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18
퓨쳐나이트 118화
몸 파는 여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인이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다듬으며 막내인 여인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야! 불러 봐. 어디 감히 건방지게 언니들한테 인사도 없이 굴러들어 와?”
“아, 언니는 맨날 나만 부려 먹어.”
“여기 너 말고 할 사람이 누가 있어! 얼른 가, 이년아!”
“칫! 짜증 나! 나이가 대순가?”
“뭐? 아니! 이년이 어디서 눈을 부라려? 대갈빡을 그냥 콱!”
“아, 가요, 가! 가면 되잖아!”
자신도 이 바닥으로 들어온 연수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단 이유 하나만으로 막내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그녀는 억울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이제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막내가 들어왔다니, 그녀는 단단히 벼르고 로키를 불렀다.
“야! 너!”
그러나 로키는 마침 나무 위에 앉은 새를 보며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새를 보니 예전 자신이 살던 숲이 생각났던 것이다.
참으로 귀엽고 깜찍한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자신의 숲 말이다.
물론 귀엽고 깜찍한 건 어디까지나 오우거인 로키의 기준이었다.
‘후, 테디는 잘 지내고 있을까?’
로키는 어쩔 수 없이 산속에 풀어 준 테디를 걱정했다.
그 작고 여린 것이 어디 가서 배나 곯고 있지 않을까 걱정된 것이다.
그러나 로키의 상념은 오래가지 않았다.
누군가 로키의 뒤통수를 후려쳤기 때문이다.
짜악!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로키는 자신의 뒤통수를 친 사람을 바라봤다.
놀랍게도 자신의 뒤통수를 친 사람은 난생처음 보는 여자였는데, 뭔가 매우 언짢은 눈빛으로 자신을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어디서 딴청이야! 내가 몇 번을 불러? 앙?”
“누구?”
“누구긴 누구야, 하늘 같은 선배님이시지!”
“선배님?”
“그래, 하늘 같은 선배!”
“그게 뭔데?”
“선배가 선배지, 무슨 말이 필요해?”
“선배가 선배?”
“그래, 여기선 선배한테 개기면 국물도 없어. 명심해!”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명심하지.”
“따라와.”
“어딜?”
“어디긴 어디야, 대선배이신 큰언니들한테 인사 드려야지.”
“꼭 가야 해?”
“왜, 안 가려고? 너, 그랬다간 그 언니들한테 찍혀서 여기 생활 힘들어진다.”
“힘들어져?”
“그래, 무척이나.”
“알았다, 가자.”
로키는 그렇게 창녀를 따라 사창가로 들어갔다.
로키를 기다리는 것은 10명 정도의 창녀들이었는데, 하나같이 닳고 닳아서 그런지 인상이 매우 사나워 보였다.
“데려왔어, 언니.”
로키를 데려온 창녀는 로키를 앞에 세워 두고 자신의 자리로 가 분첩을 바르며 저녁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이야, 젊고 탱탱하네. 얼굴도 참하고. 이거 인기몰이 좀 하겠는데?”
“그래도 가슴이 너무 없다. 완전 절벽인데?”
“어머! 얘 피부 좀 봐…… 뽀얀 게 꼭 아기 피부 같아.”
“입고 있는 옷도 엄청나게 고급인데? 얘 창부 맞아?”
창녀들은 로키를 가운데 두고 로키를 요목조목 뜯어봤다.
창녀들의 부담스런 시선에 로키는 언짢은 표정으로 그녀들을 바라봤다.
“야! 너, 어느 집 애야?”
“나? 비스만 제국 앤데.”
로키의 말에 창녀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미친년, 고향 말고 일하는 가게 말이야.”
“일하는 가게? 일하는 곳 말인가?”
“그래.”
“헬라이너 기사단.”
“푸흣!”
“꺄하하하하하!”
“아하하하!”
헬라이너 기사단에서 일한다는 말에 주변에 모여든 창녀들이 자지러졌다.
“이거 돌은 년 아니야?”
“하긴, 요즘에 전쟁통에 정신 나간 애들 많잖아. 얘도 그중 하난가 봐, 쯧쯧, 얼굴은 곱상한데 어쩌다가…….”
자신을 미친년 취급하는 창부들을 보며 로키가 인상을 쓰고 말했다.
“난 미치지 않았어. 너희야말로 왜 날 불러다 놓고 이상한 소리만 늘어놓는 거지?”
“그래, 미친 애가 자기 미쳤다고 하겠냐? 그리고 나한테 너처럼 말하는 것 자체가 미친 거라고 할 수 있지.”
순간 그녀의 손이 로키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그렇지만 그런 것에 두 번 맞아 줄 로키가 아니었기에, 그녀의 손은 너무나도 간단히 로키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로키가 손아귀에 서서히 힘을 주자 그녀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허엇! 아악! 아파! 이거 놔! 얘들아, 뭐 해! 도와줘!”
그녀가 주변의 창녀들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지만 창녀들은 로키가 내뿜는 강렬한 살기에 주눅이 들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로키가 비록 작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정체는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오우거이기 때문이다.
“어쭈! 이게! 아악! 제발 놔줘! 제발…….”
그녀가 로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로키의 완력을 당해낼 수 없었고, 결국 그녀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덩치는 그녀가 로키보다 컸지만 작고 왜소한 로키 앞에 힘 한번 써 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제압당한 것이다.
그 모습에 창부들은 로키에게 쉽게 덤벼들지 못했다.
로키는 이쯤 하면 됐겠다 싶어서 그녀의 손을 놔줬다.
그녀의 손에는 피멍이 들어 있었다.
멍이 든 손을 본 창녀들이 두려운 눈으로 로키를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뭐야, 저년? 왜 저렇게 힘이 세?”
“몰라, 미치면 힘이 세진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봐.”
“어머, 어떻게 여자가 저렇게 힘이 세?”
여자란 말에 로키는 자신이 남자란 사실을 밝혔다.
“난 여자가 아니다! 남자다!”
로키의 말에 창녀들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에엑? 남자라고? 네가?”
“그 얼굴에 그 몸을 하고 남자라고?”
“잠깐, 가만 보니깐 남자 같기도 하지 않아?”
“요즘 우락부락한 병사들만 봐서 그런가? 내 눈에는 천상 여자 같은데?”
“우리는 네 말 못 믿겠는데, 증거를 보여 봐.”
“증거?”
“그래, 증거. 여자처럼 생겨서 여자 옷까지 입고 다니는 네가 남자라 증명할 수 있는 증거 말이야.”
“고추 말인가?”
“그래, 고추.”
역시 전문 업종에 종사하는 그녀들이기에 결코 고추란 말에 민망해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표현이었다.
“보여 주지는 못하겠고, 만져 봐라, 그럼.”
“그래? 어디.”
증거를 보이란 말을 한 창부가 대표로 나서서 로키의 그곳에 손을 갔다 댔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삽시간에 뒤바뀌어 버렸다.
“헉! 지, 진짜다! 진짜로 남자야!”
“뭐어? 진짜? 나도 만져 볼래!”
“꺄악! 나도!”
순식간에 몰려든 창녀들이 서로 다투며 로키의 아래를 한번씩 만져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당하는 로키는 그다지 그 손길을 꺼리지 않았다.
로키의 성 관념은 이제 막 눈을 뜨고 있는 단계였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얼굴로 남자라니, 사기다!”
“사기는 그것뿐만이 아니야…….”
한 여인이 로키의 거기를 만져 보고는 느껴진 손 모양 그대로를 여인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그 크기를 목도한 여인이 깜짝 놀라며 자신도 달려가 로키의 물건을 만져 보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러는 와중에 가게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헬로우~ 에브리 원!”
“어머! 홀리스 오빠!”
“홀리스 님, 오셨어요?”
이른 아침부터 사창가를 찾은 이는 블랙와이번 부대 소속인 홀리스였다.
그는 이곳에서 가장 씀씀이가 헤픈 큰손으로 통했다.
그리고 이곳을 가장 많이 애용하는 최우수 고객이기도 했다.
특히나 요즘처럼 전투가 없는 동안에는 거의 이곳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런 그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10명의 창녀들이 한 여인의 거기를 주무르고 있는 아주 민망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나의 고양이들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 빼고 무슨 재미있는 놀이라도 하는 거야?”
홀리스는 은근슬쩍 그런 그녀들 틈바구니로 끼어들었다.
그리고 또 은근슬쩍 자신의 손도 그곳으로 넣었다.
그러나 그는 곧 돌아오는 목소리에 경직되고 만다.
“홀리스?”
“헉! 로키 님?”
강찬이 데리고 있는 부하인 홀리스를 로키가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홀리스 또한 로키를 못 알아볼 리 없었다.
로키는 자신과 같은 비스만 제국의 헬라이너 기사단 소속이었고에 10년 전 실종된 칼리츠 가르만 공작의 양아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오우거였다.
“로, 로키 님이 이런 곳에 어쩐 일로?”
인간이 아닌 오우거를 이런 사창가에서 만나다니, 어찌 보면 대단한 기연을 만난 홀리스였다.
“끌려왔어.”
“네?”
“저기 저 여자가 날 이리로 데려왔어.”
로키가 가리키는 곳에 있던 여인이 순간 사색이 되었다.
지금 앞에 홀리스만 해도 그녀들이 상대하는 최고의 거물이었다.
대륙 제일가는 헬라이너 기사단의 기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극존대를 하는 모습이라니…….
그녀들은 순간 뭔가가 엄청나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홀리스에게 귓속말로 물어봤다.
“홀리스 오빠, 저분이랑 잘 아는 사이야?”
“당연하지, 우리 대장님의 친구분인데.”
“오빠네 대장? 오빠 지금 블랙와이번 부대에 있잖아? 그럼 저분이 그 천공의 기사님의 친구란 말이야?”
“몰랐어? 저분은 나랑 같은 헬라이너 기사단 소속이셔. 그리고 10년 전에 실종되신 칼리츠 가르만 공작님의 양자이신 분이야.”
“헉!”
순간 창부들의 표정에 암흑이 찾아들었다.
창녀촌을 나선 로키는 다른 재밌는 것을 찾아 다시 거리로 나섰다.
그런 로키의 손아귀에는 10장의 쿠폰이 있었는데, 그 쿠폰에는 제각각 여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1년 무료 이용권이라는 자필로 쓴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들이 사죄에 뜻으로 언제든지 오라며 로키의 손에 쿠폰을 꼭 쥐어 준 것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로키가 향한 곳은 부대 내에서 유일하게 형성되어 있는 시장이었다.
지금 이 주둔지에는 100만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인구가 모여 있었다.
그렇기에 영세 상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한몫 잡기 위해 찾아와 큰 시장을 이룬 것이었다.
위험한 곳인 만큼 물건들의 가격도 엄청나게 비싼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상점들도 모두 수레째로 꾸며져 있었다.
전쟁이 시작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노새나 말도 수레에 묶인 채로 지냈다.
그런 시장을 둘러보는 로키의 표정은 어린애와도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시장에 와 본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런 로키에겐 사방에 있는 모든 것이 신기한 것투성이였다.
로키는 그렇게 정신없이 시장 안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금방 지나갔고, 어느덧 어둑어둑해지자 시장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물건을 팔던 가게들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이동식 술집들이 문을 열었다.
그런 이동 술집으로 외박을 나온 수많은 병사가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랜만에 맛보는 술맛에 진득하게 취해 버렸다.
로키는 그런 술집 중 예전 자신의 주식이었던 멧돼지 바비큐를 파는 집을 발견했다.
‘내가 멧돼지 바비큐를 먹어 본 지 얼마나 됐지?’
생각만으로 로키의 입에 침이 가득 고였다.
로키는 주머니 속에 든 돈을 확인했다.
전에 작센 공작이 삼촌이 주는 용돈이라며 주고 간 10골드가 주머니 안에 그대로 있었다.
로키가 작센에게 받은 10골드는 일반 서민이 1년을 뼈 빠지게 일해야 벌 수 있는 큰돈이었다.
그런 큰돈을 용돈으로 주다니, 과연 일국의 공작다운 배포였다.
돈을 확인한 로키는 들뜬 표정으로 술집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