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24
퓨쳐나이트 24화
증폭된 신진대사와 마찬가지로 보통 때보다 수십 배나 왕성해진 마나의 회전 때문에 엄청난 양의 마나가 그의 몸속으로 밀려들어 왔고, 그런 그의 오러 소드는 오러 소드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강력해져 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몸놀림 또한 제이나를 안고 달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강찬은 그런 자신의 스피드를 한층 발휘해 우르칸타의 급소를 노리며 치고 빠지기 전술을 구사했다.
그것은 마치 2차 세계 대전 때 거대한 함포로 무장했던 전함을 요격하던 요격기의 모습과도 같았다.
소드 마스터인 우르칸타도 절대 느린 스피드가 아니었지만 강찬은 진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랐다.
“쿠워! 빌어먹을 날파리 새끼! 죽어라!”
우르칸타가 강찬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자 격한 분노의 일갈과 함께 사방으로 광풍도를 미친 듯이 휘둘러 댔다.
그러자 엄청난 위력의 오러 블레이드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크윽!”
강찬이 혼비백산하며 공세를 접고 일단 몸을 피했다.
아무리 그가 스피드로 우르칸타를 압도하고 있다 해도 힘에 있어서는 우르칸타에게 어린아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강찬은 무시무시한 위력의 오러 블레이드를 다시 받아 낼 자신이 없었다.
사방이 그의 오러 블레이드 폭격에 휘말렸고, 강찬은 제이나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젠장! 제이나가 위험해!’
지축을 뒤흔드는 충격 속에서도 강찬은 제이나에게 오러 블레이드가 미치지 않게 하려고 되도록 멀리 우르칸타를 유인했다.
“캬륵! 놈! 도망치지 마라! 크왁!”
먼지를 뚫고 번개같이 날아든 거대한 우르칸타가 온 힘을 다해 광풍도를 내리쳤다.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광풍도가 공포스런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고 대기를 가르자 주변의 뿌옇던 먼지들이 순식간에 양쪽으로 갈라지며 시야에서 말끔히 사라졌고, 그 앞에 서 있는 강찬은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눈앞에 괴물이 휘두르는 저 무시무시한 공격은 맞받아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강찬은 사력을 다해 천둥번개 이도류의 요결대로 정면으로 공격을 받지 않고 그의 광풍도를 비스듬히 흘려보냈다.
그러고는 빠르게 회전하여 우르칸타의 멱줄을 노렸다.
공격과 수비가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 정말 감탄스러울 만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우르칸타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오크족 최고의 전사.
수억의 오크들을 지배하는 우르칸타에게 있어 그 정도의 실력은 전혀 위협 거리가 되질 못했다.
“크왁! 가소롭다.”
퍼억!
“케엑!”
우르칸타는 강찬이 흘려버린 거대한 광풍도를 순식간에 힘으로 꺾어 광풍도의 면 부분으로 강찬의 옆구리를 후려쳐 버렸다.
마치 파리를 때려잡듯이 말이다.
으직!
자신만 한 거대한 쇳덩어리에 강타당한 강찬의 옆구리에선 늑골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고, 강찬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멀찍이 날아가 덤불 속에 처박혔다.
“푸읍! 켁! 켁! 크으으윽…….”
쓰러져 있는 강찬의 입에선 계속해서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강찬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인 우르칸타가 강찬에게로 다가서며 물었다.
“크르륵! 뭐냐, 네놈은?”
“퉤! 뭐가 말이냐?”
“인간 종족에 너 같은 어린 소드 마스터가 있다는 소문은 들어 본 적이 없다. 크르륵…….”
우르칸타가 봤을 때 인간의 무위는 소드 익스퍼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강찬을 소드 마스터로 단정 지었다.
“나도 너 같은 괴물이 있다는 소문은 들어 본 적 없는데?”
“크르르, 어려 보이는 놈이 실력도 대단하지만 입심 또한 대단하구나. 크륵, 죽이기엔 아까운 실력이야. 그러나 날 분노케 한 죗값은 오직 죽음뿐이다! 크르륵!”
우르칸타가 또다시 무서운 기세로 강찬에게 달려들자 비록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전의를 잃지 않고 우르칸타에게 맞서 검을 내질렀다.
“히야앗!”
그런 그를 바라보는 우르칸타가 조롱하는 미소를 지었다.
“크륵! 소용없다.”
무모한 찌르기를 감행하는 강찬에게 우르칸타가 광풍도를 어깨에 붙이고는 광풍도를 방패 삼아 돌진했다.
쩌어어어어엉!
온 숲에 울려 퍼지며 강찬은 또다시 그대로 수십 미터를 날아가 대자로 뻗어 버렸다.
무모하게 달려드는 강찬을 우르칸타가 그대로 받아 버린 것이다.
그런 그의 힘은 무식하리만치 가공했고,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날아간 강찬의 오공에선 선혈이 줄줄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블레이드를 내질렀던 왼쪽 팔은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크윽 웁! 우웩! 크왝…… 퉤! 빌어먹을!”
보통 사람이면 죽고도 남을 거대한 충격을 연달아 두 번이나 받은 강찬은 아무리 회복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해도 이번만큼은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 보였다.
그나마 맨정신인 건 고통으로부터 미리 모든 신경을 끊어 놨기 때문이었다.
“크으윽! 빌어먹을, 거 참 더럽게 강하군. 제기랄!”
강찬은 속으로 절망했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괴물은 말 그대로 진짜 괴물이었던 것이다.
마치 높은 절벽을 마주 보는 듯 자신의 존재는 그의 앞에선 너무도 미약한 존재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큭큭크. 어이, 애송아. 있는 힘껏 발악도 해 봤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으렷다? 취익!”
거대한 광풍도로 나뭇가지를 가지치기하며 다가오는 우르칸타를 바라보는 강찬의 눈에 절망이 드리워졌다.
‘크윽! 이렇게 죽는 건가? 안 돼! 제이나를 지켜야 해!’
강찬이 제이나 걱정에 일어나려고 발악하자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우르칸타가 그의 걱정을 말끔히 해결해 주었다.
“쉬익! 걱정 마라 저 아이도 곧 뒤따라 보내 줄 테니. 크르륵.”
우르칸타의 말에 강찬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안 돼! 이 개자식아! 제이나한테는 손대지 마! 쿨럭! 쿨럭!”
“크르르, 재밌었다. 이만 죽어라. 크륵.”
“제이나한테 손대지 마! 손대면 죽여 버릴 거야!”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강찬이 부러진 팔을 휘두르며 우르칸타에게 악으로 덤벼들었다.
그런 강찬의 모습은 끔찍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했다.
같은 사람이 봤다면 오금을 저리게 만들 만큼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사람이 아닌 피에 굶주린 오크였다.
“크륵! 오! 이런, 이런. 큭큭큭…….”
우르칸타는 그런 비참한 모습의 강찬을 비웃으며 광풍도를 높이 치켜들고선 최후의 선물을 선사해 주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무엇인가가 쏜살같이 우르칸타에게로 날아들었다.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우르칸타가 강찬으로부터 멀찍이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우르칸타가 서 있던 자리에 수십 발의 화살들이 차례대로 내리꽂혔다.
땅이 연신 들썩였다.
얼마나 강력한 힘으로 날아들었는지 화살은 화살대까지 몽땅 땅속 박혀 깃털의 끝부분만이 드문드문 보일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모든 종족이 두려워한다는 엘프의 활이 가진 위력이었다.
“그만해라! 우르칸타여!”
숲을 진동시키는 분노에 찬 일갈이 울려 퍼졌다.
“크륵, 너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우르칸타가 고개를 돌린 방향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엘라디온이 달려오고 있었다.
바람의 실피르를 타고 달려오는 엘라디온의 모습은 말 그대로 바람이었고, 순식간에 우르칸타 앞에 당도한 엘라디온이 분노에 찬 눈으로 우르칸타를 바라봤다.
“우르칸타여, 지금 내 제자들에게 뭐 하는 짓이냐!”
엘라디온의 거대한 기세가 우르칸타에게로 쏟아졌다. 하지만 우르칸타는 별 반응 없이 그의 기세를 온몸으로 받아 내고는 역으로 자신의 기세를 뿜어 대며 외쳤다.
“크르륵! 이놈이 네 제자든 뭐든 내 알 바 아니다! 저놈은 내 와이번을 죽였다. 그러니 저놈도 죽어야 한다! 카아악!”
엄청난 살기와 기세가 우르칸타에게서 뿜어져 나오자 주변의 나뭇잎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광폭함은 마치 드래곤처럼 느껴졌다.
‘과연, 광풍도 우르칸타군. 결코 쉽지 않은 상대다.’
자신 또한 다섯 종족을 대표하는 5대 무신 중 하나인 엘프의 검이었지만 그를 직접 대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 엘라디온은 내심 그가 자신의 아래가 아님을 직감했다.
자신 혼자였다면 승부를 쉽게 장담하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혼자 온 게 아니었다.
만일을 대비해 엘프의 활 레이시온과 함께 온 것이었다.
좀 전의 그 엄청난 활 공격도 그녀의 작품이었고, 그녀는 지금도 숲속 어딘가에서 우르칸타의 머리통을 노리고 있을 것이었다.
“와이번이 내 제자 때문에 죽었다면 내가 대신 사과하마.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해 주겠다. 그러니 인제 그만 화를 푸는 게 어떻겠는가?”
“크르륵, 싫다면?”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동맹군으로서 같이 힘을 모아야 할 우리가 고작 와이번 한 마리 때문에 둘 중 하나는 여기서 뼈를 묻게 되겠지.”
엘라디온이 자신의 애병인 샤이닝 플레어를 뽑아 들자 눈부신 광채가 뿜어져 나왔고, 검의 손잡이로부터 서서히 푸른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소드 마스터만의 권능인 오러 블레이드였다.
“크르륵! 지금 나 광풍도 우르칸타를 협박하는 것인가?”
반 장난으로 강찬을 대할 때의 우르칸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엘라디온으로 인해 진지해져 버린 우르칸타의 광풍도에서도 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불꽃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르칸타도 엘라디온의 실력에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서로 막대한 마나를 최고조로 끓어 올리자 둘로부터 뿜어져 나온 강대한 마나가 주변으로 매우 흉악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기운이 서로 맞물려 휘몰아치자 주변 나뭇잎과 풀잎들이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둘의 신경전은 누구 하나 질 생각이 없는 듯 팽팽히 맞섰고, 그런 와중에 놓인 강찬은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격돌하는 둘에 거대한 마나에 눌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크윽! 대단하다! 이게 바로 소드 마스터란 말인가! 육신만으로도 저토록 강해질 수 있다니…….’
강찬은 새로운 세계의 경지를 목도하며 놀라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들의 모습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자 눈을 부릅떴다.
긴장감에 숨죽이고 있던 둘 사이에 적막을 깨고 엘라디온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정말 굳이 와이번 한 마리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제자의 잘못을 부디 한 종족의 로드로서 넓은 아량으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되겠는가?”
“크르르르.”
우르칸타도 갈등이 생기는지 말문을 열지 못했다.
자신도 겨우 와이번 한 마리 때문에 대륙에서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엘라디온과 같은 초고수와 생사를 걸고 싸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자존심 때문에 일이 이렇게 커지게 됐지만 이런 시시한 이유로 생사를 건 대결을 한다는 것은 오크족의 수장으로서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전장에서의 대결이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와 끝장을 봤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숲속에 숨어 자신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는 엘프.
좀 전의 일격으로 보아 화살에 오러 에로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대단한 실력자였다.
그런 엘프가 자신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다면 이 싸움은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결전이 될 것이 자명했다.
만일 둘 중 하나가 여기서 뼈를 묻게 된다면 그건 자신이 될 것이란 생각에 분노로 이성을 잃었던 우르칸타도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크르르…… 나도 굳이 와이번 한 마리 때문에 너와 대결하기를 원치 않는다.”
“고맙다. 와이번에 대해서는 꼭 보상해 주겠다.”
“취익! 보상 따윈 필요 없다! 용서는 이번 단 한 번뿐이다! 크르르, 다음에 만난다면 그땐 꼭 전장에서 보자, 엘프여. 캬르륵!”
분노의 일갈을 엘라디온에게 내뿜고는 순식간에 자신의 기세를 갈무리한 우르칸타가 그대로 뒤돌아 자신의 무리를 향해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우르칸타가 뒤돌아가 버리자 엘라디온도 자신의 기세를 갈무리하고선 서둘러 강찬의 용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런 세상에…….”
처참한 모습으로 혼절해 버린 강찬의 위중한 모습에 엘라디온의 얼굴은 더욱 심각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비정상적으로 꺾여 있는 왼팔과 걸레가 되어 버린 오른팔, 늑골도 여러 대가 나간 듯했고, 오공에서 흐르는 선혈로 미뤄 보아 내부 장기들이 크게 손상된 듯했다.
한마디로 강찬은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중태였고, 회복한다 해도 다시 검을 쥘 수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정도였다.
엘라디온은 일단 응급 처치를 위해 항상 품속에 지니고 다니는 힐링 포션을 강찬의 전신에 골고루 뿌리고서는 그를 급히 둘러업은 후 숲을 향해 외쳤다
“레이시언, 제이나를 부탁하네!”
그러자 어디서 말하는지도 모르게 차가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엘라디온 님. 저 아이는 제가 돌볼 테니 어서 서두르세요.”
레이시언의 대답에 엘라디온은 지체 없이 강찬을 치유해 줄 최고의 마법사인 아르테온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강찬이 엘라디온의 등에 업혀 생사의 고비를 넘고 있을 무렵, 우르칸타는 죽은 자신의 와이번을 대신해 다른 와이번에 타고 오크 진형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 우르칸타는 고민에 잠겨 있었다.
그를 고민에 잠기게 한 이유는 바로 엘프인 아르테온의 제자가 인간이었다는 점이었다.
‘크르르, 어떻게 엘프가 인간을 제자로 삼은 거지? 세상 참,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군. 크륵.’
그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엘프가 타 종족을 제자 삼았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종족 중의 하나인 인간을 말이다.
“크륵, 뭐 그놈이 누굴 제자로 삼든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두 놈 모두 내 손에 죽는다는 건 변함없을 테니까. 큭큭크.”
잔인한 미소를 짓는 우르칸타는 자신이 이끌고 온 수십 마리의 오크 라이더들과 함께 석양 속으로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