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30
퓨쳐나이트 130화
이 세계가 적들의 손아귀에 떨어진다면 그들을 몰아내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장 강찬에게는 저들과 싸울 힘이 없었다.
강찬에게는 조금이라도 저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나라도 많은 소드 마스터와 소드 익스퍼트 기사들을 말이다.
“지크욘, 가자. 우리가 저들이 퇴각할 시간을 벌어 줘야 해.”
“한바탕 가는 거야? 그래, 좋아! 놀아 주자고!”
지크욘이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하자 강찬도 자신의 레드 레빗을 소환했다.
그러자 눈부신 은빛을 뿜어내는 강찬의 자이드가 지크욘의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자이드에 올라탄 강찬은 곧 난처함에 빠졌다.
깜빡 잊고 자이드용 플라이트를 장착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이 없다면 자이드는 땅 위에서만 싸워야 하는데, 그렇다면 날아다니는 적들이 강찬을 내버려 둘 턱이 없었다.
“젠장! 이를 어쩌지?”
강찬이 고민하고 있을 때 막 변신을 끝마친 지크욘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강찬에게 말했다.
“막둥이한테 말해 놨으니 곧 이리로 올 거야. 그럼 먼저 간다.”
“뭐, 뭐? 막둥이? 그게 무슨 말이야?”
의아한 강찬이 지크욘에게 반문했지만 지크욘은 이미 적들을 향해 날아간 뒤였고, 그런 그녀의 뒤로 형형색색의 드래곤들이 뒤따랐다.
“저 자식,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지?”
“혹시 저 자식이란 게 지크욘 님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헛!”
강찬은 갑자기 자신의 뒷자리에서 들려온 미성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은빛 머릿결을 휘날리는 여인이 요염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누구냐?”
“누구? 감히 인간 주제에 나에게 반말을 하다니, 지크욘 님의 총애를 받는 자가 아니었다면 당장 머리를 날려 버렸을 텐데…….”
여인의 시건방진 태도에 강찬은 그녀가 드래곤임을 직감했다. 그렇다면 지크욘이 말한 막둥이는 바로…….
“혹시 네가 막둥이냐?”
“뭐? 막둥이? 너, 말 다했어?”
한껏 거드름을 떨던 그녀가 순간 이성을 잃어 버렸다. 수천 년째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막둥이란 별칭을 한낱 인간에게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S.실피리스.
현재 해츨링을 제외한 드래곤 중 가장 어린 실버 드래곤으로, 윔급이 되려면 아직도 500년은 더 묵어야 할 그녀는 지크욘이 이계의 전함에게 단 한 방에 당할 거라 말한 드래곤이었다.
“아악! 이거 놔! 놓으라고!”
“아, 열 받아! 너까지 날 무시해?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앙?”
“켁! 켁! 이거 놔!”
“못 놔! 인간 주제에 감히!”
“아! 진짜!”
강찬은 좌석 뒤에서 자신의 목을 인정사정없이 조르는 실피리스의 양팔을 부여잡고 힘껏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소드 마스터의 힘을 못 당한 그녀는 너무도 쉽게 강찬이 있는 앞좌석으로 끌려왔다.
그러나 그 자세가 너무나도 민망한 자세인지라 강찬은 자신이 당겨 놓고도 얼굴이 달아올라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녀의 머리가 강찬의 다리 사이에 박혔고, 그녀의 엉덩이가 강찬의 얼굴 앞에 놓였기 때문이다.
“야, 이 변태 새끼야! 나한테 무슨 짓이야! 내가 드래곤이라고 인간 남자들의 그 음흉한 속셈을 모를 줄 알아? 나도 인간으로 지내 봐서 다 알거든? 이 변태 새끼야! 이거 안 놔? 어딜 만져?”
“좀 가만히 있어!”
좁은 조종석 위에 민망한 자세로 한데 엉켜 버린 둘은 그렇게 한동안 아등바등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엄청난 폭발음이 연속해서 울려 퍼지자 둘의 몸싸움도 멈췄다.
지크욘과 그녀를 따르는 드래곤들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전투가 시작됐다! 이럴 때가 아니야! 제자리로 돌아가! 얼른!”
강찬이 인간답지 않은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으며 말하자 실피리스는 순간 당황하며 민망한 자세로 강찬을 바라봤다.
비록 어리다고는 하나 드래곤인 자신이 소드 마스터인 강찬의 위세에 위축되어 버린 것이다.
“으, 음, 알았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바로잡고 강찬을 밟으며 뒷좌석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그녀의 배려 없는 발길질이 강찬의 거기를 사정없이 밟아 버렸고, 강찬의 입에선 구슬픈 신음이 터져 나왔다.
“흐읍!”
“뭐야? 뭐가 이리 딱딱해? 너, 설마 나 때문에 흥분한 거야?”
강찬은 자신의 흥분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녀에게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자신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는 생리 현상이기 때문이다. 얼굴을 붉히던 강찬은 도리어 목소리 높여 그녀를 윽박질렀다.
“네가 왜 여기에 올라탄지는 잘 모르겠지만 헛소리 그만하고 벨트나 단단히 고정해라! 엄청나게 흔들릴 테니까!”
강찬의 말에 실피리스는 뭐라 반박하려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를 갈면서도 묵묵히 자리에 앉아 벨트로 자신을 단단히 고정했다. 그러고는 땅 위를 달리며 이동하는 강찬을 보며 혀를 찼다.
“너, 아직 드래곤인 내가 이 허접한 골렘 따위에 탄 이유를 모르나 본데? 내가 여기에 탄 이유는 바로 이거다!”
실피리스가 양손에 부착된 수정구로 마력을 불어넣고 주문을 외치자 강찬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헉! 이게 어떻게!”
레드 레빗의 몸체가 플라이트를 달지도 않았는데 하늘 위로 떠오른 것이다.
[내가 이 기간테스에 부유 주문을 걸었다. 그러나 움직이는 것은 네 몫이다.]“뭐야? 갑자기!”
강찬은 실피리스의 목소리가 갑자기 머릿속에 울려 퍼지자 깜짝 놀라 당황했다.
[촌스럽긴, 텔레파시도 모르는 놈 따위가 감히 드래곤에게 큰소리를 치다니! 긴말 필요 없고, 일단 움직여 봐. 보조해 줄 테니.]“알았다.”
강찬이 그 말을 따라 자이드를 움직이자 신기하게도 그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자이드가 허공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뜻이었군.”
[운전 똑바로 해라.]“걱정하지 마! 이래 봬도 왕년에 톱클래스 파일럿이었으니까.”
강찬은 전투 모드까지 발동시켜 있는 힘껏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다. 그러자 전처럼 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그 전율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간다!”
오러 블레이드로 무장한 강찬의 레드 레빗이 연합군을 돕고자 쏜살같이 몸을 날렸다.
전멸의 위기에 처해 있던 인간들은 갑자기 나타난 드래곤들의 모습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아는 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자신들을 돕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10마리씩이나 말이다.
기뻐하는 이들 중에는 작센 공작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선두에서 적을 향해 날아가는 존재는 자신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드래곤의 수장 에이션트 드래곤 지크욘이 분명했다. 예전에는 그토록 싫었지만 오늘따라 그녀가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는 작센이었다.
그녀가 이끌고 온 드래곤 무리가 하늘에 떠 있는 저 괴물 같은 쇳덩어리도 단숨에 고철덩이로 만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그의 바람일 뿐.
지크욘을 필두로 한 드래곤들은 전함이 퍼붓는 엄청난 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전함 외부에는 근거리 전투용 열선 레이저와 플라즈마 건이 무려 수백 문이나 장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수백의 포문들이 드래곤들을 향해 쉴 새 없이 불을 뿜었고, 전함을 맴돌던 소형 전투기들도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어 드래곤들을 향해 레이저와 미사일 세례를 퍼부었다.
윔급이 된 지 얼마 안 된 드래곤들은 그런 무지막지한 공격을 방어하기에 급급해 보였다. 공격 하나하나가 9써클급 헬파이어의 위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윔급이 된 지 좀 오래된 드래곤들과 지크욘만이 공격과 수비를 전환하며 거대한 전함으로 브레스와 마법을 날렸다.
그러나 전함을 둘러싼 에너지 배리어는 그들이 아는 그 어떤 마법 보호막보다 단단했기에 쉽사리 뚫리지 않았다.
그래도 지크욘은 쉬지 않고 전함을 향해 공격 마법을 날렸다.
“쫌 뚫려라, 젠장!”
지크욘이 어렵게 헬파이어 5발을 전함에 날리는 순간, 4,000살 된 윔급 골드 드래곤인 A.에이젤리온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에이젤리온!”
지크욘이 에이젤리온을 불러 봤지만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대지로 추락했다.
그의 실드가 주포를 막지 못하고 뚫려 버렸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악! 이런 빌어먹을 새끼들!”
지크욘이 공간 이동해 그들의 집중포화를 따돌리고 전함 윗부분을 향해 사력을 다한 브레스를 내뿜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브레스를 내뿜기도 전에 지크욘은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5대의 기간테스를 닮은 거대한 강철 인형들이 자신을 향해 엄청난 위력을 머금은 빛을 뿜어낸 것이다.
“뭐야, 저것들은!”
지크욘은 브레스를 멈추고 그들의 공격을 방어해야만 했다. 그들의 공격이 범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공격이 실드에 부딪치는 순간, 역시나 지크욘은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대로 빛줄기 하나하나가 윔급 드래곤의 브레스보다 강력한 위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아니었다면 레크라시온이라 할지라도 치명상을 입을 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과학이란 것의 위력이 이 정도였나?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 거대한 전함 하나도 버거운 마당에 저 기간테스 같은 강철 인형들조차 드래곤의 힘에 버금가다니…….’
지크욘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살아생전 처음으로 긴장되기 시작했다.
이 세상 그 어떤 존재가 자신을 포함한 10마리나 되는 드래곤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가능한 존재는 그녀가 알기엔 오로지 신과 마왕뿐이었다.
지크욘은 온몸의 비늘이 곤두서는 듯했다. 그러나 한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사방에서 동족들의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수백 대에 전투기에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거기다 전함의 공격에도 뭇매를 맞고 있었다.
지크욘이 봤을 때 이는 도저히 승산 없는 싸움이었다.
지크욘은 참담한 기분을 곱씹으며 자신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5대의 자이드를 떨쳐 내려고 9써클 마법을 난사했다.
인간의 모습도 아닌 드래곤으로 현신한 그녀의 힘은 예전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토록 강력한 그녀의 공격조차 무위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자이드의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레비테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였다.
그런 그들을 처리할 방법은 중력 마법으로 붙들고 하나씩 파괴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전함에서 수백 발의 빛줄기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기에 그럴 틈이 없었다.
지크욘이 전함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무렵, 강찬과 실피리스는 작센 공작을 찾아 날아갔다.
그는 절대로 죽어선 안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장을 누비던 강찬은 마침내 헬라이너 기사단의 마크를 단 기간테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 역시도 녹색 엘프들과 전투기들에 뭇매를 맞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사단 대부분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었다.
역시나 대륙 최고의 기사단이었다.
허나 사방팔방이 파괴된 기간테스들로 즐비했고 남아 있는 그들조차 위태위태해한 상황.
강찬은 전투기들의 공격을 막으며 작센 공작의 아그니를 향해 날아갔다.
“이런 빌어먹을 날파리 새끼들! 여기에 와서도 이놈들을 다시 만나다니, 악연은 악연이로군.”
-나도 별로 만나고 싶지 않군.
과거 레드 마스 시절에도 그를 귀찮게 했던 무인 전투기들은 역시나 성가신 존재들이었다.
강찬은 신경질적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날려 1대의 전투기를 격추했다.
그러자 약아빠진 무인 전투기들은 강찬의 범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멀리서 미사일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소형 미사일들은 실피리스의 실드를 뚫지 못했기에, 강찬은 유유히 작센 공작을 향해 다가갔다.
정신없이 적의 공격을 방어하던 비스만 제국 소속 기간테스들은 하늘을 날아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강찬의 레드 레빗을 보며 매우 경계했다.
날아다니는 것부터 생긴 것까지 적들의 모습과 비슷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내 강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작센은 경계를 풀었다.
『작센 공작님!』
『아, 아니, 이 목소리는, 서, 설마 강찬 님?』
생각지도 못한 강찬의 목소리에 작센 공작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찬의 자이드가 아그니 옆으로 서서히 내려앉았다.
그러자 작센이 물었다.
『진정 강찬 님이십니까?』
『예, 인사는 나중에 하죠. 한시가 급합니다. 서둘러 기사단을 이끌고 후퇴하세요.』
작센은 하늘에서 나타난 강찬 때문에 약간 얼이 빠진 듯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강찬의 말에 답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후퇴하고는 있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괴물들을 따돌릴 길이 없습니다.』
『저것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러니 공작님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기사단을 데리고 엘프의 숲 쪽으로 후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