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22
퓨쳐나이트 22화
광풍도 우르칸타.
그는 수억에 이르는 거친 오크족의 무리를 이끌어 가는 오크족의 로드로 각 종족을 대표하는 5대 무신 중 오크족을 대표하는 무신이었다.
그의 광풍도 아래 무너진 엘프족 전사와 드워프족 전사의 수는 헤아릴 수 없었으며 양 종족은 대대로부터 오랜 앙숙 관계였다.
“아니! 그 개차반 같은 자식이 겁도 없이 이곳으로 오다니. 오냐, 좋다! 오늘은 기필코 내 해머의 맛을 보여 주겠다!”
드워프의 로드 가펠드 폰 크랙시온이 자신의 애병인 거대한 해머를 집어 들고 뛰쳐나가려고 하자 아르테온이 급히 그를 붙잡았다.
“로드시여, 침착하세요. 그는 분명히 무슨 중요한 일이 있기에 독단적으로 이곳으로 온 것일 겁니다. 일단 그와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딴 도적놈과 무슨 대화를 나눈단 말인가? 저 도적놈들에게 쑥대밭이 된 우리 드워프 마을이 어디 한둘이란 말인가!”
“그래도 참아야 합니다. 크랙시온 님, 저도 그를 결코 좋아하는 것이 아니지만 지금은 일단 대화를 나눠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에잇! 나 원 참!”
계속되는 아르테온의 만류에 크랙시온이 다잡았던 해머를 거칠게 내려놓자 해머의 육중한 무게에 회의장이 들썩였다.
쿠우웅!
다시 자리에 앉은 크랙시온은 신경질적으로 독한 과일주를 입속으로 들이부었다.
“오크족 족장 우르칸타가 아르테온 님을 뵙고자 합니다.”
“들여보내라.”
“예.”
위병 엘프가 회의장을 나서자 얼마 후 요란한 금속 마찰음과 함께 거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의장 문을 부숴 버릴 듯 밀치며 오크족의 로드인 광풍도 우르칸타가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
“쉐익! 오랜만이군, 아르테온. 크르르르, 오우? 이게 누군가? 신의 해머 크랙시온 아니신가?”
광기로 번들번들한 눈을 가진 우르칸타는 1.6미터 정도의 체구의 다른 오크들과는 다르게 키가 2미터가 넘는 근육질에 장대한 체구를 가진 하이 오크였다.
그의 몸은 수많은 문신으로 가득했고, 그 위로 수많은 흉터가 가득해 보는 이로 하여금 마른침을 삼키게 할 정도로 흉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아르테온과 드워프의 로드 가펠드 폰 크랙시온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성질이 온순치 못한 오크들과 두 종족은 태곳적부터 마찰이 끊이질 않았었다.
호전적인 오크들이 약탈을 위해 두 종족의 마을을 습격해 오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런 오크들의 로드인 우르칸타를 보는 아르테온과 크랙시온의 시선이 고울 리 만무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우르칸타.”
“크르르, 무슨 일이긴. 너희도 얘기는 들었겠지?”
“무슨 얘기 말인가요?”
“쉐익! 모르는 척하기는. 우리 오크들이 인간들을 도와 녹색 엘프와 첫 전투에서 대승한 이야기 말이다. 크르르.”
“아! 대승을 거뒀나요? 축하드려요.”
“쿠웨엑! 나는 그딴 소릴 들으러 이 먼 곳까지 온 게 아니다! 쿠르르륵.”
땅이 울릴 정도의 고함에 엘프 위병들이 공포에 질려 버렸지만 회의장 안에 모여 있는 사람 중 그 정도의 고함에 놀란 만큼 약한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럼 뭐 때문에 이곳으로 온 것이죠?”
“크르륵, 너희도 참전해라! 언제까지 겁쟁이처럼 숲에 숨어 있을 것이냐!”
“겁쟁이라뇨!”
지금껏 단 한 번도 다른 이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 적 없던 아르테온의 눈에 분노가 끓어오르면서 그녀 주위의 마나들이 그녀의 감정으로 인하여 폭발할 듯 들끓었다.
“쉬이이익! 겁쟁이가 아니라면 당당히 녹색 엘프들과 싸워서 증명해라! 크륵!”
“흠! 흠! 저기, 아르테온. 그렇게 흥분한다고 될 일이겠는가? 그만 진정하고.”
“이거 놔욧!”
드워프의 로드인 크랙시온이 아르테온의 팔을 잡고 만류하자 거칠게 뿌리치는 아르테온이었고, 그런 그녀를 말리고자 구슬땀을 흘리는 크랙시온의 모습은 아까와는 완전 정반대의,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르테온을 어렵게 말리던 크랙시온이 우르칸타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알지도 못하면서 나서지 마라! 우르칸타. 지금 우리 드워프족과 엘프족은 녹색 엘프들과의 전쟁을 위해 고성능 기간테스를 수백 대나 준비했단 말이다!”
“……!”
회의장의 모든 이들의 표정이 뭔가를 잘못 먹은 사람처럼 깜짝 놀라 일제히 크랙시온을 쳐다봤다.
‘아직 50대밖에 생산하지 못했으면서 저런 허풍을…….’
고성능 기간테스 수백 대란 말에 말문이 막혀 버린 우르칸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크륵! 정말로 고성능 기간테스를 수백 대씩이나?”
아무리 머리가 나쁜 오크라 해도 인간들이 보유한 기간테스의 무서운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기간테스를 수백 대나 만들었다는 말에 우르칸타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잔뜩 화가 나 있던 엘프의 로드 아르테온도 그의 당당한 허풍에 핼쑥해진 얼굴로 크랙시온을 향해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고요.’라고 말하는 듯 애절한 눈빛으로 크랙시온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애절한 눈빛을 뒤로한 채 우르칸타를 바라보는 크랙시온의 눈빛은 한없이 당당하기만 했다.
“쉬이익! 정말 대단하군. 고성능 기간테스라면 능히 성 한 채 값일 텐데 그런 걸 수백 대씩이나 준비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언제 우리와 합류할 것인가? 크륵.”
분명 고성능 기간테스 수백 대라면 전황을 송두리째 바꾸고도 남을 전력이었다.
“아직 엘프 기사들이 조종법을 숙지하지 못해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니 때가 되면 반드시 함께 싸우게 될 것이다.”
“쉬익! 그렇다면 좋다! 우리만 믿고 단단히 훈련시켜라. 그동안 우리와 인간들이 어떻게든 그들을 막고 있을 테니. 크르륵!”
우르칸타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 바람처럼 회의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자 남아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드워프의 로드 가펠드 폰 크랙시온에게로 향했다.
“드워프의 로드시여,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그까짓 것 만들면 되지 않겠나?”
“재료가 없다면서요?”
“사실은 마누라 몰래 숨겨 둔 내 개인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다섯 기 정도는 더 만들 수 있다네.”
개인 비자금으로 성 다섯 채나 될 법한 고급 재료들을 비축해 뒀다는 말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그가 허풍을 친 대수와는 아직도 거리가 멀고도 멀었다.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하실 건데요?”
“그건 앞으로 채굴하게 될 재료들로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나감이…….”
아르테온은 눈앞이 막막해짐을 느꼈다.
“도대체 왜 그런 허풍을 치셨나요?”
“그게, 나도 모르게 그만 열 받아서리.”
“이젠 정말 다른 수가 없군요. 한시라도 빨리 미스릴 광산을 찾아내는 수밖에.”
“험! 험! 그럼 난 이만 서둘러 광산을 찾으러 가 보겠네.”
호탕하게 웃음 짓던 로드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쥐꼬리만 한 목소리에 크랙시온이 힘없이 미스릴 광산을 찾으러 회의장을 나갔다.
* * *
거의 1년 만에 폭포를 떠나 마을로 돌아온 강찬이 제이나와 함께 마을 앞 공터에 도열한 오크들과 와이번 무리를 구경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세상에, 이렇게 거대한 파충류가 있다니.”
“와, 와이번이다!”
그것은 과거 지구에 살았던 공룡이라 불리던 거대한 파충류와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였는데, 그런 와이번을 바라보는 강찬의 표정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난생처음 접하는 이 신기한 생명체는 하늘의 제왕답게 매우 강인한 인상을 풍겼기 때문이다.
그런 와이번의 온몸에서 우러나오는 남자답고, 강인한 자태는 군인인 강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수 부대 와이번이라…….’
와이번을 마스코트로 한 특수 부대 팀까지 생각한 강찬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멋진걸.”
강찬이 이런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옆에 있던 제이나가 와이번을 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세, 세상에. 와이번이 저렇게 크다니…….”
엘프의 숲에는 와이번이 살지 않았다.
원거리 공격이 장기인 엘프들에게 오래전에 전멸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제이나는 책으로만 와이번을 봐 왔는데, 오늘 실물을 보게 된 것이다.
그녀는 여인치고 독특하게 파충류를 아주 좋아했는데, 그래서 몸길이가 2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와이번은 그녀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제이나가 유달리 도마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강찬이 제이나를 쳐다보니 그녀는 가까이서 보고 싶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가까이서 보고 싶어?”
“…….”
제이나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가까이 가 볼까?”
“너무 가까이 가면 위험하지 않을까?”
“저기 봐. 위에 누가 타고 있잖아. 길들어서 아마 괜찮을 거야.”
“그래도 갑자기 다가가는 건 좀. 게다가 위에 타고 있는 건 오크란 말이야…….”
같은 도마뱀이라도 와이번이 풍기는 분위기는 괴수에 가까웠기에 제이나도 약간은 겁을 먹은 듯했고, 위에 타고 있는 오크는 엘프와 굉장히 사이가 안 좋은 종족이었기에 더욱 겁을 먹은 듯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강찬은 이 별에 사는 다른 종족과도 얘기를 나눠 보고 싶은 마음에 일단 말이라도 걸어 보기로 했다.
“그럼 일단 주인한테 물어보고 구경하자. 위험하게 굴면 내가 보호해 줄게.”
“응, 고마워.”
제이나가 강찬의 손을 꼭 붙잡았고, 그런 그녀를 데리고 천천히 와이번으로 다가간 강찬이 위에 타고 있는 오크를 향해 정중하게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와이번을 가까이에서 봐도 되겠습니까?”
“크륵? 캬르륵!”
강찬의 정중한 요청에 오크는 난데없이 도끼를 내던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화가 난 강찬이 오크를 쏘아붙였다.
“췌이익! 이번 건 경고였다. 귀찮게 굴지 말고 저리 꺼져라! 크르르.”
적대감 가득한 오크의 말에 강찬은 조금 화가 났다.
미물같이 생긴 놈이 자신의 정중한 요청을 이런 식으로 무시하니 열이 받을 만도 했다.
“사람이 정중하게 부탁하면 정중하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크르륵! 경고는 한 번뿐이라고 말했다.”
“가자! 아저씨, 싫다잖아.”
“…….”
분노로 가득한 강찬이 오크를 죽일 듯 쏘아보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오크 라이더가 주변의 오크들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잔인하게 웃음 지으며 강찬의 뒤통수를 향해 도끼를 날렸다.
놀라운 실력의 오크는 정확히 그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날렸지만 그런 도끼에 맞아 줄 강찬이 아니었다.
채앵!
날아들던 도끼를 블레이드로 쳐 버린 강찬이 살기 어린 눈으로 오크를 쏘아보며 말했다.
“이 미친 돼지 새끼가 감히 내 뒤를 노려?”
“크웨에엑! 돼지!”
오크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인 돼지란 말이 나오자 자부심 강한 하이 오크인 오크 라이더의 눈이 분노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오크들의 광기인 블러드 더스트였다.
“크르륵! 죽어라!”
오크가 채찍으로 와이번의 등짝을 후려치자 몸길이가 20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한 와이번이 괴성을 내지르며 강찬과 제이나를 향해 화염을 내뿜었다.
화르르르르륵!
“헉!”
“꺄악!”
거대한 도마뱀이 생각지도 못하게 입에서 엄청난 화염 브레스를 내뿜자 강찬은 상당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피할 겨를도 없이 들이닥친 와이번의 브레스.
강찬은 급히 슈트를 공처럼 펼쳐 불길로부터 자신과 제이나를 보호했다.
내연성인 슈트 덕에 둘은 와이번에 불길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지만 이어지는 와이번의 꼬리 공격에 강찬은 제이나를 안고 지체 없이 몸을 날렸다.
쿠웅!
둘이 있던 자리에 거대한 와이번의 꼬리가 엄청난 힘으로 내려쳐졌고, 대지 위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미물 따위가 감히 사람을 공격하다니! 이거나 먹어랏!”
강찬의 한쪽 팔에서 고주파 블레이드가 솟아나더니 와이번을 향해 마나 소드를 내뿜었다.
1년 동안에 피나는 노력으로 그도 이제 마나 소드를 뿜어낼 수 있는 소드 익스퍼트 중급 단계에 이른 것이었다.
그것은 강찬의 피와 눈물에 결과였다.
강찬은 마나 소드를 깨우치기 위해 1년 동안을 매일같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폭포수에 몸을 던졌으며 근육이 마비될 때까지 검을 휘둘렀고, 잠까지 줄여 가며 마나 연공법을 수련해 왔다.
그렇게 해서 강찬은 오늘날 이렇게 마나 소드를 뿜어내는 경지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정말이지 엘프들이나 인간들이 보기에 경악할 만한 성장이 아닐 수 없었다.
보통 소드 익스퍼트 중급 단계라고 하면 재능 있는 검사가 좋은 마스터 아래서 20년 이상을 검에만 매달려야 겨우 오를 수 있는 경지였다.
그것을 강찬은 불과 2년 만에 해낸 것이다.
그런 강찬의 회심에 일격이 정확히 와이번의 목을 향해 날아갔지만 아쉽게도 그의 마나 소드는 와이번의 질긴 껍질로 된 목에 피가 조금 나게 했을 뿐.
와이번의 성질을 돋우는 정도에 위력밖에 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