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23
퓨쳐나이트 23화
“크워어어어어어워!”
거대한 와이번이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자 주변에 있던 와이번들이 전부 두려움에 떨었다.
아마도 분노하는 와이번이 이들 무리의 우두머리인 듯했다.
“뭐야! 애만 더 화났잖아!”
“젠장! 아직 실전에서 쓸 단계가 아닌가?”
강찬이 자신의 미숙함에 좌절하고 있을 때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던 와이번이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는 서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곤 강찬과 제이나를 향해서 쏜살같이 곤두박질쳤다.
“꺄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날아드는 거대한 와이번의 위용에 놀란 제이나가 잔뜩 겁을 먹고 숲속으로 도망쳤다.
“제이나, 거긴 안 돼! 위험해!”
와이번은 강찬을 뒤로하고 겁먹고 도망치는 제이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전투 모드 5단계 적용.
-슈트 파워 최대치.
강찬은 전투 모드와 슈트의 파워를 순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고 온몸의 마나를 다리로 보내자 그의 몸은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히야압!”
강찬의 고함을 지르며 뛰어오르자 단번에 와이번의 머리 위까지 솟아올랐다.
엄청난 도약력이었다.
그런 강찬은 오러 소드가 서려 있는 고주파 블레이드를 와이번의 머리에 있는 힘껏 박아 넣었다.
그러자 머리가 작살 나 버린 거대한 와이번은 기성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해 서서히 바닥으로 추락했다.
강찬은 그런 와이번의 머리를 딛고 점프해 멀찍이 바닥으로 착지했다.
쿠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와이번이 대지에 추락하자 위에 타고 있던 자존심 강했던 오크 라이더는 거대한 와이번의 몸체에 깔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녹즙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강찬에게로 제이나가 달려왔다.
“아저씨! 괜찮아?”
“난 괜찮아.”
다행히 강찬은 무사했고, 제이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흑흑. 미안해, 아저씨. 내가 괜히 가까이에서 보자고 해서…….”
달리다 넘어졌는지 만신창이가 된 제이나의 무릎을 보고는 강찬은 마음이 아팠다.
“제이나, 울지 마. 넘어졌구나. 이리와 봐, 내가 치료해 줄게.”
“아니야, 괜찮아, 이따 집에 가서 포션 바르면 돼.”
“가만있어 봐.”
괜찮다는 제이나의 무릎에 강찬이 손을 올리자 강찬의 손으로부터 의료용 마이크로 머신이 제이나의 상처에 주입되었다.
그러자 제이나는 그런 마이크로 머신에 간지러움을 느끼며 움찔했지만 이내 상처의 통증이 점차 사라지자 놀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강찬이 손을 뗐을 때는 제이나의 상처는 약간의 붉은 자국만을 남기고 모두 치료가 되었다.
“어, 어떻게 한 거야? 마법이야?”
“아니, 그것보단 덜 신기한 거야.”
“와, 아저씨. 이런 재주도 있었어?”
“놀리지 말고 업혀 집에까지 업어다 줄게.”
“진짜?”
“이번만이다.”
“응.”
남의 와이번을 죽여 놓고 너무도 태연하게 행동하는 그 둘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노려보던 이가 있었으니 그는 죽은 와이번의 주인 우르칸타였다.
지금 그의 앞에서 혀를 빼물고 죽어 있는 와이번은 다시 보고 또다시 보아도 자신이 제일 아끼던 와이번이 확실했다.
“…….”
분노로 가득 찬 우르칸타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뿜어져 나왔고, 우르칸타가 천천히 자신의 애도인 광풍도를 꺼내 들자 강찬에게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 전해졌다.
이에 놀란 강찬은 울고 있던 제이나를 끌어안은 채로 힘껏 도약해 그 자리로부터 도망쳤다.
그러자 그들이 있던 자리에 엄청난 돌풍이 들이닥쳐 길이가 십여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아까 와이번의 꼬리 공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대단한 위력이었다.
“헉! 이렇게 위력적인 윈드 블레이드라니!”
가까스로 우르칸타의 공격을 피해 낸 강찬이 자신을 공격한 자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윈드 블레이드로 인해 피어오른 짙은 먼지 사이로 신장이 2미터에 달하는 녹색 피부에 흉측하게 생긴 거구가 거대한 도를 들고 자신들을 흉험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서 있었다.
그의 전신에는 숨 막히는 살기가 가득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르르! 감히, 내가 가장 아끼는 와이번을 죽이다니! 크웨엑! 네 이놈, 더는 살기를 바라지 마라!”
엄청난 덩치에 걸맞게 그의 목청 또한 대단한 것이어서 그의 일갈에 주변의 새들 놀라서 날아오를 정도였고, 그것은 흡사 맹수의 포효와도 같았다.
“대단한 고수다!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외칠 정도라니, 저런 괴물딱지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헛!”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찰나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녹색의 거구를 보고 기겁한 강찬이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대체 저 거대한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속도가 나오는지 순식간에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선 거인의 빠름에 강찬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으로 그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캬륵! 어딜 도망치느냐!”
순간 등 뒤로 몰아치는 강대한 마나의 폭풍을 느낀 강찬이 나뭇가지를 붙잡고는 그 탄력으로 급격히 몸을 틀어 겨우 마나 폭풍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후로부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숲속에 수십 미터에 이르는 공터를 만들어 버리는 헛짓거리를 한 우르칸타가 광풍도를 다잡고는 다시금 추격을 시작했다.
“췌이익! 이런 날다람쥐 같은 자식! 크르륵! 잡아서 뼈째로 씹어 먹어 주마!”
우르칸타의 외침이 다시 한번 숲속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 * *
“엘라디온 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냐?”
“외계에서 온 인간과 제이나가 우르칸타에게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이냐? 그가 무슨 이유로 아이들을 공격한단 말인가?”
뜬금없이 날아든 급보에 자신의 제자들이 걱정된 엘라디온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마도 둘이서 우르칸타의 와이번을 죽인 듯합니다. 그 때문에 지금 공터 옆 서쪽 숲이 광분하는 우르칸타에 의해서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엘라디온의 얼굴이 백지장이 되어 버렸다.
“숲까지 파괴하고 있단 말인가?”
“예! 엘라디온 님.”
“어서 앞장서게!”
엘라디온이 다급한 마음으로 급히 서쪽 숲을 향해 달려갔다.
“우갸갸갹!”
“꺄아아악!”
또다시 수십 그루의 나무가 우르칸타의 도에서 내뿜어진 윈드 블레이드에 의해 차례대로 무너지며 강찬과 제이나를 덮쳤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위력의 윈드 블레이드가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 파괴의 범위가 너무도 넓어 정확도가 떨어지는 관계로 아직까지 강찬과 제이나는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이나를 안고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때어 낼 수 없는 우르칸타로 인해 강찬의 입안에 침이 바짝 말라 단내가 풀풀 났다.
“취이익! 애송아! 그만 포기하고 죗값을 받아라!”
“젠장! 물어 주면 될 것 아니야!”
“크르륵! 대가는 오직 네놈의 목숨뿐이다!”
“말도 안 돼!”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우르칸타가 광풍도를 강찬에게로 내려치자 이번에는 윈드 블레이드가 아닌 더욱 무시무시한 기운이 강찬과 제이나를 향해 뿜어졌다.
그것은 오러 소드가 아닌 소드 마스터만의 권능, 오러 블레이드였다.
쿠아아아아앙!
“크아악!”
“꺄아악!”
회피 동작으로 겨우 직격을 면했지만 윈드 블레이드와는 다르게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막대한 기가 응축되어 폭발하자 그 충격은 내장이 진동할 정도로 강렬했고, 강찬과 안겨 있던 제이나는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날아가 대지에 처박혔다.
“크르륵, 너희 따위 애송이들 잡는 데 과분한 기술이기에 쓰지 않으려 했건만 쥐새끼 같은 네놈의 회피 동작이 일품이라 쓰지 않을 수가 없구나. 영광으로 알고 이만 죽어라! 쉬이익!”
우르칸타가 또다시 강력한 오러 블레이드를 강찬과 제이나를 향해 뿜어내자 입가로 선혈이 흐르는 강찬이 벌떡 일어났다.
그런 강찬은 좀 전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제이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의 고주파 블레이드를 방패형으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가진 마나를 모조리 방패에 응축시키고 전투 모드와 슈트의 파워를 최고치로 끌어올린 채 우르칸타의 오러 블레이드에 맞서 충돌했다.
쿠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충격이 강찬을 덮쳤다.
지축을 울리는 엄청난 충격이 숲을 진동시켰고, 솟아오른 뿌연 먼지에 사위를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 먼지가 천천히 잦아들자 사악하게 미소 짓고 있던 우르칸타가 눈을 부릅떴다.
“크륵? 아, 아니! 어떻게?”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갈기갈기 찢겨 있어야 할 빌어먹을 인간 놈이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 내고 제자리에 우뚝 서 있었던 것이다.
인간들에게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자신의 검을 막아 낸 젊은 인간을 바라보는 우르칸타의 눈이 불신으로 물들었다.
강찬은 자신이 가진 모든 힘과 마나를 총동원한 덕에 가까스로 우르칸타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러 블레이드의 엄청난 위력 앞에 양다리가 무릎까지 땅속에 처박혀 있었고, 몸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푸흡! 쿨럭! 쿨럭!”
강찬의 입에서 피가 분수같이 뿜어져 나왔다.
오러 블레이드를 정면으로 막아선 그의 방패는 걸레처럼 너덜거렸고, 오른팔에서는 선혈이 흘러내렸다.
우르칸타의 강맹한 오러 블레이드를 무리하게 막아선 강찬은 그의 용기만큼이나 깊은 내상과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야 말았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서 연거푸 피를 토해 내는 강찬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우르칸타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아무리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어도 강찬의 눈빛만은 절대 기죽지 않았다.
‘세상에, 말도 안 돼. 이게 어찌 육체에서 뿜어진 힘이란 말인가? 레일 건을 정통으로 얻어맞아도 이보단 덜할 거야. 웁, 퉤! 저 빌어먹을 괴물 놈!’
“크륵, 감히 나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 내다니. 크르르, 어려 보이는 놈이 제법이구나? 크르르.”
우르칸타가 천천히 자신에게로 다가오자 강찬은 서둘러 땅속에 박힌 다리를 빼 제이나로부터 떨어졌다.
지금 강찬에게는 우르칸타로부터 제이나를 지켜 줄 여유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찬은 어떻게 해서든 그의 이목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켜야 했다.
“카악, 퉤! 별거 아니던걸? 뭐 딴 건 없나?”
“취익! 놈! 몸도 엉망일 텐데 허세 부리기는!”
다행스럽게도 우르칸타는 강찬의 도발에 넘어왔다.
오래간만에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 기절해 있는 제이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강찬에게로 다가왔다.
그 덕에 강찬은 한숨 놓을 수 있었다.
적의 관심이 오로지 자신에게만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신진대사 촉진 최대치. 의료 마이크로 머신, 주입합니다.
바이오칩의 기능으로 놀라운 회복력을 지닌 강찬은 슈트 안에 탑재된 의료용 마이크로 머신의 도움까지 받아 짧은 시간 동안 심각했던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었다.
‘하는 수 없다. 그 힘을 쓰는 수밖에…….’
강찬이 전에 그 힘을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전투 모드 5단계에서 마나를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런 강찬이 목을 흔들자 ‘뚜둑!’거리는 요란하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한 시건방진 행위는 우르칸타를 심기를 더욱 자극했다.
“크웍! 어디 다음 공격에도 네놈의 목숨이 붙어 있을지 한번 보자, 크아압!”
우르칸타의 광풍도가 붉은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고 바람을 가르며 강찬의 머리를 쪼갤 기세로 날아들었다.
그러자 강찬의 고주파 블레이드에서도 오러 소드가 뿜어져 나왔다.
고주파 블레이드와 합쳐진 보랏빛 고주파 오러 소드가 말이다.
그리고 잔상이 남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우르칸타의 공격을 피해 냈다.
그런 강찬의 움직임에 우르칸타는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크륵, 아니! 애송이 놈이 갑자기 소드 마스터급으로 움직이다니! 취익!’
우르칸타의 놀라움도 잠시, 강찬이 맹공격을 퍼붓자 우르칸타는 당황하면서도 거대한 광풍도의 넓은 면을 활용해 강찬의 날카로운 단검을 수월하게 막아 냈다.
그럴 때마다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쾅! 쾅! 펑!
‘쿠으윽! 뭐지? 이 파워는? 고작 오러 소드에 이 정도의 위력이!’
비록 때깔이 괴상하기는 했지만 인간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분명히 오러 소드였다.
자신처럼 불타오르는 오러 블레이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의 오러 소드의 위력은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에 못지않게 강력했다.
“크으윽! 타앗!”
강찬의 몸속에서 전처럼 마나가 폭주할 듯 날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