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26
퓨쳐나이트 126화
43. 신무기
강찬과 지크욘이 드워프들과 손을 잡고 적에게 대항할 무기 개발을 시작한 지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흘러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다행히도 적의 공습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것이 다행인 것인지 더 큰 불행의 전조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지만, 강찬은 일단 시간을 벌었기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6개월이란 귀중한 시간 동안 신무기 개발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그 신무기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날이었다.
그것은 이 세계뿐만 아니라 우주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사건이었다.
지구의 과학과 이 별의 마법이 조화되어 탄생한 무기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마도 병기라 불렀다.
강찬은 드워프들의 자랑인 워 팩토리에서 새로 개발된 마도 병기들을 둘러보았다.
강찬이 집어든 눈부신 빛을 발하는 베스트 플레이트.
그것은 기사들에게 입힐 새로운 갑옷이었다.
놀랍게도 갑옷의 재질은 미스릴로, 순도 높기로 유명한 엘프들이 생산한 미스릴이었다.
디자인은 무구 제작의 최고 장인인 드워프들이 맡았고 드래곤이 손수 고차원적인 마법을 새겨 넣은 갑옷이었다.
과거 마도 시대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갑옷임에는 분명했다.
바로 마갑주라 불리게 될 이지스 갑옷의 탄생이었다.
이지스 갑옷을 착용한 강찬은 갑옷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조끼 형태의 갑옷에서 살아 있는 듯한 금속 물질이 뻗어 나와 강찬의 전신을 감쌌다.
그것은 강찬의 전투 슈트를 보고 지크욘이 마법으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원래 풀 플레이트 형태로 제작한 갑옷을 공간 왜곡 마법을 이용해 조끼 형태인 베스트 플레이트 사이즈로 부피를 줄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거추장스러운 풀 플레이트 갑옷을 벗지 않고도 항상 전투 대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에 전투력 증강 면에선 굉장히 혁신적인 것이었다.
왜냐면 풀 플레이트 갑옷은 방어력 면에선 탁월했으나 입고 벗기가 굉장히 불편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눈부신 풀 플레이트 갑옷으로 무장한 강찬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매우 흡족해했다.
성능을 둘째 치더라도 갑옷의 디자인이 예술 작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역시 드워프들의 손을 거치면 사람을 죽이는 무기조차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되었다.
물론 양산품에는 이렇게 공을 들이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눈에 아름다운 것은 둘째 치고 성능이 가장 중요했기에, 강찬은 곧바로 방어력 테스트에 들어갔다.
테스트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방으로 들어간 강찬.
갑옷에 새겨진 실드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자 갑옷에 새겨진 마법진들이 영롱한 빛을 내뿜으며 그의 주변으로 보이지 않는 마력의 벽을 형성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법진이 발동한 갑옷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런 탄성을 뒤로하고 곧장 위력 시범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드워프들의 석궁이 강찬을 향해 날아들었다.
드워프제 석궁은 아르칸도르 대륙에서 엘프의 활 다음으로 강력한 위력을 가진 원거리 무기였다.
그러나 그토록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는 퀘렐은 강찬의 주위를 감싸는 무형의 실드에 막혀 불꽃을 튕기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옷에 새겨진 실드가 드워프제 석궁을 여유 있게 막아 낸 것이다.
다음으로 이어진 시험은 마나를 불어넣은 화살을 막는 것이었다.
실험에 도움을 줄 엘프 레인저가 화살을 시위에 걸고 마나를 불어넣자 화살촉이 영롱한 빛을 내뿜었다.
만일 강찬의 갑옷이 실드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이 정도 거리에서는 그 어떤 갑옷이라 할지라도 엘프 레인저의 화살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마나를 머금은 활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역시 예상대로 드래곤이 새긴 실드의 방어력이 훨씬 더 대단했다.
마나를 머금은 강력한 엘프의 화살조차 갑옷의 실드를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엘프의 여왕인 아르테온의 표정조차 짐짓 굳어졌다.
만일 저런 갑옷이 인간들에 의해 양산된다면 그것은 엘프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걱정은 없는 것이, 저 갑옷에 새겨진 마법진은 드래곤만이 새길 수 있는 고차원적인 마법진이었다. 게다가 침략자와의 전쟁이 끝나면 드래곤이 전량 회수할 것이었다.
만일 숨겨 놓고 내놓지 않으려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에겐 드래곤의 분노가 내려질 것이다.
그 갑옷엔 드래곤의 추적 마법이 걸려 있을 테니 말이다.
엘프의 활까지 막아 낸 갑옷의 다음 테스트는 대망의 마지막 테스트였다.
바로 레일 건에 대한 방호력 테스트였다.
만일 이것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이 갑옷은 실패작이 되는 것이다.
이 갑옷을 만든 이유가 바로 레일 건을 막아 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실험을 위해서 특별히 참석한 엘리카가 레일 건을 들고 강찬의 앞에 섰다.
엘리카는 우선 레일 건의 위력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그 위력을 공개하기로 했다.
일단 강찬이 아닌 준비해 둔 표적을 향해 레일 건을 발사한 것이다.
그것은 드워프들이 자랑하는 중갑보병의 풀 플레이트 메일 10벌을 일렬로 세워 둔 것이었다.
실험의 결과는 대단했다.
단 한 발로 10벌의 풀 플레이트 메일이 순식간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갈기갈기 찢겨 사라진 것이다.
만일 그 안에 사람이라도 들어가 있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는 그 장면을 본 모두가 잘 알 수 있었다.
실로 끔찍한 장면이 연출됐으리라…….
레일 건의 위력을 처음 목도한 이들은 그 엄청난 위력에 두려움을 느꼈다.
마법을 쓴 것도 아닌데, 침략자들의 무기가 가진 위력이 그만큼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오…… 신이시여, 저것이 그 외계에서 왔다는 인간들이 쓰는 무기란 말인가?”
“어, 어떻게 저런 위력이!”
모두가 웅성거리는 가운데 그 위력적인 레일 건이 강찬에게 향했다.
그러나 레일 건을 잡은 엘리카가 짐짓 머뭇거렸다.
아무리 실험이라고는 하지만 이 위력적인 레일 건으로 흠모하는 사내를 쏴야 한다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비록 실패할 때를 대비해 옆에 지크욘이 대기 중이었지만, 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녀의 머뭇거림에 강찬이 말했다.
“망설이지 말고 방아쇠를 당기세요, 엘리카 씨.”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시고 쏘세요.”
“…….”
자신이 아니라도 누군가는 그를 쏴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엘리카는 이를 악물고 레일 건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발사된 레일 건의 탄알이 나선형의 긴 궤적을 만들며 강찬을 덮쳤다.
콰앙!
이전에 마나 화살이 직격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 워 팩토리 안에 울려 퍼졌다.
솟아오른 먼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그런 가운데 엘리카가 질끈 감았던 눈을 조금씩 뜨며 강찬이 서 있는 곳을 바라봤다.
“강, 강찬 님?”
먼지 사이로 누군가 서 있는 모습에 엘리카는 애절한 목소리로 강찬을 불러보았다.
그러자 먼지 속에서 약간 격양된 강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대단해, 지크욘!”
“강찬 님!”
엘리카가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는 강찬에게 달려갔다.
지켜보던 다른 이들 역시 강찬을 향해 달려갔다.
“어때? 쓸 만해?”
“응, 아주 쓸 만해! 이 정도면 레일 건에 대한 방호력은 충분해.”
“몇 발 정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실드는 충격을 받을 때마다 사용자의 마나를 소모하기에, 강찬은 자신의 마나를 가늠해 보고 말했다.
“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100발도 끄떡없을 것 같아.”
“소드 마스터인 네가 100발이면 일반 소드 익스퍼트 기사들은 20발 전후겠군.”
마나만 있다면 수백 발이고 막아 낼 수 있겠지만 드래곤이 아닌 사람에게는 엄연히 마나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소드 마스터를 제외한 보통 소드 익스퍼트 기사에게는 더욱더 그러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비록 20발 전후이기는 해도 그 정도라면 반격하거나 도망치기에는 충분할 것이었다.
갑옷을 해제한 강찬이 이지스 갑옷을 드워프에게 넘기고 다음 신개발 무기를 바라봤다.
엘리카에게 선물한 레일 건을 모티브로 잡고 엘프와 드워프가 만든 신개념 활이었다.
활이라기 보단 총에 가까운 형상이었지만 엘프들은 그것을 활이라고 고집했다.
원리는 간단했다.
레일 건에서 쓰는 탄두보다 약간 큰 형태의 탄두를 드워프제 화약과 결합해 총알로 만든 후, 아르테온이 설계한 마법 추진 장치로 더욱 가속시켜 발사하는 것이었다.
총신에 전격계 마법을 흘려 레일 건과 같은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알고리즘이 탄생시킨 최초의 마도 병기인 것이다.
첫 선을 보인 활의 위력은 설계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강찬조차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그들이 만든 활이 지구의 레일 건과 똑같이 드워프제 풀 플레이트 메일 10벌을 고철덩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옛 지구의 화승총처럼 생긴 다소 투박한 이 활은 강찬이 엘리카에게 선물한 레일 건과 동등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위력은 만족스러웠지만, 기술의 한계로 빠른 연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 말은 즉 일일이 한 발씩 재장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치열한 전장에서 크나큰 불리함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일단 레일 건과 동등한 위력을 지닌 화포를 개발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다.
이제 이곳의 병사들도 이 활로 지구인과 맞서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구의 옛 화포가 그랬듯이 이들의 무기도 점점 보완되면서 변해 갈 것이었다.
강찬은 활의 이름을 옛 지구에 소총 이름을 따서 머스킷 소총이라 명명했다.
또한 강찬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바로 화포였다.
이곳에도 화포가 있었지만, 그것은 지구의 중세 시대 수준의 전장식 주조 화포였다.
형틀에 쇳물을 부어 만든, 앞으로 장전하는 화포란 뜻이다.
강찬은 머릿속에 저장된 기술을 응용하여 그것을 현대식 화포의 원리로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일단 장전을 후장식으로 바꿨고, 주조 방식이 아닌 절삭 방식으로 포신을 깎아서 만들었다.
동일한 규격의 포신이어야만 강한 압력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신 안쪽에 강선을 만들고 주퇴기를 달아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했다.
그러자 1차 세계 대전에서 쓰이던 수준의 화포가 완성되었다.
포탄은 화약과 함께 익스플로즌 마법이 담긴 마갑탄을 사용했다.
아직 화학 분야 쪽으론 지구의 수준에 크게 못 미쳤기에, 더 강력한 위력을 위해선 마법과의 융합이 필수였다.
그것만으로도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예로부터 전쟁의 꽃은 화포였으니 말이다.
그다음으로 강찬을 기다리는 것은 그의 자이드인 레드 레빗이었다.
“이것은?”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의 레드 레빗을 올려다본 강찬은 그 아름다운 외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현대식 메카닉과 중세 시대 갑옷의 결합이라고 해야 할까?
조합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지만 레드 레빗은 이상하리만큼 강렬한 개성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떤가? 맘에 드는가?”
엘븐 나이트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대한 체구에 날렵한 보디를 지닌 레드 레빗은 이곳의 기간테스들과는 무척이나 다른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레드 레빗에 달린 손과 발은 기간테스의 것이었다.
그래야만 강찬이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말 멋지군요.”
강찬은 정말이지 멋진 놈으로 다시 태어난 레드 레빗을 타 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본 크랙시온이 탑승을 권했다.
“지금 타 보겠나?”
강찬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예!”
서둘러 레드 레빗의 조종석 위로 올라탄 강찬.
그러자 그곳에는 자이드의 조종석과 기간테스의 조종석의 특징을 한데 모아 둔 듯한 모습의 요상한 조종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의아하게도 조종석은 1인승이 아닌 2인승이었다.
“왜 여기에 조종석이 한 자리 더 있죠?”
“아! 그것은 지크욘님의 부탁이 있어서였네.”
“지크욘이요? 야! 이게 뭐야?”
“나중에 보면 알게 돼.”
“그게 무슨 소리야?”
강찬은 왜 조종석이 2인승으로 개조된 것인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했다.
허나 그것은 드래곤들의 회의에서 거론된 방법 중 하나였다.
“오랜만이다, 레드 레빗. 보고 싶었어.”
강찬은 늘 하던 대로 레드 레빗의 센서 마스터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핵융합 제네레이터에 시동을 걸자 토카막 안으로 초고열에 중수소와 삼중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핵융합 반응이 임계점에 도달한 레드 레빗의 몸에선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힘은 드래곤인 지크욘조차 놀라게 할 만큼 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