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0
퓨쳐나이트 10화
그 고요함 속에서 케레미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나를 다룰 줄 모르는 네게 마나를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네놈의 실력을 인정해서 이제부터 마나를 사용해 주겠다.”
“마나?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대로 해라. 네가 뭘 쓰든 난 상관없으니깐.”
“마나를 모르다니, 그럼 내가 가르쳐 주지. 이게 바로 마나라는 거다! 타앗!”
케레미온이 천천히 모으던 마나를 전신으로 뿜어내자 그의 몸 주변에 푸른 물결이 일렁거렸고, 강찬을 향해 순식간에 쇄도하는 그의 몸놀림이 예전과는 완전 달라져 있었다.
‘아니, 순식간에 움직임이 몇 배가 되다니! 저놈도 육체를 개조한 건가? 이대로는 안 되겠어!’
-전투 모드 4단계 적용.
케레미온이 본격적으로 마나를 운용하자 그의 몸놀림은 예전의 그의 몸놀림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불안감을 느낀 강찬은 두서없이 전투 모드를 한 단계 상향했다.
이후에 받을 고통 따윈 지금 강찬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덕분에 강찬은 어렵지 않게 그의 일격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이어진 그들의 공방전은 지켜보는 엘프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본격적으로 마나를 사용하는 케레미온의 검을 아무 무리 없이 잘 받아넘기는 인간의 믿을 수 없을 괴력과 민첩함 때문이었다.
엘프족 최고의 검사라 불리는 엘라디온은 그런 강찬의 민첩한 몸놀림에 스며들어 있는 수많은 경험과 천재성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외모로 볼 때 저 인간은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닐 것인데 몸놀림 하나하나에 깃든 저 노련한 움직임들, 저런 건 일반적인 대련으로는 익힐 수 없어. 적어도 생사가 오가는 사투를 수도 없이 경험해 본 자의 실력이야. 저자는 도대체 뭘 하다가 온 인간이지?’
엘라디온, 그가 쭉 지켜본 눈앞의 인간은 천부적인 단검 운용 능력과 더불어 실전 감각을 두루 익힌 역전의 검사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사용하는 단검술은 조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고, 살상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군더더기가 없어도 너무 없어 앙상할 정도였다.
그냥 일반 체조처럼 동작만 앞세운 듯, 깊이가 전혀 없던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빈 깡통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것은 결코 자신이 익힌 엘프의 검술과는 비교할 대상이 못 됐다.
케레미온이 단지 실전 경험이 부족하여 당황하는 것뿐이지, 같은 경험으로 놓고 싸웠다면 백이면 백 케레미온이 이겼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강찬의 숨겨진 능력을 모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수십 배로 강해질 수 있는 그의 능력을 말이다.
그 둘의 대결을 지켜보며 엘라디온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케레미온과 강찬 둘은 정말로 박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이미 둘이 입고 있던 의복은 걸레가 되어 있었고, 둘은 땀에 흠뻑 젖은 채 달라붙은 먼지들로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케레미온이 번개같이 빠른 찌르기로 연신 강찬의 빈틈을 찾으려 노렸다.
하지만 강찬의 양손에 들린 단검들은 하나가 공격하면 다른 손의 단검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방어를 했기에 케레미온의 찌르기는 매번 강찬의 단검 앞에 간단히 무력화되어 버렸다.
그 동작은 하나의 군더더기도 없었으며 자로 잰 듯 정확했다.
이어지는 강찬의 공격은 항상 예측 불가의 궤도에서 날아들었다.
그럴 때마다 케레미온은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껴야만 했다.
이번에도 케레미온이 찌르기를 내지르자 강찬은 기다렸다는 듯이 날카로운 찌르기를 간단히 왼쪽으로 걷어 내고선 길게 뻗은 케레미온의 목검이 회수되기도 전에 몸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렇게 케레미온의 오른쪽 측면으로 달라붙은 강찬은 그의 사각으로부터 단검을 내질렀다.
미처 예기치 못한 그의 접근전에 놀란 케레미온이 엘프 특유의 유연함과 민첩함으로 급히 앞구르기를 하여 그의 단검을 피해 내려 했다.
그러나 완전히 피해 내지는 못했는지 볼 위를 목검이 스치며 약간의 핏방울이 튀었다.
그런 순간적인 위기 상황임에도 케레미온은 반격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 구르면서 강찬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내지른 것이다.
그러나 그의 회심의 일격 또한 강찬은 단검에 막혀 또다시 간단히 무력화되어 버렸고, 그의 반격을 간단히 흘려버린 강찬은 헛손질한 그의 등을 향해 있는 힘껏 뒤돌려 차기를 날렸다.
퍼억!
“쿠엑!”
강찬의 강력한 뒤돌려 차기에 등을 가격당한 케레미온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또다시 앞구르기를 하며 흙투성이가 되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엘라디온과 그의 제자들 입에선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저, 저런! 발을 쓰다니!”
“비겁한 인간 놈!”
그들은 검사가 발을 쓰는 일은 매우 비겁하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뭐, 생사가 오가는 혈투 속에서 발을 쓰든 안 쓰든 그것은 각자의 자유다.
하지만 이런 정당한 대련에서 발을 쓰는 것은 그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눈에 흙을 던지는 행위와 다를 바 없는 행위였던 것이다.
“으으, 신성한 대련에서 감히 발을 쓰다니! 역시 네놈들 인간들은 비열해. 절대로 용서치 않겠다!”
먼지투성이가 된 채 오체투지의 자세로 비참하게 쓰러져 있던 케레미온의 입에서 분노에 찬 울분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목검에 은은한 푸른빛 살짝 감돌다 싶더니 그의 몸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움직임으로 강찬을 향해 쇄도했다.
“케레미온! 오러 소드는 안 된다!”
엘라디온의 외침이 막 끝나기도 전에 케레미온의 목검은 이미 인간을 향해 죽일 듯한 기세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자신처럼 또다시 몇 배나 빨라진 케레미온의 움직임에 강찬은 눈앞에 엘프가 진짜로 강화 처리 된 자가 아닐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생겨났다.
그러나 케레미온은 더는 강찬에게 생각할 시간 따윈 주지 않았다.
순식간에 지척에 날아든 그의 샤벨이 수십 개로 갈라지며 강찬의 전신을 벌집으로 만들 기세로 쇄도하였기 때문이다.
강화된 자신의 동체 시력으로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잔영을 남기는 케레미온의 샤벨을 보며 강찬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순식간에 검이 수십 개로 보일 정도의 빠름이라니!’
지금 그의 움직임은 자신의 전투 모드 4단계로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빨랐다.
강찬은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몸을 놀려 봤지만 역부족이었고, 목검으로 막아 보려 해도 허사였다.
그가 휘두른 목검과 강찬의 목검이 부딪치자마자 목검이 허무하게 잘려 나가고 말았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 목검이 목검을 자른 것이었다.
‘뭐지? 목검이 목검을 자르다니!’
강찬은 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잘린 단검을 케레미온에게 던져 버리고 몸을 뒤로 빼려 했다.
그러나 그건 그저 마음만일 뿐.
케레미온의 샤벨은 무참히도 강찬의 어깨를 관통하고야 말았다.
푸욱!
“크아악!”
그의 검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무정할 뿐이었다.
“저, 저런!”
그는 자신의 제자가 이기리라 믿어 의심치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기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엘라디온은 순식간에 유혈 사태로 번져 버린 대련 때문에 낯빛이 대번에 흙빛으로 변했다.
저러다 인간이 죽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었다.
케레미온의 오러 소드는 아직 완성된 오러 소드는 아니었지만 그 예리함은 한낱 육신 따윈 반 토막 치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엘라디온이 서둘러 둘을 때어 놓기 위해 달려가려던 찰나 인간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괴이한 반응이 시작되었다.
극심한 고통에 그만 그동안 잠들어 있던 그의 진정한 전투 본능이 눈떠 버린 것이었다.
-현시점으로 모든 고통으로부터 신경 접속 해제.
-적에 대한 위협도 상향조정. OK.
-전투 모드 5단계 적용. 0K.
-전투 개시.
그의 몸에 미세한 떨림이 멈추자 그의 고통에 찬 신음도 함께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치켜든 강찬의 표정은 언제 자신이 고통스러워했었느냐는 듯이 거짓말처럼 무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상대방에 달라진 이질적인 느낌.
‘뭐지?’
케레미온이 잠시 당황하는 사이 강찬은 케레미온의 샤벨을 맨손으로 부여잡았다.
그러자 목검에 어린 푸르스름한 기운에 의해 강찬의 손에선 살이 타들어 가는 연기와 함께 대량에 출혈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강찬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샤벨을 잡은 채로 케레미온의 얼굴을 향해 거력이 담긴 올려 차기를 날렸다.
자신에 샤벨에 어깨를 꿰뚫려 고통에 몸부림치던 인간을 바라보며 조롱기 가득한 비웃음을 날리던 케레미온.
한데 순식간에 인간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는 듯 무표정하게 변해 버렸다.
그러자 그는 당혹감에 빠졌다.
또한 그런 인간이 겁도 없이 마나가 깃들어 면도날보다 더욱 날카로워진 자신의 목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붙잡았다.
당연히 그의 손에서는 피가 붓 물 터지듯 흘러나왔지만 그는 터져 나오는 출혈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안면을 향해 날카로운 올려 차기를 날렸다.
케레미온은 놀랄 겨를도 없이 다급히 고개를 숙여 올려 차기를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인간의 발차기 속도는 그의 생각보다 월등히 빨랐다.
포물선을 그리며 자신의 뒤통수를 거침없이 가격해 버린 인간의 발차기에 담긴 힘은 턱없이 거대한 것이었다.
쿠웅!
“꿰에엑!”
도저히 발차기에 맞은 소리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묵직한 타격음이 온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의 발차기에 뒤통수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케레미온은 그대로 힘의 작용 법칙에 의해 힘이 가해진 방향으로 빠르게 공중 1회전을 한 뒤 대지 위에 대자로 뻗어 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멀뚱히 지켜보던 수십 명의 엘프 청년들의 턱은 빠질 듯 벌어졌다.
지금 저 인간과 싸우던 엘프가 누군가?
이 마을 최고의 기재 중의 기재이며 동년배 중에는 당할 자가 없다는 케레미온이 아닌가?
그런 케레미온이 겨우 인간의 발길질 한 방에 팔자에도 없는 공중제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것도 그가 한껏 조롱하던 인간에게 말이다.
“둘 다 그만해!”
엘라디온이 언제 다가왔는지 케레미온을 재차 공격을 가하려는 강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덕에 강찬의 싸커볼 킥을 자신의 장딴지로 막아선 엘라디온의 입에서 놀라움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퍼엉!
가죽 포대 치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다리를 마나로 감싼 채로 받은 공격이었기에 엘라디온은 육체적으로 그리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낮 마나도 다루지 못하는 인간의 발차기에 자신의 발치를 땅속으로 움푹 밀려 들어가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괴력이 담겼다는 사실이 그를 놀라게 했다.
‘인간의 육체로 오우거의 버금가는 위력이라니, 육체를 아무리 단련한다고 한들 이 정도의 파워 업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마나를 다루지 않고서는 말이야, 하지만 이 인간은 일절의 마나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으니, 외계인이라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혹시 키메라?’
찰나의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엘라디온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고, 죄 없는 엘라디온의 장딴지를 가격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강찬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헛! 죄송합니다.”
“자네, 케레미온을 죽일 생각이었나?”
“네?”
“그 정도의 위력에 발차기를 기절한 케레미온이 맞았다면 그는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걸세.”
엘라디온의 말에 강찬은 그때야 바닥에 대자로 뻗어 하얀 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는 케레미온을 발견했다.
“저, 저자가 왜?”
“자네가 이렇게 만들지 않았나.”
“제가 말입니까?”
“그럼 자네가 이렇게 만들었지 내가 만들었겠나?”
“…….”
간혹 전투 중에 분노로 이성을 잃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어김없이 갈기갈기 찢긴 적군의 시체들이 사방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기억이 종종 있었던 강찬이었다.
“그건 그렇고 그 상처, 아프지 않나?”
아무렇지 않게 꿋꿋하게 서 있는 강찬을 본 엘라디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깨에 그대로 박혀 있는 케레미온의 목검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케레미온이 이리저리 비틀어 놔서 그런지 뼈까지 튀어나와 있었다.
‘저런 상처를 입고 어찌 고통스러워하지 않을까? 저 정도면 기절하고 남을 고통일 것인데,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정말 일 나겠군.’
“일단 자네 어깨에 상처부터 치료하고 나서 이야기하세나.”
엘라디온의 말에 강찬은 자신의 어깨에 박혀 있는 목검을 빤히 바라봤다.
고통으로부터 모든 신경이 차단된 그는 지금 아무런 감각이 없었기에 자신의 어깨에 목검이 박혀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쯤은.”
애써 괜찮다고는 말했지만 그는 과도한 출혈로 점점 온몸이 무기력해져 옴을 느끼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강찬을 부축한 엘라디온은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서둘러 강찬을 치유사 엘프가 있는 곳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