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29
퓨쳐나이트 129화
45. 침략의 전조
전쟁이 끝난 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녹색 엘프들의 침공이 그들의 패망으로 끝난 이후, 사람들은 그들이 되돌아간 아이스랜드를 바라보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그들이 언제 다시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와 대륙을 넘볼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게 된다면 대륙은 또다시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고, 수많은 사람의 피가 대지를 적실 터였다.
그들은 자신이 살아생전에 다시 과거와 같은 전쟁은 없을 것이라 믿었다.
아니, 그러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그들의 작은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지고야 말았다.
“어이, 찰스! 저, 저기 좀 봐!”
“허, 헉! 이런 젠장! 종을 울려! 종을!”
땡! 땡! 땡! 땡!
“적이 나타났다! 마녀의 자식들이 쳐들어온다!”
예전에도 그랬듯 가장 먼저 그들의 침공을 발견한 것은 과거 그들의 손에 가장 먼저 멸망했던 케르멜 왕국의 경비병이었다.
수백만에 달하는 녹색 엘프군에게 단 하룻밤 만에 짓밟혀 버린 그 비운의 왕국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곧 눈앞에 다시금 나타난 녹색 엘프군을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뭐야? 저게 다야?”
“저것들이 전쟁에서 지고 단체로 미쳤나?”
얼핏 보아도 그들의 군세는 10만을 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결코 적은 군세는 아니었지만 과거 대륙을 위협하던 녹색 엘프군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병력이었고, 지금 케르멜 왕국에는 녹색 엘프군을 견제하고자 전 대륙에서 지원해 준 평화 유지군이 50만이나 상주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적들의 군세를 보고 비웃을 만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예전에 그들이 보인 방식이 아니었다.
지구의 방식이었다.
“발사!”
“발사!”
쿵! 쿵! 쿵!
지구의 기술로 만들어진 대포가 일제히 성곽을 향해 불을 뿜자 케르멜 왕국의 항구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콰가가가강!
“뭐지? 저것은? 마법인가? 후, 후퇴하라! 항구를 버려라!”
“후퇴하라! 으아아악!”
순식간에 수백 발에 이르는 포탄이 항구에 소나기처럼 쏟아지자 1년 동안 고생고생하며 그들이 쌓아 올린 단단했던 성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포탄에 의해 박살 난 돌무더기와 시체들만이 즐비했다.
“상륙하라!”
함포를 장비한 거대한 배들 사이로 작은 수송용 배들이 항구에 도착했고, 그 안에선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녹색 엘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칼과 창, 활로 무장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 그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지구의 기술로 만든 라이플이었다.
녹색 드워프의 손으로 만든 그것은 모습이 약간 투박하기는 했지만 분명히 지구의 총이었다.
“끄아악! 살려 줘!”
부상당한 인간 병사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살려 달라고 애걸했지만 녹색 엘프들을 그런 그들을 향해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사방에서 총성이 울려 퍼지고 비명이 항구를 가득 메웠다.
항구를 점령당한 케르멜 왕국에는 비상이 걸렸고, 국왕은 주둔 중이던 모든 병력을 차출해 서둘러 항구로 집결시켰다.
그런 그들은 그동안의 훈련 성과를 보여 주는 듯 순식간에 방위진을 펼쳤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하늘에서 날아온 3대의 거대한 기간테스가 그들을 향해 무차별한 폭격을 퍼부은 것이다.
눈부신 섬광이 대지를 가를 때마다 수백 명의 달하는 병사들이 재가 되었고, 그들에게서 날아온 뭔가가 대폭발을 일으키면 밀집 보병 수천 명이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케르멜 왕국의 총사령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예전 녹색 엘프드의 공격을 막아 냈던 바로 그 사령관이었고, 그는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절망에 빠졌다.
2시간도 안 되어 50만에 달하던 병력이 전멸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위력을 지닌 단 3대의 기간테스 때문에 말이다.
“저, 저것들은 도대체…….”
총사령관은 망연자실해져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그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기간테스 말고도 다른 가공할 적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공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그린의 소환수인 정령왕이었다.
나이아드와 함께 나타난 그린은 예전의 원수를 갚겠다는 듯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부었고, 하늘을 가득 메운 얼음 결정들이 지상 위로 쏟아지자 남은 건 셀 수 없이 널브러진 시체뿐이었다.
“도저히 막을 수 없어, 도저히…… 오! 신이시여, 왜 저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제발 저 악마 같은 놈들을 벌하여 주소서, 제발…….”
케르멜 왕국의 총사령관은 모든 걸 포기한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원통함에 눈물을 흘렸다.
눈앞의 적은 그가 어떻게 해 볼 존재들이 아니었다.
통제력을 잃은 병사들은 살고자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고, 그린을 뒤따라온 녹색 엘프 병사들이 그런 그들에게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마치 사냥감을 사냥하듯 말이다.
녹색 엘프군의 재침공 소식은 순식간에 온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그것은 이제야 다시금 평화가 왔다고 생각한 모든 이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도대체 멸망 직전까지 갔던 그들이 무슨 속셈으로 다시 대륙을 넘보려 하는지 그들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재침공은 벌써 시작되었고, 분노한 각 왕국의 왕들은 서둘러 병사들을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이미 한번 겪어 본 일이었기에 예전과는 달리 순식간에 200만에 달하는 대군과 300대에 달하는 기간테스가 모였다.
그렇게 다시금 결성된 대륙 연합군은 매우 신속하게 적들을 향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작센 공작이 있었고, 막강한 실력의 근위 기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전방에 오크족이 보낸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사령관님.”
작센 공작이 망원경을 들어 지평선을 가득 메운 녹색의 무리를 바라봤다.
“또다시 저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니.”
아무리 같은 편이라 해도 오크족이 꺼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작센이 신통치 않은 표정으로 오크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집채만 한 거대한 늑대를 탄 우르칸타가 작센을 찾아왔다.
“우르칸타여, 반갑네.”
“쉐이이! 오랜만이군, 작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크르륵!”
“그러게 말일세.”
“크르륵! 그간 좀이 쑤셔 죽을 맛이었는데, 심심치 않게 됐어. 크르륵!”
“나는 지금 죽을 맛일세…….”
우르칸타가 타고 온 거대한 늑대의 개 냄새는 상상초월이었다.
“캬르르륵! 그럼 전장에서 보자고! 가자! 크르르.”
우르칸타의 함성에 300만이 넘는 엄청난 수의 오크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함성에 숲이 울릴 정도였다.
그에 인간들도 질 수 없다는 듯 너도나도 함성을 질러 댔고, 쌍방 500만에 달하는 대군이 함성을 질러 대자 그 함성은 멀리 바다 건너 아이스랜드까지 울려 퍼질 정도였다.
분명히 그들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500만에 달하는 병력이라면 이전 대륙 전쟁 당시와 대등한 병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자신감은 며칠 후, 시궁창 속에 던져지고야 말았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사방팔방이 병사들의 비명으로 가득했다.
그들을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500만에 달하던 군세가 절반 가까이 전멸한 것이다. 그것도 단 한번의 공격으로 말이다. 그들의 머리 위로 나타난 것은 믿기지 않게도 거대한 강철의 구조물이었다.
“뭐지, 저건!”
“세상에, 맙소사…….”
구름을 뚫고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 즈베즈다호의 위용은 가히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성과도 같았고, 그곳에서 발사된 수백 발의 빛은 대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것은 그 어디에서도 접해 보지 못한,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위력이었다.
그러나 그 공격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거대한 강철 구조물에서 수백 대에 달하는 뭔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었다. 그러고는 대지를 향해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남아 있던 인간과 오크들, 그리고 300대에 달하던 기간테스들이 허수아비처럼 아무것도 못한 채 산산조각 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르칸타와 작센 공작은 망연자실해져 버렸다.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광경을 보면서 말이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이지! 도대체 저것들은 뭐란 말이야!”
“캬륵!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돼! 크아아악!”
우르칸타와 작센 공작의 절규에 찬 비명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아수라장이 된 전장에 녹색 엘프군까지 가세하자 인간과 오크 연합군은 그대로 전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그들은 창과 칼을 쓰지 않았다. 그들이 자랑하던 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기나긴 막대기를 하나씩 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요상한 막대기에서 ‘쾅!’ 하는 굉음이 울려 퍼지면 옆에 있던 전우가 시체가 되었고, 곁에 있던 동료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요술이다! 마녀의 자식들이 요술을 쓴다!”
연합군 병사들이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하자 녹색 엘프 소총수들은 그들을 더욱 손쉽게 사냥했다.
그렇게 녹색 엘프들이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을 때, 그들의 뒤로 거대한 강철 달구지가 연합군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것은 과거 지구에선 탱크라 불리던 물건이었다.
비록 생긴 건 1차 세계 대전 당시 탱크와 별다를 바 없었지만 그것이 적들에게 주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가진 검과 활로는 도저히 저 강철 달구지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철 달구지가 가진 화력은 실로 막강하기 그지없었다.
강철 달구지가 불을 뿜기 시작하자 한 방에 수십 명의 병사가 떼죽음을 당했다.
기간테스라고 다를 바 없었다.
거대한 기간테스의 덩치는 강철 달구지에게 좋은 표적이 되었고, 수십 대의 포격이 일제히 날아들자 그 막강하던 기간테스들이 하나둘씩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는 작센 공작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삼촌, 뭐 해! 도망쳐!”
오우거의 모습으로 변신한 로키가 피투성이가 된 채 작센을 향해 외치자 주변의 기사들이 작센 공작을 호위하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된 지 불과 3시간 남짓.
살아서 두 다리로 서 있는 병사의 수는 어림잡을 수 있을 만큼 소수에 불과했다.
녹색 엘프가 다시 대륙의 땅을 밟았다는 소식을 접한 네미츠가 저녁 때가 되어 전투가 벌어진 아르잔의 평원을 찾았다.
네미츠 역시 눈앞의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혀 의외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번 녹색 엘프의 재침공 소식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게 된 네미츠였다. 하지만 그는 그린의 행동을 매우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오기만으로 자식들을 지옥의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그녀의 선택에 말이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런 그의 생각을 산산이 부숴 버렸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인간들과 오크들을 지옥의 불구덩이로 밀어 넣는 그녀의 군대를 말이다.
네미츠는 일단 그린을 만나 얘기를 나눠 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강찬과 지크욘이 뒤늦게 전장에 도착했다.
그들이 이토록 늦은 이유는 녹색 엘프의 침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패전한 그들이 1년 동안 병력을 모아 봐야 얼마나 모았겠는가?
그런 미련한 녹색 엘프들보단 우주에 도사린 지구인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알고 보니 녹색 엘프가 그들과 손을 잡은 것이었다. 그것도 강찬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과 말이다.
그들은 악마보다 더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들이 녹색 엘프와 손을 잡을 수 있지?”
그것은 강찬이 생각도 못한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적들의 목적은 이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악몽과 같았다.
단순히 이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이 뻔했고, 그들과 손잡은 녹색 엘프는 분명 최악의 파트너였다.
“저것들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대륙을 휘저어 놓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외세와 손을 잡아? 그 그린이란 년도 이제 갈 데까지 가는구나.”
“이거 골치 아파지겠군.”
아직 그들과 맞서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강찬은 더욱이 조급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