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32
퓨쳐나이트 132화
황궁 연회장에는 일반 서민들은 평생 구경도 못해 볼 최고급 요리들과 최고급 와인들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져 있었다.
그런 호화찬란한 식탁 앞에 이번 전쟁의 주역들이 모여 다 같이 승리의 잔을 나눴다.
“풍요로운 지구의 건설을 위해.”
“풍요로운 지구의 건설을 위해!”
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구호가 연회장이 떠나갈 만큼 큰소리로 울려 퍼졌지만 그린과 네미츠는 말없이 싸늘한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자신들이 살아온 터전을 낯선 이름으로 부르는 그들을 말이다.
그린은 심히 불쾌한지 일그러진 표정으로 손에 들린 와인을 들이켰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이윽고 그린은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놓쳐 버렸다.
연회장 안으로 그린이 놓친 와인 잔 깨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막 잔에 입을 대던 네미츠가 술잔을 던져 버리고는 비틀거리는 그린을 안아 들었다.
“그린!”
뭔가에 취했는지 정신을 못 차리는 그린을 안아 든 네미츠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지구인들을 노려봤다.
“설마? 네놈들이?”
“후후후, 그냥 같이 마시고 편하게 잠들면 될 것을……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군.”
“놈!!”
네미츠는 품에서 작은 단도 하나를 뽑고는 마나를 실어 벤질러의 미간을 향해 던졌다. 실로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도였다.
그러나 네미츠가 마나를 실어 던진 단도는 그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했다.
그가 던진 단도는 벤질러의 머리를 정확히 꿰뚫었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비웃음 가득한 눈만으로 그린과 네미츠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윽고 벤질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순순히 우리 말을 듣는다면.”
네미츠는 자신이 던진 단도가 벤질러의 미간을 꿰뚫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벤질러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는 걸 알고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눈만 깜빡이다가 이내 악을 지르며 외쳤다.
“흥! 웃기지 마라!”
황궁으로 들어올 때 자신의 이도류를 맡겼기에 검이 없었지만 소드 마스터인 그에게는 연회장에 널리고 널린 게 검이었다.
그가 양손을 손을 뻗자 멀리 테이블 위에 있던 식사용 나이프가 그의 손아귀에 쥐어졌고, 곧 그 나이프에 시퍼런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났다.
양손에 나이프를 쥔 네미츠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10명의 즈베즈다 대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차피 이곳에 오기 전에 그린과 얘기해 둔 계획은 너희를 모두 죽이고 전함을 빼앗는 것이다!’
그린과 네미츠는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그저 평범한 인간 정도라 여겼었다.
그저 강력한 무기를 가진 평범한 인간 말이다.
그래서 이처럼 도박과 같은 계획을 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반란은 이미 벤질러의 계산에 있었다.
벤질러는 언제까지고 그들이 자신들의 말에 복종할 리 없다는 것을 훤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벤질러는 모종의 준비를 해 뒀다.
그들의 머릿속에 칩을 박아 영원한 자신들의 개로 만들 준비를 말이다.
그러나 그러려고 탔던 초강력 수면제를 마신 것은 그린뿐이었고, 다크 엘프의 수장인 네미츠는 시퍼런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이판사판으로 그들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러나 즈베즈다 대원들은 네미츠의 오러 블레이드 앞에서 긴장하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짓궂은 표정의 즈베즈다 대원들은 네미츠의 전광석화 같은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순식간에 목이 달아났고, 그들의 목이 차례대로 연회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네미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오러 블레이드에 닿은 감촉이 사람을 베는 감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치 금속처럼 단단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피가 나야 했지만 10명이나 되는 그들의 시체에선 단 한 방울의 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황한 네미츠가 극도로 주위를 경계했다.
그러자 그의 주위로 검은 옷을 입은 10명의 괴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강찬과 같은 전투 슈트를 입은 즈베즈다 대원들이었다.
레드 마스호에선 강찬 혼자 전투 슈트를 지급받았는데, 그에 반해 즈베즈다 대원들은 놀랍게도 10명이나 되는 대원들 모두가 전투 슈트를 입고 있었다.
“죽이지는 않겠다. 넌 쓸모가 많으니…….”
그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네미츠에게 베인 드로이드들의 몸이 폭발하더니 끈적거리는 뭔가를 사방으로 토해 냈다.
네미츠는 온몸에 끈적이는 뭔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든 그것을 털어 내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나 그것은 점점 굳어 가며 움직임을 더욱 방해할 뿐이었다.
“이런 치사한 놈들!”
“큭큭큭!”
점점 행동 불능에 빠져 가는 네미츠를 보며 즈베즈다 대원들은 차갑게 조소했다.
네미츠는 그들을 향해 전력을 다한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지만 전투 슈트로 무장한 그들은 소드 마스터의 일격 정도는 받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마치 상처 입은 사자를 괴롭히는 하이에나처럼, 네미츠가 지칠 때까지 즈베즈다 대원들의 놀이는 계속되었다.
끈끈이가 완전히 굳어 강철처럼 단단해지자 즈베즈다 대원들은 운신조차 불가능한 그의 온몸을 전기봉으로 지졌다.
치지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아아악!”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계속해서 네미츠의 몸을 관통했다.
제아무리 초인적인 정신력을 지닌 그라 할지라도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전기 고문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네미츠는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에이 뭐야? 벌써 나자빠진 거야?”
“보통 사람보다 10배는 오래 버텼는데, 뭘 그리 아쉬워해?”
“아쉽군.”
아쉬워하는 즈베즈다 대원들의 뒤에서 대기 중이던 드로이드들이 그린과 네미츠를 단단히 구속해 전함으로 옮겼다.
그런 그들이 향한 곳은 수술실이었고, 이제 그들의 머릿속에는 강제로 칩이 박힐 것이었다.
그들을 즈베즈다의 충실한 개로 만들어 줄 칩 말이다.
46. 신세계에 꽂힌 붉은 깃발
즈베즈다가 네오 어스라 부르던 아르칸도르를 점령하고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3년이란 세월 동안 아르칸도르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즈베즈다가 가져온 과학 문명이 이 별의 풍경을 전혀 다른 풍경으로 뒤바꿔 버린 것이다.
아르칸도르 대륙 전역에는 녹색 엘프들만의 대도시들이 생겨났고, 그곳에 거대한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하늘은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과거 깨끗했던 강과 하천은 공장에서 나온 폐수로 오염되기 시작했다.
지구에서의 과오가 이곳 네오 어스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한때나마 신세계를 꿈꿨던 아르칸도르 대륙의 인간들은 매일 같이 절망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을 지배하기 시작한 녹색 엘프의 가혹한 착취가 연일 이어졌기 때문이다.
단지 귀족에서 녹색 엘프들로 지배 계층이 바뀌었을 뿐, 그들의 삶이 달라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더욱 비인간적인 학대와 힘든 노동을 강요당할 뿐이었다.
거기다 이 세계의 절대 지배자가 된 즈베즈다 대원들도 타성에 젖어 과거의 혁명 사상 전파나 신세계의 건설 따위에는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자신들이 지닌 절대 권력에 취해 온갖 몹쓸 짓을 벌릴 뿐이었다.
과거 로마 시대에 있던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지어 인간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경기를 매일 같이 즐겼고, 술로 강을 만들어 그 위에서 보트를 띄우는 등 온갖 주지육림에 젖어 지냈다.
거기다 대변혁이란 명분으로 대륙 여기저기에 말도 안 되는 대공사를 자행했다.
그중 그들이 요즘 한창 신나게 벌이는 사업 중 하나가 과거 지구의 문화 유산복구라는 허무맹랑한 산업이었는데, 그중 가장 큰 공사는 중국의 만리장성과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재현하는 것이었다.
총 길이 6,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중국의 만리장성을 그대로 복원하는 대공사인 만큼 투입된 인력만 수백만에 달했으며, 험준한 산맥을 가로지르는 이 위험한 공사에선 매일 수십 명의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그리고 사막 지역인 에듀라 왕국에는 기자 피라미드를 그대로 재현하기 시작했는데, 이곳 역시도 수많은 사람이 강제노역에 투입되어 수도 없이 죽어 나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간들을 괴롭게 하는 것은 바로 녹색 엘프였다.
원체 인간을 증오했던 녹색 엘프들이었기에 그들이 인간을 가만 놔둘 리 만무했다.
그들의 학대는 과거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비견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대륙 전역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나가는 인간의 수는 천문학적인 수였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인간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 살아갈 뿐이었다.
* * *
“지옥이 되어 버렸군.”
앙상하게 말라비틀어진 인간들과 그런 인간들을 가축 부리듯 채찍질을 해 대는 녹색 엘프.
강찬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더 둘러볼 게 남았나?”
“아니, 됐어. 오늘 모은 정보로 충분해.”
“그럼 돌아가자.”
“그래.”
강찬은 분노의 찬 눈빛으로 저 멀리 높게 솟은 전함을 바라봤다.
옛 비스만 제국의 수도 벨라렌의 황궁에 축조된 거대한 선착장에 착륙해 있는 즈베즈다호를 말이다.
강찬은 매일 같이 지크욘과 함께 대륙 전역을 돌며 그들의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녹색 엘프들의 병력 분포, 무기 공장, 보관 시설 같은 정보 말이다. 그런 정보를 모으는 강찬의 눈에 비친 세상은 그가 알던 아르칸도르 대륙이 아니었다.
대륙은 마치 죽어 버린 세계 같았다.
그런 대륙을 둘러보던 강찬은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다.
분명히 이곳, 네오 어스는 지구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는데, 즈베즈다호 이후로 다른 지구인이 전혀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그들은 이 별에 자신들의 왕국이라도 건설하려는 듯, 여기저기 쓸데없는 거대한 건축물을 줄기차게 짓고 있었다.
그런 것이 과연 그들만의 의지로 가능한 것일까?
강찬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들의 새로운 아지트인 라크샤 대륙으로 돌아갔다.
라크샤 대륙.
그곳은 아르칸도르 대륙과는 동떨어진 또 다른 대륙이었다.
대륙이라 하기에는 작고, 섬이라 하기엔 좀 큰 이곳은 인근 해역에 엄청난 폭풍이 치고 있어서 배로는 들어올 수 없고, 하늘에는 짙은 안개와 구름이 잔뜩 끼어 있기에 외부의 시선에서 안전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바다의 지배자인 실버 드래곤의 결계 덕분이었다.
이곳은 과거 드래곤들만의 대륙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곳엔 인간과 오크, 엘프, 드워프 등 다양한 종족들이 한데 어울려 지내고 있었다.
드래곤들의 배려로 말이다.
외계의 침략자와 녹색 엘프들이 대륙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 이후부터 그곳은 더 이상 사람들이 지낼 수 없게 되었다. 어디로 숨든 다크 엘프의 눈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륙을 손에 넣은 그들의 다음 목표는 마인킹덤이었다. 뛰어난 손재주로 최고의 무기를 만드는 그들을 녹색 엘프들이 가만 놔둘 리 만무했던 것이다.
그것은 강찬과 지크욘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마인킹덤에는 강찬과 지크욘이 지구의 침략자에게 대항하려고 마련해 놓은 수많은 무기와 그에 대한 생산 시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미련을 버리고 떠나야만 했다.
그것들을 포기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지만 일단은 목숨부터 보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드래곤들이 열어 준 포탈을 통해 은밀하게 라크샤 대륙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아르테온이 이끄는 엘프족과 크랙시온이 이끄는 드워프족, 그리고 우르칸타가 이끄는 오크족과 작센이 이끄는 인간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침략자와 싸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레드 마스호의 수리가 거의 끝났다는 것이다.
레드 마스호는 지크욘이 강찬과 처음 만났을 때 걸어 둔 공간 왜곡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아직도 엘프의 숲에 안전하게 있었다.
드워프들과 드래곤들이 공간 이동 마법진을 통해 왕래하며 4년 동안 꼬박 수리한 결과, 레드 마스호는 과거의 성능을 뛰어넘는 전혀 다른 모습의 전함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