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42
퓨쳐나이트 42화
강찬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어딘가 방구석에 제이나가 저런 모습으로 죽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제이나! 제이나! 제이나, 대답해!”
강찬이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불 속을 넘나들며 제이나를 찾아 온 집 안 구석구석을 뒤지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제이나와 제이나 어머니의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강찬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직 그녀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강찬은 서둘러 집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집 밖에는 수십 명의 녹색 엘프가 피가 흥건히 묻어 있는 병장기들을 앞세우고 강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목과 허리에는 엘프들의 길고 아름다운 귀들이 흉측하게 잘린 채 철사에 꿰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강찬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이런 개자식들! 전부 다 죽여 버리겠어!”
“잔당을 죽여라!”
무리에 우두머리인 듯한 녹색 엘프가 외치자 병사들이 일제히 강찬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강찬은 가차 없이 레일 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3밀리밖에 안 되는 작은 쇠 구슬이 전자 총신에 의해 가속되어 마하 6.5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그들에게로 쏘아졌다.
그러자 총알에 맞은 그들의 몸은 구멍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박살이 나 터져 버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레일 건에 맞은 30명의 녹색 엘프가 하체만 남겨 놓은 채로 갑옷과 함께 육편이 되어 사라졌다.
살아남은 극소수의 녹색 엘프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 악마다! 악마가 나타났다!”
검은 슈트를 입은 강찬이 악마로 보였는지 겁에 질린 녹색 엘프들이 강찬을 보고 악마라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강찬은 그런 피라미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찾아 움직여야 했다.
강찬이 에어 바이크를 타고 그 주변 일대를 돌며 제이나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타들어 가는 강찬의 마음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녹색 엘프들이 이번에는 개떼처럼 몰려와 강찬을 향해 화살 세례를 퍼 붙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강찬이 레일 건을 그들에게 겨누고 외쳤다.
“제이나가 털끝 하나라도 다쳤다면 너희 종족의 씨를 말려 버리겠다!”
새카맣게 몰려드는 녹색 엘프를 향해 레일 건이 불을 뿜었고, 녹색 엘프들이 수박 터지듯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밀집된 곳을 향해 총열 아래 달린 수류탄 발사기가 불을 뿜자 대폭발과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녹색 엘프들의 팔과 다리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악! 내 다리!”
“마법사다!”
“악마다!”
수류탄의 크기는 사람의 새끼손가락만 했지만 직경 20미터의 살상 반경을 가진 고성능 폭탄이었다.
그런 수류탄 한 방에 거의 50명에 가까운 녹색 엘프들이 그 자리에서 숨지거나 팔다리를 잃었다.
멀리 떨어진 녹색 엘프들도 폭발 때문에 날아간 돌멩이와 나뭇가지에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고 심음하고 있었다.
그런 처참한 모습에도 그들을 바라보는 강찬의 눈빛은 무정하기만 했다.
마치 예전 특수 부대 레드 마스의 강찬으로 돌아간 듯했다.
우왕좌왕하는 그들에게 강찬은 쉴 새 없이 총알과 수류탄 세례를 퍼부었다.
일 대 수천이라는 말도 안 되는 대결이었지만 땅 위에 있는 그들이 에어 바이크를 타고 날아다니는 강찬을 잡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거기다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말도 안 되는 위력의 마법 공격.
그들의 시체만 높게 쌓여 갈 뿐이었다.
점점 더 시간이 흐르자 그들이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강찬을 버리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 그들을 강찬은 그냥 고이 보내 주었다.
200발 탄창에 총알도 거의 바닥이었다.
수류탄도 이제 한 발밖에 남지 않았다.
순식간에 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리자 땅 위에는 수많은 녹색 엘프 시체가 즐비했다.
고도를 높인 강찬은 슈트의 고배율 렌즈를 이용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의 눈에 멀리 언덕 위로 수십 명의 엘프가 떼죽음을 당한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은 산속으로 피신하던 도중 녹색 엘프의 공격을 받은 듯했다.
강찬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곳으로 이동했다.
‘제발 없어라…… 제발.’
강찬은 죽어 있는 엘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제발 제이나가 이곳에 없기를 빌었다.
그러던 중 강찬은 그곳에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한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착륙한 강찬이 투구를 해체하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요! 이봐요! 정신 차려요!”
“아윽!”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엘프 여인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강찬이 슬쩍 그녀의 옆구리를 보니 부러진 화살이 깊게 박혀 있었다.
이대로 두면 그녀는 살아남기 힘들어 보였다.
강찬은 그녀가 제이나의 행방에 단서가 될지도 몰랐기에 일단 그녀를 돕기로 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정신 차리세요!”
자신을 도와준다는 말에 엘프 여인이 강찬을 힘겹게 올려다봤다.
그런 그녀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아, 아니…… 당신은?”
“…….”
강찬은 그녀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 자신과 제이나를 무척이나 싫어했던 제이나의 이웃이었다.
‘난처하게 됐군…….’
강찬은 난처했지만 그녀는 달랐다.
숲속에서 홀로 외롭게 죽어 가던 그녀는 비록 평소에 자신이 싫어했던 자였지만 이렇게 아는 사람을 만나니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제가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그 전에…….”
강찬은 옆의 굵직한 나뭇가지를 끊어 그녀의 입에 물려줬다.
“살고 싶다면 이걸 꽉 물고 참아요.”
그의 말과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두려움과 공포로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어차피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꼼짝없이 죽게 될 운명이었다.
그렇기에 강찬의 말대로 그녀는 나뭇가지를 꽉 깨물고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녀가 자신이 시키는 대로 나뭇가지를 꽉 깨물자 강찬도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손을 뻗어 환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와 환부를 스캔했다.
위이이잉.
“다행이군.”
고감도 초음파로 화살촉의 모양을 확인한 결과 다행히 화살촉은 단순한 모양이었고, 내장 기관과도 엮이지 않아 잡아 뽑는 데 별 무리가 없어 보였다.
화살촉이 낚싯바늘 형태였다면 그도 섣불리 건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화살은 외과용 수술 장비가 없이는 화살을 몸 안으로 더욱 밀어 넣어 반대편으로 관통시킨 후 화살촉을 제거하고 뽑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무턱대고 힘으로 잡아 뺐다간 갈고리 같은 화살촉 끝부분에 내부 장기가 더욱 심각하게 손상될 뿐만 아니라 아예 장기가 몸 밖으로 딸려 나올 우려도 있었다.
강찬은 천천히 화살대를 감아쥐고는 힘을 주기 시작하자 엘프 여인이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가 느끼는 고통이 상상을 초월하는 듯했다.
그런 그녀의 이마엔 엄청난 양의 식은땀이 맺혔다.
“조금만, 조금만 더 힘내요.”
“끄으으으으읍!”
그녀의 입에 물린 나뭇가지가 거의 으스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강찬은 그런 그녀를 응원하며 계속해서 화살을 당기자 이윽고 화살촉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녀가 실신하기 직전, 무사히 화살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거의 반 뼘이나 박혀 있던 화살을 제거하자 이번에는 상처에서 대량에 출혈이 시작되었다.
강찬은 그 출혈을 손으로 막으며 그녀의 몸속으로 마이크로 머신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의료용 마이크로 머신은 금속질이 아닌 단백질과 무기질로 만들어져 있어서 어찌 보면 기계보단 미생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것들은 엄연히 메카니즘으로 만들어진 로봇이었다.
그런 의료용 마이크로 머신은 체내에서 활동하고 난 이후엔 혈액에 녹아서 환자의 몸속으로 흡수되는 방식이었다.
“흐으으으…….”
엘프 여인은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강찬이 자신의 상처를 손으로 압박하는 행동을 지켜보며 ‘설마 누르는 게 다는 아니겠지?’ 하며 불안해했다.
그러나 상처를 누르고 있는 강찬의 손을 통하여 간질간질한 뭔가가 자신의 옆구리 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을 느낀 엘프 여인이 움찔거렸다.
그러자 강찬이 호통을 치듯 외쳤다.
“안 돼요! 가만히 있어요. 제 친구들이 당신의 상처를 치료해 줄 겁니다.”
몸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이상한 뭔가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준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참고 가만히 있었다.
의료용 마이크로 머신이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가 상처를 어루만지기 시작하자 약간씩 아프기도 했고, 간지럽기도 했기에 그녀는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5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강찬이 피가 흥건한 그녀의 옆구리에서 서서히 손을 뗐다.
그러자 그녀의 상처는 이제 약간의 흉터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는 엘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떻게? 마법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너무 놀라지 마세요. 우리 세계에선 마법보다 덜 신기한 거니까.”
그녀의 눈에서 다시 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가,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를 살려 주셔서. 그동안 제가 잘해 드린 것도 없는데…….”
“잘해 준 게 없다니요. 제 목숨을 살려 준 게 엘프들인걸요.”
“강찬 님…… 흐흑.”
갑자기 그녀가 강찬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이렇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으니 감정에 북받친 것이었다.
그러나 강찬은 그런 그녀의 안도의 눈물을 받아 줄 여유가 없었다.
그녀에게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했다.
강찬이 그녀에게 원하는 건 단 한 가지였다.
제이나의 행방 말이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혹시 옆집에 살던 제이나 못 보셨나요?”
강찬의 물음에 그녀가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제이나라면 저와 함께 마을 신당으로 도망치고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전 이 언덕을 오르다 화살에 그만…….”
화살에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그녀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신당이요? 거기가 어디죠?”
그녀는 잠시 머뭇머뭇하다가 손을 높이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이 숲을 지나 저쪽 끝으로 가면 절벽 아래 동굴이 있어요. 그 안에는 숲을 지키다 돌아가신 선대 엘프분들의 영혼을 기리는 신당이 있지요. 저희는 숲에 위기가 닥치면 그곳으로 가 선대 엘프님들께 보호를 받는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강찬은 가슴이 터질 듯 기뻤다.
드디어 그녀의 행방을 찾은 것이었다.
강찬의 얼굴에 희망이 꽃이 피어났다.
“걸을 수 있겠어요?”
“자, 잠시만요. 아, 아얏!”
그녀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는지 그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지며 다시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