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36
퓨쳐나이트 136화
48. 다크나이트
어두운 암흑 속에서 붉은 눈을 빛내는 다크 엘프들이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짙은 경계심을 내비치고 있었다. 마치 우리에 갇힌 맹수들처럼 말이다.
그들의 뒤통수에는 하나같이 머리를 열었던 수술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지구인들에게 강제적으로 육체 강화 수술을 받은 자국이었다.
다크 엘프족 최고의 정예인 그들을 한낱 실험용 모르모트로 이용하다니, 그것은 명예로운 다크섀도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수술을 받은 이가 있었다.
그것도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둔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가 말이다.
그는 바로 강찬을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는 케레미온이었다.
그는 강찬을 이기려고 악마와 손을 잡은 것이다.
그런 그는 초췌해진 얼굴로 강찬과 맞붙을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널 죽이겠다…….’
그가 그렇게 가슴속으로 칼을 갈고 있을 때, 다크나이트 부대에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케레미온은 자신의 무기를 챙겨 들며 부하들에게 외쳤다.
“출동이다! 전원 완전 무장하고 마법진 앞으로 모여라!”
“예!”
갑옷과 무기로 무장한 다크 엘프들이 하나둘 공간 이동 마법진 위에 오르기 시작하자 마법진은 그들을 어디론가 공간 이동시켰다.
그것은 비스만 제국의 고위급 마법사들이 만든 공간 이동 마법진이었고, 그들이 향하는 곳은 역시나 전장이었다.
* * *
저녁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로 초토화된 요새가 불타고 있었다.
이 모두가 강찬과 작센, 엘라디온, 우르칸타의 작품으로, 그들은 오늘 이미 이와 같은 요새를 하루 만에 다섯 곳이나 초토화시켰다.
그것도 가장 규모가 큰 곳만을 골라서 말이다.
그렇게 아주 바쁜 하루를 보낸 그들은 또다시 쉴 틈 없이 다음 목표물을 향해 공간 이동을 준비했다.
부숴야 할 요새가 발에 챌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공간 이동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초음속으로 들이닥친 전투기들의 거센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드래곤들이 그들을 공간 이동시킬 만한 시간적 여유가 사라졌다.
7서클 마법에 준하는 빛이 수백 발씩 쏟아지자 제아무리 드래곤이라 해도 방어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늘을 가득 메운 전투기 사이로 8대의 자이드들까지 지크욘과 레크라시온을 덮쳤다.
공중은 순식간에 엄청난 폭발과 빛으로 가득 찼고, 지축을 흔들 정도의 폭음이 지상에 메아리쳤다.
“지크욘!”
“지크욘 님!”
레드 레빗에 함께 타고 있던 강찬과 실피리스의 입에서 동시에 지크욘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강찬은 갑작스런 적의 기습 공격을 당하는 지크욘이 걱정되어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무너질 지크욘과 레크라시온이 아니었다.
에이션트급 드래곤과 에이션트급에 근접한 드래곤답게, 둘은 블링크를 이용해 공격을 회피하며 강력한 범위공격 마법을 시전했다.
“프리징 블리자드!”
두 드래곤이 힘을 합쳐 광범위한 냉기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주위가 순식간에 극저온으로 변하며 공기 중에 있던 수증기들이 날카로운 얼음 결정이 되었다.
이윽고 그 결정들이 마나의 힘으로 거세게 회오리치기 시작하니, 맑은 하늘에 난데없이 폭설을 동반한 소형 태풍이 만들어졌다.
그 태풍이 두 드래곤을 공격하던 무인 전투기들을 덮쳤다.
드래곤 다음으로 단단한 외피를 자랑하는 와이번조차 걸레 조각으로 만들 수 있는 궁극의 냉기 마법 프리징 블리자드가 말이다.
지크욘은 적의 날파리 같은 전투기들이 프리징 블리자드에 괴멸당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지크욘의 눈앞엔 말도 안 되는 풍경이 연출되었다.
무인 전투기들이 날카로운 얼음 결정에 맞아 튕겨져 나갈지언정 부서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무인 전투기는 생각보다 매우 튼튼했다.
그것들은 애초에 우주에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에 작은 소행성과의 충돌에도 버틸 수 있도록 단단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거기에 자이드와 마찬가지로 소형 에너지 실드로 보호까지 받고 있었으니, 그 내구성은 지크욘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빌어먹을 날파리 새끼들!”
지크욘이 참을 수 없다는 듯 거센 숨을 들이마시더니 적들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엘마젠에서 브레스를 있는 힘껏 뿜어 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위력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위력은 여전히 무시무시했다.
지크욘의 브레스가 프리징 블리자드를 흩어 버리며 폭발할 듯 뿜어져 나오자 그 앞에 있던 한 대의 무인 전투기가 삽시간에 폭발해 버렸다.
제아무리 에너지 실드로 보호받고 있다 해도 전함급 출력을 지닌 지크욘의 브레스를 버틴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마하 7의 속도로 기동하는 무인 전투기의 기동력은 이미 드래곤의 범주를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에, 지크욘의 브레스 따위는 너무도 간단히 피해 버렸다.
그런 전투기들을 바라보는 지크욘은 괜히 힘만 뺐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는 수 없이 그녀는 마지막 카드인 광범위한 리버스 그래비티를 펼쳤다.
그러자 효과가 있는지 무인 전투기들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붙잡는 동안 방어가 취약해진 틈을 타 자이드의 바스터포가 사방에서 날아들었고, 지크욘은 또다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리버스 그래비티를 풀고, 그들의 바스터포를 막아 냈다.
“아악! 정말 짜,증 나는 놈들이야! 마계 놈들보다 더 짜증 나!”
“정말로 마계 놈들 상대하는 게 더 편하겠군요.”
수천 년을 살아온 드래곤들에게 지구인들은 마계의 마왕보다 더 악질처럼 보였다.
하늘 위로 지크욘과 레크라시온이 전투기와 자이드들을 상대로 분전 중인 그때.
강찬과 소드 마스터들은 눈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검은 기간테스 20대와 대치 중이었다. 적들은 언뜻 보아도 다크 엘프들이었다.
허나 뭔가 이상했다. 과거 그들이 만났던 다크 엘프들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드 마스터를 상대하면서도 두려운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상대에 대한 분노나 호승심 같은 감정도 일절 드러내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 기간테스로부터 느껴지는 광폭한 마나의 흐름은 비정상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강찬은 그 기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사용하는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강찬은 자신의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강찬의 기우는 곧 현실이 되었다.
다크 엘프들이 전투 모드를 최대치로 끌어올리자 그들의 기간테스에서 마나가 폭발할 듯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거의 소드 마스터에 근접할 정도의 마나였다.
육체 강화 수술에 동원된 그들은 모두가 소드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아크섀도 대원들로, 모두가 하나같이 일국의 근위 기사 수준의 실력을 지닌 검귀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즈베즈다의 실험물이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그들이 보여 주는 능력은 세상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들 모두가 강찬과 마찬가지로 6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오러 소드를 뿜어낸 것이다. 그 오러 소드의 거대함을 목도한 작센과 엘라디온, 우르칸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토록 거대한 오러 소드를 뿜어내는 소드 익스퍼트 얘기는 단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엘라디온만이 속으로 저들과 강찬이 조금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강찬이 전투 모드를 발동하고 뿜어낸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목도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더 생각할 틈이 없었다.
눈앞의 다크 엘프들이 엄청난 속도로 공격해 왔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적들의 검과 맞부딪친 엘라디온이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두 걸음을 밀려났다. 다크 엘프의 검에 담긴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소드 마스터인 그가 기껏해야 익스퍼트급의 적의 일격에 뒷걸음질 쳤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적의 검술은 익스퍼트라고 하기에는 위화감마저 들 정도로 강력했다.
『이놈들! 어딜 감히!』
분노하는 엘라디온의 오러 블레이드가 눈앞의 다크 엘프를 가를 기세로 휘둘러졌지만, 다크 엘프들은 그 공격조차 무리 없이 받아 냈다.
도저히 소드 익스퍼트라 볼 수 없는 반사 신경과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더욱더 그를 놀라게 만든 것은 다크 엘프가 쓰는 검술이었다.
그것은 분명히 엘프의 검술이었다. 그것도 최상급 수준의 엘프의 검술 말이다.
‘아니, 어떻게 다크 엘프가 이토록 높은 수준의 엘프의 검술을 익히고 있지?’
차츰차츰 검을 섞어 가던 엘라디온은 눈을 부릅떴다. 적의 정체를 눈치챈 것이다.
『서, 설마, 케레미온?』
케레미온이란 말에 검은 기간테스는 잠시 움찔하더니, 더욱 거세게 엘라디온을 밀어붙였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케레미온!』
그가 수백 년을 가르친 제자의 검술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그는 분명히 케레미온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예전의 케레미온이 아니었다.
복수와 증오에 눈이 먼 다크 엘프일 뿐이었다.
『그 더러운 입으로 제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오!』
『뭐라고?』
『역겨우니 그렇게 친근하게 제 이름을 부르지 말란 말입니다!』
콰아아아아앙!
죽은 줄만 알았던 제자 케레미온이 다크 엘프가 되어 나타나자 엘라디온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빠졌다.
그 탓에 생긴 빈틈으로 케레미온이 검을 내꽂았다.
『크아아아아악!』
『마스터!』
멀리서 다른 다크 엘프를 상대하던 강찬은 적의 검에 관통당한 엘라디온의 엘븐 나이트를 보며 급히 그쪽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러고는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케레미온을 향해 분노의 일격을 날렸다.
『놈! 그 손 저리 치워라!』
『아니, 너는?』
치지지지지직!
케레미온이 몸을 살짝 틀며 강찬의 공격을 흘려 넘겼다.
그러자 검에서 엄청난 불꽃이 튀어 올랐다.
『강찬!』
갑자기 적 기간테스에서 자신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강찬은 움찔했다.
다크 엘프 중에 자신의 이름을 아는 자는 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케레미온?』
『아하하하하! 이런 행운이! 이렇게 빨리 네놈을 만날 줄이야!』
『이 자식, 마스터한테 칼을 들이대다니, 제정신이 아니구나.』
『그딴 마스터는 네놈이나 섬겨라. 난 일없으니. 것보다 우리는 정리해야 할 빚이 있었지?』
『우리 사이에 정리할 빚이 있었나?』
『물론 있지! 빚은 네놈의 목숨으로 받겠다! 하아압!』
케레미온이 순간 전투 모드를 최종 단계로 끌어올리자 그로부터 엄청난 힘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번 쓰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여러 차례나 들었던 그 힘을 강찬을 상대로 아낌없이 개방한 것이다.
『아하하하! 힘이! 힘이 넘친다!』
『서, 설마? 놈들에게 개조 수술을 받은 건가?』
강찬은 본능적으로 그가 지구인들에게 육체 개조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강찬은 그와의 일전을 피하기로 했다.
최종 전투 모드인 그를 상대하려면 자신도 최종 전투 모드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종 전투 모드를 사용한 케레미온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뒈질 운명이었다.
강찬이 전체 통신 마법으로 소드 마스터들에게 통신을 날렸다.
『일단 하늘로 피합시다.』
『그럽시다.』
강찬이 케레미온의 검을 피해 엘라디온을 데리고 하늘 위로 블링크하자 다른 소드 마스터들도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다크 엘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손에 장착된 레일 건으로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어딜 도망가느냐!』
콰과과광! 쾅!
『크악!』
제아무리 실드로 보호받는 그들이라 해도 20대에 달하는 적 기간테스의 집중포화를 완전히 막아 내기는 무리였다.
『크으윽! 젠장!』
보기 좋은 표적이 되어 버린 그들을 공격하는 것은 비단 지상에 다크 엘프들만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피닉스까지 가세해 그들을 향해 브레스를 뿜었다.
엄청난 마나의 흐름을 감지한 엘라디온이 소리쳤다.
『모두 회피해라!』
피닉스의 공격에 4명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기는 했지만 피닉스의 브레스는 그보다 한발 빨랐다.
드래곤의 브레스에 비견되는 막강한 피닉스의 브레스가 몇몇 기간테스를 삼키자 기간테스를 보호해 주던 실드가 유리 조각처럼 깨져 버렸다.
엘라디온과 우르칸타의 기간테스가 불길에 휩싸인 채 아래로 추락했다.
『마스터!』
적들의 굶주린 아가리 속으로 추락하는 엘라디온의 기간테스를 본 강찬이 이성을 잃었다.
그는 제이나만큼이나 강찬에게 소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전투 모드 최대치! 최종 안전 모드 해제!』
-전투 모드 최대치 최종 안전 모드 해제.
강찬이 소드 마스터가 된 이후 처음으로 전투 모드를 한계까지 발동시키자 레드 레빗의 마광로에서 시릴 듯한 푸른빛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고, 레드레빗의 육중한 거체가 순식간에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크아아아아악!』
『강찬 님!』
작센 공작이 뒤늦게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이미 강찬은 추락하는 엘라디온을 지나쳐 지상의 적들을 덮친 뒤였다.
수십 자루의 오러 소드가 강찬의 레드 레빗을 찢어발기려고 했지만 그보다 더욱 막강한 강찬의 오러 블레이드가 적들의 오러 소드를 허무하게 짓이기며 지상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