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07
퓨쳐나이트 107화
절대로 물러서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가 봐도 형국은 이미 패전으로 기울어 있었다.
네미츠의 판단은 옳았다.
더 이상 병력을 잃기 전에 퇴각해야만 했다.
그린은 퇴각하는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적들을 향해 더욱 맹공을 퍼부었다. 그리고 대열을 유지하라고 소리쳤다.
“대열을 유지해라! 절대로 흐트러져선 안 된다!”
퇴각할 때도 대열 유지는 반드시 필요했다.
안 그러면 혼란 상태가 되어 통제를 잃고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사령관님! 적들이 퇴각합니다!”
“놈들이 드디어 꼬리를 마는구나! 좋다! 더욱 거세게 밀어붙여라!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
뿌우우우우우우우우!!
승리의 나팔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자 병사들이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며, 더욱 용기백배해서 적들을 밀어붙였다. 이제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
“조금만 더 힘내라! 승리가 눈앞이다!”
“와아아아아아아!”
강찬은 적들이 일사불란하게 퇴각하기 시작하자 도리어 초조해졌다. 아직 제이나의 복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목숨과 바꿔서라도 그린을 죽여야만 했다.
‘어디 있느냐, 이 녹색 마녀야.’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적 기간테스도 트롤 엘프도 없는 홀가분한 몸이 된 강찬은 사방으로 시선을 돌리며 그린을 찾았다. 그러던 중 하늘에서 정령왕과 함께 맹공을 퍼붓는 그린을 발견한 강찬은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러나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에게는 하늘 위에 있는 그녀를 공격할 수단이 전무했다.
지금 타고 있는 엘븐 나이트는 자이드처럼 하늘을 날 수 없었고, 레일 건과 같은 원거리 무기가 장착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런 강찬은 한 가지 묘수를 떠올리고는 오른손의 단검에 자신의 마나를 있는 대로 불어넣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압!”
너무 급격하게 대용량의 마나를 끌어올리는 강찬 때문에 엘븐 나이트의 마광로가 당장이라도 녹아내릴 것처럼 가열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광로의 저장된 마나란 마나가 몽땅 다 오른손의 단검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파칙! 파지지직!
응축된 오러 블레이드가 압축되고 압축되자 방전이 일기 시작했고, 한계에 다다른 기간테스의 팔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찬은 전혀 개의치 않고, 더욱더 악착같이 단검에 마나를 집중했다.
그렇게 압축된 마나가 폭발할 지경에 다다르자 강찬은 곧장 그린을 향해 단검을 내던졌다.
“가랏!”
피유우우우우웅!
단검을 내지른 엘븐 나이트는 그대로 멈춰 버렸다.
기간테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마광로에 저장된 마나란 마나를 모조리 그 일격에 담았기 때문이다.
기간테스의 심장인 마광로는 돌처럼 변해 있었다.
그것은 곧 기간테스의 죽음을 의미했다.
주위에서 강찬의 무모한 행동을 지켜보던 기사들은 그런 엘븐 나이트의 모습에 기절할 만큼 놀랐다.
강찬은 최상급 기간테스의 생명을 단 일격과 바꿔 버린 것이다.
그것은 드워프제 보검을 엿과 바꿔 먹는 것보다 미친 짓이었다.
마광로에 마력을 불어넣는 것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찬에게 기간테스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린을 죽일 수만 있다면 말이다.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단검이 고도로 압축된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고 그린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피닉스는 쇄도하는 단검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거대한 날개를 펼쳐 그린을 보호했다. 하지만 강찬의 단검은 그런 피닉스의 날개 따윈 종이처럼 꿰뚫어 버리고는 그린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크으윽!”
“꺄아아아악!”
그린과 피닉스의 입에서 동시에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린의 어깨에선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분명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위중한 상처였다.
강찬의 오러 블레이드에 날개를 꿰뚫린 피닉스도 고통에 가득 차 있었다.
기간테스를 포기하면서까지 날린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은 그만큼 엄청났던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꼬리를 내릴 피닉스가 아니었다.
그러나 계약자인 그린이 정신을 잃고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버리자 어쩔 수 없이 그린을 데리고 황급히 전장을 벗어났다.
피닉스가 그린을 데리고 전장을 빠져나가자 강찬이 엘븐 나이트의 흉갑을 오러 블레이드로 조각내며 뛰쳐나왔다.
강찬은 뛰쳐나오자마자 그린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부터 살폈다.
그런 강찬의 눈에는 헐레벌떡 도망치는 피닉스의 꽁무니가 눈에 들어왔다.
피닉스가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곧장 도망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린은 큰 상처를 입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강찬은 신경질적으로 땅바닥을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다.
“젠장!”
그런 강찬의 컴퓨터에서 경고음이 들려왔다.
-삑! 삑! 우주 공간에서 고에너지 반응. 가립자포다! 피해라!
“뭐?!”
강찬은 컴퓨터의 뜬금없는 가립자포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런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마, 말도 안 돼! 벌써 우주 연방군이 도착했단 말인가? 불가능해!’
강찬이 계산해 보기에 지구인이 도착하기까지 걸릴 시간은 최소 20년이었다.
레드 마스호가 이곳으로 오며 개척한 워프 드라이브 좌표용 인공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경우에나 말이다.
그런데 벌써 그들이 도착했을 리가 없었다.
강찬이 생각한 경우는 두 가지였다.
자신들도 모르는 또 다른 선발대가 비슷하게 출발했든지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되어 이동 기간이 대폭 단축되었다든지 말이다.
허나 뭐가 어찌 되었건 눈앞에 지구인의 전함이 나타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 그가 올려다본 하늘.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육안으로도 뚜렷하게 확인 가능한 별이 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별이 아님은 강찬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가립자포를 발사하기 전에 에너지 차지를 하는 광경이었다.
“위험해! 모두 도망쳐!”
강찬이 마나를 가득 실어 필사적으로 외치자 그의 목소리가 사자의 포효처럼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공격을 멈추는 병사는 없었다.
당장 눈앞에 적을 마주하고 있는데 어찌 전투를 멈출 수 있겠는가?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한 줄기 섬광이 내리꽂혔다.
순간 태양보다 수십 배나 밝은 빛이 병사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고, 상상도 못할 엄청난 대폭발이 그들을 덮쳤다.
지이이이이잉!
쿠우우우우우우우웅!!
섬광은 몇 분 동안 계속되었다.
섬광이 사라지고 난 다음, 그 자리에는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크레이터가 형성되어 있었다.
사방을 분간할 수 없는 먼지 속에 연합군 병사들은 우왕좌왕하며 비명을 질러 댔다.
그들에게 쫓기고 있던 녹색 엘프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기회를 틈타 서둘러 전장을 퇴각하기 시작했다.
연합군 사령부는 발칵 뒤집혀 있었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섬광에 하늘을 찌를 듯 드높던 사기가 한번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사령부로 복귀해 지휘를 맡고 있던 작센 공작은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 정도의 위력을 지닌 섬광은 드래곤의 브레스가 아니고서야 절대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곧 그 섬광이 드래곤의 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진영에 진짜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갑자기 빛과 함께 등장한 드래곤은 지금까지 알려진 드래곤들을 압도할 만큼 거대했다.
그리고 매우 아름다웠다.
그런 거대한 드래곤의 등장에 연합군 병사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도망쳤다.
“드, 드래곤이다!”
“우악! 드래곤이다!”
“사, 살려 줘!”
갑자기 나타난 드래곤은 그런 그들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빠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드래곤의 거대한 육체 안에 어마어마한 마나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드래곤의 거대한 육체에 서서히 아름다운 녹색의 빛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드래곤이 섬광이 떨어진 하늘을 향해 엄청난 기세로 녹색의 빛을 내뿜었다.
그것은 브레스였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신녀처럼 다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던 지크욘이 무언가를 감지하고 깜짝 놀라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 위에선 그녀가 감지한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기 시작했고, 이내 미친 듯이 거대해져 지크욘을 긴장시켰다.
그것은 지크욘조차 난생처음 겪어 보는 강렬한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뭐, 뭐지? 이 말도 안 되는 기운은?’
잠시 일에서 손을 놓은 지크욘은 그 강렬한 기운이 뻗어 나오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무엇인가가 별처럼 번쩍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건 뭐지?”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녀로선 알 도리가 없었지만 뭘 하려는지는 곧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경악했다.
“헉!”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빛줄기가 대지를 비추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대지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이유는 빛이 내리꽂힌 그곳에 강찬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안 돼!”
그 순간 그녀에겐 유희고 나발이고 어떤 것도 의미가 없었다.
지크욘은 자신의 세이프 체인지 마법을 해제하고 본래 드래곤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명중이다! 이예에에에!”
가립자포를 직접 조준한 레베데프가 가립자포가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한 걸 확인하고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마치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즈베즈다의 다른 대원들은 상황실에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전투가 한창인 전장의 가운데로 가립자포를 쏜 이유는 연합군 측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왜냐면 그들이 이 세계의 동조자로 선택한 쪽이 녹색 엘프들이기 때문이다.
즈베즈다가 그들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재미였다.
연합군 쪽은 이곳에서 오래도록 왕 노릇을 해 오던 놈들이니, 그런 지배 세력들을 하나씩 굴복시키는 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즈베즈다가 필요한 건 힘이 아니었다.
힘이라면 그들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필요한 건 충실한 개였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충실한 개.
그러기 위해선 패망하는 세력이 부려 먹기도 쉬웠다.
그들이 이 세계에 대해서 이토록 많이 이해하고 있는 이유는 요 몇 달 동안 이 세계에 대한 정보들을 닥치는 대로 모아 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직접 하는 것은 별로 없었다.
자료 수집과 정리는 모두 첩보용 컴퓨터가 알아서 했다.
전함에는 그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첩보용 컴퓨터는 전투용 드로이드가 탑재된 침투선을 지상으로 내려보내 샘플이 될 만한 것들을 긁어모았고 한편으로는 첩보 위성을 이용해 전 대륙을 24시간 관찰했다.
그렇게 해서 모은 방대한 양의 정보는 자연스럽게 즈베즈다 대원들에게로 주입되었고, 대원들은 쉽게 이 별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들이 특히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이 별 사람들의 초능력이었다.
그들이 이 별 사람들의 초능력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불과 한 달 전이었다.
당시 자료 수집을 위해 지상으로 내려간 드로이드가 파괴되어 돌아오지 못한 경우가 발생했었다.
그때 드로이드가 마지막으로 전송한 영상을 보니 웬 인간 남자가 지극히 원시적인 검으로 드로이드의 고주파블레이드를 무 썰듯 썰어 버리는 장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