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44
퓨쳐나이트 144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공해를 발생시키는 종족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이미 초기의 목표는 달성한 지 오래였다.
그의 의도대로 대륙을 지배하던 4대 종족의 개체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녹색 엘프.
이제 정령왕에게 남은 문제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녹색 엘프의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고민도 손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눈앞의 드래곤들이 알아서 그들을 처리해 줄 테니 말이다.
나이아드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음,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군. 나 역시 그 부분은 별로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좋다. 그럼 나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녹색 엘프의 처분은 그대들, 드래곤족에게 맡기겠다.”
그 말을 끝으로 나이아드는 정령계로 돌아가 버렸다. 그린의 의지와는 반대로 말이다.
그린이 당황하며 나이아드를 찾았다.
“나이아드! 나이아드! 어딜 가는 거야, 나이아드!
그린은 정령왕의 갑작스런 배신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녀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나이아드 덕이기 때문이다.
그린은 마치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계속해서 나이아드의 이름을 외쳤다.
그 모습을 본 레크라시온은 조소 어린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존재여, 그것을 아는가? 네가 살아온 인생 내내 정령왕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을…….”
“그, 그게 무슨 말이지?”
“너와 같은 녹색 엘프가 탄생한 것도, 네가 불행한 삶을 살게 된 것도 모두가 다 정령왕들이 꾸민 계략에 불과하다. 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4대 종족의 수를 줄이기 위한 살인 도구였을 뿐이야.”
“거, 거짓말…….”
저주받은 자신의 탄생과 불행했던 삶 모두가 정령왕들의 계략이었다는 레크라시온의 말에 그녀는 현실을 부정했다.
그것은 그녀로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나이아드는 그녀에게 있어 구원자였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나이아드는 절대 그렇지 않아!”
“아직도 모르겠나? 나이아드는 너희 종족을 버리고 떠났다. 너희 종족의 처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말이다. 그런 그를 아직도 두둔하다니, 정말로 어리석구나. 그러니 나이아드에게 실컷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는 것일 테지.”
“웃기지 마! 너희 드래곤이 뭘 안다고 그래? 나이아드는 나의 은인이란 말이야! 지금은 네놈의 계략에 잠시 넘어간 것뿐, 피닉스라면 날 도와줄 거야! 피닉스, 도와줘!”
“소용없는 짓이다.”
레크라시온의 말대로, 그녀가 아무리 불의 정령왕 피닉스를 불러 본들 피닉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피닉스! 피닉스! 에리얼! 대답해! 대답하란 말이야!”
역시나 레크라시온의 말대로 정령왕들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피닉스…… 제발 대답해 줘, 제발…….”
“아무리 불러 봐도 소용없다. 그들은 애당초 너 따위 반쪽짜리 엘프가 감히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니까.”
그녀 또한 그의 말뜻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역시도 정령왕들이 자신과 계약해 준 의도가 궁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 진짜야? 그런 거야? 나이아드?”
그린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과거 절망 속에 빠진 자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복수의 길을 열어 준 나이아드.
그런 나이아드는 그린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였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런 나이아드의 배신은 그녀에겐 그 어떤 배신보다도 가혹했다.
그린은 순식간에 백치 상태가 되었고, 초점 없는 눈으로 어딘가를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거, 거짓말이라고 해 줘, 제발…….”
“너의 기구한 삶이 딱하긴 하지만 우리 드래곤의 분노에 자비란 없다.”
레크라시온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지상의 녹색 엘프들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그러자 다른 드래곤들도 그의 뒤를 따라 녹색 엘프를 향해 브래스를 내뿜기 시작했다.
전쟁터는 그렇게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50. 삶과 죽음의 끝에서
지크욘은 조용히 눈을 떠 눈앞을 바라봤다.
수많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
하지만 그것은 항상 봐 오던 지상의 밤하늘이 아니었다.
지금 그녀가 눈을 뜬 곳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곳, 바로 우주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녀는 숨이 막히지도, 춥지도 않았다.
잠시 후, 지크욘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난 죽은 건가?’
주변을 둘러본 그녀는 자신의 육체가 갈기갈기 찢겨 초극저온에 얼어붙은 채로 날아다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모든 드래곤들의 힘을 모아 전함을 파괴한 자신의 육체가 멀쩡할 리 없었다.
‘기분 참 더럽군.’
자신의 시체를 바라본 그녀는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리고 자신의 시체를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죽음이란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이것이 바로 죽음이란 것이구나.’
만 년이란 시간을 살아가는 드래곤에게 죽음이란 단어는 그다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이었다.
허나 그들조차 죽음이란 피해 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친구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강찬은 무사할까?’
막연한 기대일 뿐이었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기억이 끝나기 전까지는 강찬을 실드로 보호한 그녀였지만, 그녀가 죽고 난 뒤에도 실드가 강찬을 지켜 줬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지크욘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자신을 부르는 곳으로 떠나야 했다.
그 순간, 그녀의 시야에 뭔가 낯익은 것이 들어왔다.
‘저, 저것은?’
그것은 바로 강찬이 타고 있던 레드 레빗이라 불리는 강철 거인이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으리라 생각했던 강찬의 레드 레빗은 팔다리만 없을 뿐, 몸통은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우주를 표류하고 있었다.
지크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힘껏 레드 레빗을 향해 나아갔다.
먼 곳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친구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윽고 레드 레빗에 도착한 지크욘의 영혼은 레드 레빗의 견갑부를 통과해 조종석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그녀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강찬이 누워 있었다.
거기다 그는 살아 있기까지 했다.
미약하기는 했지만 강찬은 분명히 숨을 쉬고 있었다.
육체가 붕괴하며 죽어 가던 모습 그대로 말이다.
훤칠했던 외모는 어디로 갔는지 머리카락도 몇 가닥 남지 않았고 얼굴은 온통 깊은 주름과 튀어나온 혈관으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강찬이었다. 지크욘은 그가 살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신께 감사했다.
‘살아 있었구나, 자식…….’
하지만 곧 지크욘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녀가 본 강찬의 영혼이 깊이 어둠 속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영혼은 잠들어 있었다.
영혼의 힘까지 모두 소진한 그는 끝내 지쳐 잠들어 버린 것이다.
그것은 육체가 지쳐 잠든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영혼이 잠들면 깨어나기까지 1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강찬이 식물인간이 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강찬이 이런 곳에서 계속 잠든 채로 있다면 그 역시 자신처럼 죽음을 맞이할 것이 분명했다.
당장 그를 깨워야만 했다.
‘야! 일어나! 이런 곳에서 잠들면 안 돼! 일어나! 일어나라고!’
지크욘의 영혼이 어둠 속에 잠긴 강찬의 영혼을 불러 보았지만 그의 잠든 영혼은 깨어날 줄을 몰랐다.
‘일어나란 말이야! 이 바보 자식아!’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는 강찬.
지크욘은 어쩔 수 없이 강찬의 영혼이 잠긴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강찬을 붙들고 끌어냈다.
‘이 자식아! 제발 눈을 떠! 눈을 뜨라고!’
하지만 강찬의 영혼은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 잠긴 그의 영혼은 그녀에게는 너무나 무겁고 차갑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지크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친구가 죽는 것을 허무하게 바라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어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
영혼이 되었어도 그녀의 성질은 여전했다.
지크욘의 영혼이 강찬의 영혼을 감싸고 발악했고, 그런 그녀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강찬의 영혼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됐다! 조금만! 그래, 조금만 더!’
그렇게 지크욘의 도움으로 서서히 어둠 속에서 밝은 곳을 향하는 강찬의 영혼.
이윽고 강찬의 영혼이 어둠을 벗어나 밝은 곳에 도달하자 지크욘의 영혼이 튕기듯 강찬의 몸 밖으로 밀려났다.
육체의 주인인 강찬의 영혼이 눈을 뜬 것이었다.
기진맥진한 지크욘의 영혼이 드디어 한숨을 놓았다.
‘휴, 됐다! 정신을 차렸어!’
강찬의 영혼이 제자리에 돌아가자 지크욘은 이제 그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린 친구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바람과 다르게 강찬은 바로 깨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계속 잠들어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촉박한 지크욘으로선 그를 두들겨서라도 깨우고 싶었지만 영적인 부분만이 남은 그녀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아등바등하고 있을 때, 잠들어 있던 강찬의 육체에 이상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으드드득! 으드득! 뿌득!
‘뭐, 뭐지?’
갑자기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계속되더니 강찬의 육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두 번째 바디 체인지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정말로 소드 엠페러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르칸도르 대륙의 역사 속에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했던 전대미문의 경지를 지구인인 강찬이 이룩해 낸 것이었다.
그가 영혼이 깊은 심연 속에 빠진 것도 소드 마스터에서 소드 엠페러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오는 심적 충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충격에 빠진 그의 영혼을 지크욘이 꺼내 줬기에 지금 그의 육체는 소드 엠페러로 변하는 중이었고,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지크욘만이 안절부절못할 뿐이었다.
‘뭐가 잘못된 거지?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거지?’
더욱 가속화되는 괴현상에 지크욘은 당황해서 어찌할 줄을 몰랐고,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낸다 한들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가장 지혜롭다는 에이션트급 드래곤인 그녀조차 처음 겪는 괴이한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그토록 당황하고 있을 때에도 강찬의 바디 체인지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예전과 같이 몸속에 쌓인 노폐물들이 피부 밖으로 밀려 나왔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가 된 이후로 그의 육체에 쌓인 독소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예전처럼 고약한 악취가 나진 않았다.
노폐물을 밀어낸 강찬의 육체에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과 눈썹이 불타 사라졌다. 이빨이 빠지고 모든 것이 새롭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런 강찬의 모습은 지크욘이 보기에도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마치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듯 말이다.
육체의 재구성을 마친 강찬은 이윽고 태양의 빛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지상보다 더욱 강력한 태양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우주.
그런 우주에 퍼진 무한한 태양의 에너지가 마나로 변해 강찬의 단전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한 마나의 양은 예전과 비교도 할 수도 없을 만큼 막대한 양이었다.
강찬이 서서히 눈을 떴다.
“여, 여긴?”
강찬은 눈앞에 펼쳐진 낯익은 풍경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내가 살아 있는 거지?”
강찬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죽었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숱한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강찬에게도 이번 일만큼은 절대로 믿어지지가 않았다.
죽기 직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의 볼 위로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뭐지, 이 눈물은?”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눈물이 나는 이유를 그는 알지 못했다.
단지 그가 알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이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흐르는 기쁨의 눈물이 아니라는 것뿐이었다.
갑자기 밀려드는 슬픔.
소중한 것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강찬은 왜 이런 감정을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곧 자이드 컴퓨터의 경고가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산소 잔량이 15분 분량 남았습니다. 서둘러 귀환해 주세요.
강찬은 급히 눈물을 닦고 자이드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러나 사태는 절망적이었다.
플라이트를 잃은 레드 레빗은 우주 공간에서 꼼짝도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법을 통한 비행도 지크욘 없이는 불가능했다.
방법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레드 레빗을 버리고 비상용 탈출정으로 탈출해야만 했다.
강찬의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것 말고는 네오 어스로 돌아갈 방법이 전무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