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43
퓨쳐나이트 43화
“하아…… 하아…… 죄송해요. 전 괜찮으니까 그냥 혼자 가세요.”
사방이 적인 이곳에 그녀를 내버려 두고 가기도 뭐했기에 강찬은 그녀를 에어 바이크에 태워 신당으로 데려다주기로 했다.
“실례하겠습니다.”
“꺄악!”
강찬이 부상당한 그녀를 안아 들자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사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버리고 가 버릴까 두려웠었다.
항상 경멸하는 시선으로만 바라봐 왔던 자신에게 그가 잘해 줄 이유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랬던 자신을 이렇게 목숨까지 구해 준 것도 모자라 동족들에게 데려다주려 하다니…….
그녀는 자신을 안아 든 인간에게 가슴 깊이 미안해졌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강찬 님.”
“예.”
강찬은 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난처해졌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다.
거의 3년 반을 넘게 마주치며 지내 온 사이였지만 그는 그녀의 이름을 몰랐다.
자신을 매번 탐탁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던 그녀에게 말을 걸 이유도 없었고, 그녀의 이름을 알 필요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입은 은혜는 반드시 갚을게요.”
“대가를 바라고 당신을 구한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기, 강찬 님은 혹시 제 이름을 알고 계신가요?”
그녀는 혹시나 강찬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까? 하는 기대심을 품고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전 그쪽의 이름을 모릅니다.”
“아, 아니에요. 죄송하실 필요 없으세요. 제 이름은 엘리카라고 해요.”
“이름이 엘리카였군요. 좋은 이름입니다.”
강찬의 말에 엘리카의 얼굴이 더욱 벌게졌다.
“저기 사실은 저도 예전에 제이나랑 같이 혼수상태였던 당신을 돌본 적이 있어요. 강찬 님이 정신을 차린 후론 제이나가 전담했지만요.”
갑자기 생뚱맞게 자신의 치욕스런 과거가 튀어나오자 강찬의 얼굴이 붉은 벽돌처럼 붉고 딱딱해졌다.
“죄송하지만 그때 얘기는…….”
“아, 싫으세요?”
예전에 제이나와 함께 자신을 돌봤다는 얘기는 그녀도 자신의 똥 싼 기저귀를 갈아 줬다는 소리가 아닌가?
“예…….”
“죄송해요.”
강찬에게 혼수상태였던 1년은 정말이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그의 가장 치욕스런 치부였다.
강찬이 기분 나빠 하는 듯 보이자 엘리카가 뭐라 변명을 하려 했지만 강찬이 그런 그녀의 입을 막았다.
“쉿!”
그녀는 강찬의 행동에 그가 화가 났다고 생각되었다.
강찬과 조금이라도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그때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오히려 그가 돌연 화를 내자 그녀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입을 막은 건 그녀의 말이 듣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어느새 몰려든 백여 명의 녹색 엘프가 둘을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강찬이 마을에선 만난 녹색 엘프들과는 생김새가 조금 달랐다.
전에 강찬이 학살한 녹색 엘프의 외형은 약간 오크와 닮았었는데, 지금 눈앞에 이들은 엘프처럼 아름다운 외모와 훤칠한 키를 가진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강찬에게 활과 검을 겨누며 공격하려고 하자 강찬은 엘리카를 데리고 에어 바이크 뒤로 급히 몸을 숨겼다.
그러자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에어 바이크에 박혔다.
투구를 착용한 강찬이 레일 건으로 반격을 가했다.
그러자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굉음을 내며 날아간 탄두가 활을 겨누고 있던 녹색 엘프들을 고깃덩어리로 만들며 관통했다.
“엘리카! 괜찮아요?”
레일 건의 굉음에 얼이 빠진 듯한 엘리카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카의 상태를 확인한 강찬이 녹색 엘프들에게 재차 사격을 가했다.
그러던 그가 수류탄 발사기를 장전하고는 외쳤다.
철컥!
“귀 막아요!”
“네에?”
퉁! 콰아아아아앙!
퉁 소리와 함께 뭔가가 날아가자 몇 초 뒤, 대지를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사방으로 먼지와 돌멩이들이 날아들었다.
엄청난 폭음에 깜짝 놀란 엘리카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무시무시한 무기를 사용하는 강찬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뭐, 뭐지? 지금? 항상 제이나와 희희낙락거리기만 해서 그동안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라고 만 생각했는데 저런 무시무시한 위력에 무기를 가지고 있다니…….’
“제기랄! 이제 총알이랑 수류탄도 전부 다 떨어졌군.”
강찬은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예비 탄창을 충분히 챙기지 않은 자신을 책망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레일 건보다 더 믿음직한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별에 와서 얻게 된 진정한 자신의 무기인 오러 소드였다.
강찬이 총알이 떨어진 레일 건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그러자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강찬의 모습에 엘리카가 화들짝 놀랐다.
“저기! 이거 왜 버리세요?”
“총알이 다 떨어져서 이젠 못씁니다.”
“초, 총알이요?”
“아, 그게 뭐냐면…… 화살 같은 겁니다.”
“화, 화살이요? 그럼 이게 활이란 말인가요?”
그녀의 물음에 강찬은 대충 얼버무렸다.
“네? 예…… 뭐, 활이죠? 아마?”
따지고 보면 활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총의 조상이 활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이것도 화살만 있으면 다시 사용할 수 있나요?”
“화살만 있다면…….”
강찬이 아쉬운 듯 말하자 에리카가 얼른 레일 건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활을 다루는 레인저 지망생으로 그가 보여 준 이 엄청난 위력의 활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보기에 이 활은 신의 무기라 해도 믿을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했다.
그런데 화살이 없다고 이런 엄청난 활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다니, 그녀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기, 저 이거 버리시는 거라면 제가 가져도…….”
그녀가 조심스럽게 부탁하려 하자 강찬은 그런 그녀의 말을 가차 없이 잘랐다.
“그건 저들을 물리친 다음에 얘기하죠.”
강찬의 양손에서 고주파 블레이드가 살벌한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놀라서 급히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그녀는 더욱 믿지 못할 장면을 목격했다.
그의 양손에 고주파 블레이드가 진동하며 붉게 달아오르더니 그 위로 오러 소드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 오러 소드!”
그가 똥오줌도 못 가릴 때부터 줄곧 그를 근처에서 보아 온 그녀는 눈 앞에 펼쳐진 그의 모습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아는 강찬은 마을 최고 왕따인 제이나와 함께 하루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내는 한심한 남자였고, 숲속의 작은 동물들을 사냥해 배를 채우는 야만인이었다.
그리고 2년 전에는 그녀의 우상이었던 케레미온에게 싸움을 걸어 비겁한 짓까지 동원해 이기려 들다가 케레미온의 목검에 찔려 죽을 뻔했다던 이야기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자연스럽게 오러 소드를 뿜어낸 것이었다.
이토록 자연스럽게 오러 소드를 뿜어낼 수 있는 것은 소드 익스퍼트 중급은 돼서야 가능했다.
‘엄청난 위력의 활을 가진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오러 소드라니…….’
엘리카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듯했다.
“여기 가만히 숨어 있어요. 그리고 누가 나타나면 그 활로 위협해요. 다들 매운맛 좀 봤으니깐 적잖게 당황할 겁니다.”
엘리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찬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적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강찬의 레일 건 공격에 바짝 긴장한 그들은 천천히 강찬을 포위하여 한꺼번에 공격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강찬이 자리를 박차고 달려들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그중 운이 나쁘게도 강찬이 첫 번째 타깃으로 잡은 녹색 엘프는 놀랄 틈도 없이 몸통과 머리가 분리되며 곧바로 세상을 하직해야만 했다.
그 후 강찬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으로 주변에 있던 엘프들을 순식간에 도륙해 버렸다.
“소, 소드 익스퍼트다!”
그의 양손에 뿜어져 나오는 오러 소드를 보고 녹색 엘프들이 두려움에 떨며 외쳤다.
그들이 두려움에 떠는 이유는 전장에서 일반 병사들로 소드 익스퍼트를 때려잡을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었기 때문이다.
소드 익스퍼트인 기사가 지쳐서 마나가 고갈될 때까지 몸으로 때우는 것.
그런 무식한 방법에 세상을 등진 기사도 여럿 있긴 했지만 그들이 힘이 빠질 동안 그들의 손에 목숨이 달아난 일반 병사의 수는 감히 거론조차 된 적이 없었다.
그런 참담한 현실을 알고 있는 녹색 엘프들은 더는 강찬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단지 궁수들만 간간이 강찬에게 활을 날릴 뿐이었다.
그런 궁수들을 먼저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강찬은 궁수들을 향해 최고 스피드로 달려가 눈 깜짝할 사이에 20명의 궁수들 목을 베어 버렸다.
그러자 그들의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강찬의 검은 슈트를 적셨고, 피를 잔뜩 뒤집어쓴 강찬의 악귀 같은 모습에 녹색 엘프들은 전의를 잃고 또다시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피를 털어 내며 엘리카에게 다가온 강찬이 놀란 엘리카에게 말했다.
“괜찮습니까?”
“네에…….”
“서둘러 가죠.”
강찬은 놀라 토끼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리카를 에어 바이크에 태우고 서둘러 신당을 향해 날아갔다.
14. 죽음과도 같은 일
강찬이 그렇게도 애타게 찾아 헤매던 제이나는 마법사인 어머니 제레니스와 함께 아르테온의 곁에 있었다.
그녀는 극도로 겁에 질려 울고 있었다.
아르테온은 녹색 엘프의 수장에게 멱을 잡혀 있었고, 그 뒤로 불의 정령왕 피닉스가 거대한 날개를 휘저으며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그린에게 목을 졸려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구하겠다고 나선 엘프들이 그린이 휘두른 채찍 아래 처참하게 조각나 버렸다.
그러자 그 누구도 선뜻 아르테온을 구하겠다고 나서지 못했다.
점점 광분하는 그린의 주변은 온통 불꽃에 휘말려 있었고, 아르테온은 그 열기에 고운 머릿결이 군데군데 곱슬머리가 되어 있었다.
그린은 점점 이성을 잃어 가고 있었다.
“제발! 덤비란 말이야!”
그린이 분을 참지 못하고 아르테온의 배를 발로 찼다.
그리고 쓰러진 그녀에게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한 그녀의 손길은 필생의 원수를 대하는 듯 자비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르테온의 이마에선 피가 흘러내렸고, 콧대가 내려앉은 코에서 대량의 코피가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그래도 그린은 손속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욱 무자비하게 아르테온을 두들겨 팼다.
그렇게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고 있는 아르테온은 결코 비명을 지르지도, 저항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린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수천 명의 엘프들이 오열했다.
저렇게 자신들의 수장이 모진 매질을 당하고 있는데도 피닉스의 두려움 앞에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들을 저주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