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7
퓨쳐나이트 17화
“처음치곤 제법 자연스럽게 앉아 있구나. 보통 이 자세로 앉으면 불편해하기 일쑤인데 말이야. 자, 그럼 계속하겠다. 먼저 이렇게 앉은 후 견식 호흡으로 어깨를 이용해 공기를 흡기한 후 가슴을 통한 흉식 호흡으로 강하게 응축한 다음 복부로 내려 복식 호흡으로 압축한 공기 속에 마나를 배꼽 아래 위치한 마나 홀이라는 곳으로 인도하는 것이지. 이 앞서 말한 세 가지 호흡을 단 한 번의 호흡 안에 해내야 한다. 이해가 되나?”
“잠시만, 마나 홀이란 게 대체 뭐니까?”
“이거야, 원. 이렇게 기억력이 달려서야. 내가 전에 설명해 줬을 텐데? 소문에 의하면 암기력과 이해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들었는데 모두 헛소문인가 보군.”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만 더 설명을.”
“알았다. 다시 한번 설명해 주지. 잘 들어라.”
그렇게 1시간 동안 기초 호흡법과 마나 홀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과 실습을 한 후 강찬이 어느 정도 그 괴상한 호흡법에 익숙해지자 엘라디온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제 너는 기본적인 호흡법을 익혔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진짜로 힘든 과정이니 앞으로 너무 급히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하도록 해라.”
“네, 마스터.”
“대자연에 흩어져 있던 마나는 특성상 원래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법이 없단다. 그래서 우리는 마나를 마나 홀에 모아 피가 흐르는 혈관과 마찬가지로 마나 라인이라는 작은 통로를 개척해 끊임없이 온몸으로 회전시켜 줘야만 한단다. 그렇게 해야지만 마나는 너의 몸을 벗어나지 않고 네 몸 안에 자리 잡게 되지. 이 과정은 마치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온몸을 일주하듯이 마나를 마나 홀에서 뿜어내어 마나 라인을 통해서 온몸으로 일주시키는 것이다.”
엘라디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 강찬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일단 머릿속에 무조건 욱여넣고 찬찬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컴퓨터, 마스터의 말씀 모두 저장해 줘.’
-네, 알겠습니다.
강찬이 녹화를 뜨는 동안에도 엘라디온의 강의는 계속되었다.
“또한 마나에는 저마다 고유의 속성이라는 것이 있다. 그 속성이란 크게 불 속성과 물 속성, 바람 속성, 땅 속성, 번개 속성 등 총 다섯 개에 이르며 이와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속성이 바로 빛과 암흑이지. 이는 모든 마법의 근원이 되며 우리도 이와 다르지 않은 마나를 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항상 유념해야 할 것들이란다.”
‘속성이란 것은 또 뭐지?’
전혀 알지 못하는 이론 앞에 강찬은 다시 한번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왜 이 마나의 속성에 대해 거론하는 것이냐면 속성에도 동류의 속성이나 서로 상생이 되는 속성이 있는 반면 서로 상극인 속성도 있기 때문이지. 만일 동류나 상생인 속성들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이로운 속성만을 마나 홀에 모은다면 서로서로 도와 가며 더욱 강한 위력을 발휘할뿐더러 상생의 마나는 서로가 서로를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기에 마나의 절대량의 증가를 더욱 가속할 수 있지. 하지만 만일 상극이 되는 속성을 잘못 모으게 된다면 그로 인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단다.”
“끔찍한 일이란 게 어떤 것입니까?”
“바로 불과 물처럼 서로가 서로를 소멸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앞으로 네가 받아들이게 될 마나에도 분명히 속성이 있을 것이니 이점 꼭 유념해서 마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 어떻게 그들 속성을 알고 분리해서 흡수한단 말입니까?”
“그건 네가 마나를 느끼게 된 후에 알려 주겠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약간 아쉬워하는 표정의 강찬을 바라보며 엘라디온이 다시 사악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자, 그럼 마나 호흡법의 기초도 알려 줬으니 다시 수련을 시작해 볼까?”
“벌써 말입니까?”
“수련은 언제나 항상 모자란 법이지.”
“마스터, 아직 점심도 못 먹었는데 밥이라도 먹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
“내 오랜 경험으로 미뤄 보아 마나란 말이지, 빈속일 때 더욱 잘 느껴지더구나.”
엘라디온의 표정에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
“…….”
강찬은 울면서 겨자 먹듯이 밥도 먹지 못하고 빈속으로 폭포를 향해 힘없이 걸어갔다.
그런 강찬을 바라보는 엘라디온은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초조한 마음을 강찬이 알아줬으면 했다. 이렇게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7. 다가오는 녹색의 그림자
대륙의 등뼈라 불리는 헬리우스 산맥과 마테우스 산맥이 만나는 경계 지역에 위치한 카르멜 공국은 대륙의 가장 북단에 위치하여 사시사철이 겨울인, 얼어붙은 불모지의 왕국이었다.
그런 그들은 지금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혹독한 겨울에 강추위로 얼어 버린 바다 위로 끝도 없는 녹색의 물결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카르멜 공국 보병들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어마어마한 적들의 숫자 앞에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끝도 없는 수평선을 가득 메우고 다가오는 녹색 피부를 한 이들.
생김새는 마치 오크와 같았지만 오크는 아닌 자들이었고, 선두를 달리는 녹색의 거대한 트롤도 진짜 트롤이 아니었다.
생김새만 조금씩 다를 뿐, 그들의 얼굴은 놀랍게도 엘프들이었다.
겨울이 오면 얼어 버리는 바다 위로 표범을 사냥하는 에스키모인들에게 첩보를 받은 카르멜군은 부랴부랴 전군을 동원해 그들을 막기 위한 방어 전선을 펼쳤다.
하지만 끝도 보이지 않는 녹색 엘프들의 숫자 앞에 그저 망연자실해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노, 녹색 마녀의 자식들이 끝도 없이 몰려옵니다, 사령관님!”
“도대체 어디서 저런 대군이!”
끝도 없이 몰려드는 녹색의 거대한 물결을 바라보며 카르멜 공국의 사령관이라는 자는 허탈한 표정으로 망연자실해져 버렸다.
수평선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그들의 수는 어림잡아도 수십만은 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령관님 서둘러 성으로 퇴각을, 크엑!”
그를 보좌하던 보좌관이 날아든 화살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버렸고, 그를 시작으로 소낙비 같은 화살 비가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사령관님을 보호해라! 기간테스, 앞으로! 마법 병단, 포격해라!”
날아드는 화살 비로부터 방패로 무장한 기사들이 사령관을 보호하며 일사불란하게 성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녹색의 무리와 맞닥뜨린 선두에선 피보라가 일었다.
10기밖에 되지 않는, 기간테스라 불리는 신장 6미터의 강철 거인들이 거대한 철퇴와 도끼를 휘두르며 한 번에 수십 명의 녹색 엘프들을 육편으로 만들었지만 그도 잠시뿐이었다.
키가 3미터에 이르는 중갑주에 거대한 도끼를 든 녹색 엘프들이 압도적인 숫자로 몰려들자 그조차도 차츰차츰 바닥을 뒹구는 초라한 고철 덩어리들로 변해 갔다.
작은 왕국에 걸맞은 초라한 숫자의 마법 병단들은 쉬지 않고 녹색 엘프들을 향해 강력한 익스플로젼 마법이 담긴 마갑탄을 날렸지만 하늘을 새카맣게 가릴 정도로 날아드는 화살 비로 인하여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되어 괴멸되어 갔다.
그렇게 불과 몇만도 채 되지 않을 인간의 진형을 50만에 육박하는 거대한 녹색 무리가 빠르게 에워싸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녹색의 여인이 세 개의 뿔을 가진 은빛 페가수스 위에 앉아 무너지는 인간들의 전세를 바라보며 실소하고 있었다.
“오욕의 500년, 이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그녀가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와중에도 수많은 인간이 녹색 엘프들의 손에 시체로 변하고 있었다.
“오늘을 시작으로 전 대륙 모든 종족은 녹색 깃발 아래 시체로 변할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폭풍처럼 인간의 진형 위로 날아든 그녀의 손짓에서 무자비한 공격들이 퍼부어졌다.
“윈드 버스터.”
그녀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엄청난 진공의 회오리가 인간들의 머리 위로 작열했다.
처절한 비명과 함께 면도날에 갈기갈기 찢긴 듯한 수백 명의 시체가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그녀의 힘이 아니라 그녀가 타고 있는 은빛 페가수스의 힘이었다.
그 페가수스의 이름은 정령왕 에리얼.
세상 모든 바람의 주인이었다.
“마, 마, 마녀다! 마녀가 나타났다!”
“정령왕이다!”
그 말 한마디에 병사들의 사기는 어둠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삶의 희망이 완전히 꺼지고야 만 것이다.
5대 정령왕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녀의 힘은 이 세상 모든 종족을 통틀어서라도 대적할 자가 없었다.
그것이 설령 그 잘난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단 몇 초 만에 수백 명의 목숨이 그녀의 가벼운 손짓 아래 마치 개미 목숨처럼 사그라졌고, 지상은 그녀를 피해 도망치는 인간들 때문에 지옥의 아비규환이 되어 버렸다.
* * *
“넌 왜 머리랑 눈이 검정이야?”
“사람이니까.”
“너 같은 사람 없다던데.”
“그럼 없나 보지.”
“너희 별 사람들은 원래 너처럼 싸가지가 없어?”
“아니, 나만 특별해.”
“역시 넌 특별했구나.”
강찬과 제이나가 나무 그늘 아래 누어 서로를 바라보며 실없는 얘기를 나누고 있자 듣다 못한 엘라디온이 경종을 울리고야 말았다.
“흠! 흠! 거기 둘, 이제 슬슬 일어나지?”
“아잉~ 선생님 너무해요. 아직 10분도 안 됐는데.”
제이나가 최대한 애교스럽게 비음을 섞어 보았지만 애초에 역부족이었다.
“실없는 말장난 따위를 나누는 걸 보니 둘 다 아직 힘이 남는 것 같은데? 잔말 말고 어서들 시작해라!”
엘라디온의 언성이 높아지자 제이나와 강찬은 벌떡 일어나 엘라디온을 향해 달려갔다.
“앞으로 되먹지도 않는 애교 떠는 것만은 참아 줘. 나한테까지 피해가 오잖아.”
“너 죽을래?”
엘라디온의 한쪽 눈썹이 들썩였다.
“아쭈? 둘 다 걸어온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이날 둘이 파김치가 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중간에 합류한 제이나와 이렇게 단둘이서 엘라디온의 개인 지도를 받은 지도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는 와중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강찬이 벌써부터 몸속에 마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실에 가장 놀란 것은 당사자인 강찬과 마스터인 엘라디온이었다.
자신의 마스터조차도 청년 시절 마나를 느끼는 데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고 하는데, 정작 자신은 그것을 1년이란 짧은 시간 만에 졸업해 버린 것이다.
그만큼 폭포의 도움은 지대했다.
폭포의 낙차에 의해 응축된 순수한 대자연의 마나도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된 건 낙차로 전해지는 수압이었다.
수압이 그의 전신을 두들겨 주어 굳어 있던 기혈과 전신의 감각을 극대화시켜 줬던 것이다.
처음에는 2시간도 채 못 버티던 폭포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익숙해져서 4시간 정도는 아무런 무리 없이 소화해 낼 정도로 단련되었다.
그 후로 강찬은 거의 하루 온종일을 폭포수를 맞으며 마나를 느끼는데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폭포수를 맞으며 마나를 느끼기 위해 정진하던 그는 어느 날 문득 마나 홀에 모여 있는 아주 작고 따스한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그 기운들이 자신의 몸속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님이 느껴졌다.
‘이것이 마스터가 말한 마나라는 것인가?’
마나가 극히 희박한 우주에서 살아온 강찬에게는 그런 작은 마나의 움직임이 남들보다 더욱 민감하게 전해졌고, 그날 이후로부터 강찬은 자신의 마나를 마나 연공법대로 인도하고자 애쓰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나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마나를 느끼는 과정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강찬은 마나를 움직이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했지만 굳건한 마나는 움직일 생각조차 안 했고, 그렇게 마나와 하루하루 힘겹게 싸우던 강찬은 불현듯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바이오칩을 통해 육체를 다루듯 마나 또한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남들과 다르게 머릿속에 이식된 바이오칩을 통해 자신의 의지대로 신진대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자신의 힘으로 강해지고 싶어 검술을 배우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의 장점을 묻어 버리려 하지 않았다
“한번 해 보자.”
강찬은 천천히 눈을 감고 엘라디온이 예전에 자신의 몸속에 마나를 불어넣어서 몸으로 직접 가르쳐 준 마나 라인을 떠올리며 그곳을 확장시키기 위해 바이오칩에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컴퓨터는 마나 라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기에 헤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강찬은 계속해서 엘라디온이 일러 준 마나 라인을 컴퓨터에 인식시키기 위해 온몸의 신경과 감각을 마나 라인에 집중했다.
강찬의 온몸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하지만 도통 인식이 되지 않았다.
‘휴…… 안 되겠어. 신진대사를 최대한으로 촉진시켜 보자.’
강찬은 신진대사를 최대한으로 촉진시켜 보기로 마음먹고 앉은 채로 전투 모드 5단계까지 상승시켰다.
적을 앞에 두지 않고서 전투 모드를 5단계까지 올려 본 경험은 그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번 사용하면 최소한 이틀은 잠들어 버릴 만큼 육체적으로 부담을 받는 전투 모드이기에 쉽게 남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로서도 도박이었다.
-전투 모드 5단계를 적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