
전날 Team CFG가 보여준 축구는 맨체스터 1군의 축구 그 자체였다.
“어쩌면.”
“응?”
“우리는 벌써 펩의 후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온이 차기 시티의 감독이 되는 거죠.”
“하하. 그건 너무 나간 발언이야.”
“기분이나 내어 보는 거죠.”
“뭐, 그 정도야 나쁠 건 없지.”
잔뜩 들뜬 브라이언 마우드를 보며, 페란 소리아노가 현재 가장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김다온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피치에 돌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사실상 시티의 최우선 과제였다.
다행히 1월 A매치 기간 몇몇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오긴 했으나, 맨체스터 시티에는 김다온이 필요했다.
“그나저나.”
“?”
“다음 상대가 재미있는 팀이더군. 리즈를 이겼다고 했던가?”
“네. FFE라는 곳입니다.”
Team CFG를 포함한 리버풀과 맨유가 예상대로 4강전에 진출한 가운데, 리즈 유나이티드와 맞붙은 아마추어클럽 FFE가 파란을 일으켰다.
흔히 BME(Black and Minority Ethnic)로 알려진 소외계층 중, YOIs에 수감 중인 아이들을 모아서 만든 팀이다.
소년범 교화소(Young Offender Institutions)를 뜻하는 말로, 시티는 FFE의 참여가 대회의 의미를 확장시킨다고 생각했다.
“예선을 통과한 것도 놀라운데, 대단하군.”
“뭐.”
“응?”
“약간은 거칠긴 합니다. 리즈의 감독은 FFE 아이들이 경기 외적으로 팀을 압박했다고 주장하더군요. 물론 FFE의 감독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해 버렸습니다.”
“흠- 정말 문제는 없나?”
“알아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만약 FFE가 문제라도 일으키게 되면, FA는 차후 이 대회를 주최하는 것을 막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Team CFG 프로젝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민을 이어 나가던 페란 소리아노가 제임스 윌콕스에게 철저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자,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하지.”
“그러죠.”
휴식 시간조차 축구에 관한 것들로 채워 넣은 맨체스터 시티의 보드진.
과연 이것이 휴식이 맞았는가도 싶었지만, 이들에게 이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오직 축구에 미친 사람들만이 클럽의 높은 위치로 올라서게 된다.
그렇기에, 이 거대한 클럽은 오늘도 별문제 없이 돌아갈 수 있다.
“FIFA의 허락을…….”
“아이의 부모님은…….”
여느 때와 별다를 것 없는 맨체스터 시티의 하루는 오늘도 이렇게 흘러가는 중이다.
***
2019년 1월 14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다음 경기는 빠지고 싶다고?”
“네. 안 되나요?”
“…….”
우리의 다음 상대는 ‘Football For Everyone’이라고 하는 특별한 축구팀이다.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을 갱생(更生)할 의도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별다른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대회를 치르고 있다.
한데.
“이유를 물어도 될까?”
“……전에.”
“응?”
“전에 저를 다치게 만든 사람이 있어요.”
“뭐?! 진짜?!”
“네.”
“누구?”
“딘 셀비. 아마, 9번일 거예요.”
돌돌 말아 주머니에 꽂아 두었던 노트를 꺼내어 FFE의 선수 명단을 확인해 본다.
‘있다!’
아마나가 말한 대로, 딘 셀비(Dean Selby)라는 이름이 노트에 적혀 있었다. 포지션은 9번(ST)이고, 이번 대회에서도 지금까지 네 개의 득점을 기록했다.
나이는 열넷.
생일인 1월 2일이 지나면서 아마나가 11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딘 셀비가 세 살 많았다.
“일단은 알겠어. 훈련을 준비하렴.”
“네.”
어제부터 아마나의 상태가 조금 안 좋다고는 생각했었는데, 이런 상황일 줄은 전혀 몰랐다.
“폭력이라고”
“네.”
아마나와 내가 병원에서 처음으로 만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프렛웰이지만, 그 이유가 또래 아이의 괴롭힘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그가 아마나가 있는 곳을 돌아봤고, 난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를 고민했다.
지금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세 개 정도라고 본다.
먼저, 아마나의 부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팀 셀비가 뛰지 않는 쿼터에 뛰게 한다는 방법도 있지만, 그가 벤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축된 플레이를 펼칠 거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부상이었고, 그게 아니라면 아이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심어 줄 수도 있다.
인간의 정신은 상처받기 쉬우니까 말이다.
이젠 내가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다.
“…….”
일단 첫 번째 떠오르는 생각을 잠깐 뒤로하고, 다음 방법을 생각해 본다. 가장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기도 한데, 팀 셀비의 일을 클럽에 보고하는 거다.
주최 측인 시티는 팀 셀비의 출전을 제한시킬 권리가 있고, 다음 경기 그 녀석을 뛰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야, FFE의 취지를 망쳐 버리는 셈이 된다. 그리고 나아가, 어쩌면 반성하고 있을 수도 있는 팀 셀비에게 좌절을 안겨다 줄 수 있다.
과거에 그가 저지른 행동을 생각하면 몇 번이고 좌절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말했듯 FFE의 취지와 어긋난다.
누구나 두 번째 기회까지는 주어져야 한다.
“아마나!”
“?”
그리고 마지막.
무모하지만.
“Come Here!!”
나는 이게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
“내일 경기에서 뛰도록 하자.”
“?! 지, 진짜요? 전 원하지 않는데요.”
“응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그렇지만 말이야, 도망치는 것은 옳지 않아. 네가 했던 말 기억해? 뛰지 못해서 분하다고 했잖아. 그것 때문에, 쉬라고 했던 내 지시도 어겼고.”
“…….”
꾸짖는 줄 알았는지, 아마나는 금세 의기소침해진다. 그래서 나는 바로 혼내는 게 아니라고 말을 해야 했다.
“이 말도 기억해?”
“?”
“피치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말.”
“……딘 셀비와 친구가 되라고요?”
“아니. 그를 용서할 필요도 없어.”
“그러면요?”
아마나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이야기하기 전,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난 아이에게, 그날 이후 친구를 만들었는지 물었다.
“네. 지금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멋지구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야.”
“…….”
“그때의 넌 혼자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네 곁에는 수많은 친구가 있어.”
“?!”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니? 더는 도망칠 필요가 없어, 아마나. 왜냐하면 너의 친구들이 네 뒤를 지켜 줄 거니까.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야.”
“……우린 친구인가요?”
너무나도 순수한 아마나의 질문에,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곤 허리를 살짝 숙인 후,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고말고.”
“!!”
“우린,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란다.”
환하게 변하는 아마나의 얼굴을 보며, 나는 이 아이가 과거의 상처를 치료해 나갈 거라고 믿게 되었다.
나의 경우는 그보단 수리(Repair)에 더 가깝지만 말이다.
“결국 정면 도전인가?”
“네. 그게 제 스타일이죠.”
“하하. 아무래도.”
“?”
“이 아이들은 자네로부터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배울 것 같군.”
“그러길 바라요, 프렛웰.”
진심으로.
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삶은, 정면으로 마주 보았을 때 더욱 아름다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