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28
퓨쳐나이트 128화
허나 지금 강찬이 탄 레드 레빗은 멀쩡했다.
그것은 98.328퍼센트나 되는 엄청난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팔다리가 자이드의 것도 아닌 레드 레빗이 그 많은 에너지를 어디에 사용하고 있단 말인가?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헛, 설마? 이 마나의 출처가 핵융합로?’
강찬은 순간 벼락을 맞은 것만 같았다.
핵융합을 통해 생성된 원자력 에너지가 마나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말이다.
따지고 보면 태양과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융합로는 작은 태양이라고 봐도 무방했고, 그곳에서 나오는 에너지도 자연적인 에너지가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잠들어 있는 레드 마스호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플루톤 엔진을 깨울 만한 막대한 마나만 있다면 플루톤 엔진의 재가동 또한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찬의 얼굴에 작은 희망의 빛이 드리워졌다.
이제 우주에 떠 있는 적 전함과 동등한 전투를 펼칠 수 있을 만한 무기가 부활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강찬이 희열에 찬 목소리로 마스터에게 말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마스터?』
8미터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오러 블레이드가 엘라디온의 엘븐 나이트를 향해 겨눠지자 엘라디온은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지 그답지 않게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대륙 5대 무신인 그조차 강찬의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 앞에 전의를 잃은 것이다.
『아, 아니다. 이만하면 됐다…….』
마스터의 말에 강찬이 전투 모드를 풀고 오러 블레이드를 거둬들였다.
그러고는 레드 레빗에서 뛰어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크욘을 향해 달려갔다.
마스터를 향한 예의조차 잊을 정도로 급히 말이다.
그런 제자를 바라보던 엘라디온은 그를 나무랄 새도 없이 강찬이 두고 간 미지의 살인 병기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조금 전 그는 강찬이 탄 레드 레빗에서 상상도 못할 엄청난 마나를 느꼈기 때문이다.
‘어찌 엘븐 나이트와 똑같은 마광로를 탑재한 기간테스에서 드래곤과 같은 엄청난 마나가 느껴진단 말인가?’
같은 마광로를 탑재했다고 생각하기에는 터무니없을 만큼 엄청난 차이였다.
그리고 그런 엄청난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제자의 무위는 이미 같은 소드 마스터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44. 부활하는 레드 마스호
지크욘을 찾아간 강찬은 다짜고짜 지크욘의 어깨를 잡고 미친 사람처럼 흔들어 댔다.
“지크욘! 됐어! 방법이 생겼어!”
강찬의 거친 행동에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지은 지크욘이 강찬을 밀치며 인상을 썼다.
“아! 뭔데? 무슨 일인데 이 난리야!”
“놈들과 맞서 싸울 기가 막힌 방법이 떠올랐어!”
“기가 막힌 방법? 그게 뭔데?”
기가 막힌 방법이란 말에 귀가 솔깃해진 지크욘이 강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로서는 우주에 있는 적들을 공격할 수단이 없었잖아?”
“그렇지.”
“어쩌면 그게 해결될지도 몰라!”
“엥? 대체 어디서 무슨 해결책을 찾았다는 거야?”
“내가 타고 온 전함 말이야. 어쩌면 그걸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뭐? 그 고장 난 쇳덩어리가 다시 날 수 있다고?”
“그래!”
“무슨 수로?”
“그게 말이지…….”
들뜬 강찬의 설명은 밤새도록 이어졌다.
“언제 봐도 전율스럽군…….”
레드 마스호의 앞에 선 크랙시온이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그리고 막막함에 먼 산을 바라보듯 레드 마스호를 바라봤다.
자이드라 불리는 지구인들의 기간테스를 고칠 때도 이렇게까지 막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크랙시온과 장로들은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갑판 위에서 봤을 때 지평선이 보일 만큼 거대한 이 쇳덩어리를 수리하라는 드래곤의 엄명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분명 미지의 기술로 건조된 외계의 병기를 수리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비명을 지를 만큼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가볍게 다가설 때의 얘기였고, 지금은 전혀 달랐다.
그들의 뒤에는 무시무시한 드래곤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는 죽음뿐이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거대한 크기의 전함.
고차원적인 설계……
모든 것이 그들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은 마치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었다.
“왕이시여, 저희가 정말로 이 쇳덩어리를 수리할 수 있을까요?”
“까라면 까야지…….”
“예? 아, 예…… 그렇죠. 드래곤이 까라면 까야죠.”
드워프가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가 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드래곤이었다.
그들은 자기 욕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드워프들을 달달 볶아 댔으니 말이다.
타고난 재능과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
분명 그런 환경이 드워프들의 실력을 일취월장하게 했으리라…….
그들은 강찬이 전해 준 레드 마스호의 설계도를 들여다보며 머리가 빠질 듯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게 밖에서 드워프들이 설계도를 가지고 씨름을 하고 있을 무렵, 안쪽에선 강찬과 드래곤들이 엔진부에서 씨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주 엔진이란 말이야?”
“그래.”
“대단하군.”
웬만한 저택과도 맞먹을 거대한 금속 덩어리를 올려다보는 드래곤들의 눈에는 감탄이 가득했다.
이토록 거대하고 아름다운 금속 공예품은 그들조차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지구 과학 기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이 플루톤 엔진의 외형은 그들에게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세련된 예술품과도 같았다.
“그래,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나를 불어넣어 이 엔진을 재가동시키는 거란 말이지?”
“그렇지.”
강찬의 말에 지크욘에게 반강제적으로 끌려온 15마리의 드래곤들이 못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잠들어 있는 마신이라도 깨우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드래곤을 몰살시키려는 개수작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만큼 마나란 드래곤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여기다. 마나를 불어넣어 줘.”
강찬이 가리킨 곳은 다른 전함의 플루톤 엔진부와 연결되는 콘센트 부위였다.
그것은 가로세로 약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콘센트였다.
지크욘은 그 콘센트 부위를 천천히 둘러보고는 그곳에 마법진을 그렸다.
마나를 응집시키는 마법진이었다.
웬만한 마법진 따윈 순식간에 만들어 버리는 지크욘이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면 매우 고차원적인 마법진인 듯했다.
마법진이 고차원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 동족들의 거대한 힘을 하나로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히나 신경 써야 하는 게, 만약 응축된 마력을 이기지 못하고 마법진이 폭발이라도 한다면 마법진 위에 서 있을 드래곤들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었다.
이후 완성된 마법진 위로 드래곤들이 머뭇거리며 차례대로 이동했다.
자신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드래곤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리가 만무했다.
오로지 자신들의 로드인 지크욘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기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이 강찬을 바라보는 눈에는 여전히 불신이 가득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했단 봐라. 바로 가루로 만들어 주마…….’
드래곤들 중 두 번째 서열인 R.레크라시온이 강찬을 한번 노려보고는 마법진 위로 올라섰다.
이윽고 지크욘을 시작으로 드래곤들이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우…….
16마리의 드래곤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하자 그 거대한 힘에 레드 마스호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그들에게서 뿜어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마법진을 통해 레드 마스호의 심장부로 향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마나.
소드 마스터인 강찬조차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그러던 중 모니터 에너지 차지에 불이 들어오더니, 에너지 바가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역시 강찬의 예상은 적중했다.
마나와 핵융합에너지는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플루톤 반응이 일어나는 임계점까지는 갈 길이 멀고도 멀었다.
초시공을 넘나드는 거대한 강철 덩어리의 심장을 깨우는 일은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다.
모니터의 에너지 산출표를 바라보는 강찬은 주먹을 꽉 쥐고 지크욘을 응원했다.
‘힘내, 지크욘!’
지크욘을 위시한 모든 드래곤이 레드 마스호에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한 지 반나절이 지났다.
그들은 많은 마력을 소모했는지 극도로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었다.
에너지 충전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크욘, 이제 거의 다 찼다. 조금만 힘내.”
지크욘은 말할 힘도 없는 듯 강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를 악물고 최후의 마나까지 쥐어짜 낼 뿐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지났을까?
드디어 에너지 바가 임계점을 돌파했다.
『에너지 차징 완료. 플루톤 엔진 기동.』
쿠우우우우우우웅-
오랜만에 듣는 메인 컴퓨터의 목소리와 함께 플루톤 엔진이 기동하자 묵직한 떨림과 함께 불이 꺼져 있던 각 계기판이 차례대로 점등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초시공 우주 전함 레드 마스호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만세! 지크욘! 해냈어! 우리가 해냈다고!”
고철이 되어 버린 전함이 기적적으로 다시 회생하자 강찬은 그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지쳐 있는 지크욘에게 한걸음에 달려갔다.
“고마워, 지크욘! 이 모든 게 다 드래곤들 덕이야.”
“말했지, 나에겐 불가능은 없다고…….”
불가능은 없다고 오만한 투로 말하는 그녀는 말과는 다르게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얼굴은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항상 여유롭던 그녀가 강찬 앞에서 이토록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 모습을 보는 강찬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괜찮겠어?”
“아, 전혀 괜찮아 조금만 쉬면 돼…….”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지크욘이 마법진을 걸어 나오면서 약간 비틀거리자 강찬이 그녀를 급히 부축했다.
“별로 안 괜찮은 것 같은데?”
“괜찮다니깐.”
“업혀.”
강찬이 지크욘 앞에 쭈그리고 앉자 지크욘은 당황하며 강찬의 등짝을 후려쳤다.
“야! 애들 보는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야! 빨리 안 일어나?”
그녀가 가리키는 애들이란 강찬보다 최소한 100배는 오래 산 드래곤들이었다.
“그냥 업혀.”
“야! 이거 놔!”
강찬이 억지로 지크욘을 업고 엔진 룸을 나서자 남아 있던 드래곤들은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먼저 나간 둘을 바라봤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도 힘든데…….’
‘저 새끼, 우린 안 보이나?’
강찬은 다른 드래곤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지크욘을 자신의 침대에 눕혔다.
수많은 추억이 서린 그 방에 말이다.
오랜만에 방에 들어선 강찬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침대 위에 누운 지크욘을 바라봤다.
“여기서 잠깐 눈이라도 붙여.”
“그래.”
지크욘은 정말로 피곤한지 침대에 눕자마자 골아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태어나서 드래곤 하트에 저장된 마나의 태반을 소모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잠들어 버린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던 강찬은 책상 위에 놓인 편지에 시선을 돌렸다.
지크욘과 제이나에게 써 둔 편지였다.
그 편지를 발견한 강찬은 또다시 깊은 슬픔에 잠겼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그녀 때문에 말이다.
플루톤 엔진이 복구된 뒤로 드래곤들과 드워프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이 놀라운 이계의 전투 병기에 마법을 융합시키는 대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들 손에 개조된 레드 마스호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는 몰라도 과거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질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애초에 당장 외관부터 이미 지구의 것이 아니었다.
드워프들이 자신들의 취향대로 레드 마스호의 외관을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대한 예술 작품의 탄생이었다.
드래곤 또한 호기심 많은 종족이었기에 이계의 과학이란 것에 심취해 연일 전함 안에서 살았다.
그런 그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역시 전함의 엔진이었다.
전함의 엔진에서는 그들조차 상상도 못할 거대한 에너지가 생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그저 하찮기만 했던 과학이란 것으로 만들어진 이 구조물에서 어떻게 드래곤 하트를 뛰어넘는 마나가 생성되는지, 그들로서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잘 알 수 있었다.
이 엔진에는 자신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나게 고차원적인 메커니즘이 녹아 있음을 말이다.
전함 복원을 진두지휘하는 강찬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거의 10일째 불철주야로 전함의 안과 밖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로 나가야 할 전함이었기에 우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드워프에게만 전함 수리를 맡긴다는 것이 왠지 불안했던 것이다.
그리고 과학과 마법을 융합한답시고 드래곤들이 이것저것 들쑤시고 다니는 것도 잘 살펴야만 했다.
그들의 무리한 실험 정신에 전투 시스템이라도 손상됐다간 어렵게 부활한 레드 마스호가 다시 고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강찬은 요 10일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그 피로는 소드 마스터조차 지치게 하기 충분했다.
앞으로 레드 마스호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는 그조차도 장담할 수 없었다.
주 엔진이 다시 가동되고 외관을 수리한다 해도 지구의 기술로 만들어진 이 전함을 마법 문명이 발달한 이곳 기술로 완벽히 수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배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