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43
퓨쳐나이트 143화
“야! 괜찮아? 잠깐만 참아! 내가 금방 치료해 줄게!”
지크욘이 급히 강찬에게 치유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나 아무리 치유 마법을 시전해 본들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녀의 마법조차 강찬의 육체의 붕괴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강찬의 육체를 파괴하며 맹렬히 회전하는 힘은 에이션트 드래곤인 지크욘의 치유 속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안 돼! 죽지 마! 죽지 말라고!”
이미 시력을 잃었는지 강찬의 눈동자는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 앞이 안 보여…….”
폭주에 폭주를 거듭한 나머지 육체의 붕괴 속도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처음 6단계를 사용했을 땐 30분 정도 유지되던 육체의 붕괴가 두 번째에선 15분을 넘기지 못했었다. 지금에 와서는 고작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강찬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하며 어깨 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고, 지크욘이 그런 강찬을 붙잡고 오열했다.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마, 마지막 일격이야. 나의 눈이 되어 줘, 지크욘.”
“…….”
즈베즈다호의 공격은 쉴 새 없이 계속되었고, 시력을 잃은 강찬은 감각만으로 파괴의 광선들을 막아 내고 있었다. 그런 강찬의 비장한 모습을 지켜본 지크욘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알았어, 잠시만.”
지크욘은 레드 마스호로 마법 통신을 보냈다.
『레크라시온, 들리는가?』
『들립니다. 로드시여.』
『마지막 계획을 실행한다. 준비해라.』
『로드시여…….』
『잔소리 말고 이행해!』
동족들에겐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지크욘이 언성을 높이자 레크라시온은 지크욘의 굳은 의지를 느끼며 그의 명령에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들이 뭘 준비했는지는 모르지만, 지크욘은 강찬의 머리를 적에게 향하며 말했다.
“적은 네 머리가 향하는 방향에 있어.”
“거리는?”
“약 3킬로미터.”
거리를 듣자마자 강찬은 즈베즈다호를 향해 무작정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가 그토록 서두르는 것을 보면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사실에 지크욘의 눈에선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부모가 죽었을 때도 말이다. 드래곤인 그녀에게 부모란 그저 낳아 준 존재 이상의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찬은 달랐다.
강찬은 지크욘에게 있어 처음으로 마음을 연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강찬의 죽음은 그녀에게 가슴을 도려 내는 듯한 슬픔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줬다.
“남은 거리는?”
“1킬로미터.”
“이제 넌 레드 마스호로 피해!”
“…….”
적의 파상 공세를 뚫고 즈베즈다호로 돌격하는 강찬을 보며 지크욘은 말없이 공간 이동했다.
그녀에게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라지자 강찬은 아무런 미련 없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폭발시켜 즈베즈다호의 베리어를 내리쳤다.
『크아아아아악!』
쿠우우우우우우웅!
엄청난 충격이 즈베즈다호를 강타했고, 그 충격은 우주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마치 거대한 운석과 충돌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 거대한 충격을 이기지 못한 즈베즈다호의 단단한 배리어가 무참히 파괴되었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브레스조차 뚫지 못한 그 배리어가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다음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강찬의 양손에 맺힌 오러 파이어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것은 곧 강찬의 죽음을 의미했다.
그런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지크욘은 우주에 있었다.
그녀가 돌아간 곳은 레드 마스호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급히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했다.
기압도, 공기도 없는 우주는 영하 270도의 초저온 상태였기에, 제아무리 지상 최고의 생명체인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얼마 못 가 죽음에 이를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드래곤으로 현신하자 레드 마스호로부터 13줄기의 빛이 지크욘을 향해 뿜어졌다.
레드 마스호의 드래곤들이 우주로 나와 지크욘을 향해 브레스를 뿜은 것이다.
바로 그것이 그들 모두가 레드 마스호에 몸을 실은 이유였다.
힘의 연계.
드래곤족이 가진 마지막 힘.
그들이 내뿜은 브레스가 지크욘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마법진을 통해 지크욘의 육체에 모였고, 고도로 압축된 그들의 브레스가 지크욘의 브레스와 함께 폭발하듯 뿜어져 나갔다.
그것은 한 드래곤의 희생으로 모든 드래곤족의 힘을 모으는 드래곤족의 권능이었다.
그런 그들의 힘은 신의 힘에 필적한다고 전해지며, 마계의 마왕이 단 한번도 지상을 정복하지 못한 진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지크욘의 육체를 통해 뿜어진 거대한 브레스가 강찬의 일격으로 배리어가 얇아진 즈베즈다호에 직격했다.
“안 돼!”
함교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벤질러가 마지막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비명을 채 다 지르기 전에 함교가 산산조각 나며 화염에 휩싸였다.
지크욘의 브레스가 즈베즈다호를 관통해 버린 것이다.
관통당한 즈베즈다호의 6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거미줄처럼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은 그들이 난생처음 보는 대폭발이었다.
그 폭발의 여파가 멀리 떨어진 레드 마스호를 뒤흔들 정도였다.
“강찬 님! 지크욘 님!”
“지크욘 님…….”
대폭발 속에 사라져 가는 두 영웅의 모습에 드래곤들과 아르테온이 오열했다.
대륙에 사는 모든 종족에게 희망을 찾아 준 두 영웅의 장렬한 최후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즈베즈다호가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진 후에도 한동안 레드 마스호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다.
두 영웅의 장렬한 희생 앞에 말이다.
그러나 그들에겐 이대로 주저앉아서 슬퍼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지구의 침략자를 몰아낸 지금, 지상에 남은 그들의 잔당들을 몽땅 쓸어 버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지구인들과 치른 전투도 힘겨웠지만, 지상에서 수천만에 달하는 적들과 교전 중일 대륙 연합군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일 터였다.
서둘러야만 했다.
“저는 두 분의 뜻을 받들어 지상에 남은 적의 잔당들을 처리하러 가겠습니다.”
“우리 드래곤족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지크욘이 소멸한 이후, 다음 드래곤족의 로드가 된 레크라시온의 눈은 복수심으로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런 그의 분노는 녹색 엘프와 다크 엘프에게로 향했다.
거의 반파된 레드 마스호가 기수를 돌려 네오 어스로 귀환하자 고요한 우주엔 처량한 고철들만이 남아 치열한 전투의 흔적을 말해 주고 있었다.
우주에서의 전투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대륙 연합군은 녹색 엘프들에게 포위된 채 차츰 괴멸당해 가고 있었다.
아무리 성능 좋은 무기로 무장했다고는 하나 숫자를 앞세운 녹색 엘프를 도저히 당해 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베고 베어도 끝을 모르고 달려드는 적들에게 선두에 섰던 기사들이 마나의 고갈을 느끼며 차츰 뒤로 밀리기 시작했고, 그 뒤에 포진한 소총수들과 일반 보병들은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기간테스들의 싸움도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이제 남은 기간테스의 수는 고작 50기.
수십만에 달하는 트롤 엘프들과 끊이질 않고 계속 충원되는 양산형 기간테스 때문에 그들조차 괴멸 직전에 놓인 것이다. 그런 그들의 검에 맺힌 오러는 희미할 뿐이었고, 마나의 고갈로 말미암아 그 위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대원들.
그런 그들 앞에 지금껏 구경만 하고 있던 그린과 네미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아드를 동반한 채로 말이다.
그린은 네미츠의 곁에서 그들을 보며 조소 어린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눈앞의 이들만 제거하면 앞으로 자신들의 제국을 넘볼 세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린은 비록 강제로 그들의 수족이 되었지만 이 세상에 복수만 할 수 있다면 그들의 수족이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목표로 삼았던 4대 종족의 전멸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네놈들! 부끄럽지도 않으냐!』
위기에 몰린 엘라디온이 호통을 치자 그린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뭐가 말이지?”
『외계의 침략자들의 편에 서서 소중한 우리의 터전을 갖다 바치다니, 조상님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어디가 우리들의 터전이란 거지? 당신들이 언제 우리를 같은 대륙에 사는 한 종족이라고 인정해 준 적 있나?”
『…….』
엘라디온은 그린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엘프족은 단 한번도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크 엘프들이 음습하고 어두운 동굴 속에서 살게 된 것도, 녹색 엘프들이 저주받은 땅이라 불리는 아이스랜드에 뿌리를 내린 것도 모두 그들의 소행이었다.
엘라디온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자 옆에 서 있던 작센 공작이 엘라디온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과거의 원한은 모두 잊고 함께 힘을 합쳐 외계의 침략자들을 몰아냅시다!』
작센 공작은 그 말이 씨알이라도 먹힐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속에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역시나 돌아오는 건 그린의 싸늘한 비웃음뿐이었다.
“훗, 웃기시는군. 나보고 과거의 원한을 모두 잊으라고? 너희 종족이 나에게 준 고통이 어떤 것인데, 그걸 그냥 잊으라는 것이냐?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쉽게 말하다니, 역시 너희 인간들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이야!”
작센 공작의 진심 아닌 말이 그녀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
설령 그녀가 과거의 원한을 모두 잊는다 해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구인이 심어 둔 칩이 있기 때문에 애당초 합심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린은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그것뿐이냐? 그럼 이제 죽어라…….”
그린이 손을 들어 그들을 가리키자 잠시 공격을 멈췄던 녹색 엘프들이 다시금 공격을 개시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또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대기권을 뚫고 한 대의 전함이 창공 위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승리하고 돌아온 전함이 이번 전쟁의 승패를 결정 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 작은 점에 불과했던 전함이 지상 가까이 내려왔다.
모두의 앞에 치열한 교전으로 파괴된 흉측해진 몰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윽고 대륙 연합군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비록 흉측하게 파괴되긴 했지만 승리하고 돌아온 전함은 강찬이 타고 온 레드 마스호였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연합군의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린과 네미츠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를 장담했던 즈베즈다 대원들이 패배한 것이다.
현재 그들이 대륙 연합군을 압도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잠깐의 승리일 뿐.
상황은 역전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절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흉측하게 파괴된 전함 안에서 무려 13마리나 되는 거대한 드래곤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드래곤 무리를 바라보는 녹색 엘프들은 두려움 앞에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지크욘의 뒤를 이어 새로운 로드가 된 레드 드래곤 레크라시온이 그런 그들에게로 공격을 퍼부으려 하자 나이아드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이러면 곤란한데? 그대들이 우리와 맺은 언약을 잊은 건가?”
정령왕과 드래곤이 맺은 언약.
그것은 이 세계를 지배하는 4대 종족의 개체 수를 현저히 줄이는 것이었다.
“아직도 그들의 피가 부족한가, 나이아드여?”
“보다시피 우리 계획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네, 젊은 드래곤이여.”
6,000년을 넘게 살아온 레크라시온에게 젊은 드래곤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고적부터 이 별과 함께해 온 나이아드에 비하면 레크라시온은 그저 철없는 어린 도마뱀,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런 나이아드의 의도를 모를 리 없는 레크라시온은 드래곤족의 로드답게 화를 식히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미안하지만 우리의 언약은 여기까지네, 나이아드여. 그대들이 만든 저 멍청하고 미련한 것들을 보라. 저들은 이 땅을 어지럽힌 것도 모자라 외계에서 온 침략자들과 내통하기까지 했다. 저것들은 우리 드래곤에게 있어서 이계에서 온 침략자의 앞잡이일 뿐. 우리 드래곤은 이 세계의 조율자로서 저들을 결코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
“…….”
나이아드는 레크라시온의 제의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그 역시도 우주에서 온 외계 세력과 내통한 그린의 판단이 영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들이 아르칸도르 대륙에 끼친 환경 오염은 정령왕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들에 비하면 대륙 4대 종족은 양반이었다.
그들은 4대 종족이 수천 년을 오염시킨 것을 단 3년 만에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