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04
퓨쳐나이트 104화
총사령관의 방문에 신녀를 보필하던 고위급 신관이 총사령관을 영접했다.
“여기에 신녀님이 계시다고 들었다. 신녀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
“아! 신녀님께 인사를 드리러 오셨군요. 저쪽에 계신 분이 신녀님이십니다.”
“아! 그럼 먼저 인사부터…… 헉!”
신관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작센 공작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곳에는 자신이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여인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드, 드, 드래곤!’
그는 순간 말을 잃고 제자리에서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지크욘은 그런 작센의 곁으로 살며시 다가와 살벌한 눈빛과는 다르게 밝고 다정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총사령관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어요.”
“…….”
작센이 말을 잊지 못하자 지크욘이 살짝 작센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아! 예! 처, 처음 뵙겠습니다!”
왠지 어색함이 물씬 풍기는 광경. 사람들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고, 지크욘이 그런 작센 공작과 데리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
“우리 잠깐 조오기~ 가서 얘기 좀 할까요?”
“예에? 아니, 그냥 여기서 말씀하시지요.”
“아니요, 총사령관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 그냥 안 가면 안 될까요?”
연합군 총사령관이자 소드 마스터인 그에게도 드래곤의 로드인 그녀는 너무나도 두려운 존재였기에, 여간해선 따라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지크욘은 더욱 인상을 구기며 작센을 위협했다.
“신께서 총사령관님께만 내려 줄 계시가 있거든요.”
여기서 신이란 건 자신이라는 뜻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신의 계시가 내려온 줄 알고 환호했다.
“계시가 내려졌다!”
“신의 계시가 내려왔다!”
소란스러워진 틈을 타 지크욘이 작센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와라.”
“…….”
지크욘의 살가운 위협에 작센 공작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그녀의 손에 붙들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곳으로 끌려갔다.
이윽고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지크욘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차렷!”
흠칫!
차렷이란 말에 연합군 총사령관인 작센이 황제에게도 취하지 않는 칼 같은 부동자세를 취했다.
“좋게 좋게 말할 때 따라올 것이지, 어디서 앙탈이야? 앙?”
“죄, 죄송합니다.”
“너, 내가 누구야?”
“지크욘 님이십니다.”
“알면 시키는 대로 바로바로 따라와야지! 이게 그냥, 확!”
흠칫!
“어? 누가 움직이래? 차렷!”
천하의 작센 공작이 이렇게 뒷동산에 끌려나와 여자에게 갈굼을 당할 것이라고 그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제아무리 연합군 총사령관인 그라 해도 성질 더러운 에이션트 드래곤 앞에선 하룻강아지일 뿐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그냥 에이션트 드래곤이 아니었다.
드래곤족의 로드였다.
그녀에겐 지금 그들이 벌이는 종족 전쟁 따위는 하루면 정리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이 있었다.
“긴말하지 않겠다. 여기서 잠깐 유희 중이니까 알아서 처신해라. 알았지?”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한번 묻겠다. 내가 누구라고?”
“지크욘 님이십니다.”
퍽!
“흡!”
인간 같지 않은 괴력의 주먹이 작센의 복부를 강타했다.
“아! 이런 밥통 같은 새끼…… 내가 누구라고?”
“큭, 시, 신녀님이십니다.”
“그래, 그래, 앞으로 그렇게 알고 대해라. 알았지?”
“알겠습니다.”
“좋아, 그래야지. 어라? 잠깐…….”
작센은 순간 지크욘에게서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자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들 뻔했다. 그러나 지크욘은 작센을 무시하고 그에게서 등을 돌려 반대편 숲속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런 쥐 새끼 같은 놈들이 감히 어딜 엿들어!”
“크윽! 걸렸다! 젠장!”
“도망쳐!”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다.
지크욘의 손이 내려가는 순간 전방의 숲 100미터가 엄청난 압력에 짓눌렸기 때문이다.
9써클 대지계 궁극의 중력 마법 리버스 그래비티(reverse gravity)였다.
우지지지지직! 으드드득!
“크엑!”
“크아악!”
마치 거인이 밟고 간 것처럼 처참하게 짓이겨진 숲에는 직경 100미터에 달하는 평지가 생겼고, 그 위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검은 고깃덩이 30개가 으깨져 있었다.
지크욘의 신위를 등 뒤에서 지켜본 작센 공작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난 놈들이 숨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소드 마스터인 자신의 이목조차 속인 다크 엘프들을 간단히 찾아내 무시무시한 마법으로 쓸어 버린 그녀는 역시 에이션트급 드래곤이었다.
이제 작센의 뇌리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거스르면 죽는다…….’
32. 다시 만난 케레미온
케레미온과 그의 부하들이 정신없이 침입자를 쫓고 있을 때, 갑자기 좌우에서 동료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악!”
“멈춰!”
케레미온이 양팔을 벌려 부하들을 멈추자 전력으로 질주하던 그들이 수 미터를 미끄러졌다.
케레미온은 바닥에 빛나는 물체를 주워 들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마름쇠다. 빌어먹을 놈들! 우리가 추적하는 걸 눈치채고 있었어…….”
세상에서 가장 은밀하게 이동한다는 다크 엘프의 추격을 감지하다니, 적이 보통 기민한 것이 아니었다.
“피해는?”
“아크섀도 2명, 다크블레이드 1명, 총 3명입니다.”
다행히 마름쇠를 밟은 인원은 단 3명뿐이었다.
하지만 마름쇠를 밟은 인원들이 곧이어 중독 증상을 일으키며 주저앉았다.
“독을 쓰다니, 비겁한 놈들!”
전쟁에서 독을 먼저 쓴 건 그들이었지만, 도리어 당하고 나니 자신도 모르게 비겁하단 말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독은 치졸한 것이었다.
소드 익스퍼트의 암살자가 순식간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걸 봐선 상당한 맹독이었다.
그러나 케레미온에는 그들을 보살펴 줄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적은 멀어지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
“부상자들은 복귀할 때 챙긴다! 다들 나무 위로 이동해 마름쇠 지역을 벗어난다.”
“알겠습니다!”
엘프와 마찬가지로 나무를 귀신같이 잘 타는 다크 엘프들이 주변 나무를 이용해 마름쇠 지역을 벗어나 추격을 개시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나무 위로 올라갈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면 적들이 알아서 나타나 줬기 때문이다.
낮은 언덕 위에 일렬로 모습을 드러낸 침입자들. 그들의 숫자는 10명뿐이었다.
기껏해야 10명밖에 안 되는 것들이 30명이나 되는 자신들을 상대로 부비 트랩을 설치하고 기다리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케레미온이었다.
“저것들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블랙와이번 대원들은 일부러 달을 등지고 서 있기에 다크 엘프들은 눈부심에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적응하려해도 그들에게 달빛은 한낮의 태양 정도로 밝았기 때문이다.
“케레미온 님, 포위해서 쓸어 버리죠?”
“좋다, 한 방에 쓸어 버린다! 돌격!”
케레미온의 돌격 명령이 떨어지자 30명의 다크 엘프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그들은 블라인드 하이드를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대원들을 포위하려 했다.
어둠의 권능인 블라인드 하이드를 이용한 야간 암습은 그들의 가장 무서운 전술이었다.
그러나 호락호락하게 당해 줄 블랙와이번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크 엘프와의 전투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특수 부대이기 때문이다.
『스텔스 모드!』
순간 적들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모습을 감춰 버리자 다크 엘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명백히 자신들의 특기였기 때문이다.
“이, 이런 빌어먹을, 이것들은 뭐야, 도대체?”
순간 달려들던 다크 엘프들이 혼란에 빠졌다.
보이지 않는 적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스텔스 망토는 그들의 블라인드 하이드처럼 완벽하진 않았다.
망토일 뿐이었기에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그들의 검은색 갑옷이 드러났던 것이다.
다크 엘프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훗! 역시 저것들의 블라인드 하이드는 우리처럼 완벽하지 않군.’
적의 위치를 파악한 다크 엘프는 적은 자신을 못 볼 것이라 여기고 자신감 있게 적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오판이었다.
침입자들이 쓴 이상한 안경이 자신을 노려보는 순간 달려들던 다크 엘프의 시야가 붉게 물들며 어두워졌다.
“크으윽…… 어, 어떻게 나를?”
털썩!
블랙와이번 대원들이 차고 있는 야투경에 투명화 마법을 감지해 내는 기능이 있다는 걸 모르고 용감히 달려들었던 다크 엘프는 자이젠의 오러 소드에 의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버렸다.
그러자 다크 엘프들은 블라인드 하이드가 그들에게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냈다.
몸을 숨긴 채 기습을 가하려던 작전을 포기하고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그런 그들은 수적인 우세를 이용해 주위를 빠르게 포위했다.
점점 포위망이 좁혀 오자 블랙와이번 대원들은 둥글게 서로 등을 맞대고 그들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던 중 한 다크 엘프가 궁금한 듯 말을 걸었다.
“네놈은 우리를 어떻게 볼 수 있었지?”
다크 엘프의 물음에 자이젠이 대답했다.
“네놈들 궁둥이가 너무 커서 잘만 보이던데?”
“킥킥킥.”
“큭큭.”
자이젠의 농담 같은 도발에 대원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키득거리자 다크 엘프는 더욱 살기를 피우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린놈이 입만 살았구나. 그 주둥이를 내 손으로 직접 썰어 주마.”
다크 엘프가 기이하게 생긴 단검을 뽑아 들고 공격해 들어가려던 찰나, 그의 옆에서 지옥의 사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내 부하한테 손가락 하나도 댈 수 없다.”
“헛!”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크 엘프의 머리가 박살 났다.
강찬이 손등으로 후려친 것이다.
퍼석!
머리가 박살 난 다크 엘프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자 그 피를 뒤집어 쓴 강찬의 모습이 적들 앞에 드러났다.
“아직도 숨어 있는 놈이 있다니…….”
적들은 강찬의 등장에 바짝 긴장하는 눈치였다. 강찬 말고도 다른 매복이 있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강찬이 다음에 보여 준 퍼포먼스를 보고 적이 은신하고 있을 거란 걱정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상대가 소드 마스터였기 때문이다.
스텔스 모드를 해제한 강찬이 양손의 고주파 블레이드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말했다.
“너희는 여기서 단 한 명도 살아 돌아갈 수 없다.”
그의 말과 동시에 숲에 거친 혈풍이 불어닥쳤다.
“크아아아아악!”
츄아아악!
“끼애애애액!”
“괴, 괴물이다!”
강찬의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순식간에 10명에 가까운 다크 엘프가 목숨을 잃자 다크 엘프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눈앞의 소드 마스터의 상대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혼자라도 있으면 숫자로 어떻게 해 보겠는데, 그의 뒤로 자신들보다 강한 그의 부하들이 시퍼런 오러 소드를 내뿜으며 자신들을 압박해 들어오고 있으니 대책이 안 섰다.
이럴 땐 무리의 우두머리가 상황을 봐서 후퇴라는 명령을 내렸어야 했지만 정작 그들의 우두머리인 케레미온은 지금 그럴 정신이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돼…….”
그는 눈앞에 선 정체불명의 적 소드 마스터를 보며 실성한 사람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어떻게 저놈이…… 이건 말도 안 돼.”
눈앞에서 자신들의 부하들을 학살하고 있는 적 소드 마스터는 암만 봐도 그놈이었다.
그는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저 이상한 갑옷과 손에서 자라난 듯한 양손의 단검을…… 그놈이 지닌 것이 아니고서야 절대로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그것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