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27
퓨쳐나이트 27화
강찬은 포기하지 않고 미친 듯이 그 보이지 않는 벽을 두드렸다.
“젠장! 부서져라!”
엄청난 충격음과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은 허물어질 줄을 몰랐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침입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이봐, 자네.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강찬이 그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친 순간, 그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으로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졌다.
쿠웅!
“크억!”
10여 미터를 날아간 강찬이 기둥에 부딪혀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 늙은이가 매우 곤란하다네.”
꽤 충격이 컸는지 비틀거리며 일어선 강찬은 무엇이 자신을 날려 버린지도 모른 채 다시금 공격을 시도하려 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에메랄드빛 머리에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작게 속삭였다.
“리버스 그래비티.”
비록 작은 속삭임이었지만 그 파장은 강찬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강찬이 서 있는 주변 일대가 무중력 상태로 변해 자신을 포함한 주변 물체들이 마치 우주에 있는 것처럼 공중에 두둥실 떠오른 것이다.
리버스 그래비티는 중력을 역전시키는 마법으로, 적을 엄청난 무게로 짓누르거나 반대로 우주 멀리까지 날려 버릴 수 있는 대지계 최강 마법 중 하나였다.
그런 무시무시한 마법을 침입자는 강찬을 상대로 최대한 약하게 사용한 것이다.
‘헛!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무중력 상태 속에 빠진 강찬이 깜짝 놀라 팔다리를 거칠게 휘저으며 균형을 잡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자 그런 강찬을 바라보는 침입자는 이제 그가 더는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그를 진정시키려고 다가섰다.
하지만 그건 그의 큰 오산이었다.
강찬이 주로 활동했던 무대는 이곳이 아닌 무중력 상태인 우주였다.
그렇기에 강찬의 슈트에는 당연히도 우주 유영에 필요한 작은 플라즈마 추진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
지구와 같은 큰 중력이 작용하는 곳에선 그리 큰 추진력을 얻지 못해 별 소용이 없지만 우주와 같은 무중력 상태일 때는 충분한 추진력을 제공하는 소형 플라즈마 추진 장치였다.
그런 그의 등에 부착된 플라즈마 추진 장치가 곧 방전을 일으키며 플라즈마를 내뿜자 몸의 균형을 되찾은 강찬이 침입자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아니! 어떻게? 무중력일 텐데!”
갑자기 자신을 향해 등 뒤로 눈이 시릴 듯한 빛을 내뿜으며 쏜살같이 날아드는 강찬을 본 침입자는 놀라움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고, 입에선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옷! 멋있어! 이것도 마법이 아니라니, 이거 정말로 믿어지지가 않는구먼!”
강찬이 고주파 블레이드를 앞세우며 지근거리까지 접근해 왔지만 그는 자신의 실드를 단단히 믿고 있는지 피할 생각조차 안 하고 강찬의 환상적인 퍼포먼스에만 푹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또다시 여지없이 무너지고야 말았다.
좀 전에 자신의 실드를 뚫지 못했던 인간의 고주파 블레이드에서 난데없이 오러 소드가 솟아나더니 자신의 실드를 무참히 갈라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실드를 가른 그의 오러 소드는 그 여세를 몰아 자신의 목도 함께 잘라 버릴 기세로 날아들었다.
깜짝 놀란 그는 재빨리 블링크를 시전하여 위기를 모면했다.
그 덕에 헛손질한 강찬은 혼란 속에 빠져 버렸다.
“사라지다니! 어떻게?”
침입자의 보이지 않는 벽을 뚫는 데 성공했지만 그를 베어 버릴 찰나 이번에는 침입자가 감쪽같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덕에 공중에서 크게 헛손질한 강찬은 무게 중심을 잃고, 블레이드를 내지른 방향으로 공중 2회전하고는 바닥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오! 자네는 마나도 다룰 줄 아는가? 자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인간이로구먼, 우리 부디 의미 없는 싸움은 그만하고 차나 한잔하면서 함께 얘기를 나눠 봄이 어떠한가?”
자리에 주저앉은 강찬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매우 허탈하게 만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그는 언제 올라갔는지도 모르게 레드 레빗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강찬은 우르칸타를 마주할 때와는 다른, 또 다른 벽을 느끼게 되었다.
우르칸타가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았다면 지금 눈앞에 침입자는 잡을 수 없는 공기와 같았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강찬이 슈트를 해체했다.
강찬은 일단 흥분한 자신을 가라앉히고, 침입자와 대화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에게서 별다른 악감정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휴, 그쪽은 대관절 누구십니까?”
“나 말인가?”
레드 레빗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수상한 청년의 몸이 또다시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강찬 앞에 나타났다.
강찬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블링크는 이곳 세계에선 그리 귀한 마법은 아니었지만 강찬은 여태껏 블링크를 직접 본 일이 없었기에 처음 접하는 그의 놀라움은 남달랐다.
“난 G.지크욘이라고 한다네, 젊은이 자네는 이름이 뭔가?”
“제 이름은 강찬입니다.”
“오, 그래. 강찬이라고. 성은 뭔가?”
“그게 풀 네임입니다.”
아르테온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나게 하는 그였다.
“아, 그런가? 자네 이름이 매우 짧군그래. 허허허, 인간 중에는 이름이 길면 길수록 자신이 대단히 잘났다고 여기는 놈들이 상당히 많지. 그런 놈들 거드름 떠는 걸 보면 참 웃기지도 않네만 자네는 이름도 짧고 거드름 같은 것도 떨지 않으니 참 마음에 드는군.”
사람 좋게 웃어 보이는 그를 보며 강찬은 더욱 강한 어조로 질문했다.
“제가 궁금한 건 당신의 이름보다 정체입니다. 이 안은 9써클 마법사인 아르테온 님의 침입자 방지용 마법이 이중으로 걸려 있는 곳인데, 그런 이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온 당신은 도대체 누굽니까?”
“아, 그거 말인가? 들어올 때 귀찮게 하기에 그냥 풀어 버렸는데.”
대마법사 아르테온의 결계를 휴지에다 코를 풀듯 쉽게 풀어 버렸다는 그의 말에 강찬은 상당히 놀랐다.
그런 강찬에게 에메랄드빛 머리의 청년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 그거 풀면 안 되는 건가?”
강찬은 마법에 대해선 거의 문외한이었지만 예전에 제이나가 자랑스럽게 했던 말 중에 아르테온이 전 대륙 제일가는 마법사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수상한 청년은 대륙 제일이라는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한 번도 아니고, 이중으로 설치한 침입자 방지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풀어 버리고 들어왔다고 하니 그는 적어도 아르테온 정도의 마법사이거나 아니면 그 이상의 마법사임이 분명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당신과 같은 침입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설치해 둔 것인데 그렇게 함부로 풀어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아! 알았네. 그럼 내가 전에 그 허접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걸로 서비스해 주지. 조금만 기다리게.”
침입자가 조용히 눈을 감고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나불거리자 강찬은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양의 마나가 그의 발밑으로 모여드는 것을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못 느꼈을 테지만 이제 그도 마나를 다루는 소드 익스퍼트가 되고 나니 그의 발밑에 모여드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족히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마나보다 수천 배는 돼 보이는 막대한 양이었다.
그렇게 모여든 마나들이 일정한 흐름을 타고 바닥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기하학적 문자들이 동심원을 그리며 점점 더 넓게 퍼져 나갔다.
기하학적인 문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동심원이 완성되자 그 위로 엄청난 마나의 폭풍이 몰아쳤다.
예전 마스터와 우르칸타가 내뿜던 마나도 엄청났지만 지금 저 마법진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양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할 정도였다.
강찬은 그 모습에 그만 얼이 빠지는 듯했다.
지금 자신 앞에 서 있는 침입자는 그 정도로 상상도 못할 인물이었던 것이다.
‘대체 어디서 갑자기 저런 괴물이 튀어나온 거지?
강찬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던 중 그 거센 마나의 회오리는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눈부시게 빛나던 기하학적 문양들도 그 빛이 점차 잦아지더니만 한번 번쩍이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모든 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자! 됐네. 이제 이곳은 자네와 나에게 허락된 자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네. 설령 그것이 나 이외에 드래곤이라도 말이지.”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침입자인 그까지 포함되는 것인지 의아한 강찬이었지만 만들어 준 이가 그였으니 강찬은 굳이 따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당신은 진정 누구십니까?”
방금 엄청난 광경을 목도한 강찬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 말인가? 지금도 말하고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G.지크욘이라고. 세상에 G라는 이니셜을 이름 앞에 붙일 수 있는 종족은 오직 그린 드래곤뿐이라네.”
“그린 드래곤?”
자신이 드래곤이라고 밝힌 지크욘은 이제 눈앞에 인간이 여태껏 그가 만났던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두려움에 떨며 ‘위대하신 분 뵙습니다.’ 하고 넙죽 엎드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것은 8천 년을 살아온 그가 늘상 경험해 오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인간은 그런 그의 예상들을 계속해서 무너뜨려 버렸다.
“그게 뭡니까?”
순간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은 지크욘은 눈을 부릅떴다.
“으잉? 드래곤을 모른다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족인 우리 드래곤을 모른다고?”
지크욘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키가 삼척인 동자도 다 안다는 드래곤을 모른다는 그의 말을 말이다.
이 아르칸도르 대륙에 모든 어린이는 어려서부터 용환, 마마, 전쟁 등을 가장 무서운 재앙으로 알고 자라날 정도인데 그걸 모른다고 하다니…….
지크욘은 도통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진정 모르는 눈치였다.
그것이 아니면 어떻게 감히 드래곤인 자신을 앞에 두고 그런 망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드래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그런 망언을 말이다.
그 어느 종족도 감히 드래곤을 눈앞에 두고 그런 거짓말을 할 순 없었다.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 아니라면 말이다.
지크욘이 놀라움에 빠져 있을 때 강찬은 그런 그를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
‘자신의 입으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먹이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보군.’
그가 보여 준 능력이 비록 대단하긴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침입자는 사람 됨됨이가 영 아닌 듯했다.
“자네, 진심으로 드래곤을 모르는가?”
“처음 듣습니다.”
지크욘의 표정이 점점 더 심각하게 변하자 강찬은 긴장되기 시작했다.
상대는 분명히 자존심에 굉장한 상처를 입은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