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46
퓨쳐나이트 146화
“벌써 만삭이라니…… 이 세상엔 너처럼 새끼를 빨리 낳는 종족이 있지.”
“새끼를 빨리 낳는 종족? 그게 나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
“그들이 바로 오크이기 때문이지. 오크는 1년에 2번씩 번식할 수 있거든, 아마도 네 몸에 흐르는 오크의 피가 이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오크의 피라니…….”
오크의 피라는 말에 그린이 자신의 몸을 부여잡고 치를 떨었다.
그 끔찍한 피가 자신의 몸에 흐른다고 하면 기뻐할 여인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흔들리는 그녀에게 나이아드가 쐐기를 박았다.
“참고로 오크는 한번 아이를 낳을 때 거의 6마리에서 12마리까지 낳는 걸로 아는데.”
“…….”
그녀는 아주 심각하게 아기를 지울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이 더 지나고, 그린은 전보다 더욱 부른 배를 잡고 고통에 치를 떨고 있었다.
“아악! 너무 아파! 도와줘, 나이아드! 아악!”
“미안하다. 난 무형의 존재라 너에게 도움이 될 수가 없다.”
“아악!”
그린은 8시간의 산통 끝에 6명의 아이를 낳았다.
남자아이 둘과 여자아이 넷을 말이다.
아기들은 보통 인간의 아기의 비해 그 크기가 반밖에 안 됐지만, 모두 온전한 아기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아기들은 자신처럼 엘프의 귀를 가지지도 않았다. 오크처럼 흉측한 모습도 아니었다. 놀랍게도 아기들은 인간의 형상을 지니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에 오크의 녹색 피부를 가진 아이들이 태어난 것이다.
아이들의 아비는 그린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간남성 중 하나일 것이었다.
“후…… 후우…… 또다시 저주받은 생명이 태어났구나…….”
“축하한다, 모두 건강해 보이는구나.”
자신처럼 저주받은 삶을 살아갈 6명의 아이들을 보는 그린의 눈에는 슬픔의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에 그 눈물은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고마워, 나이아드.”
“뭐, 별로. 그건 그렇고, 난 너의 숨겨진 힘을 찾은 것 같다.”
“숨겨진 힘? 무슨 힘?”
“차차 알게 될 거야.”
“그래.”
그린은 나이아드의 의미심장한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뒤로 아이들은 눈에 띄게 성장했고, 그린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할 위험한 골짜기 안에 터를 잡고 집을 지었다.
나이아드와 함께인 그들에게 위협을 가할 몬스터 따윈 없었다.
그런 그곳에서 누리는 생활은 하루하루가 평화 그 자체였다.
그 시간은 그녀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누려 본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린의 표정은 예전과는 다르게 매우 밝고 아름다운 미소로 가득했다.
아이들과 지내는 평화로운 시간이 그녀의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해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이아드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린의 안정된 삶 따위는 나이아드에겐 아무런 도움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아드는 그린에게 숲 주변에 인간들의 마을이 생겨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당연히 그녀는 분노했다.
이곳은 자신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살아야 할 곳.
그런 곳에 철천지원수 같은 인간들이 침입하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린은 오랜만에 나이아드와 인간 사냥을 나섰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였다.
나이아드가 그린 몰래 인간들에게 녹색 마녀가 이 숲에서 저주받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인간들이 녹색 마녀의 자식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그린이 집을 비운 사이, 인간들은 기사들을 앞세워 그린의 집을 덮쳤다.
그들은 마녀의 집에 불을 지르고, 그 집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을 처참히 죽였다.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을 말이다.
인간의 마을을 휩쓸고 돌아온 그린은 아이들의 싸늘한 주검 앞에 오열했다.
그녀의 눈에선 피눈물이 흘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안 돼! 안 돼!”
그녀가 미친 듯 오열하는 모습에 나이어아는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매우 유쾌한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그 후로 그린은 한동안 피에 젖어 살았다.
자식을 잃고 상처 입은 짐승처럼 말이다.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그녀는 항상 피에 갈증을 느꼈고 그렇게 복수에 사무친 그녀도 점차 피폐해져 갔다.
그렇게 그린이 망가져 갈 때쯤, 나이아드가 그녀에게 조심히 제안했다.
최후의 카드를 내밀 때가 된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 지난 100년간 공을 들여 온 그였다.
“이렇게 우리끼리 살육을 벌여 봤자 4대 종족들을 이 대륙에서 몰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정령왕의 힘을 지닌 그녀라도 대륙은 그녀의 생각 이상으로 넓었다. 단신으로 널리 퍼져 사는 인간과 오크, 엘프, 드워프를 모두 찾아다니며 제거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피폐해진 그린의 말투는 칼날처럼 날카로워져 있었지만 나이아드는 별로 상관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다시 아이를 낳아라.”
“뭐라고?”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로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라.”
나이아드의 놀라운 제안에 그린이 짜증 가득한 말투로 대답했다.
“새로운 종족을 만들라고?”
“그렇다, 네 꿈을 이루는 건 혼자선 결코 불가능하다. 그러니 아이를 낳아 집단을 이뤄라.”
“하지만, 아이들을 낳는 걸로 충분할까?”
“넌 아직도 네 능력을 모르나 보군.”
“내 능력?”
“내가 보기에 넌 종족을 융합하는 능력을 지녔다. 예전에 죽은 네 첫 번째 아이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나이아드가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들에게 살해당한 첫 번째 아이들을 거론하자 그린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 아이들이 뭐가 어쨌는데?”
“그 아이들은 너와는 다른 모습이었지. 피부만 녹색일 뿐 겉모습은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넌 다른 종족의 씨를 받아 네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완벽하고 무서운 종족이 있을까?”
나이아드의 말은 그린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그녀는 죽은 아이들의 얘기에 들끓던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이아드의 말대로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로 무서운 힘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크의 번식력, 엘프의 긴 수명과 민첩함, 인간의 적응력, 드워프의 손재주, 트롤의 재생력…… 그 모든 것을 가질 수만 있다면, 과연 그것만큼 완벽한 종족이 있을까?
홀로 생각을 정리하는 그녀의 마음은 점차 나이아드의 의견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저 저주받을 종족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삶의 희망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그녀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좋아, 한번 해 보지…….”
“잘 생각했다. 조금 수치스러울 수도 있지만 대의를 생각해라.”
“수치? 평생 인간들 아래에 깔려 살아온 나에게 수치심이란 게 있을 것 같아?”
“안타깝지만 믿음직스럽군.”
그렇게 막무가내로 파괴를 일삼던 그린과 나이아드는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종족을 건설하기 위해 멀고먼 여정을 떠났다.
“이번에는 트롤이 좋겠군. 트롤의 강한 재생력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홀로 사냥감을 찾아 헤매는 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트롤을 바라보며 나이아드가 말하자 잔뜩 긴장한 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린으로선 트롤이란 몬스터를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나이아드가 트롤을 산 채로 잡아 그린 앞에 대령하자 그린은 자신의 두 배에 달하는 거대한 트롤의 기세에 조금 긴장하는 눈치였다.
흥분해서 날뛰는 트롤의 기세가 제법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몬스터 따위에게 질 그린이 아니었다.
그린이 단도 하나를 꺼내 트롤의 온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어딜 노려 봐, 앙?”
퓨슉! 퓨슉! 쓱! 쓱!
“쿠에에에에에에엑!”
트롤은 그린의 거침없는 칼질에 고통의 찬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단도에 난 상처들은 이내 하얀 거품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 놀라운 재생력에 그린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정말로 놀라운 재생력이야.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굉장하겠는걸?”
“트롤은 머리를 제거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살아나는 위협적인 몬스터지.”
“흠……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얘랑은 못할 거 같아. 이건 도저히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야…….”
키가 인간의 2배를 훌쩍 넘는 트롤.
그 아랫도리에 달린 물건은 한낱 엘프가 감당할 만한 크기가 아니었다.
발기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그 굵기가 인간의 장딴지만 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네가 원한다면 놈의 몸속에서 정액을 추출해 줄 수 있다.”
“그게 가능해?”
“물론, 정액이란 것도 물은 물이니깐.”
“그, 그런가?”
“그렇다.”
“그럼 시작하자, 나이아드.”
나이아드의 물로 된 손이 트롤에 그곳으로 향하자 트롤이 기성을 질렀다. 이윽고 하얀 정액이 뽑혀 나왔다.
나이아드는 손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주먹 크기의 정액 덩어리를 보여 주며 말했다.
“어때? 쉽지?”
“그러네, 근데 덩치가 크니깐 양도 어마어마하다.”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어? 자, 이젠 주입해야지.”
“알았어.”
그린이 서슴없이 팬티를 내리자 트롤의 정액이 그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게 끝이었다.
나이아드 덕분에 트롤의 씨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게 마무리되었다.
그린은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그녀가 닳고 닳은 창부라 할지라도 몬스터와 살을 섞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멀리서 트롤의 구슬픈 비명이 울려 퍼졌다.
종마의 역할을 마친 트롤이 살아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린은 트롤의 씨를 얻었다.
그 후로 4개월이 지나, 그린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또다시 아이를 낳았다.
처음 태어난 아이들과는 다르게 트롤의 얼굴을 한, 그리 귀엽지 않은 아이들을 말이다.
그러나 그린은 그런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생김새와 상관없이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녹색의 트롤 엘프들이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기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났고, 아이들은 걸음마를 할 정도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트롤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빨랐던 것이다.
덩치도 그린의 허리까지 올 정도로 거대했다.
그런 아이들의 극성 어린 장난을 받아 주는 그린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보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린이 다음 타깃으로 잡은 것은 드워프였다.
드워프는 상당히 호전적인 종족으로, 상당한 힘과 체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보석과 금속을 얻기 위해 평생을 땅속에서 생활하는 종족이었다.
그런 그들의 손재주는 매우 꼼꼼하고 섬세했다.
작은 못과 망치를 만들어도 그들은 대충 만드는 법 없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그런 그들의 장인 정신은 이미 전 대륙에서 인정받고 있었고, 대륙의 모든 종족들이 그들이 만들어 낸 무기와 세공품을 최고로 쳤다.
그들의 힘은 녹색 엘프의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었다.
그날 밤, 그린은 하늘에서 드워프의 마을을 내려다보며 사냥감을 물색했다.
혼자 떨어진 젊은 드워프를 찾으려고 말이다.
그러던 중 그린의 눈에 광산 뒤쪽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시는 한 젊은 드워프가 들어왔다.
“저놈이 좋겠어. 다른 드워프에 비해 상당히 젊어 보이는데?”
“내가 봐도 저놈이 적당한 것 같군. 저놈으로 납치하겠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씨를 받기로 작정을 했으면 젊은 드워프로 고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나이아드에게 그런 드워프 하나 납치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였고, 드워프를 끌고 둘이 도착한 곳은 이름 모를 높은 산맥의 봉우리였다.
“으힉! 여, 여긴 어디지? 너는 누구냐? 왜 날 여기로 데려온 거지?”
드워프는 매우 놀랐는지 쉴 새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계했다.
그때, 검은 로브를 깊게 눌러쓴 그린이 그의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경계하지 마세요. 헤치지 않아요.”
“누구냐, 넌! 왜 날 여기로 데려온 거지?”
“당신에게 해를 끼칠 뜻으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만 부탁할 게 있어서.”
“흥! 무슨 부탁이기에 나를 이런 험한 곳으로 납치한단 말이냐?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냐? 내 베틀엑스만 있었어도 넌 이미 두 동강 났을 것이다!”
작달막한 드워프는 상당히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고, 그린이 부드럽게 나서자 오히려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부탁이 부탁인지라 다른 드워프들이 있는 곳에서는 부탁할 수가 없는 관계로…….”
“흥! 무슨 부탁이기에 다른 드워프들이 있는 곳에선 말할 수 없단 말이냐? 허황된 부탁이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들어줄 용의가 없다!”
“허황되거나 터무니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단지 저와 하룻밤만 자 주십사하고…….”
“뭐라고?!”
생각지도 못한 부탁을 하는 여인에게 드워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