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42
퓨쳐나이트 142화
『제길, 아군 전투기들은 벌써 다 파괴된 건가?』
적은 40대의 무인 전투기와 작은 전함급 파워를 가진 자이드가 무려 9대.
게다가 즈베즈다호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빔까지.
허나 이쪽은 레드 마스호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사면초가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일 것이다.
적들이 가득한 우주에 홀로 남은 강찬은 침착하게 심호흡하며 지크욘을 불렀다.
“야! 지크욘! 너 괜찮아?”
“뭐가?”
“공간 이동 많이 했잖아! 힘들지 않아?”
실피리스가 그 정도 공간 이동을 했다면 아마도 기절했을 것이었기에, 강찬은 내심 그녀가 걱정되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지크욘의 꿀밤이었다.
딱!
“왜 때려?”
“뭐, 인마? 너, 내가 누군지 알면서 그런 말을 해? 난 전 드래곤족의 로드 G.지크욘이야!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고.”
하지만 강찬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뒤로 보이는 지크욘의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것이, 그녀도 인간의 모습으로 다소 무리하고 있음을 짐작했다.
“잘난 척하기는…….”
강찬은 포위망을 좁혀 오는 적 자이드들의 위치를 파악하며 이를 악물었다.
‘최대한 단기간에 저것들을 쓰러뜨려야 한다. 아니면 우리에게 승산은 없어!’
레드 레빗이 플라이트의 출력을 최대로 높여 적들을 향해 무작정 돌격했다.
만일 지크욘이 공간 이동 속도가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레드 레빗은 그대로 벌집이 될 것이 분명했다.
“간다!”
“좋아!”
한 줄기 빛과 같은 속도로 적들의 포위망으로 돌격해 들어가는 강찬.
그런 강찬은 지크욘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예전 연합군 최강의 파일럿이라 불리던 실력으로 적의 공격을 회피하며 기동했다.
그러다 불시에 자이드의 머리 위로 공간 이동을 시도했다.
“한 놈 잡았다!”
적이 갑자기 자신의 머리 위로 나타나자 즈베즈다 대원이 마지막 비명을 질렀다.
『아, 안 돼! 크아아아아악!』
강찬의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적 자이드를 가르자 전과 같은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러자 그 폭발 사이로 수십 발의 강력한 빛줄기가 레드 레빗에게 집중됐다.
남은 즈베즈다 대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집중포화를 가한 것이다.
불의 정령왕 피닉스조차 정령계로 강제 송환시켰던 그 무지막지한 위력의 바스터포를 말이다.
“크윽! 방어막 출력 최대로!”
-방어막 출력 최대.
“실드!”
위기를 직감한 지크욘까지 실드 마법을 수 겹으로 시전했다.
강찬의 회피 기동으로 직격은 면했지만, 그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수십 발의 빛줄기에 스친 레드 레빗이 수백 미터나 튕겨져 나갔다.
“크아아아앗!”
“꺄아아악!”
강찬과 지크욘에게 전해진 충격은 일반 사람이라면 정신을 잃을 만큼이나 강한 것이었다.
우주 공간에서 수백 미터나 밀려난 강찬과 지크욘을 향해 또다시 파괴의 빛줄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들었다.
“지크욘!”
“큭! 알았어!”
다시금 공간 이동으로 적의 공격을 피한 레드 레빗.
그러나 레드 레빗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수십 발의 바스터포가 자이드의 방어막 생성기를 파괴하고 플라이트를 박살 낸 것이다.
이제 플라이트 없이 적의 공격을 피할 길은 오로지 공간 이동뿐이었다.
느린 레비테이션 마법으론 고기동이 가능한 적들의 공격을 따돌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파괴된 플라이트를 분리한 강찬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그래, 어디 누가 이기나 해 보자! 최종 전투 모드 해제!”
-최종 안전 장치 해제.
-전투 모드 6단계 적용.
강찬의 의문스런 외침에 지크욘이 고개를 갸웃했다.
‘최종 전투 모드? 그게 뭐지?’
그 직후, 지크욘은 강찬의 몸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녀는 강찬의 몸속에서 미칠 듯 회전하는 마나를 똑똑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회전하면 회전할수록 엄청나게 늘어나는 마나의 양은 이미 윔급 드래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야! 너! 무슨 짓이야?”
“크으윽! 지크욘, 미안하지만 잠시만 시간을 벌어 줘…….”
“야! 너, 설마 전에도 이러다 죽을 뻔한 거야?”
“부, 부탁이야. 이 수밖엔 없어.”
“이런 바보 자식!”
그러나 강찬을 탓할 틈도 없었다.
사방에서 적의 공격이 빗발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으면 절대로 용서 안 할 거야!”
지크욘이 폭주하는 강찬을 뒤로하고, 레드 레빗의 기체를 가능한 멀리 공간 이동시켰다.
그러나 어느덧 다가온 거대한 즈베즈다호까지 무시무시한 공격을 퍼붓자 그녀는 난생처음으로 자신이 죽음에 직면했음을 느꼈다.
자신의 공간 이동 능력을 뛰어넘는 기동력과 화력을 지닌 지구인들 때문에 말이다.
파괴의 빛과 레일 건이 소나기처럼 퍼부어지는 가운데 수십 번도 더 공간 이동을 했지만 즈베즈다호의 기동력과 사정거리를 벗어나긴 역부족이었다.
점점 힘이 빠져 가는 지크욘.
그녀도 이제 한계인 듯했다.
“강찬! 서둘러!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
지크욘의 절규에도 강찬은 조용히 눈을 감고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
그것은 최종 전투 모드인 6단계에서 단 한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마나의 폭주를 넘어선 폭주.
5단계에서 마나를 인위적으로 더욱 빠르게 회전시켜 주변 마나를 모은 적은 있지만, 6단계에선 감히 엄두도 못 내 본 일.
그러나 강찬은 지금 그 경지에 도전하고 있었다.
자신의 육체가 그 거대한 힘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크으으으윽! 조금만! 조금만 더!’
그의 육체는 당장에라도 풍선처럼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강찬은 죽음을 불사한 각오로 모든 걸 참아 내며 계속해서 마나를 회전시켰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몇 번이고 정신의 끈을 놓칠 뻔 했지만 견뎌야 했다.
무조건 견뎌야만 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지키려면 말이다.
“크아아아아아악!”
어느덧 폭주에 폭주를 거듭하던 마나가 주변의 마나를 미칠 듯이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그 마나의 양은 강찬과 지크욘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마나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태양.
그 태양과도 같은 힘이 강찬에게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우주의 태양은 지상에서 보는 태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난폭한 것이어서, 강찬은 온몸의 마나 라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크으으으으으읍! 커헙!”
예전에 마나가 폭주했을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고통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발작하는 강찬을 보는 지크욘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강찬을 보살필 틈이 없었다.
수백 발의 빛줄기가 쉴 새 없이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발만 적중당해도 실드고, 나발이고 모든 게 끝이었다.
그러나 지크욘의 공간 이동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에이션트급 드래곤인 그녀에게도 정신력과 마나의 한계가 찾아온 것이다.
레드 마스호에서 전투를 지켜보는 드래곤들과 아르테온은 초조한 마음으로 그들의 외로운 사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14마리의 드래곤들이 친 마법 실드로 보호받는 레드마스호의 실드가 벗겨질 생각을 하지 않자 즈베즈다호까지 레드 레빗 사냥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 대 일의 상황.
즈베즈다호에 쫓기는 레드 레빗의 모습은 마치 사람과 개미의 대결처럼 보였다.
다행히도 개미는 공간 이동을 할 수 있었기에 아직까지 무사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놀라운 개미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개미도 서서히 지쳐 가는지 공간 이동 시전 속도와 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어느덧 사람의 발치가 개미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다.
아마도 개미는 얼마 못 가 짓밟혀 죽음에 이를 것이 분명했다.
그런 애처로운 모습을 바라보는 동료들은 죽음에 직면한 그들을 바라보며 오열했다.
도저히 가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투는 자신들의 패배였다.
그동안 모두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냥 도망치세요, 지크욘 님!”
“물러서서 다음 기회를 노리세요!”
모두가 지크욘에게 도망치라고 외쳤다.
지상으로 도망쳐 숨어든다면 목숨만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크욘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여력도 없거니와 죽음을 불사한 강찬을 두고 도망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기회란 있을 수 없었다.
여기까지 싸울 수 있었던 것도 강찬과 레드 마스호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이들이 없이는 저 강대한 지구의 세력을 몰아낼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피 말리는 추격전은 계속되었고, 이제 마지막 남은 힘까지 모두 써 버린 지크욘의 눈앞으로 전함의 공격이 밀려들었다.
더 이상의 공간 이동은 무리였다.
“여기까진가? 미안하다, 강찬…….”
시야를 뒤덮는 눈부신 빛을 바라보며 지크욘은 자신의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였고, 마지막으로 친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수천 년을 살아오며 처음으로 진정한 친구라 생각했던 강찬과 함께 원 없이 싸우고 죽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널 만난 건 행운이야. 고맙다, 친구야.”
그렇게 지크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눈을 감는 순간.
눈앞을 뒤덮던 파괴의 빛이 반으로 갈라졌다.
“헉! 무, 무슨?”
지크욘이 놀라 눈을 크게 뜨자 그녀의 눈앞에서 윔급 드래곤의 브레스와 맞먹는 위력을 지닌 빛줄기들이 하나 둘 소멸해 가기 시작했다.
강찬이 서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자기 어깨 위의 지크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마지막 인사는 뒤로 하지…….”
“뭐라고? 헉!”
지크욘은 갑자기 자신의 손을 타고 스며드는 엄청난 마나를 느끼며 경악했다.
텅 빈 드래곤 하트가 순식간에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상 그 어떤 것보다 많은 마나를 저장할 수 있는 자신의 드래곤 하트가 말이다.
“이, 이게 어떻게?”
순식간에 마나를 전부 회복한 지크욘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강찬이 말했다.
“넋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가자!”
강찬의 말에 지크욘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 아, 알겠어!”
적들을 향해 돌격한 레드 레빗이 양손을 펼치고 오러 블레이드를 내뿜자 무려 100미터에 달하는 타오르는 듯한 거대한 검이 솟아났다.
그것은 고작 오러 블레이드란 이름으로 부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오, 오러 파이어?”
레드 마스호의 함교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아르테온의 입에서 그녀도 모르게 오러 파이어란 말이 튀어나왔다.
그것 말고는 저것을 표현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찬의 손에서 오러 파이어가 솟아나는 순간, 눈앞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파괴되었다. 심지어 범위 밖에 있던 적들의 그 어떤 공격도 허용되지 않았다.
드래곤의 브레스와 맞먹는다는 즈베즈다호의 함포도 강찬의 오러 파이어 앞에선 힘없이 소멸할 뿐이었다.
『공격해! 모든 화력을 집중시키란 말이야!』
즈베즈다호의 함교에서 벤질러가 고래고래 악을 쓰며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눈에 띄게 줄어 가는 무인 전투기들을 바라보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리버스 그래비티! 헬라이트닝 버스트!”
지크욘이 강찬에게 질세라 9써클 마법 2개를 동시에 시전했다.
그것은 드래곤 중에서도 지크욘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적을 속박한 레드 레빗의 몸에서 붉은 뇌전이 뿜어져 나오자 주변의 적 무인 전투기가 지옥의 뇌전에 휩싸여 폭발했다.
그토록 튼튼했던 무인 전투기들이 말이다.
지크욘이 몇 번의 전투를 통해 이들이 전격계 주문에 약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순식간에 적 무인 전투기를 정리한 레드 레빗의 다음 먹잇감은 적 자이드였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으아아아악!』
공간 이동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레드 레빗을 본 즈베즈다 대원은 악마를 보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하지만 순식간에 뒤를 따라잡은 레드 레빗의 거대한 오러 파이어에 반 토막이 나 폭발했고, 폭발과 동시에 다른 곳으로 이동한 레드 레빗은 남은 자이드들을 하나하나 파괴해 나가기 시작했다.
『산개하지 마라! 모두 육탄전으로 간다!』
멀찌감치 떨어진 자이드들을 하나씩 공간 이동으로 사냥하는 적을 상대로 그들이 대항할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뭉쳐서 서로서로 보호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한데 모인 그들은 강찬에게는 더욱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뭉쳐 있던 자이드들이 강찬의 오러 파이어에 단숨에 두 토막 세 토막으로 갈라진 것이다.
『크악! 대, 대장!』
홍학매와 레베데프는 자신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지만 이윽고 거대한 폭발에 휩싸이며 우주의 먼지가 되었다.
이제 남은 건 즈베즈다호뿐이었다.
“이제 저것만…… 저것만 없애면, 크윽! 푸웁!”
강찬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며 눈앞 스크린에 비친 즈베즈다호를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