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Knight RAW novel - Chapter 45
퓨쳐나이트 45화
쩌억!
“크악!”
“꺄악!”
날카로운 채찍 소리가 용암 지대에 울려 퍼졌다.
강찬과 제이나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강찬이 제이나를 감싸 안았기에 제이나는 별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강찬의 고통에 찬 비명에 덩달아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강찬의 발뒤꿈치에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녹색 엘프들에 화살도 막아 줬던 강화 슈트였지만 역시 오러가 깃든 채찍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저씨! 괜찮아?”
“흐읍! 크으윽…… 괜찮아, 제이나.”
제이나의 눈에 괜찮다고 말하는 강찬의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오호라? 인간치고 어려 보이는데 오러 소드를 마음대로 뿜어내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이름 있는 가문의 검사인가 보지? 하긴, 들은 정보에 따르면 비스만 제국의 천재 검사가 공주와 사신들을 대동하고 엘프의 숲에 왔다고 들었는데 그게 바로 네놈이었구나.”
완전히 헛다리 짚은 그린이었지만 강찬은 그런 그녀를 비웃어 줄 정신이 없었다.
그 정도로 그녀의 채찍질은 강력했다.
그 맷집 좋은 강찬도 단 한 방에 벌벌거릴 정도로 말이다.
긴급히 투입된 마이크로 머신이 상처 수복에 나섰고, 강찬의 바이오칩도 신진대사를 촉진시켰다.
그러나 이곳으로 오기 전에 엘리카를 살리기 위해 의료용 마이크로 머신을 한 번 사용했기에 마이크로 머신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린의 2차 공격이 날아들었다.
강찬은 검으로 막는 것을 포기하고 블레이드를 방패형으로 변형시켜 마나를 주입해 제이나와 자신을 보호했다.
그렇게 방패형으로 채찍을 막아서자 확실히 검보다는 효율적인 방어가 되었다.
그러나 이대로 막기만 한다면 강찬과 제이나에게는 전혀 승산이 없었다.
‘젠장!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사방이 용암으로 뒤덮인 이 좁디좁은 땅 위에서 제이나와 자신을 지킬 방법은 이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전투 모드를 발동시켜 그녀와 싸울 수도 없었다.
사방이 용암인 곳에서 무슨 수로 그녀와 싸운단 말인가?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도 단숨에 반 토막 치는 내 채찍을 막아 내는 갑옷에 방패로 변하는 검이라니, 정말 신기한 검과 갑옷을 지녔구나.”
그녀는 호기심 어린 물음을 하면서도 쉬지 않고 채찍질을 날렸다.
강찬도 계속해서 날아드는 그녀의 채찍을 열심히 막아 내며 버텼다.
그런 강찬의 발이 점점 땅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것을 보면 그린이 휘두르는 채찍에 얼마만큼 거대한 힘이 실렸는지 알 수 있었다.
“크읍! 풉!”
내상을 입었는지 강찬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품에 안긴 제이나의 얼굴에 튀었다.
“아, 아저씨…….”
제이나는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저주하고 원망하며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웬만하면 망가지지 않은 채로 빼앗아서 연구해 보고 싶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일단 널 죽이고 갖으마. 아하하하하하!”
미친 듯 웃어 대며 강찬을 향해 쉬지 않고 블러드 윕을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정상인으로 보기에는 크게 무리가 있어 보였다.
서서히 팔의 감각을 잃고, 다리가 풀려 가는 강찬.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녹색 마녀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져만 갔다.
그런 그녀가 슬슬 마무리를 짓겠다는 듯 채찍을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날리기 시작했다.
마치 뱀처럼 살아 있는 듯한 그린의 채찍.
그러한 그녀의 채찍은 강찬과 제이나를 점점 용암 쪽으로 내몰았다.
너무도 지친 강찬이 연방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헉! 헉! 헉! 헉! 젠장…….”
“이제 그만 끝낼까?”
그린이 이제 끝내겠다고 단언하며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그린은 채찍을 천천히 붕붕 돌리기 시작했다.
이내 채찍은 마치 작은 회오리처럼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성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마치 듣기 거북한 여자의 비명처럼 들렸다.
그러던 중 그녀의 채찍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가공할 위력을 머금고 강찬을 향해 뿌려졌다.
그런 그린의 공격을 바라보는 강찬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여기까지인가?’
강찬은 절망했다.
이미 그에게는 엄청난 기세로 날아드는 그녀의 채찍을 막아 낼 힘이라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였다.
갑자기 엄청난 마나의 폭풍이 그린을 향해 쇄도했다.
강찬에게 공격을 날리던 그녀는 대경하며 공격을 포기하고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린이 급히 채찍을 거두고 자리를 피하자 그린이 있던 용암 위로 거대한 아이스 랜스가 내리꽂히며 주변 일대가 순식간에 용암에서 얼음 상태로 뒤바뀌었다.
몸을 가눈 그린이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바라보자 놀랍게도 아르테온이었다.
그린이 이를 갈았다.
“대놓고 덤비라고 할 때는 못 덤비더니…… 이렇게 뒤에서 기습을 가하나? 역시 당신은 더러운 위선자야, 아르테온!”
아름답고 기품 있던 아르테온의 얼굴은 그린의 손에 참혹하게 망가져 있었다.
결코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아르테온이었고, 그런 그녀는 아직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만 하렴, 얘야. 이제 제발 그만 하렴……. 그냥 나만 죽이고 가면 되잖니? 도대체 왜 어째서 죄 없는 수많은 엘프들까지 죽이는 것이니?”
그녀의 등 뒤에선 아직도 수많은 엘프가 비명을 지르며 타 죽어 가고 있었다.
그녀가 천 년 가까이 소중히 지켜 온 그들이 화염에 불타서 허무하게 죽어 가는 비명 소리에 아르테온은 마치 넋을 잃은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그런 그녀를 비웃는 투로 그린이 말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시죠. 이것은 겨우 복수의 시작일 뿐입니다. 저는 앞으로 엘프족의 멸망을 시작으로 이 세상 모든 종족을 다 없앨 겁니다. 우리 녹색 엘프들 만의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그녀의 진심 어린 눈을 바라보던 아르테온은 잠시 침묵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녀의 몸 주변으로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몸에 있던 상처들이 순식간에 치유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그녀의 얼굴은 언제 작은 생채기라도 있었느냐는 듯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신이 아무리 전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는 녹색의 마녀라 불리고 있었지만 정령왕이 없이는 달랑 채찍 하나 들고 대륙 최고의 마법사인 그녀와 맞서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그린을 향해 아르테온이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한다면 이 하찮은 목숨 따윈 언제든지 줄 수 있단다. 하지만 계속 죄 없는 엘프들을 죽이겠다면 난 너의 할머니가 아닌 엘프의 수장으로서 이들을 지켜야만 한단다.”
말을 마친 아르테온의 양손에 엄청난 마나가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믿기지 않는, 거대한 마나의 폭풍이 그녀의 양손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린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급히 피닉스를 불렀다.
지금 그녀의 손에 모이고 있는 마나의 양을 짐작건대 그것은 최소 9써클이었다.
“피, 피닉스! 도와줘!”
신비로운 룬어가 아르테온의 입을 통해 울려 퍼지자 마나의 파동은 점점 더 극대화되기 시작했고, 피닉스는 그린의 도움의 목소리를 듣기 전부터 엄청난 마나의 파동을 감지하고는 살육을 멈춘 채 급히 몸을 돌려 그린에게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르테온의 주문은 이미 완성되었다.
“헬 프로스트!”
헬 프로스트는 불 계열 헬 파이어와 같은 9써클급 물 계열 주문으로 현존하는 물 계열 최고의 대인 공격 주문이었다.
그런 궁극의 주문인 헬 프로스트가 지옥의 냉기를 머금고 그녀의 손을 떠났다.
그러나 그 궁극의 냉기 주문이 날아간 방향은 놀랍게도 그린이 아니라 피닉스였다.
최대 속도로 돌아오던 피닉스는 불시에 자신을 덮쳐 버린, 믿지 못할 극한의 냉기 공격에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악!”
불의 정령왕인 그가 이렇게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 본 기억은 수천 년 전, 드래곤과 싸웠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없었을 것이었다.
그 정도로 아르테온의 9써클 궁극의 대인 공격 주문의 위력은 대단했다.
거기다 자신의 화염 속성과 상극인 빙계 속성 궁극의 주문이었기에 그 타격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피닉스가 헬 프로스트와 격돌하자 대기를 찌르르 울리는 충격과 함께 온 밤하늘이 순간 새하얗게 물들며 주변이 극초저온의 세상으로 바뀌었다.
용암보다 더 뜨거운 피닉스의 열기가 지옥의 한기와 만나 생성된 수증기들이 얼음 결정으로 뒤바뀌어 은빛 가루처럼 사방으로 뿌려졌다.
그러자 은빛 가루를 뒤집어쓴, 불타던 대지가 엄청난 수증기를 내뿜으며 차갑게 식었고, 점차 찬 서리가 내린 듯이 하얗게 변해 갔다.
주변의 풍경을 극과 극으로 바꿔 버릴 정도의 강력한 충격이 지나가자 싸늘하게 식어 버린 피닉스가 대지 위로 추락했다.
찬 서리가 몰아치는 대지 위로 거대한 피닉스가 내려앉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진동이 울려 퍼졌다.
쿠우우우웅!
지옥의 냉기를 뒤집어쓴 피닉스의 몸의 절반은 아직도 용암처럼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헬 프로스트에 적중된 가슴 부위에는 만년 빙설 같은 얼음이 생겨나 엄청난 수증기를 내뿜으며 물과 상극인 피닉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고 있었다.
“크으으으윽…… 제길.”
“피닉스!”
그린이 지상으로 추락한 피닉스에게로 달려갔다.
아무리 불의 정령왕 피닉스라고 해도 현세에서는 정령계보다 능력을 10분의 1밖에 발휘할 수 없었기에 아르테온이 날린 9써클의 궁극의 물 계열 마법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정작 정령왕을 대지에 눕혀 버린 장본인인 아르테온도 얼굴이 사색이 되어 제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한 번에 너무나도 많은 마나를 소모해 버린 그녀는 얼굴에 핏기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지친 그녀가 다시 한번 이를 악물고 힘을 쥐어짜서 강찬과 제이나에게 부유 주문을 걸어 용암 지대를 건너올 수 있도록 도와줬다.
천천히 공중에 떠오른 강찬과 제이나가 빠른 속도로 용암 지대를 가로질러 안전한 대지 위로 무사히 도착했다.
그리고 아르테온은 힘겹게 이 말 한마디를 뱉고는 정신의 끈을 놓고야 말았다.
“도, 도망치거라…….”
자신들을 구해 준 아르테온이 도망치란 말 한마디 남기고 제자리에서 혼절해 버리자 강찬과 제이나는 도망가지 못하고 아르테온을 향해 다가갔다.
“아르테온 님!”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강찬을 부축하고 힘겹게 아르테온에게 도착한 제이나가 아르테온의 상태를 살폈다.