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18
퓨쳐나이트 18화
심장 박동 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그의 호흡이 매우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가속화된 신진대사로 인해 전신의 근육들이 폭주할 듯 들끓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나자 그의 육체는 점점 한계에 도달했다.
이대로 전투 모드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윽고 세포가 괴사해 그의 육체는 썩어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아니, 이건?’
그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육체의 세포들이 한계에 이르러 붕괴되기 직전에 다다르자 몸속에 미미한 양의 마나들이 천천히 그의 의지대로 마나 라인을 타고 그의 몸을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마나가 그의 몸을 돌기 시작하자 예전 같았으면 세포의 붕괴 조짐이 시작되어야 할 시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예전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너무도 놀라운 상황이 펼쳐지자 강찬은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마나를 느끼기만 했지 마나 라인을 통해 움직여 본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이대로 한번 끝까지 가 보자는 생각으로 전투 모드를 풀지 않고 그대로 계속해서 마나를 회전시켜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강찬의 실수였다.
수십 배로 촉진된 그의 신진대사만큼이나 마나의 회전력 또한 점점 더 가속화되면서 주변의 마나들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의 마나 홀 안으로 새로운 마나들이 급류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멈출 수가 없어!’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 아직 미숙한 강찬은 그것을 감당할 만한 능력도,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급류처럼 밀려들기 시작한 마나들이 강찬의 통제를 벗어나 거침없이 마나 라인을 타고 강찬의 온몸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찬은 거친 마나의 흐름에 바늘이 몸속을 헤집고 다니는 듯한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크으으으윽! 으아아아아아악!’
자신을 풍선처럼 터트려 버릴 기세로 밀려드는 어마어마한 마나의 양에 그는 절망했고, 보라색으로 변해 버린 그의 육체는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크으으으으윽! 이, 이대로 죽는 건가?’
통제를 잃어버린 광폭한 마나들이 강찬의 바이오칩에까지 들이닥쳤다.
“끄아아아아악!”
강찬은 머리가 깨질 듯 격렬한 두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바이오칩에선 예상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발견되었습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
“여, 연, 연결해! 끄아아악!”
강찬이 격렬한 고통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결하라고 대답하자 바이오칩은 통제를 잃어버린 마나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현재 몸속에 쌓인 알 수 없는 과도한 에너지 감지.
-손을 통해 에너지 방출을 시도하겠습니다.
미숙했던 강찬과는 달리 바이오칩은 냉철하게 몸속에 과도한 양으로 쌓여 버린 미지의 에너지를 강찬의 손을 통해 방출을 시도했다.
컴퓨터의 말에 쓰러져서 몸부림치던 강찬이 본능적으로 손을 하늘 위로 뻗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찬의 손을 통해 어마어마한 빛줄기가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허억! 이, 이건?’
한동안 계속 뿜어져 나오던 빛줄기는 점차 사그라졌고, 강찬의 몸속에서 날뛰던 거친 마나들은 그렇게 모두 허공으로 사라졌다.
-모든 에너지 방출 완료.
-전투 모드 해제합니다.
전투 모드가 해제되는 순간, 강찬은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짐을 느끼며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헉! 헉! 헉! 이, 이건 대체 무슨…….”
그 말 한마디만을 남기고 모든 잠력을 소진한 강찬은 기절하듯 잠들어 버렸다.
“아저씨? 아저씨 괜찮아?”
점심을 가지러 잠시 마을에 다녀온 제이나가 폭포수 옆에 쓰러져 있는 강찬을 보고는 허겁지겁 달려와 강찬을 흔들었다.
그러자 강찬이 살며시 눈을 떴다.
“…….”
“아저씨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배…….”
“배? 배가 아파?”
“배, 배고파.”
“앵? 뭐라고?”
제이나는 속았다는 표정으로 가져온 점심을 강찬의 배에 던졌다.
“아, 짜증 나…… 이제는 안 하던 짓까지 하네.”
“……!”
도시락을 받아 든 강찬이 몸을 번쩍 일으켜 제이나를 보며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지?”
“점점…… 야! 장난 그만해라.”
“장난 아니다. 내가 여기 누워서 얼마나 있었지?”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침에 보고 지금 점심이잖아!”
강찬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하루도 안 지났다고?”
분명 자신은 전투 모드 5단계를 한계까지 사용했는데 그에 따른 리스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눈을 뜨면 최소 이틀씩은 지나 있어야 정상인데 말이다.
게다가 몸이 예전보다 훨씬 가볍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컴퓨터, 내가 어떻게 하루 만에 일어난 거지?’
-그 이유는 저도 알 수 없으나 대위님은 지금 매우 건강한 상태이며 미지의 에너지가 손으로 방출되면서 몸속의 불순물들을 태웠기에 혈액 순환, 신진대사 모두 매우 양호해진 상태입니다.
‘매우 건강?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강찬은 자신의 마나 홀의 마나를 확인했다.
그러자 그의 마나 홀 안에서 예전의 미약했던 마나가 아닌 엄청난 양의 마나가 느껴졌다.
‘헉! 이 마나들은 다 뭐지? 설마?’
강찬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자세를 잡은 후 마나를 마나 라인으로 인도해 봤다.
그러자 놀랍게도 마나들은 강찬의 인도대로 마나 라인을 타고 온몸으로 돌기 시작했고, 아까처럼 미친 듯이가 아니라 천천히 돌며 주변의 마나 또한 천천히 끌어당겼다.
‘된다! 된다! 움직인다!’
강찬은 온몸을 전기에 관통당하는 듯한 희열을 느꼈다.
그런 희열에 찬 강찬을 바라보는 제이나는 인상을 구겼다.
“얘가 배고프다고 할 때는 언제고 또 수련이야? 야, 밥 안 먹어?”
강찬은 제이나가 부르든 말든 무아지경이 되어 마나를 온몸으로 인도했다.
수련을 마치고 레드 마스호로 돌아온 강찬은 레드 마스호 앞에 만들어 둔 수련장에서 다시 마나 연공법대로 마나를 끌어올렸다.
자신이 마나를 다루게 된 게 너무나도 신나는지 그는 틈날 때마다 이렇게 마나를 움직여 보며 희열감에 찼다.
그러다 문득 ‘마나가 이 정도 양이면 케레미온처럼 오러 소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서둘러 마나 연공법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나를 검으로 보낸다, 마나를 검으로 보낸다.’
그가 자신의 마나 홀에 있는 마나를 마나 라인을 통해 손에 들고 있는 휴대용 고주파 블레이드로 보내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자 그의 마나 홀의 마나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손을 타고 고주파 블레이드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강찬이 천천히 눈을 떠 보니 그의 눈앞은 밝은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 오러 소드!’
그의 고주파 블레이드가 마나로 충만해져 오러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눈을 비비며 자신의 오러 소드의 영롱한 푸른빛에 빠져들었다.
그러고는 위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주변의 아름드리나무를 벴다.
그러자 한 아름이나 되던 나무는 너무도 간단히 대지를 향해 누워 버렸다.
‘말도 안 되는 예리함이다.’
그다음으로는 바위를 향해 오러 소드를 내리쳤다.
까앙!
이번에는 나무처럼 그리 쉽게 토막을 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바위에 깊은 상흔을 입혔다.
붉게 달아오른 바위를 봤을 때 오러 소드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강찬은 실감할 수가 있었다.
‘이거 고주파 블레이드보다 훨씬 예리한데? 그럼 둘 다 같이 쓸 수도 있을까?’
강찬이 오러 소드를 씌운 상태로 고주파 블레이드를 작동시키자 검신이 붉게 닳아 오르며 오러 소드의 푸른빛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보랏빛을 만들어 냈다.
“아름답군.”
강찬은 그렇게 보라색으로 빛나는 고주파 오러 소드를 다시 한번 바위를 향해 내려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조금 전에 났던 둔탁한 소리조차 없이 바위를 마치 무 가르듯 갈라 버렸다.
“어라? 쓸 만한걸.”
성능은 대만족이었다.
흐뭇해진 강찬은 몇 차례 더 바위를 향해 고주파 오러 소드를 휘두르자 어느덧 거대했던 바위는 깍두기처럼 변해 버리고 말았다.
강찬은 모르고 있었지만 오러 소드는 날카로운 예기를 뿜는 명검에서 더욱 강해지는 특성이 있었다.
그런 강찬이 들고 있는 고주파 블레이드는 예기로만 치면 세상 그 어떤 명검보다 예리했기에 그의 고주파 오러 소드는 다른 이들의 오러 소드보다 두 배 이상은 예리했던 것이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오러를 회수한 강찬은 다시 자리에 앉아 서둘러 마나 연공법을 시작했다.
아직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 *
강찬이 오러 소드를 익힌 지도 한 달이나 흘렀지만 강찬은 아직 마스터에게 자신이 오러 소드를 뿜어낸다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엘라디온이 오러 소드를 뿜어내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40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은 불과 1년 반 정도 만에 오러 소드의 경지에 올랐으니 왠지 말하기 좀 그랬던 것이다.
“…….”
강찬은 그 날도 어김없이 폭포를 맞으며 마나를 모으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의 주위로 미진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쿠웅…….
‘뭐지? 이 진동은?’
일정 간격으로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대지의 진동은 점차 거대해졌다.
불안감이 든 강찬은 얼른 몸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숲속 동식물의 긴장감이 그의 몸 안에 있는 대자연의 마나를 통해 전해졌다.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 그것도 매우 거대한 뭔가가.’
강찬은 천천히 벗어 뒀던 자신의 슈트 조끼를 입고선 은폐물 뒤에 몸을 숨긴 채 조용히 주변의 변화를 읽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몸놀림은 예전 레드 마스 시절보다 더욱 민첩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숲속에 새 떼들이 겁에 질려 동시에 날아올랐다.
강찬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숲의 나무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거대한 길이 만들어지면서 그곳을 통해 수십 기에 달하는 거대한 강철 거인들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웅장한 거인들은 자이드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거대했으며 매우 무거운지 한 발 한 발에 대지가 푹푹 파이며 비명을 질렀다.
“뭐, 뭐지, 저건? 메카닉인가?”
원시적이고 미개하다고만 생각해 온 이 별에서 저런 거대한 메카닉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강찬은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쿵! 쿵! 쿵! 쿵!
수십 대의 거대한 강철 거인의 행렬은 장관이었다.
“세상에…….”
강찬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강찬이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는 동안에도 수십 기에 달하는 거대한 거인들의 긴 행렬은 계속되었다.
그런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엘프족 마을 방향이었기에 그들의 안위가 걱정된 강찬은 서둘러 강철 거인의 뒤를 쫓았다.
“저기 저주받은 인형들이 오는군요, 아르테온 님.”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테온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오로지 파괴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저 저주받은 인형들이 우리 엘프의 숲으로 들어오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종족의 미래를 위해선 저것들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요. 요즘 전쟁은 저 살인 병기가 없으면 안 되니까요. 듣자 하니 저것 한 대만 가지고 있으면 보병이 제아무리 많다고 할지라도 전쟁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제가 봐도 그럴 것 같군요.”
그들이 거대한 강철 거인의 무리를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동안에도 기간테스의 행렬은 끊이질 않았고, 마을 안에 준비된 넓은 공터에 도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기간테스의 도열이 끝나자 맨 선두에 섰던 거인의 견갑부가 해체되면서 안에 타고 있던 작달막한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약속했던 기간테스 50기, 대령했소이다!”
모습을 드러낸 이는 드워프들의 로드 가펠드 폰 크랙시온이었다.
“로드께서 친히 기간테스를 이끌고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허허허! 우리 드워프들과 엘프들이 역사상 처음 가지는 군사적 협력인데 어찌 내 안 올 수가 있겠소이까! 허허허!”
“촉박한 시일이었을 텐데 이렇게 훌륭한 기간테스를 만들어 내시다니, 역시 드워프족답네요.”
“하하하! 이까짓 것! 우리 드워프들의 손재주와 엘프들의 마법이 힘을 합친다면 어려울 것도 없지. 안 그런가?”
“맞습니다요.”
“당연한 말씀을 하십니까?”
“그렇지! 그렇지! 아하하하하!”
주변 드워프들의 말에 연신 허리가 꺾일 정도로 웃어 대는 크랙시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