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19
퓨쳐나이트 119화
“나, 이거 먹고 싶다.”
“아, 예! 귀여운 손님, 얼마나 드릴까요?”
“이거면 얼마나 먹을 수 있지?”
여태껏 단 한번도 돈을 써 본 적이 없는 로키의 첫 거래였다.
그러나 로키가 꺼내 놓은 건 골드였고, 술집 주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멧돼지 바비큐는 1인분 한 접시가 3실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3실버라고 해도 엄청난 바가지이긴 했지만, 로키가 꺼내 놓은 1골드는 실버로 환전하면 100실버였다.
도저히 어린 아이가 내밀 만한 액수가 아니었기에, 술집 주인은 혹시 이게 애들 장난인가 싶어서 금을 어금니로 꽉 깨물어 봤다.
그러나 선명하게 찍힌 그의 이빨 자국이 그것이 진짜 금화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술집 주인은 당황스러웠다.
그에게는 지금 이 거액의 돈을 거슬러 줄 현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집 주인은 일단 먹이고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로키에게 적극적인 응대를 했다.
“이, 이 정도 액수면 오늘 저희 가게에 있는 멧돼지 고기는 전부 다 드셔도 됩니다. 마음껏 즐기다 가세요, 손님.”
“그래? 그럼 나, 멧돼지랑 술 줘!”
전에 다 같이 휴가를 나가서 술이란 것을 처음 마셔 본 로키는 왜 이런 쓰고 맛없는 것을 먹나 궁금했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간혹 가다 그 맛이 생각나는 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로키는 오늘 그 술이란 것을 진지하게 다시 한번 마셔 보기로 마음먹었다.
“술이라고요? 술은 어떤 걸로?”
“제일 독한 걸로.”
그때도 강찬과 지크욘이 독한 걸 찾았기에, 로키도 덩달아 가장 독한 것을 찾았다.
“아, 그럼 블라타니아산 카르타스를 권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제일 비싼 술이었다.
“그걸로 줘.”
“탁월한 안목입니다. 잠시만…….”
그가 제법 고급스러운 상자 안에서 술병을 꺼내 로키가 앉은 테이블 위로 잔과 함께 올려놨다.
카르타스는 대도시에서는 그리 비싼 술이 아니었지만 이런 전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최고급 술이었다.
“고기는 바로 썰어서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술집 주인이 꼬챙이에 꽂아 통째로 숯불로 구워 낸 노릇한 멧돼지를 꺼내 들었다.
살코기들을 큼직한 식칼로 능숙하게 베어 낸 술집 주인은 그것을 접시 위에 넘치도록 담아 로키 앞에 놨다.
“자! 마음껏 드세요, 손님!”
“그래, 잘 먹을게.”
멧돼지를 한입 집어 먹자 멧돼지 특유의 노릿한 맛이 느껴졌고, 그 맛은 과거 자신이 살던 숲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는 무척 외롭고 쓸쓸해서 무작정 떠나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타지에 있으니 너무도 그리운 곳이었다.
추억에 잠긴 로키가 멧돼지 바비큐를 오물오물 씹고 있자 술집 주인이 물었다.
“맛은 입에 맞으십니까?”
로키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 기름을 잔뜩 묻힌 채 행복한 표정을 짓는 로키의 모습에 술집 주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 저런 딸 하나만 있었으면…….’
독수공방 45년째.
세월 따라 돈 따라 이렇게 온 대륙을 오가며 장사를 해 온 그는 아직도 홀아비였다.
젊었을 때 대상인이 되겠다고 집을 나와 대도시를 전전하며 장사를 배운 그였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고, 그에게 몇 번에 좌절과 절망을 안겨 줬다.
결국 그는 얼마 안 되는 돈을 털어서 이 이동식 술집을 장만했다.
그 후로 이렇게 노상에서 술을 판 게 벌써 10년.
그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것은 너무나도 그리운 것이었다.
그런 그는 로키를 보며 저만한 딸이 있었으면 했다.
“많이 드십시오, 손님.”
“응, 알았다.”
로키가 홀로 술로 목을 축이며 바비큐를 즐기는 동안 그를 바라보는 한 무리가 있었으니, 그들은 테르비아에서 온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오늘 단체로 소대 외박을 나와 싸구려 술에 싸구려 안주로 적적함을 달래고 있었다.
말단 병사에게 지급되는 봉록이 쥐꼬리만 했기 때문이다.
“야! 저기 봐!”
“뭐?”
“전방 12시 방향에 초미인 출현!”
“어디! 어디!”
병사들의 시선이 순간 전방 12시 방향으로 모였다.
“우와! 진짜 끝내준다!”
“아니, 이런 곳에 어떻게 저런 미인이!”
그들은 대도시에서나 볼까 말까 한 미인이 홀로 적적하게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물론 이곳에 여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로키만큼 어리고 상큼한 미인은 매우 드물었다.
“뭐 하는 여자일까?”
“옷차림새나 생긴 걸로 봐서는 군에 종사하는 애는 아닌 것 같은데?”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여인들은 같은 군 계통에 종사하는 여인이나 몸 파는 여인들뿐이었다.
그러나 같은 군 계통 여인이라면 복장부터가 틀렸기에, 그들은 로키를 몸 파는 계집이라 여겼다.
“야! 저 여자 마시는 술 좀 봐! 카르타스야!”
“뭐, 카르타스?”
이곳에서 30실버 이상을 호가하는 카르타스를 홀짝이는 로키의 모습을 병사들이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들이 먹는 싸구려 시나몬을 바라봤다.
알코올에 물을 탄 희석주인 시나몬은 돈 없고 가난한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술로 가장 저급한 술이었다.
맛보단 취기로 마시는 술이란 소리였다.
“아, 젠장! 부럽다! 좀 잘나가는 냄비인가 보지?”
“그러게, 이런 데서 혼자 카르타스나 마시고 있고.”
“내 참! 더러워서! 누구는 목숨 걸고 싸워서 시나몬이나 빨고 있고, 누구는 몸 한번 굴려서 카르타스를 마시고! 더럽다, 더러워! 카악 퉤!”
병사들은 투덜거리며 더욱 신경질적으로 시나몬을 들이켰고, 그렇게 병들이 한가득 쌓이기 시작했다.
한편 다른 가게에서 홀로 술을 마시던 어마어마한 덩치의 거인 또한 로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앉은키만 해도 일반인들이 서 있는 것보다 거대한 거인은 놀랍게도 여자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맥주잔은 3,000cc 크기였지만, 그녀에게는 찻잔처럼 보였다.
그녀가 로키를 바라보는 표정은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아, 나도 저렇게 작고 여렸으면…….’
그녀는 로키의 작고 날씬한 몸매가 너무도 부러웠다.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로키를 바라보고 있을 때, 주변의 사내들이 그녀를 보며 수군거렸다.
“야! 자이언트 마마다!”
“헉! 어디? 진짜 자이언트 마마네.”
“와! 저게 진짜 사람이야? 장난 아닌데?”
그녀는 그들의 수군거림이 자신을 말하는 것임을 잘 알았지만 묵묵히 맥주를 마셨다.
언제나 항상 있는 일이기에 만성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렸을 때 희귀한 병에 걸려 성장이 멈추지 않은 그녀의 키는 무려 3미터에 육박했다.
그녀의 외모는 보통 여인들보다도 아름답고 날씬했지만, 일단 뭇 남자들을 압도하는 거대한 덩치 때문에 모두의 놀림거리가 되어 살아야만 했다.
그런 그녀의 별명은 자이언트 마마였다.
고대 시대에 드래곤에 의해 멸망했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자이언트 부족의 엄마란 소리였다.
그녀는 거대한 키에 걸맞은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로, 운동 신경 또한 남달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기사 수련을 받을 수 있었다.
비록 여인이긴 했지만 3미터에 달하는 거구라면 적들에게 엄청난 위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전략적 무기로서 기사 수련을 받은 그녀의 현재 무위는 소드 익스퍼트 초입이었다.
오러 소드를 뿜어내는 데 있어 약간 미흡함이 있는 단계인 것이다.
허나 일반인을 압도하는 그녀의 덩치로 소드 익스퍼트 중급 정도는 무난하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브리티나. 실버라인 공화국 출신의 기사로 실버라인 근위대의 대원이었다.
“야? 저 괴물이 왜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지?”
“낸들 알아?”
맞는 말이었다. 근위대인 그녀가 이런 노상 술집을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근위대 기사들을 위한 술집은 따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곳을 사용하는 이들은 돈을 지불할 필요 없이 고급 술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농민 출신인 그녀는 맥주가 그리워 이곳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여기나 거기나 동물원 신세인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차라리 기사인 자신을 대놓고 놀릴 수 없는 병사들 사이에서 마시는 게 훨씬 마음이 편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병사들이 귓속말로 수군거렸다.
“설마? 우리 상대로 헌팅하려고 저기 앉아 있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래도 얼굴은 참 미인인데, 참 아까워. 내가 한번 대시해 볼까?”
“아서라, 하룻밤 자고 초상 치르고 싶냐?”
“그냥 해 본 소리지. 어디 사이즈나 맞겠어?”
“아마 넣은 줄도 모를걸? 큭큭큭!”
“큭큭큭!”
브리티나는 그렇게 병사들의 저급한 조롱을 참아 가며, 묵묵히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를 마셨다.
그러던 와중 그녀는 저잣거리가 소란스러워짐을 느끼고 그곳을 바라봤다.
“싫다는데 왜 자꾸 그러지?”
“어이, 이봐, 아가씨…… 그러지 말고 우리랑 같이 술 한잔하자고…… 떨꾹!”
“빼지 말고, 다 알고 왔으니까. 어디서 일해? 앙?”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라.”
“어쭈? 요것 봐라? 성깔 있는데?”
좀 전에 로키를 바라보던 테르비아의 병사들이 잔뜩 취해서는 로키를 둘러싸 그를 희롱하고 있었다.
“어이, 이봐! 자네들! 이거 왜 이러나? 싫다고 하지 않나?”
“노친네는 가만있어 보슈! 우리가 뭐 해코지를 한답니까? 떨국! 그냥 같이 합석해서 술이나 한잔하잔 소리지.”
“이러지 말고 그냥 술이나 계속 들게. 내가 서비스 줄 테니깐.”
서비스를 준다는 말에 가난한 테르비아 병사들이 버럭 화를 냈다.
“이런 썅! 우리가 거지야? 앙?”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 거 잘 알잖나?”
“집어치워!”
거칠어진 병사가 옆에 있던 테이블을 발로 걷어찼다.
아무래도 주사가 아주 더러운 병사인 듯했다.
“자네들, 제발 이러지 말게나.”
참다 참다 로키가 나서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좋은 말로 할 때 가라고 했다.”
로키의 대담한 행동에 병사들은 휘파람을 불며 비웃었다.
“휘이이익! 이야! 이거, 앙칼진 모습이 귀여운데? 그런 앙칼진 모습에 손님이 줄을 서나 보지?”
로키는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로키가 만약 피를 본다면 그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었다.
누가 뭐래도 그는 피를 좋아하는 오우거였기 때문이다.
“내가 경고……”
그러나 마지막 경고를 날리려던 로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손이 병사의 목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케켁! 켁! 사, 살려 줘!”
갑자기 그가 하늘 위로 사라지자 동료들은 그를 들어 올린 여인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헉! 자이언트 마마다!”
순간 병사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물론 취기도 함께 사라졌다.
“우와악! 살려 줘!”
병사들은 동료를 버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그만큼 그녀의 거대한 덩치는 공포 그 자체였다.
브리티나는 그들을 향해 붙들고 있던 병사를 집어 던졌다.
“우와와와왁!”
철퍼덕!
바닥에 처박힌 병사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고, 한참 동안 헛기침을 내뱉다가 힘겹게 기어서 도망갔다.
그런 그를 바라본 브리티나는 손바닥을 탁탁 털며 말했다.
“흥! 한심한 놈들.”
“…….”
로키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런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인간들이 날 보는 시점이 이런 것일까?’
처음으로 누군가를 목이 아프게 올려다보는 로키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만큼 로키 앞에 서 있는 브리티나의 덩치가 거대했기 때문이다.
브리티나는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로키에게 말했다.
“괜찮아?”
“응, 난 괜찮다.”
로키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