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
퓨쳐나이트 프롤로그
우주로부터 날아든 둥근 금속 물체가 성층권을 뚫고 대기권에 접어들자 녹아 버릴 듯 붉게 닳아 오르면서 엄청난 속도로 대지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점점 더 가속도가 붙으며 대지로 추락하던 둥근 물체는 거대한 기구 세 개를 펼쳤고, 천천히 자유낙하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대지 위로 무사히 안착하게 된 둥근 물체는 몸체로부터 기구를 분리해 버리고, 몸체를 천천히 펼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펼쳐진 물체 안에서 거미 같은 다리를 가진 탐사 로봇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삐이익! 삑삑삑!
구체로부터 빠져나온 탐사 로봇은 등위에 부챗살 모양으로 접혀 있던 거대한 안테나를 펼쳤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탐사 활동을 시작했다.
로봇은 토양을 채취해 성분을 조사하고 대기를 분석하는 등 다양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조사를 통하여 나온 여러 가지 자료들을 등 뒤의 거대한 안테나로 먼 우주를 향해 전송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탐사 로봇이 맡은 바 임무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숲속에서 조용히 탐사 로봇을 지켜보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있었으니…….
그 거대한 그림자는 덩치와는 다르게 믿을 수 없이 은밀하고 민첩했다.
하지만 아무리 은밀하고 민첩하다 한들 적외선 센서에 열 감지를 피할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로 접근하는 괴생명체를 감지한 로봇에게서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든 거대한 바위에 얻어맞은 탐사 로봇은 박살이 났고, 기능 정지 상태가 되어 버렸다.
탐사 로봇이 불똥을 튀며 침묵하자 바위를 던진 괴생명체가 포효하기 시작했다.
“쿠워어어어어!”
온몸이 온통 녹색인 괴생명체는 신장이 거의 5미터에 육박할 만큼 거대했다.
그런 거대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성이 온 숲속에 메아리쳤다.
거친 포효를 마친 괴생명체는 사냥 성공에 기분이 좋은 듯 어깨를 흔들어 대며 부서진 탐사 로봇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군침을 삼키며 다리 하나를 힘껏 뜯어냈다.
그러나…….
“크륵?”
괴생명체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로봇의 다리에 당혹감을 느꼈는지 자신이 잡은 사냥감을 붙들고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괴생명체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고함을 버럭 지르며 신경질적으로 탐사 로봇의 몸통을 바위로 사정없이 내리찍기 시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거대 거미인 줄 알고 잡았는데 이 사냥감은 온통 먹을 수 없는 금속으로만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매우 허기졌던 괴생명체 불같은 분노는 고스란히 탐사 로봇에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괴생명체가 수십 차례나 찍어 댄 바위로 말미암아 탐사 로봇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빈대떡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퓨쳐나이트 1화
1. 하늘에서 내려온 인간
만월의 밤, 끝도 없이 펼쳐진 울창한 숲속.
그 숲속의 고요한 적막을 깨고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런 밤하늘 아래 여기저기 빛나는 수많은 눈동자가 이상 징후를 느끼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는 눈동자들은 점점 더 급변하는 하늘 때문에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하늘의 붉은빛은 점점 더 밝게 변하더니 이내 하늘이 통째로 폭발하는 듯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온 숲속에 울려 퍼질 정도에 그 거대한 굉음.
놀란 새들이 어두운 밤하늘 속으로 날아올랐으며 땅속에 숨어 있던 작은 동물들은 굴 밖으로 빠져나와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붉은빛이 점점 더 밝아진다 싶더니 순간 무서운 속도로 구름이 걷히며 붉은빛을 내는 장본인이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에서 곤두박질치는 괴물체는 마치 거대한 유성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자신이 유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대지를 향해 곧장 내리꽂히는 것을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괴물체는 앞쪽으로 불을 내뿜으며 속도를 줄이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붉게 타오르던 거대한 물체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광활한 대지에 그 거대한 몸체를 맡기고야 말았다. 엄청난 충격이 숲을 강타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강! 쿠쿵쿠구구구궁!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른 먼지구름과 함께 숲은 거대한 화염에 불타올랐고, 그 거대한 물체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괴물체는 장장 수천 미터에 이르는 파괴의 흔적을 남기고 나서야 겨우 거대한 절벽에 몸을 기대어 조용히 침묵했다.
추락한 괴물체의 몸체는 수백 미터에 이르렀으며 그 거대한 몸체는 대기권을 통과할 때 받은 엄청난 고열 탓에 쇳물이 흘러내릴 정도로 가열되어 있었다.
숲은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 덕분에 때아닌 불바다가 되어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빛내 주고 있었다.
이튿날 돼서야 잦아든 불길 위로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다가왔다.
이 모든 것에 원흉인 괴물체 주위로 몰려든 그들은 사람과 같은 외모에 귀가 유난히도 뾰족한, 독특한 생김새를 지닌 자들이었다.
그들은 이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엘프’라 불리는 종족이었다.
그런 그들은 아닌 밤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이 괴물체를 조사하기 위해 주위를 경계하면서 천천히 거대한 괴물체를 향해 조심히 다가섰다.
“우리의 숲이 이렇게 되다니…….”
숲이 파괴된 모습을 맥없이 지켜보는 젊은 청년의 목소리에는 깊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엘라디온 님, 이건 유성이 아니라…….”
“나도 보고 있다.”
젊은 엘프의 말을 잘라 버린 엘라디온이라는 엘프는 심각한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찌 이런 거대한 것이 하늘에서 떨어질 수 있단 말인가? 형체를 보아하니 고서에 나와 있는 신들의 방주와도 매우 흡사한데, 설마 이것이 신이 만든 방주는 아니겠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괴물체 주위의 여전히 열기가 식지 않아서 그대로는 더는 다가갈 수가 없을 만큼 뜨거웠다.
그때 지팡이를 든 엘프들이 앞으로 나섰다.
“자! 모두 힘을 모아 괴물체의 열기를 식힙시다.”
“알겠습니다. 아이스 필드!”
“아이스 필드!”
다른 엘프들 입에서 같은 말이 반복되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괴물체 주변으로 광범위한 찬 서리가 내리면서 그 주변을 급속도로 냉각시켰다.
어느덧 상당한 시간이 지나자 후끈후끈했던 괴물체의 동체에는 하얗게 찬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자, 대충 열기도 식혔으니 안으로 들어가지. 보호 주문을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프로텍트 실드!”
지팡이를 들고 있는 엘프가 보호 주문을 외우자 엘라디온의 몸이 푸른빛으로 빛났다.
실드 마법을 받은 엘라디온이 괴물체의 거대한 균열 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 그의 움직임은 가히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로 민첩했다.
“우리도 서둘러 엘라디온 님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세.”
15명의 엘프들이 차례로 엘라디온의 뒤를 따라 괴물체의 균열 사이로 내부에 들어섰다.
그러자 그들은 눈 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
그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겉과 마찬가지로 안쪽 또한 모두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드문드문 꺼져 있긴 했지만 천장에서 흘러나오는 빛 덕분에 괴물체 안은 대낮같이 환했다.
엘프 마법사들은 그 빛이 마법의 힘으로 밝게 빛나는 것이 아님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마법사 중 한 명이 엘라디온에게 말했다.
“저 빛은 마나의 힘이 미약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마법으로 발동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금속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드워프들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합니다.”
“정말로 대단하군. 이것은 어떻게 이어붙인 것이지?”
마치 자로 잰 듯 금속과 금속 사이가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정확히 이어져 있는 것을 본 엘라디온은 놀라움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엘라디온 님! 저기 사람이 쓰러져 있습니다!”
“내가 보겠다.”
엘라디온이라 불리는 엘프가 한걸음에 달려가 쓰러진 자를 살폈다.
그러나 그자는 이미 죽은 자였다.
부패 정도를 보아하니 죽은 지 한 달 정도 된 듯했다.
그의 주변 벽에 새겨진 거친 상흔들로 미뤄 보아 그는 죽기 전까지 그 무엇인가에 처절하게 저항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으음, 인간이로군.”
눈앞에 시체는 전형적인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입고 있는 복장은 수백 년을 살아온 엘라디온으로서도 처음 보는 괴상한 복장이었다.
“입고 있는 복장이 정말로 특이한걸? 내 수백 년을 살아왔지만 이런 괴상한 복장을 하고 있던 인간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네. 남자가 망측하게도 전신 타이즈라니……. 거기다 이 옷의 재질도 도무지 모르겠군, 가죽도 천도 아닌 것이 처음 보는 재질이야.”
엘라디온이라 불리는 엘프가 죽은 자의 옷을 잡아당기자 옷은 놀라울 정도로 신축성이 뛰어났으며 매우 얇고 부드러웠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천이다. 이 괴물체 안에는 이 세계의 냄새가 나는 물건이 하나도 없군.”
“저도 이 안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이질적인 기운이 싫습니다. 이 거대한 방주는 이계의 것일까요?”
“모든 것은 살아 있는 자를 찾아내면 해결되겠지.”
“알겠습니다. 모두 이동합시다.”
조사단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할 때 벽의 녹색, 빨강 버튼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엘프 마법사가 녹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삑!’이란 소리와 함께 벽이었던 문이 빠른 속도로 열렸다.
위이이이이잉.
“헉!”
갑자기 벽이 문이 되어 열려 버리자 당황한 엘프들이 날다람쥐처럼 뒤로 물러서서 레이피어를 뽑아 들고 공격태세에 들어갔다.
긴장한 눈초리로 전방을 살피는 엘프 검사들의 레이피어가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문 건너편에는 아무도 없었고, 시간이 지나자 문은 자동으로 닫히며 다시 벽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엘프들의 시선은 자연히 어색한 한 자세로 서 있는 엘프 마법사에게로 향했다.
“자네, 뭘 눌렀나?”
“저, 전 그저 이 빨간 버튼을 눌렀을 뿐입니다.”
문에 다가선 엘라디온이 다시금 버튼에 손을 대자 벽은 또다시 전처럼 자동으로 열렸다.
그러자 몇몇 긴장한 엘프들이 움찔했지만 방 안을 살펴본 엘라디온이 그들을 안심시켰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이들이 사용했던 문인 듯하다.”
“이것이 문이란 말입니까?”
마법진을 이용한 문은 봤어도 스스로 열리는 문은 그들로서는 처음 접해 보는 것이었기에 그들 모두 매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동문을 바라봤다.
“매우 신기하군요.”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출발한다.”
“아, 예, 엘라디온 님.”
그렇게 자동문을 처음 접해 본 그들은 적잖게 당황했지만 계속해서 자동문을 접하다 보니 점차 자동문에 익숙해졌다.
그 후부터 그들은 당당히 문을 열고 다니며 생존자를 찾아 괴물체 안을 헤매고 다녔다.
안을 한참이나 돌아다닌 그들은 몇몇에 인간을 더 발견하긴 했지만 그들 역시 이미 모두 죽어 있었다.
그것도 무엇인가에 잔혹하게 찢겨서 말이다.
“살아 있는 자를 찾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실비아, 운디네를 통해서 알아보았느냐?”
“예, 엘라디온 님. 이쪽 방향 미약한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안내해라.”
이계의 존재감 때문인지 운디네의 힘이 많이 약해져 있었지만, 그들은 운디네를 통해 어렵지 않게 생명의 힘을 감지할 수 있었다.
작은 물방울 모양의 운디네의 안내를 받으며 그들은 벽면이 녹색인 구역에 들어섰다.
그러자 그곳에는 지금처럼 한두 명이 아닌 수십 명의 인간이 한자리에서 떼죽음을 당한 채로 모여 있었다.
그들 역시 모두 죽기 전까지 그 무엇인가와 처절하게 싸운 듯 그 주변이 처참할 정도로 파괴되어 있었다.
그들 손에 쥐어진 괴상한 막대기들은 아마도 이들이 사용하는 병기인 듯했다.
하지만 모두 다 엄청나게 예리한 무엇인가에 팔과 함께 두 동강 나 있었다.
여기저기 파괴되어 흩어져 있는 큼지막한 엄폐물들을 봐선, 아마도 이들은 여기에 최후의 방어선을 만들었던 듯싶었다.
“모두 바짝 긴장해라! 이곳에는 뭔가 아주 위험한 것이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네!”
그들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협에 대해 온 감각을 집중했다.
복도를 지나 빨간불이 어지럽게 번쩍이는 파괴된 녹색의 문 안으로 들어서자 그들은 심한 악취와 함께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입에 대롱 같은 것을 물고 액체 속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결코 살아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유리관은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고여 있는 액체는 그들의 피로 말미암아 붉게 변해 있었으며 몸속 안에 온전히 있어야 할 장기들은 물 위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들을 이렇게 만든 원흉은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
거미같이 다리가 여러 개 달린 흉측한 금속 인형이 아홉 번째 유리관 속 인간의 몸통에 다리 하나를 찔러 넣고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