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34
퓨쳐나이트 134화
47. 반격
드래곤들이 드워프들을 데리고 라크샤에 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라크샤가 천연자원의 보고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의 손도 미치지 않은 천연의 대지.
이곳에는 어마어마한 자원들이 누구의 손을 타지도 않은 채 그대로 묻혀 있었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드워프들은 제2의 워 팩토리를 건설해 새로이 개발된 갑옷과 무기, 그리고 업그레이드된 기간테스들을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드래곤들의 도움으로 보다 업그레이드된 기간테스는 강찬의 레드 레빗만큼의 고성능은 아니었지만 기존 기간테스와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발휘했다.
그중 가장 큰 성능 향상은 바로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과거 기간테스로는 꿈도 못 꿀 일이지만 드래곤의 도움으로 그것을 현실로 실현해 낼 수 있었다.
물론 부유 마법으로 비행이 가능해졌다고는 하나 초음속을 자랑하는 적 전투기와 자이드에게 대항하기에는 갈 길이 멀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크욘이 해답을 내놓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초단거리 블링크 기술을 기간테스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개발된 블링크 시스템은 기간테스의 공중 기동시 초단거리 도약이 가능케 했다.
이로써 기간테스는 두 세대를 뛰어넘는 엄청난 병기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마법에 문외한인 기사들이 숙달하여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검밖에 모르는 검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간테스들도 강찬의 레드 레빗처럼 뒷자리에 마법사가 탑승할 수 있도록 개조되었고, 그런 그들의 백업은 드래곤 다음으로 마법에 능한 종족인 엘프들이 맡게 되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선망의 대상인 기간테스의 오너라는 직업은 모든 남자들에게 최고의 로망으로 급부상했다.
그 누가 절세미녀와 좁디좁은 공간 안에서 함께 있는 것을 마다하겠는가?
강찬이 총대장을 맡게 된 기사단의 이름은 강찬의 호칭인 ‘천공의 기사’란 이름을 따서 천공의 기사단으로 명명되었다.
처음으로 기사들과 엘프 마법사들의 상견례를 갖던 날.
도저히 눈뜨고는 못 봐 줄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검밖에 모르고 살아온 기사들이 절세미녀인 엘프들과 짝을 이루니 산만 한 덩치를 해 가지고선 붉어진 얼굴로 엘프들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 붙이고 쭈뼛거렸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이 그토록 한심한 모습을 보일지라도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는 오너 후보 탈락 기사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더욱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기필코 실력을 키워 기간테스 오너가 되겠다고 말이다.
기간테스의 오너가 되지 못한 이들에게는 신형 갑옷이 지급되었다.
이지스 갑옷 말이다.
이지스 갑옷을 지급받은 기사들은 갑옷을 착용하고 놀라움에 눈을 부릅떴다.
견갑부만 걸쳤을 뿐인데 마나를 불어넣으니 공간 왜곡되어 있던 나머지 부위들이 남은 신체를 뒤덮은 것이다.
그런 그들은 순식간에 풀 플레이트 메일로 완전 무장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갑옷은 드워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인 만큼 기존의 입던 갑옷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가벼웠고, 활동성도 뛰어났다.
그들이 전에 입던 갑옷도 최상급 갑옷으로 한 벌이 웬만한 저택 한 채 가격인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하지만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은 드워프제 무기 앞에선 한 수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 보병들에게는 처음보다 좀 더 발전한 머스킷 소총이 지급되었다.
장전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심한 아르테온과 크랙시온이 이룬 쾌거였다.
아직도 단발식이긴 했지만, 쏘고 다시 장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제 불과 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예전에 15초나 걸리던 것에 비하면 혁신적인 발전이었다.
병사들은 머스킷 소총으로 사격 훈련을 하고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머스킷 소총의 엄청난 위력 때문에 말이다.
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땅!’ 하는 소리가 나면 수백 미터나 떨어진 곳의 표적이 여지없이 박살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 무기를 지급받은 병사들은 용기백배했다.
포반으로 불리는 포병들도 강도 높은 훈련을 계속했다.
연습용 포탄을 쏴 보는 포병들은 신형 화포에 대단히 만족했다.
과거 주물에 쇳물을 부어 만들던 주조 방식의 구식 포신은 허구한 날 폭발해 아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었다.
허나 한 덩이 강철을 깎아서 가공한 이 신형 포신은 포의 굵기가 균일했기에 더 이상 포신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거기다 이전의 화포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사거리가 길고 정확했기에 신형 화포가 전쟁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모든 병사들은 이제 전투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라크샤의 모든 종족들이 매우 바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장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대량의 무기들을 찍어 냈고 사방이 훈련 중인 병사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연일 쉬지 않고 찍어 낸 대량의 무기들이 공간 이동을 통해 어디론가 끝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이 숨어 지내는 각 왕국의 병사들에게 가고 있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때가 오고 있습니다.”
강찬의 말에 회의장에 모인 인간과 엘프, 드래곤과 드워프, 그리고 오크까지 포함된 5대 종족의 얼굴에는 굳은 의지가 드리웠다.
그런 그들의 눈은 자신들의 땅을 빼앗아 간 침략자들을 몰아내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가득했다.
“제가 지크욘과 전 대륙을 돌며 확인한 결과, 적들의 군세는 3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제는 거의 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처, 천만?”
“…….”
회의장에 모인 이들은 잠시 말을 잃었다.
과거 강성했던 대륙 연합군도 500만 명에 불과했는데, 그 2배에 이르는 군대라니…….
전 대륙을 지배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유지할 수 없는 엄청난 군세였다.
“지금 남아 있는 우리 군을 모두 합쳐도 100만도 채 되지 않을 텐데…… 어찌 그들을 상대한단 말인가? 이거 정말로 산 넘어 산이군.”
물론 그것은 다섯 종족의 병력을 모두 합친 숫자였다.
“거기다 저쪽도 지구의 기술을 대폭 적용한 새로운 병기들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그중 지구의 기술을 적용한 기간테스는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현재 대단위로 조성된 공장에서 거의 찍어 내다시피 생산하고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찍어 낸다니? 그럼 그 수가 대략 얼마나 되는가?”
“추산이긴 하지만 대략 하루에 10대에 가까운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 하루에 말인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기간테스 한 대를 만드는 데 최소한 보름 정도는 필요하단 말일세!”
물론 그 사실을 모르는 강찬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구의 기술을 이용한다면 기간테스도 자동차 만들 듯 생산할 수 있음을 짐작했다.
거기다 기간테스 생산 공장 규모가 여느 왕국의 도시에도 견줄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
녹색 엘프들이 기간테스를 생산하는 것조차 기가 찰 노릇인데,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물량을 들은 크랙시온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물량에는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찬과 지크욘이 걱정하는 것은 그들이 찍어 내는 기간테스가 아니었다.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적의 전함이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적의 전함입니다.”
강찬의 말에 회의장에 모인 이들은 또다시 말을 잃었다.
그것의 위력을 모르는 이는 이제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야 그렇지만, 우리에게도 지구의 전함이 있지 않은가?”
자신들이 필사적으로 수리한 레드 마스호에 큰 기대를 거는 크랙시온이 당당히 말하자 강찬은 그의 기대에 찬물을 뿌렸다.
“물론 있긴 있습니다만, 제가 본 적의 전함은 저희가 보유한 레드 마스호보다 거의 두 배는 더 강력한 전함입니다. 원래 상태 그대로라도 승산이 없을 정돈데, 저희 쪽 레드 마스호는 고철이 되었던 것을 이쪽의 기술로 수리한 것이기에 예전만큼의 성능이 나올지도 미지수입니다.”
강찬의 말에 크랙시온이 발끈하고 일어섰다.
“아니! 자네, 지금 우리 드워프의 실력을 무시하는 건가?”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레드 마스호를 건조한 지구의 기술과 드워프가 보유한 기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말하는 겁니다.”
“…….”
강찬의 말은 사실이었기에 크랙시온은 군소리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싸우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지크욘이 듣기 따분하다는 듯 말하자 강찬은 지크욘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붙어 보는 수밖에……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하면 저쪽의 병력만 더 강해질 뿐이야.”
아무리 라크샤 대륙의 자원이 풍부하다 해도 드넓은 대륙의 생산력과 자원력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모두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전쟁을 시작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이다.
“이미 대륙 각지에 숨어 있는 각 왕국의 군대에 신무기 지급도 완료했고, 이제는 슬슬 일어설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의견 있으십니까?”
“나도 찬성이오.”
작센 공작이 한 표를 던졌다.
“저도 찬성이에요.”
아르테온도 미소와 함께 강찬의 뜻과 함께했다.
“뭐, 더 기다릴 필요가 있는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디 함 붙어 보자고!”
“크륵! 이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녹색 엘프 녀석들, 뼛골까지 씹어 주마! 캬르르르륵!”
모두가 찬성에 표를 던지자 강찬은 마지막으로 지크욘을 보며 물었다.
“모두가 찬성이라는데?”
“흥! 모두가 한판 해보자는데 아르칸도르 최강의 종족인 우리 드래곤이 겁먹고 뺄 것 같아?”
지크욘이 쿨하게 웃으며 강찬에게 손을 내밀자 강찬은 그 손을 마주 잡고 그녀를 일으켰다.
“잘 해 보자고.”
“놈들에게 친히 지옥을 보여 주지…….”
그날 밤, 그렇게 역사에 길이 남을 대전투의 서막이 시작되었고, 작전 회의는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그렇게 회의를 통해 그들이 선택한 반격의 시작은 역시나 게릴라전이었다.
그것은 적보다 현저히 열세인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대륙 전쟁 당시 강찬이 이끌던 블랙와이번 부대를 통해 심심치 않게 재미를 본 전적이 있기에, 그 누구도 강찬의 게릴라 전술 제안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당시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놀랍게도 이번 작전에 투입되는 인원 모두가 소드 마스터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드래곤들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실로 무시무시한 전력이 아닐 수 없었다.
한정된 시간 동안 적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방법.
그를 위해 탄생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엄청난 기사단.
그 이름하여 드래곤 나이트.
지크욘의 강압적인 요구로 붙은 유치찬란한 이름이었다.
* * *
아침 일찍 아르칸도르의 절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륙으로 떠나기 전 함께 식사를 나눴다.
긴 식탁의 왼편에는 대륙 5대 무신이라 불리는 작센 공작과 우르칸타, 엘라디온이 앉았고 그 반대편에는 강찬과 지크욘, 그리고 레크라시온과 실피리스가 함께했다.
대륙 5대 무신 중 드워프족의 무신인 크랙시온은 안타깝게도 병기 생산에 바빠 자리에 함께할 순 없었다. 이곳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크랙시온을 제외하고 출전을 눈앞에 둔 이들은 말이 없었다.
모두 상당히 긴장하는 눈치였다.
드래곤인 지크욘과 레크라시온조차도 말이다.
그들 모두 지구에서 온 적 전함의 위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위험한 일에 각 종족을 이끄는 그들이 이렇듯 모두 한꺼번에 적진을 향해 간다는 것은 다소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적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도박과 같은 일전이었다.
식사를 마친 이들이 광장으로 나와 각자의 기간테스를 불러냈다.
공간을 가르며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기간테스들. 그중에는 우르칸타의 기간테스도 있었다.
우르칸타도 지난 3년간 라크샤에서 지내며, 기간테스 사용법을 숙달해 당당한 기간테스의 오너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악취미 때문인지 그가 끄는 기간테스의 외관은 다분히 오크다웠다.
투박한 외관에 거대한 짐승의 뿔들이 잔뜩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