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00
퓨쳐나이트 100화
방패로 할버드를 막아 낸 녹색 엘프의 메이스가 연합군 병사의 머리를 박살 냈다.
퍼석!
“크애애애액!”
그렇게 병사들의 전투가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그린의 피닉스가 경이로운 위용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주위로 네미츠와 아크섀도들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은 함께 합심하여 연합군 소드 마스터를 상대할 심산인 듯했다.
피닉스의 등장에 연신 기분 좋게 웃던 작센 공작의 입이 다물어졌다.
“헛! 피, 피닉스!”
난생처음 전설로만 전해 듣던 피닉스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의 놀라움은 곧 경악으로 번졌다.
피닉스의 주둥이에서 쏟아져 나온 어마어마한 불꽃이 사령부를 향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도망쳐!”
“모두 대피해!”
잠시 후 피닉스의 숨결이 사령부에 작렬했고, 곧 대폭발이 이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앙!
믿기지 않는 위력의 피닉스의 숨결이 순식간에 사령부를 포함한 연합군 진형의 일부를 초토화했다.
역시 불의 정령왕 피닉스다운 파괴력이었다.
그린은 오늘 피닉스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에리얼의 공격이 피닉스보다 못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적을 공포로 떨게 하기에는 확실히 피닉스가 독보적인 존재였다.
사령부가 있던 자리가 활화산처럼 불타오르는 용암 구덩이가 되어 버리자 대륙 연합군들의 사기는 찬물을 뿌린 듯 싸늘해졌다.
그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을 향해 불덩어리를 날리며 달려드는 피닉스의 공포 어린 모습에 슬슬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방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고, 그 속에선 고통 속에 타 죽어 가는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피닉스의 단점 중 하나가 적과 아군을 구분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명 속에는 녹색 엘프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피닉스의 등장으로 전장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된 순간, 불구덩이가 되어 버린 사령부 주위로 수백 대의 기간테스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와는 달리 전면이 아닌 측면으로 돌격해 들어가려던 그들이 피닉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불바다 속에선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어도 거대한 아이언 골렘인 기간테스는 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이끄는 건 어제와 마찬가지로 연합군의 상징인 6명의 소드 마스터였다.
피닉스의 기습적인 일격을 당한 작센 공작 역시 건재했다.
그러자 그린은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또한 간밤에 몰래 적진에 침투해 엄청난 전공을 세우고 돌아온 강찬 또한 연이어 출전했다.
물론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런 소리를 귀에 담을 강찬이 아니었다.
그런 그의 기간테스에는 어제 생긴 균열의 흔적을 볼 수 없었다.
드워프들에게 맡겨 수리해 놨기 때문이다.
강찬은 엘븐 나이트의 관절에 균열이 간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드워프들의 말로는 엘븐 나이트 자체에 결함이 있어 균열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내구도 이상의 움직임으로 인해 관절에 무리가 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투 모드를 발동시킨 게 화근이었다.
강찬과 같은 소드 마스터의 움직임만으로도 일반 기간테스에게는 이미 한계에 달하는 움직임인데, 거기서 갑자기 몇 배 이상으로 움직여 댔으니 탈이 난 것이다.
강찬은 앞으로의 전투에선 전투 모드를 3단계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말고 싸워야만 했다.
‘그 정도로 네미츠를 상대할 수 있을까?’
한때 이도류로 세상을 풍미했던 검객 네미츠.
그는 강찬조차 전투 모드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고는 상대하기 힘겨운 상대였다.
결국 강찬은 하는 수 없이 네미츠를 작센 공작에게 맡겼다.
『오늘은 작센 공작님께서 네미츠를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많이 피곤하실 텐데, 네미츠는 제가 맡겠습니다. 강찬 님은 다른 소드 마스터를 상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연이은 전투로 많이 피곤할 강찬을 배려해 주는 작센 공작이었다.
『로키, 너는 여기보다 저쪽 인간들을 도와 녹색 엘프 병사들을 상대해 줘.』
사실 로키한테는 기간테스를 상대하는 것보단 그들을 상대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기간테스가 로키보다 덩치도 훨씬 거대할 뿐만 아니라 탑승자 또한 로키에 못지않은 검술의 천재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웬만한 공격이 아니고서야 탑승자가 직접적으로 다칠 염려도 없었다.
그러나 로키는 달랐다.
오우거인 로키의 가죽이 아무리 질기다 한들 오러 소드 앞에선 한없이 연약할 뿐이었다.
그래서 강찬은 로키를 엔트리에서 빼 버렸다.
아무리 지크욘이 옆에서 치유해 준다고 해도 어제처럼 피투성이가 된 채로 싸우는 로키의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키 또한 그런 강찬의 마음을 잘 알기에 군말 없이 강찬이 시키는 대로 인간들을 원조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리고 이어진 피닉스의 기성 소리.
“키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쌍방 간의 기간테스들이 지축을 울리며 돌격했고, 피닉스는 헬파이어의 위력이 담긴 깃털을 기간테스들에게 쏟아 부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기간테스들의 팔다리가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고, 그들의 몸체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녹아 버렸다.
하지만 일단 전투가 난전이 되어 버리자 피닉스도 쉽사리 적들에게 화염 공격을 퍼붓지 못했다.
그러자 피닉스는 땅 위로 내려와 부리로 직접 공격을 시도했다.
그것은 마치 닭과 개가 싸우듯 했다.
그러나 곧 기간테스들의 오러 소드와 오러 블레이드에 혼쭐이 난 피닉스가 다시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며 욕을 퍼부었다.
“크아악! 겁나게 따갑네! 젠장!”
기간테스의 오러 소드를 얕봤다가 큰 부리 다친 피닉스였다.
6명의 소드 마스터들이 이끄는 180대의 연합군 소속 기간테스를 상대로 다크 엘프들은 31대의 기간테스와 6만에 달하는 트롤 엘프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 대응했다.
어제만 해도 10만이 넘던 트롤 엘프들이었지만 그 수는 단 하루 만에 절반 가까이나 줄어 있었다.
그런 그들의 공격은 어제 기간테스 3기 1조의 구도보다 더욱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수십 마리의 트롤 엘프들이 몸을 날려 기간테스를 붙잡으면 그 뒤로 아크섀도가 적 기간테스의 흉부를 꿰뚫어 버렸기 때문이다.
트롤 엘프의 도끼와 달리 아크섀도의 오러 소드는 갑옷이고 나발이고 종이처럼 관통했다.
만만치 않은 승부의 연속이었다.
작센의 아그니도 네미츠의 헬레닉에 맞서 박 터지게 싸웠다.
작센 공작의 실력은 과연 현재 인간을 대표한다 할 만큼 대단한 기량이지만, 조금씩 네미츠에게 밀리는 형국이었다.
과연. 수백 년간 지존으로 군림한 네미츠의 기량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크윽! 50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자라더니, 역시 대단한 실력이군. 하지만 아그니에겐 비장의 카드가 있다!’
『브레스 오브 파이어!』
작센 공작이 아그니의 숨겨진 비기인 브레스 오브 파이어를 사용하자 아그니 몸체 곳곳에 위치한 붉은 수정구에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피닉스 못지않게 후끈거리는 열기가 헬레닉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크윽! 젠장!’
아그니가 불꽃의 보호를 받자 실력에서 앞서는 네미츠도 쉽게 아그니를 상대할 수 없었다.
아그니의 뜨거운 열기가 헬레닉 안에 타고 있는 네미츠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로 후끈거렸기 때문이다.
헬레닉 안의 네미츠는 비 오듯 땀을 쏟아냈다. 입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빌어먹을! 암흑구체!』
네미츠가 또다시 암흑구체를 펼쳤다.
그러나 결과는 또다시 참패였다.
헬레닉의 암흑구체도 아그니의 화염 앞에선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암흑구체를 포기하고 맨몸으로 악전고투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강찬은 멀리서 네미츠와 용호상박으로 싸우는 작센 공작을 보며 만족스러워했다.
‘훗, 잘 막아 주고 있군. 역시 이름값을 하는 자야.’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걱정은 기우일 뿐이었다.
그가 타고 있는 아그니가 네미츠의 헬레닉을 상대로 발군의 위력을 보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세계 최강국인 비스만 제국이 보유한 고대의 거인다운 저력이었다.
강찬은 그런 작센 공작을 보며 자신의 상대와 검을 섞어 나갔다.
이렇게 강찬이 다른 곳에 여유를 둘 수 있을 만큼 상대는 강찬보다 한 수 아래였다.
그 덕에 강찬은 전투 모드 3단계만으로도 시종일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한편 기간테스와의 대결에서 쫓겨난 피닉스는 성난 황소처럼 보병들을 덮쳤다.
그들의 대결에 피닉스가 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피닉스는 차라리 속 편하게 숨결 한 방으로 몽땅 다 쓸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린이 극구 반대했기에 다른 곳에 화풀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아르테온은 그런 피닉스를 9써클 마법으로 막기보단 시전이 빠른 7써클 범위 공격 마법을 사용해 똑같이 적 보병들을 공격했다.
“파이어 웨이브!”
아르테온의 손에서 떠난 작은 불꽃이 거대한 화염의 파도가 되어 녹색 엘프들을 삼켰다.
그러자 수백 명의 녹색 엘프들이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며 타 죽어 갔고, 다음으로 이어진 4써클의 체인 라이트닝 마법이 한 손이 아닌 양손에서 수십 줄기로 갈라지며 뿜어져 나갔다.
그러자 그녀의 체인 라이트닝은 일반 체인 라이트닝의 10배에 달하는 위력으로 적들을 휩쓸어 버렸다.
과연 9써클 유저다운 실력이었다.
“크악! 마, 마녀다!”
“하얀 마녀다!”
녹색 마녀의 자식들인 그들이 되려 아르테온을 하얀 마녀라고 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고, 아르테온은 쉴 새 없이 그들의 머리 위로 위력적인 마법을 쏟아부었다.
적을 공격함에 있어 한 치의 망설임 없는 그녀의 모습은 항상 인자하고 차분하던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를 발견한 피닉스가 분노의 일갈을 내뱉었다.
“아니! 저년은 전에 나에게 헬프로스트를 날린 년?”
피닉스가 연합군 병사들을 태워 죽이다 말고 갑작스럽게 아르테온에게 숨결을 내뿜었다.
그러자 아르테온은 준비하던 주문을 급히 취소하고 재빨리 블링크를 전개했다.
피닉스의 브레스가 아르테온이 떠 있던 곳을 휩쓸고 지나가자 또다시 애꿎은 병사들의 머리 위로 브레스가 작열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병사들은 적이 아닌 아군이었다.
“아악! 뭐 하는 거야! 피닉스!”
“젠장!”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타나 자신을 비웃는 아르테온을 보며 피닉스가 수십 개의 유도 깃털을 날렸다.
그러나 그조차 아르테온의 블링크 앞에 이리저리 갈피를 잃고 휘날리기만 할 뿐.
결국엔 서로 부딪쳐 소멸될 뿐이었다.
모든 깃털을 떨쳐 버린 아르테온이 뭐 또 없느냐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하자 피닉스가 기성을 지르며 아르테온에게 돌진했다.
“크아아악! 쳐 죽일 년! 감히 나를 농락하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불같은 성격의 피닉스가 아르테온을 잡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쫓아다니며 막강한 공격 마법을 뿌려 댔다.
하지만 정령왕 중 가장 빠르다는 바람의 정령왕 에리얼조차 잡지 못한 그녀를 피닉스가 잡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과연 9써클의 경지는 딱지치기로 오른 경지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