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08
퓨쳐나이트 108화
그 모습을 본 즈베즈다의 대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의 검에 서린 푸른 기운에 주목했다.
강철조차 쉽게 자르는 고주파 블레이드를 잘라 내는 날카로움이라면 분명히 접근전에서 굉장한 위력을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손에서 불이나 전기를 내뿜는 사람도 있었다.
그것은 과학적으로는 절대로 해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사람이 맨손으로 불을 뿜고, 공중을 날아다닌다는 게 말이 되는가?
거기에 최근 벌어진 엄청난 규모의 전쟁에선 더욱더 신기한 것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중 그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단연 기간테스였다.
전쟁을 지켜보던 즈베즈다 대원들은 자이드와 같은 메카닉 수백 대가 허공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자이드와는 달랐다.
하늘을 날지도 못했고 근접전밖에 못하는 원시적인 메카닉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기간테스들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자이드라면 공중에서 손쉽게 요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나타난 거대한 불새도 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불타는 새라니, 그게 말이 되는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요상한 이곳은 참으로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신기한 것투성이인 세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그들은 경악했다.
-삑! 경고! 지상에서 고에너지 반응. 강력한 에너지 덩어리가 본 함으로 날아옵니다.
“뭐, 뭐? 고에너지?”
-회피 기동 불가. 충돌합니다. 에너지 실드 전개,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서, 설마? 레드 마스 놈들인가?”
즈베즈다의 리더 벤질러는 우주 공간에 있는 자신들의 전함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레드 마스호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와중에 에너지 덩어리는 즈베즈다호에 직격했다.
쿠구우우우우웅!
“흐억!”
“크윽!”
“흐읍!”
전함을 울리는 강력한 일격에 즈베즈다 대원들의 얼굴은 한 방 얻어맞은 듯했다.
도대체 무엇이 즈베즈다호를 공격한 것인가?
“피해는?”
-좌측 하단 부, 에너지 실드 효율 50퍼센트, 본 함 손상은 없습니다.
“양자력포 직격도 5번은 견디는 본 함의 에너지 실드를 한 번에 반씩이나? 공격한 적이 누구지?”
-메인 스크린에 주사합니다.
자신들을 공격해 온 목표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즈베즈다 대원들이 눈을 부릅떴다
“아, 아니, 저건 용?”
대형 스크린에는 과거 지구에서 용이라 불리던 형상의 거대한 파충류가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면 방금 우리를 공격한 것이 생명체란 말인가?”
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자신들의 전함을 공격한 에너지 덩어리의 위력은 본 함의 최고 병기인 가립자포와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위력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명체가 전함급 위력을 낼 수 있는지, 벤질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살려 둘 수 없었다.
“감히 우릴 공격하다니! 컴퓨터, 저 괴물 놈을 벌집으로 만들어 버려!”
-알겠습니다. 가립자포 에너지 리차지, 대구경 레일 건 조준, 발사 준비 완료.
“발사해라!”
-발사.
길이가 레드 마스호의 두 배인 60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즈베즈다호.
그런 즈베즈다 호의 10개에 포문이 괴생명체를 향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지크욘이 쏜 브레스가 하늘 위의 뭔가에 명중했는지 폭발했고, 하늘에선 천둥이 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구구구구구구궁…….
‘박살 났나?’
지크욘은 불안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지금까지 이런 불안한 감정을 느껴 본 기억이 단 한번도 없었기에, 이런 감정은 그녀에게는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저 하늘 위에 도사리고 있는 존재에 대해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크욘은 저 불안한 뭔가가 자신의 브레스에 파괴되었기를 빌었다.
하지만 역시나 자신에게 불안감을 안겨 준 상대이니만큼 쉽게 당해 줄 리 없었다.
하늘에서 쏟아진 수십 발의 무언가가 정확히 지크욘을 가격했다.
“실드!”
콰과과과광! 콰과과과과광!!
엄청난 폭발이 연합군의 진지를 휩쓸었다.
좀 전의 빛무리보단 그 위력이 덜하긴 했지만, 작은 산 하나쯤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런 매서운 공격을 막아 내는 지크욘은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실드가 깨지려고 했기 때문이다.
윔급 드래곤 5마리가 브레스를 뿜어도 끄떡없을 자신의 실드가 말이다.
‘크윽! 말도 안 돼!’
전함에서 쏘아진 대구경 레일 건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위력을 지닌 함 대 함용 병기였지만, 이렇게 우주에서 지상을 공격할 때 사용하게 되면 그 위력이 더욱 배가되는 질량 병기였다.
소형 에너지 실드로 보호받는 탄체가 대기권을 뚫고 지상으로 떨어질 때 상상도 못할 거대한 운동 에너지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레일 건의 포격을 수십 발씩이나 받아 내는 지크욘은 역시 대단한 존재임에 분명했다.
콰과과과광! 콰과과광!!
가립자포의 공격에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강찬이 눈을 떴다.
그러자 거대한 녹색의 드래곤이 레일 건 포격을 받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강찬은 본능적으로 그게 지크욘이란 사실을 직감했다.
“지크욘!”
드래곤으로 변한 지크욘의 모습을 처음 봤기에 조금은 놀라야 했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럴 겨를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친구에 대한 걱정뿐이었기 때문이다.
지크욘이 실드가 깨지려는 찰나 온 힘을 다해 블링크를 시전했다.
“블링크!”
지크욘의 거대한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녀가 떠나간 자리는 레일 건의 포격으로 인해 삽시간에 대폭발이 일어났다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표적 상실. 표적 재탐색 중…….
갑자기 표적이 사라져 버리자 컴퓨터는 사격을 중지하고 그 주변을 여러 가지 센서로 샅샅이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곧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난 지크욘을 포착했다.
-표적 재발견. 가립자포 발사.
이번에는 차지가 완료된 가립자포가 지크욘을 향해 불을 뿜었다.
가립자포는 레일 건과는 다르게 탄두가 없는 빔 병기였기에 그 속도가 빛과 같았고, 그 악마와도 같은 빛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지크욘을 무자비하게 강타했다.
지이이이이이잉!
“크아아악! 젠장…….”
지크욘은 그 한마디만을 남긴 채 가립자포에 직격당했고, 곧 거대한 폭발 속에 묻혀 버렸다.
몸길이가 200미터에 달하는 지크욘조차 작은 점이 될 만큼 거대한 폭발이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안 돼!”
강찬이 절규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가립자포가 지크욘에게 명중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기 때문이다.
강찬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지크욘이 가립자포에 피격당한 곳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폭발의 여파로 사방을 뒤덮은 황사 때문에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었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열풍에 더는 다가갈 수도 없었다.
“지크욘!!!”
-영상 회복합니다.
가립자포가 명중하고, 충격으로 잠시 끊겼던 화면이 회복되자 레베데프가 큰소리로 기뻐했다.
가립자포가 직격한 대지에는 수 킬로미터의 크레이터와 시뻘건 용암뿐이었기 때문이다.
“괴수 놈! 역시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군!”
“대단한 놈이었어…… 전함급 대구경 레일 건을 30발이나 견디는 맷집이라니.”
홍학매는 약간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좀 전의 괴수는 생명체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부하들의 두려운 감정을 읽었는지, 벤질러가 차분하게 대원들을 안정시켰다.
“저런 놈이 이 세계에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차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니 그 괴수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를 시행해라.”
“알겠습니다.”
계속된 괴이한 일들로 다크 엘프들을 뜬눈으로 놓쳐 버린 연합군 진영은 뒤숭숭한 분위기만이 가득했다.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진 엄청난 공격.
그것은 거의 재앙 수준이었다.
그 공격을 목도한 병사들이 그것을 신의 분노라고 평할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드래곤까지 등장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병사들은 오늘의 승리조차 잊은 채 불안에 떨기만 했다.
그렇게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연합군 진영으로 돌아온 강찬과 엘리카는 정신적 충격에 빠져 있었고, 그런 그들의 곁을 로키가 지키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그놈이 죽다니…….”
“지크욘 님…….”
강찬의 상태는 지금 거의 백치나 다름없었다.
제이나에 이어 지크욘까지 죽다니, 그것은 그에게 받아들이기 벅찬 시련이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저 천막의 문을 걷고 지크욘이 들어설 것만 같았다.
그러나 가립자포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강찬으로서는 지크욘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현존하는 빔 병기 중 가장 강한 가립자포라면 웬만한 우주선은 한 방이면 끝이었다.
그런 공격에 직격당하고도 지크욘이 살아 있기를 바란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강찬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면서 지크욘을 죽인 놈들이 누굴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과연 그들에게 지크욘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절망스러운 것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소드 마스터란 존재가 되었다고 한들 우주 전함을 상대로 복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우주에 있는데 무슨 수로 다가간단 말인가?
이것은 제이나의 복수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려던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아군인지 적군이지도 알 도리가 없었다.
만일 그들이 아군이라면, 강찬은 도대체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만약 지크욘을 죽인 자가 우주 연방 함대 총사령관이라 해도 지금 당장 자신 눈앞에 있었다면 그는 죽은 목숨이란 것을 말이다.
강찬의 주먹에서 피가 흘렀다.
“강찬 님…….”
엘리카가 강찬의 손을 잡으며 그를 위로했다.
물론 자신도 슬펐지만, 그 누구보다 힘든 것이 강찬이란 걸 그녀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 천막을 들추며 들어서선 말했다.
“뭐야? 초상이라도 났어?”
“헛!”
“아!”
다들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천막에 들어선 사람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은 하나같이 전부 울어서 퉁퉁 부어 있었다.
“왜 다들 울고 자빠졌어?”
“지크욘!”
“지크욘 님!”
강찬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나 지크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지크욘의 안고 펑펑 울었다.
엘리카와 로키도 강찬에게 붙잡힌 지크욘의 양손을 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뭐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지크욘은 이 알 수 없는 요상한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자신을 보고 엄청나게 반가워 해 주는 그들의 모습이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산만 한 덩치의 강찬이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우는 모습은 좀 아니었기에, 지크욘은 그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너어…… 이 자식이 은근슬쩍 들이댄다?”
살아 있는 지크욘의 모습에 너무 기뻐서 본의 아니게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안게 된 강찬은 귀까지 새빨개져서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