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32
퓨쳐나이트 32화
“헛!”
소년에 오러 소드에 의해 자신의 단검이 불똥이 튀면서 붉게 달아올라 녹아내리기 시작하자 강찬도 급히 오러 소드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이번엔 자이젠이 흠칫 놀랐다.
“헉! 오러 소드?”
생전 처음으로 단검으로 오러 소드를 구사하는 사람을 본 자이젠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소드 익스퍼트의 존재는 그리 흔한 존재가 아니었다.
제아무리 대제국이란 소리를 듣는 비스만 제국이라 해도 소드 익스퍼트에 오른 기사의 수는 300명을 넘지 못했다.
일반적인 작은 왕국에는 고작 10명.
그나마 규모가 되는 중소 왕국 정도는 되어야 50명 정도 보유할 정도였다.
그만큼 소드 익스퍼트급의 기사는 상당한 고급 인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만난 어중이떠중이 같은 자가 단검으로 오러 소드를 구사하다니, 자이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레이피어 같은 세검류를 쓰는 기사 중에 간혹 대거와 함께 이도류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변형적인 방법일 뿐.
단검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자 중에선 소드 익스퍼트급에 오른 이는 그가 아는 한 아무도 없었다.
‘단검으로 오러 소드라니, 대체 뭐 하는 놈이지?’
강찬의 오러 소드에 자이젠은 순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는 놀라운 실력으로 강찬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런 소년의 실력에 강찬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앞에 소년은 잘 봐줘야 18살 정도에 불과해 보였지만 그런 소년의 실력은 이미 과거 케레미온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찬은 우르칸타와 대결 이후 얻은 깨달음으로 오러 소드를 얇지만 더욱 날카롭게 압축하여 뿜어내는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꼬맹이는 자신과 같이 압축된 오러 소드로 검을 감싼 것 물론이었고, 그것 이외에도 공격할 때는 오러의 위력을 증가시켰다가 방어할 때는 낮추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공격과 방어에 대한 마나의 효율성까지 높이고 있었다.
정말 괴물 같은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다 세검류만 상대해 온 강찬에게 롱소드를 사용하는 소년의 배기 위주의 검술은 매우 낯설게만 느껴졌고, 소년의 천재적인 검술 운용은 강찬을 점점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젖비린내 나게 생긴 녀석이 실력은 제법인데?’
잠시 수세에 몰리는 듯한 강찬이었지만 소드 마스터인 우르칸타조차 물 먹인 그가 이 정도에 무너질 리 없었다.
“…….”
소년의 검을 막고 피하던 강찬에게 소년의 검술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빠르고 정확하긴 했지만 소년의 검은 어딘가 건드리면 무너질 듯 너무 교본같이 올바른 검이란 생각이 들었다.
점차 여유를 찾아가는 강찬은 소년에게 망설이지 않고 살수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나이는 어려 보였지만 소년에 실력이라면 충분히 자신의 살수를 막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근래 천둥 번개 이도류를 익히고 난 후 더욱 정교하고 날카롭게 변한 강찬의 단검이 좌우에서 소년의 급소만을 노리며 슬슬 소년의 혼을 빼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힘차게 강찬을 밀어붙이던 자이젠의 공세도 점차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급소를 향해 아무 거리낌 없이 날아드는 강찬의 오러 소드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 버린 것이었다.
‘큭! 단검이 이렇게 매서운 무기였나?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동안 단검을 너무 경시했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눈앞에 사내가 쓰는 단검은 정말 매서웠다.
그렇게 점차 공세에서 수세로 몰리던 소년은 강찬의 단검이 독사처럼 자신의 치명적인 급소만을 노리면서, 끔찍할 정도로 파고들자 슬슬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틈틈이 소년의 하체를 향해 날아드는 강찬의 위력적인 발차기는 소년의 발을 묶어 놓기에 충분했다.
쩌억! 쩌억!
“크윽!
상체를 유린하는 강찬의 단검을 막으려고 소년이 검을 들어 올리면 어김없이 강찬의 로우킥이 사정없이 소년기사의 종아리와 장딴지에 내리꽂혔다.
정말이지 비겁하리만큼 빠르고 위력적인 환상의 콤비네이션이었다.
이런 식으로 하체 공격을 해 오는 검사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소년은 심리적으로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크윽…… 다리에 감각이…….’
천재적인 검술 실력을 지닌 소년이었지만 강찬과 생사를 건 대결을 하기에는 아직 실전 경험은 너무도 부족해 보였다.
겁먹은 소년의 롱소드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강찬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년의 롱소드를 단번에 양쪽에서 쳐 버리자 양쪽에서 가해지는 거대한 힘을 이기지 못한 롱소드가 맑고 청아한 소리와 함께 부러지고야 말았다.
채애애애애애앵!
“헉!”
하늘 높이 솟아올랐던 부러진 검날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리 꼽혔다.
그러자 검을 잃은 소년은 놀라서 그만 뒤로 넘어지고야 말았다.
강찬은 그런 소년에게 단검을 겨누며 말했다.
“애송이, 계속할 건가?”
“어, 어서 죽여라…….”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체념한 채 말했다.
천하의 헬라이너 기사단원인 자신이 이름도 모르는 단검을 쓰는 자에게 패한 것이다.
그것도 그냥 진 것도 아니고 기사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검까지 잃으면서 말이다.
자이젠이 느끼는 참담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나이에 걸맞지 않은 소년의 결연한 모습에 강찬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현역 군인으로서 소년의 군인다운 자세가 퍽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나이에 비해 실력은 뛰어나지만 실전 경험이 별로 없구나. 그 정도로 마음이 흔들리다니, 앞으로 더욱 노력해라.”
강찬이 소년을 향해 뻗었던 단검을 거두고는 에어 바이크에서 지크욘을 내려놓은 뒤 떠나려 하자 소년이 벌떡 일어나 강찬을 향해 외쳤다.
“날 죽여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만날 땐 분명히 날 살려 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악에 받쳐 외쳐 대는 꼬맹이를 향해 강찬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손 한 번 흔들어 주며 말했다.
“다음에 만나길 기대하지.”
말을 끝으로 강찬이 에어 바이크를 타고 바람처럼 하늘로 사라져 버리자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게 된 지크욘과 에델린이 서로 멀뚱멀뚱 쳐다봤고, 자이젠은 땅에 떨어진 부러진 자신의 롱소드의 검신 앞에 털썩 무릎 꿇고 주저앉아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에델린이 지크욘에게 말문을 열었다.
“저자의 이름이 무엇이냐?”
화가 잔뜩 난 에델린의 억양은 강찬에게 꼭 복수하겠다는 듯한 어조였다.
그런 그녀에게 지크욘이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어조로 답했다.
“니가 알아서 뭐하게?”
지크욘의 말에 교양 있는 척하던 에델린의 눈썹이 팔자 모양으로 심하게 일그러졌다.
“뭐라고? 네년이 감히 나 대비스만 제국에 공주에게 그따위 막말을…….”
화를 주체하지 못한 공주가 부들부들 떨며 자이젠을 바라봤지만 여전히 패배의 충격에 사로잡혀 있는 자이젠은 그녀를 도와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지크욘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머저리 주제에 어디서 감히 겁도 없이 큰소리냐?”
“네, 네 이년! 감히 대비스만 제국의 황족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다니, 너야말로 겁을 상실했구나! 어디 그만큼의 용기가 있다면 네년의 이름을 밝혀라!”
이 한심한 인간에게 지크욘은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알면 이 오만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인간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진 지크욘은 특별히 자신의 이름을 말해 주기로 했다.
“내 이름은 G.지크욘. 네가 설령 비스만 제국의 황제라 하더라도 내 앞에선 그저 버러지 같은 한심한 인간일 뿐이다.”
G.지크욘이란 이름을 들은 에델린과 자이젠은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그 이름은 인간 세계에도 널리 알려진 드래곤의 이름이었다.
그것도 그냥 드래곤이 아니라 세상에 알려진 드래곤 중 가장 나이가 많다고 알려진 에이션트급의 드래곤이었다.
“서, 설마 당신은 드, 드래곤?”
제아무리 겁 없고 철없는 에델린이라 해도 드래곤이란 세 글자가 주는 공포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드래곤은 인간 따위는 씹을 필요도 없이 그냥 한입에 삼켜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 거대한 몸을 촘촘히 뒤덮은 비늘은 세상 그 어떤 금속보다 단단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상처를 입힌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입에서 뿜어지는 강력한 브레스는 비스만 제국의 수도인 벨라렌조차 쑥대밭을 만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힘을 지닌 지상 최고의 괴수였다.
그런 대괴수 지크욘에게 겁을 집어먹은 에델린이 뒷걸음질을 쳤다.
“어, 어버버…….”
“내가 용서해 주는 것은 단 한 번뿐이다. 인간아, 더는 나를 귀찮게 하지 마라.”
지크욘이 감춰 뒀던 존재감을 에델린과 자이젠을 향해 살짝 뿜어냈다.
그러자 숨 막히는 드래곤의 존재감 앞에 완전히 겁에 질려 버린 에델린과 자이젠이 넙죽 엎드린 채로 오들오들 떨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살려 주셔서 가, 감사합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지크욘은 그런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속으로 비웃으며 제 갈 길을 갔다.
‘그래, 저런 모습이 나약한 인간의 본모습이지. 그런데 강찬이란 놈은 전혀 저러질 않는단 말이야. 역시 바보한테는 모르는 게 약이란 건가?’
지크욘이 시야에서 사라지고도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에델린이 조심히 일어나 주변을 살피고는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이젠을 데리고 황급히 회의장을 향해 부랴부랴 도망치기 시작했다.
11. 사랑이 꽃피는 계절
강찬이 다급한 마음만큼이나 에어 바이크를 거칠게 몰아 제이나의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제이나는 집에 없었다.
그저 자신이 타고 온 에어 바이크에 놀라 눈만 깜빡이시는 그녀의 부모님만이 계실 뿐이었다.
‘어딜 간 거지? 수업도 끝났을 시간인데.’
강찬은 혹시나 하고 자신이 예전에 마을에서 기거하던 곳까지 가 봤지만 역시나 그곳에도 그녀는 없었다.
마을로 오면 곧바로 제이나를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강찬의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졌다.
그러다 문뜩 강찬의 뇌리에 혹시나, 하고 짐작이 되는 곳이 떠올랐다.
‘설마 거기에?’
지체 없이 핸들을 돌린 강찬이 거칠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엘프가 자신들 머리 위로 날아가는 괴상한 물체에 비명을 질렀지만 강찬은 그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강찬이 에어 바이크를 타고 향한 곳은 제이나와 단둘이서 검술을 수련했던 폭포였다.
‘혹시 그곳에도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그는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고, 엑셀을 잡은 그의 오른손엔 더욱 힘이 들어갔다.
멀리 조그맣게 보이던 폭포가 빠르게 강찬의 눈앞으로 다가오자 마침내 강찬은 그곳에서 자신을 그토록 애타게 만든 장본인을 찾을 수 있었다.
제이나가 폭포 아래 서 있었던 것이다.
그 겁 많고 눈물 많은 제이나가 그렇게 두려워하던 폭포수를 맞으며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이라니, 강찬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보는 순간부터 강찬의 가슴이 폭발할 듯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익숙지 않은 두근거림에 그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오로지 제이나에 대한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