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35
퓨쳐나이트 135화
이름도 강찬이 죽인 와이번의 이름을 따 체리라고 붙였다.
“크르르…… 체리, 함께 적의 피에 젖어 보자고! 캬르륵!”
“…….”
흉측한 모습의 기간테스를 체리라 부르는 우르칸타를 보며 강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윽고 전사들이 모두 모이자 강찬은 모두에게 출발 신호를 알렸다.
“자,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복수의 시간이군.”
“캬륵! 해 보자고!”
그들은 그렇게 적들의 세상이 되어 버린 자신들의 대륙을 향해 공간 이동을 했다.
그렇게 떠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최강의 소규모 파티로 적의 배후를 뒤흔들어 놓는 것. 그리하여 연합군의 대륙 상륙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 * *
강찬이 제일 먼저 타격 목표로 정한 곳은 역시나 적 기간테스 생산 공장이었다.
그들의 물량 생산을 멈출 수 없다면 연합군은 결코 적에게 빼앗긴 대륙을 찾을 수 없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었다.
기간테스 생산 설비가 끝도 없이 들어선 이곳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마테리아의 수도 엘마젠이었다.
과거 대륙의 서부와 동부를 나누는 중심 교역지이기도 했던 엘마젠은 풍요롭고 살기 좋은 왕국 1순위로 꼽히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온 도시가 기간테스 공장으로 변해 버렸고 도시에 살던 모든 인간들은 공장의 노예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그들은 녹색 엘프들을 위해 하루하루 죽도록 힘든 노역을 강요당했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무거운 철광석을 나르던 노예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허리를 펴자 어김없이 녹색 엘프의 채찍이 날아들었다.
“이 자식! 어디서 감히 농땡이를 피워!”
“으으윽…… 사, 살려 주세요. 제발…….”
단 두 대만 맞았을 뿐인데 그의 등짝은 옷과 함께 살점이 너덜너덜 떨어져 나가 있었다.
“엄살 피우지 말고 일어나! 더 맞고 싶나?”
“…….”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인간은 일어날 줄을 몰랐고, 그를 바라보던 녹색 엘프는 화가 치민 듯 다시금 채찍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그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거대한 뭔가가 채찍을 든 녹색 엘프를 무정하게 짓밟아 버렸다.
으지직!
공간 이동을 마친 거대한 기간테스가 그를 밟고 대지에 내려선 것이다.
그 후로도 3대의 기간테스가 더 내려서자 거대한 진동이 연신 공장들을 뒤흔들었고, 사방에서 유리가 깨져 나갔다.
쿠우우우우우웅!
“저, 적이다! 적들이 침입했다!”
“기간테스 부대를 출동시켜라!”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러워진 공장 지대를 둘러본 작센 공작이 침음하며 말했다.
『이곳이 마테리아의 수도 엘마젠이란 말인가? 세상에, 그 아름다웠던 도시가 이런 흉물로 변하다니…….』
과거 여러 번 엘마젠에 방문했던 작센 공작은 거대한 공장으로 변해 버린 엘마젠을 바라보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는 벨라렌이 걱정되었다.
그곳 역시 이곳처럼 변해 버렸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침입한 4대의 기간테스를 사로잡으려고 사방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기간테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조잡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기간테스였다.
그러나 그 조잡한 기간테스는 지구의 기술을 이전받은 기종이라 그런지 양손에 거대한 머신 건이 장착되어 있었다.
분명 그것이라면 과거에 만들어진 기간테스를 압도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 온 기간테스는 과거의 기간테스가 아니었다.
모두 드래곤과 드워프들의 손에 의해 개조된 최신형 기간테스인 것이다.
수십 대의 적 기간테스가 강찬과 그 일행들을 향해 머신 건을 겨누고 불을 뿜었다.
콰과과과과광!
두두두두두둥!
연사력은 별로였지만 수십 대가 한꺼번에 쏘니 강찬과 일행들이 선 자리는 순식간에 벌집이 되었다.
또한 위력도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레드 레빗과 아그니, 그리고 체리와 엘븐 나이트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제자리에 서서 그들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아 냈다.
같이 탄 마법사가 마광로를 통해 펼친 실드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찬의 레드 레빗에는 전과 같이 실피리스가 타고 있었고, 엘라디온의 엘븐 나이트에는 아르테온이, 다른 둘은 7써클급 엘프 마법사들이 타고 있었다.
50대 이상의 적 기간테스가 쉴 새 없이 불을 뿜자 주변은 온통 초연으로 뒤덮여 사위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적들은 사격을 중지하고 침입자들의 상태를 살폈다.
『중지! 사격 중지!』
그들은 외계인에게서 전수받은 이 무서운 신병기 앞에 침입자들이 고철이 됐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사격을 멈추고 초연이 서서히 걷히자 녹색 엘프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수백 발이나 퍼부었지만 적들은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건물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는데 말이다.
그 모습은 그들로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녹색 엘프들의 기간테스가 당황하고 있을 때, 강찬과 일행들조차 개조된 기간테스의 성능에 매우 만족하며 놀라워했다.
『이거 쓸 만한데?』
이 정도 방호력이면 자이드에 탑재된 에너지 실드와 거의 동등한 방어력이었다.
이런 실드를 뚫으려면 고주파 블레이드를 이용한 근거리 접근전이나 전함급 함포 사격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럼 이젠 우리 차례인가?』
4대의 기간테스가 검을 뽑아 들고 마나를 불어넣자 4대의 기간테스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불타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본 녹색 엘프들이 비명을 질렀다.
『소, 소드 마스터다!』
『헉! 전원 소드 마스터라니!』
『모두 도망쳐!』
강찬 일행을 포위한 적 기간테스는 거의 100대에 육박했지만, 그들은 단 4대밖에 되지 않는 기간테스에게 쫓겨 도망치기 시작했다.
믿었던 머신 건도 전혀 통하지 않는데다 적들은 전부 소드 마스터.
양산형 기간테스를 탄 자신들과 달리 그들은 진짜배기들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우르칸타가 성난 짐승처럼 녹색 엘프의 기간테스를 짓뭉갰고, 옆에 있는 적 기간테스들을 순식간에 고철로 만들어 버렸다.
그가 탄 기간테스의 손에는 광풍도와 같이 거대한 양손검이 들려 있었는데, 그것은 검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거대하고 투박한 모습이었다.
엘라디온의 엘븐 나이트는 공장 지붕 위를 날듯이 이동하며 적들을 공격했다.
8미터에 달하는 신장과 60톤에 육박하는 엄청난 무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엘라디온은 적 기간테스의 탑승자가 있을 만한 부위만을 샤벨로 정확히 꿰뚫으며, 그 누구보다 빠르게 적을 줄여 갔다.
아그니를 탄 작센은 남들보단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기사답게 전투를 벌였고, 강찬은 마스터인 엘라디온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적들을 파괴했다.
그렇게 치열한 전투는 강찬 일행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고, 도망치는 적들과 그 뒤를 쫓는 기간테스의 거친 행보에 공장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불타올랐다.
『이야, 그렇게 많이 파괴했는데 또 엄청 몰려드는걸?』
강찬의 눈앞에는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물량의 기간테스가 달려오고 있었다.
강찬의 예상대로 공장을 들쑤시니 공장을 사수하려고 인근에 주둔 중이던 수많은 기간테스이 몽땅 공장 안으로 밀려들어 온 것이다.
그걸 본 강찬은 그제야 지크욘에게 공격 신호를 보냈다.
『지크욘, 이때야! 이제 한 방에 날려 버려!』
강찬이 일행과 함께 레비테이션 마법으로 날아오르자 드래곤으로 현신한 채 투명화 마법으로 몸을 숨기고 있던 지크욘과 레크라시온이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드, 드래곤!』
적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평생 1마리도 보기 힘들다는 드래곤이, 그것도 에이션트급 드래곤이 2마리나 나타났으니 말이다.
드래곤들은 적들을 향해 아낌없이 브레스를 내뿜었다.
2마리의 고룡이 내뿜는 엄청난 브레스는 도시의 반을 파괴하는 것만으로 모자라서 도시 외곽에 있는 산까지도 파괴해 버렸다.
실로 대단한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지축을 뒤흔드는 엄청난 위력.
그런 그들의 공격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휘말렸을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구출하고자 온 것이 아니었기에, 강찬과 작센 공작은 슬프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크욘과 레크라시온은 쉴 새 없이 브레스를 내뿜었고, 레크라시온보다 고룡인 지크욘은 브레스만으로 모자라 양손으로 헬파이어까지 마구 날려 댔다.
마치 그동안 쌓였던 감정까지 쥐어짜 내듯 말이다.
그 결과 한 왕국의 수도였던 엘마젠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초토화가 되어 버렸고, 엄청난 연기와 재가 엘마젠의 하늘을 뒤덮었다.
하늘에 날아올라 두 고룡의 신위를 지켜보는 강찬과 소드 마스터들은 드래곤이 괜히 드래곤이 아님을 새삼 실감하며 다음 목표물을 향해 신속히 이동했다.
뒤늦게 파괴된 엘마젠으로 날아온 즈베즈다의 대원들은 파괴된 참상을 보며 분노를 토했다.
그리고 놀라워했다.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거대한 공장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든 적들의 화력에 말이다.
마치 전함의 융단 폭격을 당한 듯한 참상이었다.
적들은 결코 녹록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휴우~ 이거 대단한걸?”
“지금 한가하게 감탄이나 할 때냐?”
홍학매가 레베데프에게 또다시 싫은 소리를 하자 레베데프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알았다고, 잔소리 좀 그만하시지?”
“이건 분명히 숨죽이고 있던 드래곤과 잔당들의 짓이야. 대장에게 연락해서 전 대륙에 비상경계령을 내려야겠어. 멜리샤는 여기 남아서 적들의 규모와 공격 패턴을 파악해서 보고해 줘.”
“알았어.”
“지구 재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놈들이야…… 이번 기회에 싹 쓸어버려야 해.”
즈베즈다의 대원들은 자신들에게 반기를 든 적들을 싹 쓸어버리고자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 * *
즈베즈다 대원들과 녹색 엘프군의 수뇌부가 비상이 걸려 분주한 시각.
강찬이 이끄는 드래곤 나이트는 남동쪽 엘프의 숲 경계에 세워진 옛 비스만 제국의 요새들을 타격하고 있었다.
그곳은 과거 엘프들과 인간들이 사이가 안 좋았을 당시 세워진 요새로, 당시 엘프들이 대량으로 보유한 엔트들을 저지하고자 세운 천혜의 요새였다.
그런 적의 요새는 장차 대륙 연합군의 진군을 방해할 방해물이었기에 미리미리 제거해야만 했다.
허나 제아무리 천혜의 요새라 할지라도 4명의 소드 마스터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일 뿐이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4대의 기간테스가 순식간에 망루를 무너트리고 막사를 박살 내자 그 안에서 녹색 엘프들이 개미 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공격한 적 기간테스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헉! 소, 소드 마스터?”
가공스런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는 적 기간테스를 발견한 그들의 눈엔 절망이 가득했다.
작센 공작의 아그니는 그들의 머리 위로 망설임 없이 거친 화염을 내뿜었다.
그것은 마치 지구의 화염 방사기를 보는 듯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화염 방사기였다.
“크아아아악!”
“아아아악!”
셀 수 없이 많은 녹색 엘프들이 살이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가자 작센 공작은 속이 후련하다는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더욱 거칠게 요새를 초토화시켰다.
“대장! 또다시 적들이 공격해 왔습니다!”
녹색 엘프들의 긴급 요청이 들어오자 벤질러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투기 편대를 투입하고 본 함도 출격 준비를 한다!”
“예, 대장!”
벨라렌의 황성에 상징물처럼 자리 잡았던 즈베즈다호가 서서히 이륙하기 시작하자 즈베즈다호의 격납고에서 수백 대의 무인 전투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벌 떼 같은 모습의 전투기들은 굉음을 내며 적들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고, 거대한 자이드들도 그 뒤를 따랐다.
출격하는 전투기 편대를 바라보던 벤질러가 통신으로 홍학매를 불렀다.
“홍학매.”
“예, 대장!”
“전에 다크 엘프들을 상대로 실험했던 건 어떻게 되었나?”
“부작용은 조금 있지만 엄청난 성과를 보였습니다.”
“실전에 투입할 수 있겠나?”
“예!”
“그럼 그들을 쓰기로 하지.”
“예, 대장!”
대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홍학매는 주저 없이 그들을 불러들였다.
지구의 기술과 이곳의 검술을 융합시킨 새로운 병기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