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41
퓨쳐나이트 141화
그런 아그니를 얻기 위한 작센 공작의 구애는 정말이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드라마였다.
“자! 그런 옛날 추억 따윈 잊고 눈앞의 적들을 향해 달려야지!”
『말 돌리지 마라.』
“간다!”
『어이, 이봐!』
작센 공작은 아그니의 말을 무시하고 적들이 우글거리는 곳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앞세우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곳에 도사리고 있던 아크섀도들이 떼를 지어 작센 공작의 아그니를 포위했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아그니의 몸에서 엄청난 화염이 뿜어져 나와 그들을 덮쳤다.
화르르르르르르륵!
기간테스 오너의 시야 확보를 위한 작은 창으로 뜨거운 열기와 강렬한 빛이 들이닥치자 기간테스에 타고 있던 다크 엘프들이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흐아아악!』
화염에 휩싸인 적들이 주춤하는 사이, 작센 공작은 소드 마스터답게 순식간에 5기의 아크섀도들을 파괴하고 다음 먹잇감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과연 고대의 거인의 주인다운 솜씨였다.
『더러운 다크 엘프 놈들! 단 한 놈도 남기지 않겠다!』
그렇게 기간테스의 승부가 대륙 연합군의 완승으로 끝나 갈 무렵, 지축을 울리며 트롤 엘프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예전 대륙 전쟁 때보다 족히 두 배는 많은 20만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였다.
그런 그들의 돌진은 가히 공포 그 자체였다.
게다가 그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튼튼한 갑옷과 무기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대륙을 지배하게 된 녹색 엘프들이 모든 왕국의 쇳덩이란 쇳덩이는 모조리 긁어모아 만들어 낸 무기와 갑옷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한쪽에선 강철로 만든 달구지 수백 대가 연합군 기간테스를 향해 일제 사격을 개시했다.
오러 소드가 아닌 이상 기간테스들의 실드를 뚫지는 못하겠지만 그 충격은 타고 있는 탑승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정도로 막강했다.
그렇게 연합군의 기간테스들이 방패로 포격을 막으면서 주춤하는 사이.
잠시 퇴각한 아크섀도들이 트롤 엘프들과 합류해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의 숫자는 고작 3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합군의 손에 잠깐 사이 500대에 달하는 기간테스를 잃은 것이다.
연합군은 50대도 채 잃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나 트롤 엘프들의 어마어마한 숫자는 연합군 기간테스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사령관님, 적들이 엄청난 숫자로 저희 군을 포위해 들어옵니다!』
『포위되면 위험합니다!』
압도적으로 적들을 밀어붙이던 연합군 기사들이 당황하며 대열을 흐트러트리자 작센 공작이 마나를 실어 큰소리로 외쳤다.
『대열을 흐트러트리지 마라! 우리가 저들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누가 저들을 막아 낸단 말이냐! 우리가 도망치면 지상군이 저들의 도끼에 짓밟힐 것이다. 모두 마지막까지 끝까지 맞서 싸운다!』
작센 공작이 선두에 서서 적들을 향해 달려가자 잠시 겁먹었던 기사들도 이내 죽음을 각오하고 적들을 향해 돌격했다.
『비스만 제국 만세!』
『대륙 연합군 만세!』
누가 봐도 무모한 돌격이었지만 그들은 대열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자신이 맡은 자리를 사수하며 적들을 베고 또 베었다.
그런 그들의 악귀와도 같은 모습에 이제는 오히려 용기백배했던 트롤 엘프들이 겁을 먹은 듯 대열을 흐트러트렸다.
하지만 용기만으로 엄청난 숫자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어려운 일.
어느덧 연합군 기간테스들이 하나둘 트롤 엘프들과 아크섀도의 공격에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숲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강철 달구지를 덮쳤다.
“캬오오오오오오!”
거인이 짐승과도 같은 표호와 함께 거대한 양손검을 휘두르자 강철 달구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대폭발을 일으키며 박살났다.
“적의 기습이다!”
녹색 엘프들은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습격한 적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하지만 총알은 거인의 육중한 갑옷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괴, 괴물이다!”
“크르르르륵!! 크아아앙!!”
적은 분명히 기간테스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덩치는 기간테스와 맞먹을 만큼 거대했다.
그런 덩치를 가진 몬스터는 이 세상에 단둘, 바로 오우거와 미노타우르스뿐이었다.
그러나 녹색 엘프들은 그것이 미노타우르스가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눈앞의 괴물은 그들에게도 익히 잘 알려진 공포의 대상인 오우거였기 때문이다.
그 오우거는 대륙 전쟁 때 녹색 엘프들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알려진 피에 굶주린 학살자 로키였다.
로키는 맨몸으로도 기간테스와 싸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과 검술을 지닌 오우거였다.
그런 로키가 이전과는 달리 번쩍이는 금속제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지옥의 마신과도 같은 형상으로 제작된 갑옷이었다.
머리에는 악마의 뿔과 같은 거대한 두 뿔이 우뚝 솟아 있었고 어깨와 무릎에도 거대한 스파이크들이 장착되어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실금하게 만들 만큼 흉험한 모습.
그것은 크랙시온이 로키에게 선물한 특제 갑옷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갑옷이라 하기보단 기간테스라고 해야 옳았다.
타는 기간테스가 아닌 입는 기간테스일 뿐.
그것은 오로지 로키만을 위한 기간테스였다.
마광로가 설치된 갑옷은 로키의 힘을 더욱 증폭시켜 이전보다 더욱 강한 공격을 가능하게 했고, 로키의 최대 약점이었던 방어력을 크게 향상시켜 로키의 몸을 보호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크랙시온이 선물한 갑옷은 무시무시한 괴물을 탄생시켰다.
그것도 적의 피를 갈구하는 최강의 괴물을 말이다.
“크와아아아아아악!”
로키가 녹색 엘프들의 강철 달구지를 파괴하는 와중에 로키의 등 뒤로 그보다는 작지만 마찬가지로 엄청난 거구를 지닌 거인이 로키의 뒤를 따랐다.
브리티나였다.
그녀 또한 다른 기사들처럼 번쩍이는 풀 플레이트 메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만을 위한 초특대 이지스 갑옷이었다.
일반 갑옷의 5배 이상의 재료가 들어간 그녀의 갑옷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거대했다.
하지만 로키가 입고 있는 기간테스 갑옷 앞에선 한없이 작고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비록 그녀의 검술 실력은 로키처럼 강철 달구지를 한 번에 파괴할 파괴력을 지니지는 못했으나 녹색 엘프쯤은 단칼에 수십 명씩 황천길로 보내 버릴 정도로 엄청난 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인 강찬과 작센 공작에게 개인 지도를 받은 그녀는 불과 3년 만에 소드 익스퍼트 중급을 상회하는 실력자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막강한 두 부부에게 강철 달구지들이 속수무책으로 파괴당하는 동안 포격에 주춤했던 연합군 병사들이 다시 진격하기 시작했다.
승리를 향해서 말이다.
* * *
지상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와중에 두 전함은 이제 성층권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 두 전함의 공세는 대기권 안에서보다 한층 더 치열했다.
본디 우주에서 활약하기 위해 설계된 전함들이었기에 성층권을 넘어서며 본래 성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즈베즈다호였다.
레드 마스호보다 두 배는 거대했고, 더 많은 무장을 갖췄기 때문이다.
쿠구우우우우웅!
“으으으으윽!”
-에너지 실드 출력 35%, 좌측 가립자포 손실, 상부장갑 대파, 위험합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줘, 레드 마스호!”
새로이 장착된 마법 병기들을 컨트롤하기 위해 레드 마스호에 동승한 아르테온은 너무나도 놀라운 이계의 전투에 할 말을 일었다.
그것은 지금껏 봐 온 지상의 전투와는 차원이 다른 전투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처음으로 지상을 떠나 우주란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이니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더욱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네오 어스에서 처음으로 우주로 진출한 엘프가 된 것이다.
-적 전함, 무인 전투기와 자이드 사출.
“젠장! 우리도 무인 전투기 발진시켜! 내가 나가겠다.”
강찬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아르테온이 걱정 어린 눈으로 강찬을 바라봤다.
그가 그동안 엄청난 능력을 보여 줬다 한들 적들이 보유한 무인 전투기 숫자가 레드 마스호의 무인 전투기 숫자를 훨씬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자이드의 숫자도 이쪽은 단 1대뿐이지만 적들은 9대나 됐다.
전혀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강찬은 죽음을 무릅쓰고 레드 레빗에 몸을 실었다.
그의 뒤에는 실피리스가 타고 있었지만 그녀는 곧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내려라.”
“네?”
“내가 강찬과 함께 가겠다.”
“하, 하지만…….”
“넌 남아서 아르테온을 도와 전함을 지켜라. 그리고 정말로 위기가 닥치면 그것을 사용하도록 하고.”
“지크욘 님…….”
실피리스가 로드의 명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키자 지크욘이 빈 자리에 앉았고, 강찬은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지금은 실피리스보다 지크욘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윔급도 못 된 어린 실피리스보다 에이션트급인 지크욘의 힘이 더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공기도 없는 우주에서 널 돕는 방법은 이 방법밖엔 없겠지?”
“괜찮겠어? 내가 좀 험하게 모는 편인데?”
“아가도 타고 다녔는데 내가 못 탈까? 운전이나 똑바로 해.”
“그럼 벨트 단단히 매라고! 간다!”
견갑부가 닫히고 강찬이 컴퓨터와 마광로에 접속했다. 그러자 등 뒤로 플라이트를 장착한 레드 레빗이 사출구를 통해 우주로 날아올랐다.
그들 앞에 펼쳐진 광경은 엉망이 된 레드 마스호의 선체와 한데 뒤엉켜 치열하게 싸우는 무인 전투기들의 모습이었다.
두 배나 많은 적 무인 전투기들에 의해 레드 마스호의 무인 전투기들이 하나둘 파괴되기 시작했고, 레드 마스호의 선체에선 연이어 대폭발이 발생했다.
“젠장, 에너지 실드가 거의 사라졌군. 지크욘, 부탁해.”
“알았어, 마법 실드로 전환할게! 레크라시온, 마법 실드를 펼쳐라.”
『알겠습니다.』
지크욘의 명령에 레드 마스호에 타고 있던 14마리의 드래곤들이 힘을 합쳐 거대한 마법 실드를 펼쳤다.
3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선체를 보호할 막강한 마법 실드를 펼친 것이다.
마법 실드는 레드 마스호의 에너지 베리어보다 훨씬 튼튼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는 게 마법 실드를 펼치고 있는 순간에는 적에게 아무런 공격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즉 강찬과 30대 남짓한 무인 전투기만이 외부에서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 절망적인 사태였지만 강찬은 절대로 굴하지 않았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놀아 볼까?”
“그래, 어디 한번 놀아 보자고!”
지크욘도 레드 레빗과 혼연일체가 되어 마법을 펼쳐 나갔다.
“리버스 그래비티!”
레드 레빗에게 달려들던 수십 대의 무인 전투기들의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자 강찬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 적 무인 전투기들을 파괴했다.
강찬은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적지 않게 놀랐다.
에이션트급 드래곤이 뭔가 다르긴 다르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역시 실피리스와는 차원이 다르군.’
강찬이 놀랄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공간 이동의 시전 속도도 실피리스보다 10배나 빨랐고, 그 거리도 5배에 달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이제 강찬을 잡을 존재가 없다는 것이다.
‘이거 해볼 만하겠는걸?’
강찬이 정신없이 전장을 누비며 적 무인 전투기들을 파괴하기 시작하자 그를 지켜보는 즈베즈다 대원들이 학을 뗐다.
『뭐야! 저 자식, 전이랑 공간 이동 속도가 차원이 다르잖아!』
『젠장! 조준선에 넣을 수가 없어!』
눈 깜짝할 사이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레드 레빗의 기동력은 가히 발군이었고, 강찬은 적들을 농락하듯 적진을 누비며 무인 전투기들을 파괴했다.
레드 레빗은 그 이름처럼 우주를 누비는 한 마리 토끼와 같았다.
으지지지직…… 콰와와와와와왕!
콰가가가강!
한 대씩 한 대씩 쉴 새 없이 파괴되는 적 무인 전투기들.
순식간에 강찬의 손에 떨어진 적 무인 전투기가 무려 20기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 강찬의 무위에 즈베즈다 대원들의 입은 타들어 가는 듯했다.
파괴된 무인 전투기는 이제 어디에서도 보충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무기였기 때문이다.
홍학매가 절규하듯 외쳤다.
『더 이상 전투기를 잃어선 안 된다! 놈을 막아!』
9대의 자이드들이 강찬을 향해 집중포화를 퍼붓자 강찬은 재빨리 몸을 피해 달아났다.
그렇게 치고 빠지기를 수십 분.
활약으로 본다면 강찬이 다소 우세해 보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레드 마스호에서 발진한 무인 전투기는 이미 모조리 우주의 고철덩이 신세가 되어 있었고, 적은 아직 40대의 무인 전투기와 9대의 자이드가 건재했다.
레드 레빗이 완벽하게 고립된 것이었다.
적들 모두가 강찬 하나를 두고 사방에서 압박해 들어오기 시작하자 강찬은 전처럼 신나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집중포화에 도망치기 바빠진 강찬이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